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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랑 이바구길 등 (2016.5.30)

남녘하늘 2017. 12. 14. 00:27


 부산역 앞에서 초량 이바구길 168계단에 이르는 구간에 창조적 예술컨텐츠 전시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골목갤러리 조성과 관련해서 자문을 해 주기 위해서 부산 초량에 방문했다. 부산은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가 본 곳이 많지만 오늘 와본 초량은 부산역 앞에 있는 지역으로 배번 차만 타고 지나치기만 했지 실제로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다.  


 부산역 앞에 있는 차이나타운 특구와 맞은편에 옛 텍사스 거리는 부산역을 이용할 때 몇 번 와 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습도 거의 사라지고 없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리 입구에는 시간을 정해서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표지판도 보았는데...  간혹 미국의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입항할 때면 미군들이 이 거리에 몰려들어 북적이기도 한다고 한다. 한때 감천항으로 들어온 러시아 선원들이 모여들면서 부산역 앞 텍사스거리에는 러시아 보따리 상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나기도 했었는데 그마저도 뜸해진지가 오래되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은 1965년까지 부산 인구를 40만 명 수준으로 맞추고 도시계획을 세웠는데, 해방 직후 28만이었던 부산 인구는 귀환 동포들이 자리를 잡으며 47만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게다가 6·25전쟁이 터지면서 부산으로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피난민들은 평지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며 자리를 잡게 되었다. 피난민들은 나무판자 등을 이용해서 판자집을 지었고, 판자촌은 불어나서 산동네 가파른 언덕 꼭대기까지 지어졌다. 특히 부산역 맞은편의 초량과 그 아래 영주동이 대표적인 산동네였고 아직까지도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2013년 3월 부산역 맞은편 옛 남선창고 터에서 산복도로 까꼬막(산비탈의 경상도 사투리)까지 1.5㎞ 구간을 초량 산복도로 이바구길로 조성했다. 이바구란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부산의 다양한 이바구길 중에서도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초량 이바구길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부산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길 위에 어떤 것을 더 담아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할 계획이다. 






 부산 최초 물류창고인 남선창고 터에서부터 지금은 빈티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옛 백제병원 건물을 지나 초량초등학교와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인 초량교회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이바구길이 시작된다. 담장에 있는 마을 지도를 참고하고, 부산 동구 출신의 인물에 대한 내용과 초량초등학교 출신의 유명인사에 대한 안내판을 보면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계단까지 걸어가 본다. 재개발은 하지 못해 달동내 느낌이 남아 있지만 이곳을 새롭게 단장하려고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던 흔적이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그 유명한 일명 168 계단이라고 불리는 높은 계단이 나왔다. 계단 옆으로는 우물이 있는데 피난 내려온 초량 주민들이 사용하던 우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물을 쩌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다녔을 것이다. 이런 불편함이 있어서 이 지역이 낙후되고 주민들이 더 편한 곳으로 떠나갔다. 남아 있는 주민은 그마저 이주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지나치면서 보니 빈집도 제법 보이고, 집을 헐어낸 공터도 많이 보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혀서 전면적인 재개발은 힘든 모양이다. 낙후된 도심이 예술을 접목시켜 문화 공간을 만들어 볼 계획을 가지고 여러가지 제안을 할 계획이다.   







 보기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 것만 같이 가파른 계단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게 윗쪽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구청에서 만든 모노레일은 별도의 요금을 내지는 않는다. 개통한지 몇 일 되지 않아서 아직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모노레일까지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구청에서도 이곳을 개벌전에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난 일부러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가 보았다. 걸어야 그 느낌을 확실하게 느껴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계단을 오르며 중간중간 뒤돌아서면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여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168계단 중간에 김민부 전망대가 있다. 김민부는 부산 출신의 시인이자 방송작가로 15살에 신춘문예로 등단 할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 받았는데, 31살의 짧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로 시작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작사하기도 했다. 전망대에 오르면 부산역과 부산항을 비롯한 아래의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도심에 이런 전망과 부산역과의 접근성을 가지고도 쉽게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 지역에는 부동산 중계사무소도 한 곳이 없어 그 역할을 게시판이 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이 직접 적어 놓으면 세입자가 그걸 보고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만큼 주거 여건은 많이 열악한 모양이다. 모노레일 종점 근처에는 이바구 충전소라는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었다. 이 지역을 자세히 둘러 보고 싶으면 한번쯤 이용해도 괜찮을 듯하다. 부산 원도심 개발을 위해서 부산시와 동구청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예산도 많이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모야잉다.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필요에 의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단계 높은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 약간의 조언을 할 예정이다.  





