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날 입대를 했던 큰 아들이 4주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을 갖는다고 연락이 왔다. 늦게 입대를 하는 바람에 함께 입대한 동기들에 비해서는 2살 정도 나이가 많아 조금은 불편했을 터인데, 그럼에도 훈련을 잘 마치고 수료하게 되었다. 입대를 할 때는 의정부 301보충대로 입소를 했는데 그간 기초훈련은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용인에서 받았다. 강원도에 가서 고생좀 하고 오기를 바랬던 작은 녀석도 작년에 입대해서 일산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두녀석 모두 경기도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것에서 훈련을 받은 것보다는 편한 군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대에서 안내장이 온 시간에 맞춰서 안내된 장소에 찾아갔다. 수료장소가 집에서 불과 15km 떨어져 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집생각이 나지 않았을 터인데 너무 가까이 있어서 집생각이 많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수료식에 섭섭하지 말라고 집사람과 둘이서 함께 방문했다. 훈련을 받는 아들은 춥고 힘들었겠지만 이제 완연한 봄이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사단 연병장에서 수료식이 치뤄지는 모양이다. 멀리서부터 씩씩한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군기가 바싹 든 훈련병들이 등장한다. 아들이 속해 있는 중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입장하는 아들을 바로 찾을 수가 있었다.
큰 손자의 수료식에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오고 싶어 하셨지만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여서 오지 못한다고 섭섭하다고 하신다. 큰 손자가 눈에 많이 밟히시는 모양이다. 작은 아들 수료식에 가지 않았다면 오늘 큰 아들 수료식에도 가지 않았을 터인데 차별대우를 할 수 없어 오늘도 시간을 내서 참석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버지들이 많았겠지만, 아들 수료식장에서 생각보다 많은 가족들이 참석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너무 나약하게 키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야외에서 치뤄지는 행사라서 그런지 아님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인지 수료식 행사진행이 간결하게 이루어졌다. 식순에 따라 수료식이 끝나고 가족이 아들이 계급장을 달아주는 순서가 되었다. 이미 작은 아들의 수료식을 한번 치루어 보았음에도 집사람은 아들을 보더니 눈물이 나는 모양이다. 나는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아주 덤덤한데... 옛날 장교가 임관할 때 소위계급장을 달아 주었어도 사병은 수료식에 가족이 초청하지도 않았는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작은 아들때와 마찬가지로 아들에게 집사람이 이병 계급장을 붙여 주었다.
큰아들의 키는 나보다도 작아서 요즘 남자 아이들의 평균키보다 많이 작아 안타까움이 있기는 하지만, 키 작은 것을 빼고 나면 나무랄 때가 없는 친구이다. 아버지가 빨리 보고 싶어서 개월수를 채우지 못하고 일찍 태어난 영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1.3kg의 미숙아로 태어나 별탈없이 건강하게 자라 준것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게는 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돌이 되기 전에 아이 손잡고 다니는 부모가 엄청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아들이 잘 자라서 군대에 갔고, 또 훈련을 잘 받고 수료까지 하게 되었으니 더 큰 바램은 없다. 이제 남은 군생활을 무사히 잘 마치고 사회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아들 계급장을 달아주는 행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수료식이 진행되었다. 이미 행사 준비를 여러번 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 부모님께 감사표현을 하는 퍼포먼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영혼들이었을텐데 한달만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젊은이로 만들어 냈으, 군대라는 조직도 꽤 괜찮은 곳으로 애정을 가지고 대해 주어야 할 듯하다. 수료식을 마치고 가족과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함께 훈련 받은 동료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들 동기생들이 함께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으로 봐서 훈련을 받는 동안 동기들과 잘 지냈던 모양이다.
수료식을 마치고 나서 가족이 수료식에 참석한 병사에 한해서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외출이 주어졌다. 꽤 많은 수료생 가운데에서도 가족이 찾아오지 않은 병사도 몇 명은 있는 모양이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같은 내무반에 있는 동기중에 수료식에 가족이 오지 않은 친구가 있으면 함께 밥이라도 사줄까 했는데, 그런 친구는 없는 모양이다. 식사 장소는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일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제때 하지 못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들 먼저 군대 보낸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갔는데 큰 아들도 사회음식이 많이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군생활을 했던 때를 기억해 보아도 동료들과 대화의 주제가 먹는 것과 여자 이야기가 대분분이었던 것 같다. 훈련이 힘이 들수로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 대한 향수가 짙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통제되어 있고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모처럼 먹고 싶었던 음식을 충분히 먹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레스토랑에 함께 교육을 받았던 동료가 와서 사진도 찍어 주었다.
식사를 하고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부대 주변에는 갈 곳이 없었다. 작은 녀석이 수료하던 날에는 감기에 걸려서 나와 병원을 데리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큰 아들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PC방에 보내서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들을 데리고 잠시 집 근처에 있는 호수공원으로 와서 산책을 했다. 거리상 15k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급하면 바로 되돌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처럼의 호수공원 산책인데 몸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나리는 이미 꽃이 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나무에는 파릇 파릇 새싹이 돋기 시작한 상태였다. 코트를 입고 돌아다니려니 땀이 흐르려고 한다. 아들도 모처럼의 자유가 마냥 행복한 모양이다.
호수공원 산책을 마치고 잠시 집으로 데리고 와서 샤워만 해서 보내기로 했다. 부대에서 집이 가까우니까 이런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아님 부대 주변에 있는 대중탕을 찾았어야 했을 터인데... 샤워를 마치고 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외출 허락 시간이 되기 전에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수로식을 진행했던 사단 본부내에도 벚꽃이 한창이다. 오늘 수료식을 마친 아들은 바로 교육을 받은 사단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야전수송학교로 후반기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후반기 교육이 끝나고 나서 어느 부대로 갈지 결정이 된다고 하는데, 경기도에 있는 부대에 배치받을 예정이어서 강원도까지는 가지 않을 모양이다. 운전병이 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떤 보직이 주어지던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건강하게 제대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아들이 가족과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훈련을 받은 장소는 사단 본부가 아니라 본부에서 조금 떨어진 신병교육대였다고 하는데 신병교육대로 사병들을 태우고 갈 버스가 여러대 준비되어 있었다. 신병교육대에는 가족이 와서 행사를 할만한 장소가 없어서 사단본부에서 행사를 햇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버스에 타기 앞서 참석한 가족들을 향해서 큰절을 하고 떠났다. 큰 아들도 기초훈련을 잘 마쳤으니 다시 후반기 교육도 별탈없이 잘 마치기를 바란다. 군대에 가기전에 운전 면허증을 따 놓았기 때문에 수송학교에 가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듯 싶다.
작은 아들때와는 달리 녀석을 먼저 버스에 태워 보내려 하니 마음이 찡하다. 함께 수료한 대부분의 동기들은 용인지역에서 군생활을 하게 되고 일부는 다시 병과에 따라서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두어달 더 기다려야 어느 곳에서 군생활을 하게 될지 결정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 군생활을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조급한 마음을 먹지 말고, 학생때와는 달리 다양한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라고 부탁을 해 놓았다. 잘 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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