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향교에 나와서 계림 숲을 조금만 지나면 내물왕릉이 나온다.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 탄생 설화가 담긴 계림과 계림 주변으로 김씨 왕위 세습 체계를 마련한 내물왕릉을 비롯한 5기의 고분이 자리 잡고 있다. 계림쪽으로 해서 내물왕릉향으로 가면 고분 주위의 넓은 발판은 보기 힘들다. 내물왕릉은 신라 제 17대 내물왕(奈勿王 : 재위 356~402)의 무덤으로 추정하는데, 추정하는 이유는 삼국유사에 내물왕릉은 첨성대 남서쪽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물왕릉을 제외하고는 그냥 28호분, 29호분, 118호분, 119호분으로 부르고 있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분들 사이로 첨성대가 보인다. 경주에 자주 왔어도 항상 차를 타고 이동을 해서 각 건축물이나 왕릉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는데 이곳 고분에서 첨성대가 보이니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고분과 넓은 잔디밭, 첨성대와 계림이 있는 이곳은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곳이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고분을 따라서 산책을 한번 해 보았을텐데 비 때문에 바로 계림을 통해 첨성대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니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겨우 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 알지(閼智)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유서 깊은 숲이다. 신라 탈해왕(脫解王) 때 숲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들려 확인해보니 나뭇가지에 금궤(金櫃)가 빛을 내며 걸려 있었고, 뚜껑을 열자 궤 속에서 사내아이가 나왔다 하여 성은 김으로 이름은 알지라고 했다는 전설이다. 숲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잘 관리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다. 왕버들과 팽나무. 그리고 커다란 회화나무 등이 있어 숲이 울창한 느낌이다.
계림에는 1803년(순조 3년)에 만들어진 경주 김알지 탄생 기록비(慶州金閼智誕生記錄碑)가 있다고 하는데 그냥 숲을 따라서 이동하느라 기록비를 보지는 못하고 나왔다. 경주에 올때마다 근처에 자주 왔어도 계림 숲속을 걸어본 적이 없었는데 향교쪽에서 첨성대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 숲을 통과해야만 했다. 와 보지 않았으면 좋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터인데 와서보니 너무나 좋았다. 비까지 내리니 청량한 느낌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한적한 숲길에서 산책을 즐겨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경주를 찾아오면 계림 숲속을 방문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계림을 돌아서 나오니 아까 들렀던 내물왕릉을 비롯한 118호분과 119호분등 5개의 고분이 넓은 공터와 함께 보인다. 경주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참 편안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잘 관리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높은 건물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랫만에 첨성대를 방문했는데, 주변이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어서 보기에 정말 좋았다. 국보 31호인 첨성대는 과거에 방문했을 때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었던 것 같은데 이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경주가 관광도시로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관람하는 동안에도 비가 오락가락해서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구경하기에는 더 없이 좋다. 이곳에도 자전거를 타고 방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비가 오지 않으면 그런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았다. 야간에는 조명도 멋있게 해 준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있을 수 없어 아쉽다.
내리는 비때문에 첨성대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이동한다. 첨성대 주변의 너른 공터에는 날씨가 좋다면 가족단위로 소풍을 나와서 하루를 보내도 좋을 듯 싶다.
계림숲으로 되돌아 가는 길목엔 목화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에 고향에 놀러가면 보았던 목화를 오랫만에 이곳에서 보았다. 도시에서 자란 집사람은 목화를 잘 알지도 못하고 목화에 대한 추억도 없다. 목화가 꽃을 피울무렵 따 먹으면 달달한 맛이 났는데, 어떻게 목화를 따 먹느냐고 한다. 새대차가 나는 것도 아니고, 설명을 해도 모르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어서 목화가 필 때 실제로 한번 먹어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차를 교동 최부자집 근처 교촌마을 주차장에 세워 놓고 주변을 둘러 보았기 때문에 다시 교동으로 되돌아 왔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더 재미 있는 여행이 되었을터인데 비때문에 덜 덥긴 했어도 돌아다니기에는 상당히 불편하다. 경주의 다른 곳을 둘러 볼까 생각하다가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오늘 부산을 방문했다가 내일 다시 경주를 방문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까 지나쳤던 고운님 오시는길이라는 전통찻집을 찾았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라도 한잔 하면서 여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반적인 집과는 달리 출입문보다 본채가 조금 아랫쪽에 있는 구조다. 계단 아래로 내려 오면 가꿔진 듯 아닌 듯 무심하게 꾸며진 느낌의 마당이 나오고 그 양쪽으로 두채의 집이 있는데 마당 왼쪽이 전통찻집이다. 이 오래된 고택도 300년이 된 집이라고 하는데 잘 관리를 해 놓아서 고즈넉한 느낌은 들지만 낡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꽤 유명한 집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손님이 많지 않아서 분위기가 더 좋은 듯하다.
실내로 들어서니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방이 여러개 있었다. 남성 취향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소품과 장식품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이미 손님이 와 있는 방을 제외하고 빈방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는데, 소품 하나 하나에서 주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차와 관련된 소품에서 정갈함이 느껴지는데 매일 청소하고 관리하려면 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아담한 분위기의 각 방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 찻집을 방문한 의의가 있는 듯하다.
직접 수놓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메뉴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곳이란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메뉴는 전통차 위주이고 가격은 8천원에서 만원정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1인 1메뉴를 신청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런 말을 해 놓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문한 차와 함께 약과와 과일 몇 조각도 나왔는데, 약과는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차들도 전부 하나하나 수제로 만든 것이라고 하고, 판매도 하고 있었다.
경주 교동 교촌한옥마을을 방문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전통찻집인 고운 님 오시는 길. 다른 곳을 돌아보지 못하고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실내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이 청결하게 관리되어 있었는데, 찻집 입구에 사진 찰영만으로 출입하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있는 듯하다. 다음에 경주를 다시 찾게 되면 시간을 내어서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집이다.
경주를 출발하기 앞서 부산에 있는 친구에서 간단한 선물을 하려고 들린 찰보리빵집에 들렀다. 경주하면 떠 오르는 것이 경주빵과 찰보리빵인데 경주빵은 너무 달아서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찰보리빵을 선택했다. 찰보리빵집을 찾아 대원능 앞으로 갔더니 주변에 모두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전문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어느집에 정말로 잘하는 곳인지 알수는 없지만 천보당이란 가게에 들러 빵을 맛보고 이곳에서 몇개를 구매했다. 다른 곳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빵이 달지 않고 상품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곳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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