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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일주 (2014.1.5)

남녘하늘 2016. 3. 21. 00:38

 

 날씨가 포근해져서 겨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신년의 첫 일요일 아침이다. 아침을 먹고 나서 집사람과 함께 서울의 남산이라도 한번 가 볼까 생각했었는데, 굳이 남산까지 가서 고생만 하고 올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수원성을 한번 둘러보자고 결정하고 꼭 1년전에 시도했다가 추운 날씨로 인해 다 돌아보지 못했던 수원 화성을 방문했다. 

 

 작년 신년에도 새해를 맞아 온 가족에 수원성을 방문했었다. 그러나 수원성 일주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지 못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나가는 바람에 성곽 전체를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왔었다. 그 이후로 날씨가 좋은 계절에 다시 도전했어야 했는데 가보지 못하다가 다시 신년 벽두에 수원 화성 전체를 모두 둘러 보기로 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궁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창룡문 근처에있는 동장대에서 출발해서 시계 역방향으로 화성을 일주 했다. 가족들은 청룡열차를 한번 타 보았으면 했는데 이미 빨리 출발하는 시간의 승차권은 모두 팔렸고 오후 4시 30분 표부터 남아 있어 다음에 타자고 하고 그냥 걷기 시작했다. 성 일주를 하러 왔으면 튼튼한 다리로 성곽을 걸어서 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수원성은 수원 시내 중심에 위치한 것으로 다른 어느 성곽보다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우리나라 성곽중 뛰어난 건축물이다. 더구나 수원성은 정조시대의 역사·문화, 정조의 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조 때 축조된 건물로 오래된 문화유산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대부분의 성곽은 현대에 와서 복원된 것이다. 자연적인 풍화 작용으로 무너진 성벽이 있고, 일제 강점기 때의 대홍수로 유실이 되었으며, 특히 6.25 전쟁 때 폭격으로 인하여 구조물의 상당수가 파괴되어 버렸다. 성곽의 상당 구간이 복원된 문화재이다.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성곽 순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다. 성곽을 돌아보려면 입장료를 받는데 수원시민에게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성곽으로 접근하는 길이 너무나 많이 열려 있어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는 근처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그냥 입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원성은 4대문을 중심으로 암문(暗門) 4개, 수문(水門) 2개, 적대(敵臺) 4개, 공심돈(空心墩) 3개, 봉돈(烽墩) 1개, 포루(砲樓) 5개, 장대(將臺) 2개, 각루(角樓) 4개, 포루(飽樓) 5개 등 다양한 구조물을 치밀하고 규모 있게 배치하였으며, 성내에는 행궁(行宮)을 마련해 임금이 머물 수 있는 제반 시설도 갖추었다.    

 

 

 

 

 

동장대에서 성곽을 따라 장안문 방향으로 내려 오면 수원성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곳인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 나온다. 방화수류정은 화홍문 동쪽 높은 벼랑 위에 세워져 있다. 동북각루라고도 불리는 이 정자는 그 모양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자와는 다른 매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방화수류라는 이름은 중국 송나라 때 학자인 정명도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꽃을 찾고 버드나무 따라 지나간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자연의 풍류를 찾으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성의 중간을 남북으로 흐르는 수원천 위에 북수문과 남수문 등 두개의 수문이 있다. 이곳이 북수문(北水門)으로 북수문은 편액(扁額)을 화홍문(華虹門)이라고 되어 있다. 화(華)자는 화성을 의미하고, 홍(虹)자는 무지개를 뜻하는 글자로 장쾌한 물보라가 수문으로 넘쳐나는 모습을 화홍관창(華虹觀漲)이라 하여 수원팔경의 하나로 꼽았다고 한다. 지금은 수원천에 흐르는 물의 양도 그다지 많지 않고 깨끗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화홍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듯히다. 화홍문을 지나 장안문 방향으로 산책을 이어간다.     

 

 

 

 

 

 

