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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부산 대구여행 4-1 (창원 소사마을) (2015.12.3)

남녘하늘 2017. 9. 30. 00:15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해서 진주 고향집에 들러서 부모님을 만나 뵈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눈이 아침에 수원 집에서 나설 때는 제법 눈이 많이 내려서 고속도로도 막히고 불편함이 많았는데 중부지방 아래로 내려오니 눈도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가을의 분위기다. 눈이 많이 내려서 차를 가지고 고향에 가야하는지도 고민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꽤 넓은 모양이다. 혹시나 싶어 스노우체인까지 챙겨서 나왔는데 고속도로는 제설작업을 해 놓아서 사용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오늘 큰 아들이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인데, 부모가 집에서 기다려 주지도 못하고 혼자 와 있으라고 말해하고 그냥 고향으로 내려왔다. 집사람은 함께 고향에 가지 않고 혼자 갔다 오라고 했지만 다 큰 아들인지라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오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냥 출발했다. 고향에 와서 점심을 먹고 부산에서 모임이 있어, 어머님이 챙겨주는 김장김치를 가지고 고향집에서 나왔다. 부산으로 이동중에 고향집에서 가까운 반성 장에 들러서 장터 구경도 하고 다시 부산으로 이동중에 창원에 있는 소사마을을 들렀다. 소사마을은 지금은 창원시로 편입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행정구역이 진해였던 곳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마을을 지키는 하얀 장승들과 분홍 배경의 벽화를 만날 수 있다. 박배덕 화백의 작품인데, 바로 여기서부터 소사마을의 문화 탐방코스가 시작된다. 갤러리는 나중에 들어가 보기로 하고 먼저 마을 골목길부터 들러 보기로 했다. 공기 좋고 조용한 마을 속에 갖가지 보물이 숨어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복고여행의 느낌이 있을지 궁금했다.   






 소사마을은 몇 십 호도 안되는 작은 마을로 어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농민이 줄어들어 빈집들이 늘어가는 동네 중에 한곳이다. 마을 입구에 있었던 벽화를 제외하곤 그냥 어릴때 우리 고향에서 보았던 풍경과 별반 차이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골목길을 들어가니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골목길이 이어진다. 돌담길을 따라서 부산라듸오, 예술사진관, 김씨공작소, 태양카라멜이란 허름한 간판을 올린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옛 풍경을 간진한 골목길이 정겹다는 생각이다.    






  김씨박물관에 들어가 보았다. 김씨박물관은 근대문화 수집가로 유명한 김현철씨가 젊은 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모았던 근대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주로 근대에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던 생활용품이나 전자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학용품부터 흑백TV, 아날로그 카메라, 진공관 라디오, 담뱃갑, 조미료통, 음료수병, 만화책 등의 다양한 옛날 용품들이 있다. 잘 정돈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당시의 사람 손때를 타 색이 바래고 먼지가 낀 대로 운치가 있다. 마치 골동품 상점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김씨 공작소 옆으로는 부산라듸오와 웅천읍 예술사진관이 적힌 옛날 간판이 눈에 띈다. 근대에는 굉장히 인기 있는 대표 업종의 가게들이다. 

가게의 진열장에는 옛 라디오들과 옛 사진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소품이나 사진이나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이 골목 전체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규모가 조금 더 컸다면 좋았을 터인데 생각보다는 조금 적은 것이 아쉽다. 마을 자체가 그다지 큰 것이 아니어서 그런 모양이다.   





 마을 중간에는 보수공사를 끝낸 이 마을 출신의 김달진 시인의 생가가 있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데 출입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시골집으로서는 꽤 큰 규모의 집인데 이 동네에서는 잘 사는 유지었던 것 같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김달진 시인은 한학자이며 교육자라고 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던 시인인데 이곳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최근에 보수를 한 모양으로 상당히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생가 대문 맞은편에 김달진 문학관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새로 지은 건물로 소사마을에서는 가장 깨끗한 신식 건물 같아 보이는데,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문학관 안에는 선생의 연보, 유품과 선생의 작품을 쓴 붓글씨 작품들이 잘 정리되어 전시되고 있다. 입구에 김달진 선생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다. 문학관 안에는 시인의 시를 서예가들이 다양한 서체로 쓴 액자가 많이 걸려 있다. 소탈하게 사셨던 분이라 문학관 내 유품이 그리 많지는 않다. 유리 장 안에 붓, 벼루, 향합, 낙관, 시계, 안경, 부체, 목침, 친필원고 등 소품이 조촐하게 전시되어 있다. 






 김달진 문학관에서 나와 하얀 장승을 따라 조금 이동하다 보니 박배덕 갤러리의 입구가 나왔다. 소사마을을 오면서 이곳부터 들어가 볼까 하다가 제일 끝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은 지역 예술가인 박배덕 화백이 전시 공간을 꾸며 운영하는 곳이다. 이 갤러리에서는 박배덕 화백의 다양한 작품을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감상 할 수 있다. 회화 작품부터 작은 조각과 조형물들까지 엄청 다양한데, 전시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잘 구성해 놓았다. 곳곳에 작가의 세심한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다.  






 실내 전시장에는 실물 사진을 보는 듯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눈으로만 감상하라고 쓰여 있었지만, 따로 안내를 하거나 CCTV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시품 옆에는 그림 가격이 붙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고가의 그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로 지키고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 화풍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는데 재료를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조금 궁금했다.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용한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 유화 작품들이었다. 









 실내 전시장을 나와 집 마당에도 여러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내가 예술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박배덕 작가는 회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과 설치예술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작가인 듯하다. 무심하게 마당에 세워놓은 것 같기도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을만큼 꼼꼼하게 만들어놓은 작품에 감탄이 절도 나온다. 곳곳에 사진을 찍는 자리라고 안내까지 해 놓아 사진을 찍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된다면 작가를 한번 만나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사마을을 돌아보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골목길과 문학관과 전시관을 모두 둘러 보는데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았다. 동네가 그리 큰 것이 아니어서 이 곳만 보려고 진해까지 오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 같고 진해에 꽃 구경이나 지나쳐 가는 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한번 방문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소사마을 주변에도 아파트가 세워져 있어 이곳도 머지 않아 개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작은 공간이라도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