 초량 이바구길을 돌아보고 나서 다시 동구 범일 1동과 부산진구 범천 2동에 있는 안창마을로 이동했다. 산속의 좁은 분지에 자리 잡은 안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안창 마을로 부른다고 한다. 이곳 역시 초량 이바구길이 있는 곳과 마찬가지로 6·25 전쟁 때 모여든 피난민들의 무허가 판자촌으로 형성되어 비슷한 느낌의 동네였다. 1970년대에 겨우 전기가 들어왔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마을이지만, 주거 비용이 저렴하고 도심에서 가까워 처음 부산으로 유입한 외지인들의 일시적 거주지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산 아래 마을이나 숲도 있어 좋지만 역시 생활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어 보인다. 독일 간호사 출신인 루미네 수녀가 달동네인 안창마을에서 봉사를 했던 것을 기념하는 루미네 수녀 기념관이 이 동네에서 가장 깨끗한 건물이었다.  






 마을 언덕 너머로는 동의대학교가 있었다. 기숙사가 부족해서 안창마을 쪽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나름 부산을 많이 다녀서 여러 곳을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보지 않은 곳이 생각보다는 많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이 동네가 오리고기 식당이 허나 둘 들어서면서 오리고기로 유명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안창마을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호랑이마을이라고 부르면서 마을 곳곳에 호랑이와 관련된 벽화도 그려 놓았다. 마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벽화 몇 점 그려놓고 골목길 이름 바꾸는 것으로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원주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안창마을에 온 김에 마을 뒷편에 있는 해발 300m의 수정산에 올라가 보았다. 안창마을이 워낙 고지대에 있어서 정상까지 별로 걷지 않아도 된다. 산 정상이 바로 통일교의 성지라고 한다. 통일교에서 본성지'고 부르는 부산 범내골 성지인데, 교주인 문선명이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와서 통일교의 기초를 닦은 장소라고 해서 이곳에 온김에 한번 올라가 보았다. 성지로 오르는 길에 구도의 길이라고 하면서 안내판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 부근에 가니 돌탑도 세워져 있고, 태극기를 중심으로 왼쪽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기, 오른쪽에는 통일교 깃발이 펄럭이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통일교 성지라서 이곳에 통일교도들이 순례를 많이 온다고 한다. 허름해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처럼 평생 가보고 싶은 성지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통일교의 교리서인 원리강론의 모태인 원리원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종교에 관해서 편협함이 없는지라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종교가 세계에 통하고 있으니 기분 나빠할 일은 아닌 듯하다. 









 정상에서 맑은 날에는 영도 봉래산에서 멀리 대마도까지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다지 맑은 날씨가 아니어서 겨우 부산 시내와 부산항부두가 희미하게 내려다 보인다. 낮은 산이지만 구두를 신고 산에 오르니 덥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올라온 안창마을로 내려갈까 하다가 온김에 산길을 따라서 범일동 주민세터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언제 다시 한번 수정산에 오기 어려울 듯해서였다. 산길은 동네 사람들이 마실 나오는 것처럼 잘 관리되어 있었다.    









 오늘 초량 이바구길에서 부터 안창마을을 거쳐 범내골 통일교 성지까지 함께 했던 일행들과 산에서 내려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관 주도의 모델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고 민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어서 새로운 제안이 필요할 듯해서 조언을 해 주려고 방문했던 일정이었다. 부산 시내 중심가에 이런 장소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앞으로 좋은 컨셉을 잡고 주민과 투자가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