영동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서울마라톤 클럽의 회원들을 따라서 영동에 함께 내려갔다. 영동이 고향인 이장호형님이 클럽 회원들과 함께 울트라 대회에 참석하려고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웠던 모양이다. 나에게도 울트라 대회에 참석하자고 권유를 했지만, 풀코스 마라톤은 몰라도 100km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내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2006년도에 두번을 뛰어 본 뒤로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번 영동울트라 마라톤대회에도 참가 신청을 하지 않고, 함께 내려가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다 올 생각으로 따라 나섰다. 달리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이 변하면 풀코스 거리정도는 동반주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동역에 도착, 영동에서 유명한 추어탕을 먹은뒤 애회 진행장소인 영동군민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영동울트라마라톤 대회는 영동군민운동장을 출발한 뒤 군내 10개 읍·면 101㎞를 달리는 대회로, 산과 고개가 많아 제한시간이 16시간이나 되는 울트라대회이다. 도덕재와 용화재를 거쳐 민주지산의 해발 800m의 도마령을 넘고, 물한계곡을 지나 상촌과 황간을 거쳐 출발지인 영동군민운동장에 돌아오는 코스로 설계되어 있다. 올해는 참가자가 500여명 된다고 한다.
대회 참가하는 사람은 오후 4시에 영동군민체육관을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에 도착할 예정이고,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함께 내려온 일행은 따로 숙소를 정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야간에 주로 봉사를 나갈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리고 일요일인 14일날 대회를 마치고 나면 숙소로 잡아 놓은 곳으로 다시 모여서 함께 뒷풀이를 하고 천천히 서울로 올라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영동을 내려 오는 기차에서 친한 형님의 장인부음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냥 인사만 해서는 안되고 꼭 참석해야 할 자리여서 저녁에 문상을 가해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빈소가 대구에 차려져 있어서 내일 서울로 돌아 갔다가 다시 내려올 상황이 안되어서 집사람에게 영동으로 저녁 늦게 내려와서 함께 문상을 가자고 말해 놓았다. 때문에 30-40km 정도를 달려 보겠다는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순수 자원봉사만 하고 가야할 생황이 되어 버렸다. 함께 내려오는 일행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고민이 깊어졌다.
영동은 감의 고장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와 보니 도로에 온통 가로수가 감나무다. 30년전 대학생 시절에 무주에 놀러 가면서 영동에 처음 들렀을 때에도 가로수가 감나무인 것을 보고 감탄을 했었는데 이제 그 감나무들이 엄청 자라서 멋진 풍광을 이루고 있다. 감이 떨어질 때까지 여행객이 볼 수 있도록 주민들이 각자 자기집 앞에 감나무를 관리한다고 들었다. 거리의 감나무에도 아무도 손대지 않고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시골의 인심이고, 이렇게 만들어 놓은 영동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점심식사를 하고 조금 일찍 영동군민운동장에 도착했더니 아직 주자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 우리가 차를 가지고 오지 않고 열차를 이용해서 온 덕분에 출발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더구나 나는 달리지도 않으니 훨씬 더 여유만만이다. 참가자들이 달릴 준비를 하는 동안 여유를 가지고 운동장도 둘러 보고 참가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도 둘러 보았다. 영동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주최측이 먹거리를 비롯해서 대회 준비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나서 이제 전국적인 대회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우리 일행을 영동울트라마라톤 대회로 초대하신 이장호형님 부부. 함께 달리는 부부여서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고향이 영동군 심천면이어서 대회 관계자를 비롯해서 지역의 유명인사들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 오신 모양이다.
나와 성이 같은 허병녕 선배님 부부. 형수님은 오늘 울트라 대회는 참석하지 않으셨지만 어지간한 풀코스 대회는 거뜬히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분이시다.
오늘 영동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서울마라톤 클럽의 회원들. 오늘 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니 이렇게 사진을 찍어 주는 자원봉사도 가능하다.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으면 디카를 들고 뛰면서 주로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를 부려도 좋은데, 어지간한 수준이 되지 않으면 디카를 들고 뛰는 것이 쉽지 않다. 나중에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주자들 사진 찍어 주는 일을 스스로 자청해서 맡았다.