 수원성을 출입하는 4대문은 북쪽에 장안문(長安門), 남쪽에 팔달문(八達門), 동쪽에 창룡문(蒼龍門), 서쪽에 화서문(華西門)이다. 그 중 수원성을 대표하는 성문이 장안문과 팔달문이다. 장안문은 석축으로 된 무지개문 2층에 문루가 세워져 있고 벽돌로 쌓은 반월형 옹성이 문을 둘러 싸고 있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장안문 역시 6.25전쟁 때 문루가 소실되었으나 화성 성역의궤에 의거 1978년 복원되었다. 작년 수원성 산책은 추운 날씨로 인해 장안문까지만 돌아보고 산책을 마쳤는데 오늘은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을 출발하여 5.7㎞ 정도의 수원성 성곽길을 모두 돌아보게 된다.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지나왔다. 화서문(華西門)은 화성의 서문 이며 돈(墩)은 성곽 주변을 감시하여 적군의 접근 여부를 살피고 적의 공격시 방어 시설로도 활용 되는 곳이며 공심돈(空心墩)은 돈의 내부를 빈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화성에는 서북공심돈(西北空心墩),동북공심돈,남공심돈 등 3곳이 있다. 서북공심돈은 수원화성의 하일라이트로 불리며, 공돈심이라는 시설이 화성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북공돈심 주변으로는 화서공원이라고 불리는 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지금은 시기가 이르지만 봄에 오면 산책하면서 돌아보기에 좋을 듯하다.   

 

 


 약간 가파른 팔달산을 올라오니 가장 전망에 좋은 위치에 서장대(西將臺)가 나온댜. 장대란 성곽 일대를 한눈에 바라보며 성에 주둔했던 군사들을 지휘하던 지휘소를 말하며, 화성에는 서장대와 동장대 두 곳이 있다. 서장대는 화성의 서쪽에 있는 장수의 지휘소로 화성에서 제일 높은 팔달산 정상에 위치해 성 안팎이 한눈에 들어와 성곽 일대는 물론 이 산을 둘러 싸고 있는주변의 모든 동정을 살필수 있었다고 한다. 정조가 화성장대(華城將臺)란 편익을 직접 써 주었다고 한다. 바로 아래 화성 행궁이 일목요 하게 보이고 수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장대 앞쪽 넓은 공터에 서면 수원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산 아래쪽에 있는 행궁도 보인다. 행궁(行宮)은 왕이 지방에 거동 할때 임시로 머물 거나, 전란 휴양 능원(陵園) 참배 등으로 지방에 별도 궁궐을 마련 하여 임시 기거 하는 곳을 말한다. 화성 행궁은 정조 13년(1789년) 아버지 사도세자 능인 현륭원에 행차할때 임시 거처로 사용하던 곳으로 그 어느 행궁보다 크고 웅장하였으며 활용도도 높아 경복궁의 '부궁'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곳이다. 중간에 화성 행궁을 한번 가 볼까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화성 일주를 한번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학고 다음에 화성행궁 방문과 성의 바깥으로 성을 둘러볼 계획을 세웠다.  







 팔달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서 성곽이 이어진다. 팔달산이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원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볼 수 있고, 서장대가 있어서인지 성곽의 다른 곳에 비해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집에 머물지 않고 산책삼아 나온 모양이다. 그간 우리만 주변에 좋은 곳이 있음에도 와 보지도 못하고 활용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면 다시 한번 와 보아야겠다. 이제 성곽일주 구간을 절반이상 돌아본 듯하다.   

 

 



 팔달산 정상에 위치한 서장대 옆으로 효원의 종이 있다. 종각을 개방하여 관광객이 스스로 타종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는데, 한번 치려면 천원을 내야 한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면 그냥 타종하게 하여도 괜찮을 법한데 주위 사람들이 시끄러워 하니 그런 요금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종각 옆으로는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조선시대에 가장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는 수원화성은 길이 5.7㎞, 높이 4~6m의 성벽이 130㏊의 면적을 에워싸고 있는데 6.25 전쟁때 크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1801년에 간행된 화성 준공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완벽하게 복원, 복원물에 대해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지 않는 유네스코 의심사위원을 설득해 1997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특정 건축물에 대한 설계도는 많지만 하나의 도시를 만들고 기록을 세세하게 남긴 건 수원화성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팔달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이라고 음지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팔달산에서 남포루로 내려 가는 곳은 그늘진 곳이 많아서 눈도 녹지 않고 녹은 눈이 다시 얼어붙어서 경사도 가파른데 조심해서 내려가야 했다. 수원화성에는 5개의 포루가 있는데, 남포루는 팔달문과 서남암문 사이에 있다. 

 

 

 



 조금 더 내려오니 다시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햇볕이 잘 드는지 조금 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수원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성벽중에서 경사가 급한 곳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성벽을 내려가는 입장이라 힘들지 않았다. 반대로 오른다면 길게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숨이 가쁠듯하다. 성벽을 내려오는 성벽길에서 방어시설물인 남치도 보이고, 팔달문과 부근의 지동시장 등 수원시내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이 곳이 수원지역 재래시장으로서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밖에서 장시간 보냈더니 몸이 많이 얼어붙은 느낌이어서 팔달문까지 내려와서 팔달문이 보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먹으면서 몸을 녹여 주었다. 성곽길만 걷다가 도심으로 들어오니 이런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간에 군대에 가 있는 작은 아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새해 인사를 받았다. 그래도 신년이라고 부모한테 전화를 하니 역시 남자는 군대를 보내야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들고 기특하다. 자기 전화비 나가는 것이 아까와서 콜렉트콜로 전화를 하긴 했지만...  

