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돌아와서 오늘 공식적인 일정은 모두 끝났다. 하지만 오늘도 아까운 시간을 호텔에서 보낼 수 없어 다시 시내구경을 가기로 했다. 메리어트 호텔(Courtyard Istanbul Marriott Hotel)은 시설면에서는 좋은 호텔이지만 도심에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내게는 좋은 호텔이 아니다. 공항에서 도심쪽이 아니라 도심 반대쪽으로 4km 정도 떨어져 있어 공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고, 공항에서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서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이스탄불 내 지하철 요금은 이동 거리와 관계 없이 3리라인데, 제톤이라는 1회용 토큰을 사용했다. 중간에 트램으로 한번 갈아타야 했는데 아직 환승할인 같은 제도는 없었다. 여행을 와서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는 것도 추억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지하철에서 트램으로 한번 환승을 해서 블루 모스크가 있는 술탄 아흐메트(Sultan ahmet) 역에 내리니 피루즈 아아 자미 (Firuz Ağa camii)가 보였다. 1491년에 만들어졌다는 이 모스크는 이스탄불에 있는 가장 오래된 중 사원이라고 한다. 현지인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모스크 안쪽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는데, 호기심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터기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방문해보는 터키의 모스크인데 어떤 복장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관광객으로서 폐를 끼치지만 않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번 들어가 보았다. 다행이 집사람이 스카프가 있어서 히잡을 쓴 것처럼 머리에 두르고 들어 갔는데 현지인들이 특별히 제지를 하지 않았다.
블루 모스크에는 야간에 입장을 할 수 없다고 미리 생각하고 저녁 시간에 현지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스크에 가 볼 생각으로 피루즈 아아 자미를 방문한 것이다. 자미(camii)는 이슬람 사원을 칭하는 터키어로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터키에서는 자미라는 말을 많이 쓰고 모스크란 말은 여행자들이나 사용하는 것 같다. 현지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는데 사진을 찍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워낙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스탄불인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피루즈 아아 자미에서 나와 조금 이동하니 아야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사이에 큰 공원이 있었는데 술탄 아흐메트 광장이다. 이곳이 이스탄불에 여행을 오게되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특히 블루 모스크와 아야소피아의 야경 촬영을 할 수 있는 명소다. 이 광장 주변은 터키의 다른 곳을 관광하고 나서 마지막에 다시 이스탄불에 오면 방문할 계획이어서 아직 정식 여행일정상 방문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먼저 이곳에 와서 야경을 보게 된다. 공원 한가운데는 분수대가 있는데, 분수대와 함께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서 바라보는 아야소피아의 모습은 너무 멋졌다. 제대로 된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조명을 잘 비춰 놓았다. 반대편에 있는 블루 모스크의 야경은 아야 소피아의 모습보다 훨씬더 화려한 느낌이다. 오늘 저녁에 시내에 나와서 이 멋진 야경을 본 것만으로도 시내에 나온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시간이라서 낮보다는 사람도 없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이스탄불에 처음 방문해서 아야소피아와 블루 모스크가 바로 구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블루 모스크는 미나렛(첨탑)이 6개라서 첨탑의 숫자를 보고 구별해야 한다.
공원 한쪽에서 아랍문자로 그림같은 것을 그려주는 사람이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돈을 받고 그려주는 것인지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잠시 구경을 하고 이동했다. 기념품처럼 판매하는 것으로만 추정된다.
공원에서 한참동안 아야소피아와 블루 모스크의 야경을 감상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주변을 둘러 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돌아보아야 할지를 정하고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술탄 아흐메트 광장의 바로 앞쪽에 있는 곳에서부터 둘러 보기로 한다. 워낙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이 있고, 여행객도 많이 있어서 그냥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는 느낌이다. 오늘 저녁 하루에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모든 것을 볼 수 없기에, 구시가지의 이곳 저곳을 두발로 돌아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쪽에서 케밥을 팔고 있는 곳이 있었다. 이미 저녁은 먹었지만 터키에 와서 그 유명하다고 하는 케밥을 먹지 않고 돌아가면 조금 억울할 것 같아서 이곳에서 팔고 있는 케밥을 하나 사서 나누어 먹었다. 여행지에 있는 식당인지라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유쾌하고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사먹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서울에서 먹는 케밥과 비교해서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현지 식당에서 케밥을 사먹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큰 대로를 비롯해서 좁은 골목까지 레스토랑과 카페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이스탄불 여행의 중심지인지라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 이곳의 밤문화를 즐기기 위해서인 듯하다. 노천 카페가 많이 있어서 차 한잔이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오늘은 그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그냥 골목길 순례를 조금이라도 더 해보기로 했다. 몇일 후 다시 이스탄불에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에 그 때 어느 노천카페를 갈 것인지 유의깊게 보면서 계속 이동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노천 레스토랑이 많이 보였다.
터키 전통과자를 판매하고 있던 상점.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낮에 그랜드 바자르에서 이미 전통먹기리인 로쿰을 조금 구입했기에 이곳에서 다시 구입할 수는 없었다. 바자르에서 판매하는 것에 비해서는 그냥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였고, 가격도 월등하게 비쌌지만 맛도 있었다. 아직 물가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나중에 다시 여러곳을 둘러보고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이 거리 곳곳에는 이런 맛있는 음식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다.
트램 철로길을 따라서 그랜드 바자르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니 술탄 마흐무드 2세 무덤이 나왔다. 개혁군주였던 술탄 마흐무드 2세의 무덤으로 3명의 술탄과 가족들이 묻혀 있고, 저명인사의 무덤이 함께 있는 일종의 공동묘역이라고 한다. 터키도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는지 무덤이 있는 이곳에 카페도 함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안쪽을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냥 지나쳤다. 늦은 시간인데도 안쪽에 불이 밝여져 있었다.
술탄 마흐무드 2세 무덤을 조금 더 지나가니 쳄베를리타쉬(Cemberlitas)라고 하는 커다란 돌기둥이 있었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대제가 새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한 기념으로 330년에 세운 것으로, 이스탄불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비잔틴제국의 흔적이라고 한다. 돌기둥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겼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트램길을 따라서 이스탄불 대학교가 있는 곳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룻만에 모든 것을 볼 수가 없으니 나중에 터키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시 이스탄불에 왔을 때 다시 야경투어를 나오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것도 트램과 지하철을 이용했다. 돌기둥 바로 앞에 있는 쳄베를리타쉬(Cemberlitas) 트램역에서 트램을 타고 악사라이(Aksaray)역까지 와서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서 공항까지 오는 루트를 택했다. 저녁에 호텔에서 나올 때와는 달리 시간이 늦어서 교통정체도 많이 풀리고 빈택시도 많았는데 그냥 공항까지는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어서 공항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비용도 절약하고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구경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트램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한 다음 공항에 도착해서는 다시 택시를 이용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도 하루 종일 톱카프 궁전과 그랜드 바자르를 구경하고 다시 우리 부부만 시내에 나와 시내 구경을 하고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새벽 1시가 되었다. 나는 체력이 버텨주는데 집사람은 조금 피곤했는지 지하철에서 졸고 있다. 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 많이 돌아다녀서 피곤한데 그래도 군말하지 않고 함께 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좀 더 력셔리하게 여행을 시켜 주어야 할텐데...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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