오후 4시에 드디어 출발한다. 대회에 참석하면 항상 뛰기만 했지 이렇게 대회장에 남아서 달리는 주자들을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101km를 뛰면서 고생하러 가는 주자들을 뒤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네. 500여명의 인원도 한번에 모여 있으니 사람이 제법 많아 보인다. 모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완주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코스가 민주지산의 해발 800m의 도마령을 비롯해서 큰 고개를 세개나 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대회다.
운동장을 나가자 마자 바로 나즈막한 언덕을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도마령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다. 욕심내지 않고 모두 완주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라톤 대회에 비해서 울트라 마라톤대회는 초반에 빨리 달리지 않고 마치 소풍을 나온 듯한 분위기여서 마라톤 대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다. 후미주자는 아예 출발하고 나서 천천히 걸어서 언덕을 오르고 있어 분위기로 따지면 마라톤대회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느낌이다.
주자들은 출발하고 나서 자원봉사차 내려온 남은 사람들이 주자들이 가버려 텅빈 운동장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내일 새벽 6시 전후로 다시 이 운동장으로 돌아 올 것이다. 그동안 남은 일행은 미리 정해 놓은 숙소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고, 주로로 이동해서 몇 몇 지점에서 봉사를 하기로 되어 있다.
영동군민운동장에서 10여km 떨어진 영동군 양강면 산막2구 144번지 고향농원가든(043-744-5678)으로 이동했다. 고향농원가든은 해발967m인 천만산 아래 위치하고 있어 계곡도 좋았고, 팬션과 함께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었는데 토종흑염소를 방목하여 요리하는 흑염소요리 전문식당이라고 한다. 이 장소도 우리를 초대한 이장호 형님이 미리 섭외를 해 놓았다. 가든의 주인아저씨가 봉고차를 가지고 운동장까지 와서 우리 일행을 픽업했고, 야간에는 주로로 이동하는 차편까지 제공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날씨가 조금 서늘한 때라 그 가치가 떨어지지만 한여름에 오면 계곡에 발 담그는 재미도 좋을 듯 싶다. 팬션도 아담하고...
흑염소를 직접 키우고 있어 오랜만에 흑염소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한참을 지켜 보았는데 이 많은 무리에서도 엄격한 서열이 있어서 먹이를 먹거나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할 때 그 서열을 지키고 있었다. 항상 봐도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흥미로운 동물의 세계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3번째 체크포인트가 있던 학산면의 범화 보건진료소 앞으로 자원봉사를 나갔다. 대략 31km 지점이어서 빠른 선두주자들은 2시간이 조금 지나서 지나쳤겠지만, 오늘 함께 내려온 회원들은 기록에 연연하는 분들이 아니어서 3시간을 넘겨서 도착할 예정이다.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나갔더니 선두주자가 지나가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주로의 차량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항상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데 대회 주최측에서 미리 홍보를 많이 해 놓고, 중간 중간 스텝들이 안전운전을 당부해서 위험없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 달리는데, 달리다가 사고가 발생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대회는 참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영동울트라 마라톤대회는 주자들에게 먹거리도 풍부하게 제공하면서 대회 진행도 잘하고 있다고 소문을 듣고 있었지만, 직접 내려와서 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동의 인심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지원하고 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물품이 전혀 소용이 없을 정도로 먹거리도 다양하고 풍부하고 좋았다. 고구마는 직접 쪄서 식지 않은 상태로 주자들에게 제공하고, 포도도 무한제공하고 있었다. 올해는 달리기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100km 울트라 대회는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나와 함께 해외마라톤 여행을 자주 나가는 이문희 형님도 오늘 대회에 참석했다. 기록에 대한 욕심없이 완주를 하겠다는 목표로 참석한지라 함께 참석한 주자 가운데 비교적 후미 주자로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내가 왜 함께 동반주를 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알려 드렸고, 잠시 후 영동역에서 집사람을 만나 대구에 문상을 갔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 가겠다고 알려드렸다. 모처럼 지방에 내려 왔는데 내일 대회를 마치고 뒷풀이에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는데 함께 일정을 다하지 못해서 나도 아쉽다고 했고, 형님도 아쉽다고 한다. 완주 잘 하시라고 말하고 이곳에서 먼저 자원봉사를 끝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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