 

 



 팔달문은 그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사통팔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수원화성의 남문이자 정문의 역할을 했던 성문이다. 석축으로 된 무지개문 2층에 문루가 세워져 있고 벽돌로 쌓은 반원형 옹성이 문을 둘러 싸고 있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좌측으로는 팔달사 옆에서 성곽이 서장대로 이어가고 우측으로는 수원천 지동(池洞)시장 옆에서 성곽으로 이어 간다. 현재 좌우측에는 시가지가 형성되어 성곽이 끊어져 있다. 내 욕심이지만 수원시에서 예산을 집행해서 개인 주택과 상가를 매입해서 빠른 시일에 복원되었으면 한다. 더 큰 욕심은 4대문 안쪽은 개인을 모두 이주시켜 공공건물과 공원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수원이 워낙 커졌고 이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고 예산도 많아져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팔달문을 지나 지동시장을 지나면서 집사람이 칼국수를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날이 어두워진 다음에 성곽길을 걸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성곽 일주를 마치고 나서 지동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천천히 사진도 찍으면서 설명되어 있는 안내판도 꼼꼼이 읽으면서 산책을 했더니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지동시장과 이어지는 동남각루는 지난주에 왔던 곳이다. 이쪽은 일주일 사이에 날이 포근해서인지 얼음이 녹아서 다니기 편한 길이 되어 있었다.

 



 동남각루를 지나 수원화성 봉돈 주변 성곽길로 이동한다. 비교적 평평한 성곽길로 한참을 이동하니 구운 벽돌로 쌓은 5개의 봉수대가 보인다.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제압하는 돈대의 기능과 수원화성과 다른 지역과의 통신을 담당하는 봉수대의 기능을 같이 하고 있어 봉돈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중국 청나라 건축의 영향을 받아서 벽돌로 쌓아 만든 봉돈은 아래쪽은 공심돈과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으며 위쪽에는 5개의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수원화성의 봉돈은 용인 석성산 봉화, 서해안 흥천대 봉화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곽 양식에서는 보기 드문 시설물로 규모와 외관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정교하고 장려하게 축조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봉수대와는 형식이 달라 보여서 정말로 고증대로 복원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성곽길 일주를 하는 동안 날이 많이 저물고 있다. 중간에 칼국수를 먹지 않고 지나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화성 일주를 처음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두워진 다음에 멋진 조명이 되어 있는 성곽길을 산책하는 것도 운치가 있겠지만 처음 방문한 입장에서는 밝은 대낮에 돌아다녀야 주변구경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돈을 지나서는 이미 몇번 다녀 보았던 곳이어서 초행길이 아니다. 이 구간까지가 오늘 처음으로 돌아본 곳이었다. 

 

 



 포루는 성곽을 돌출시켜 만든 치성 위에 지은 목조건물로 초소나 군사대기소와 같은 곳이다. 동일포루는 화성의 5개 포루 중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른 포루와 다른 판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정자처럼 보인다. 포루를 지나 성곽길을 지나가면 드디어 창룡문이 나온다. 창룡문은 수원 화성의 동문으로 군사지휘소 역할을 했던 동장대와 인접해 있는 성문이다. 창룡문 주변에는 군사훈련을 하는 동장대가 위치하고 있어 창룡문을 드나드는 도로가 발달해 있지 않아서 과거 그다지 활용성이 높은 출입문은 아니었다고 한다. 창룡문까지 와서 오늘 수원화성 일주를 처음으로 끝냈다. 밀린 숙제를 하나 한 기분이다. 

 

 

 



 성곽 일주를 마치니 마침 해가 팔달산 너머로 떨어진다. 시간에 맞춰서 오늘 수원화성 성곽길 산책을 잘 했다는 생각이다. 다음에는 따뜻한 시기에 시간을 내서 다시 한번 돌아볼 생각이다. 그때는 성곽의 안쪽길이 아니라 성곽의 외곽길을 걸으면서 주변에 이어지는 공원도 돌아보아야겠다. 외곽으로 돌게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여지지만 또 다른 화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신년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무궁무진한데 잘 몰라서 가지 못하는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