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뒤에 ITC산악회에서 관악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는데 미리 사전답사를 다녀 왔다. 관악산을 아주 많이 가 보았어도 서울대쪽에서 올라가 본 적이 없어서 실제 산행을 할 때 헤메지 않으려고 미리 답사 산행을 했다. 산행 리더를 함께 맡고 있는 선배님과 둘이서 산에 올랐다. 선배님은 서울대 방면에서 여러번 올라가 보았다고 한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대 안으로 진입하여 건설환경종합연구소(316동)에서 하차했다. 서울대를 들어와서도 한참 올라온 곳이여서 관악산의 중턱은 되는 느낌이다.
서울대학교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산행을 시작하여 되어 거리는 짧지만 바위구간이 많아서 산행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아서 산행에 어려움은 없다. 아직 공사중에 있는 건설환경종합연구소 바로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방향으로 하산은 여러번 해 보았지만 이렇게 올라가 보는 것은 처음이다. 입구에서는 그다지 가파른 길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조금 지나니 암벽길이 나왔다.
반복되는 암벽구간이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연주대까지 거리가 2Km가 안되는 짧은 구간으로 암벽 등반 연습구간이라 할만하다. 어짜피 산 전체가 바위로 뒤덮여 있는 관악산은 어느 등산로를 택하든지 바위는 피할 수가 없고, 암릉을 만나게 된다. 사전답사로 오르는 산행이어서 여유롭게 산에 오른다. 조금 올라 왔는데 바로 전망이 트이면서 아래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의 모습이 내려다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서울의 남쪽 풍광이 들어온다.
자운암 능선길을 따라서 조금 더 오르니 관악산 정상과 기상관측소, 방송 송신소가 보인다. 이 능선길이 관악산 정상에 오르는 최단 거리라고 한다. 조금씩 오를수록 자연과 도시가 어울어져 보이는 멋진 풍광에 피로가 날아가는 느낌이다. 바위 구간이 많아서 햇살은 피할 수 없지만 그다지 덥다는 느낌은 아니다.
쉬엄 쉬엄 50여분을 오르니 토끼바위가 나왔다. 토끼바위라고 하지만 뒷쪽에서 보면 그 느낌이 없는데 올라가서 남쪽으로 돌아가 보니 토끼가 보인다. 누군가 바위에 토끼의 눈을 그려 놓았다. 눈까지 그려 놓으니 정말로 토끼 바위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드는 관악산 토끼 바위다. 이제 정상까지는 절반도 남지 않은 듯하다. 기상관측소가 바로 앞에 있는 듯하다.
자운암 능선의 국기봉을 지나면서 한번 올라가 볼까 하다가 괜스레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국기봉에 오르지는 않고 국기봉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기고 출발한다. 이제 정상이 그리 멀지 않다. 오르는 내내 사방을 돌아볼 수 있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 주어서 산행이 즐겁다. 이 코스로 동문들에게 소개해 주어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조금 힘들거나 위험한 구간에서는 우회를 하거나 천천히 이동하면 될 것이다.
국기봉에서 10여분간 오르면 정상을 향한 마지막 바위 오름길이 나온다. 바위길이지만 걷기에 불편함도 없고 일부 구간에는 로프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불편함은 없다. 사진으로 보면 위험해 보이는 바위길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행코스라고 생각한다. 정상 바로 아래 송신탑과 헬기장에 이어진다. 천천히 올랐음에도 오르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에 동문들과 함께 올라도 2시간을 잡으면 충분할 것 같다.
관악산( 629m)은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이라 불린다. 산세의 수려한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으로도 불린다. 실제 정상은 정상석에서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자운암 능선으로 오르는 동안에는 산행객들이 많지 않았는데 정상 근처에 오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정상 부근 넓은 터에 사다리꼴 모양의 바위에 관악산이라는 글씨가 써 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나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한장 남기고 과천 향교방향으로 내려오면 연주암이 나온다. 고즈넉한 산사이지만 이미 많은 등산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등산객들 중에는 일부러 무료로 준다는 점심공양을 위하여 식당을 찾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밥을 얻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힘들게 여기까지 음식재료를 옮겨 왔을 터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아직 연주암에 와서 공양을 먹은 적이 없다.
연주암에서 과천향교쪽을 하산하지 않고 다시 정상쪽으로 올라와서 사당역쪽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서 하산하기로 했다. 3주 뒤에 일행과 함께사당역으로 하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0여채의 조선시대 절터 유적이 있는 관악사지 방면이 오늘 하산코스다. 관악사지 왼편으로 나 있는 사당능선, 관음사능선으로 해서 사당역으로 내려간다. 올라 올 때에 비해서는 편안한 산행을 하게 된다.
사당역에서 이 능선을 따라 산에 올라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다. 아직 점심 시간 전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내려 오는 동안 곳곳에 자운암 능선과는 달리 헬기장과 데크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산행을 하기에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데크가 있는 곳은 비교적 조망이 좋은 곳들이었는데 전망대마다 쉬어 가면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한두군데만 가보고 곧장 내려왔다. 연주대에서 사당역까지는 6km거리로 내려가는 길은 천천히 쉬어가도 2시간이면 넉넉하지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는 긴 거리라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마당바위, 하마바위를 거쳐서 안내판을 따라서 사당역으로 계속해서 하산중이다. 올라갈 때에 비해서는 아기자기한 바위가 있는 능선길이어서 편하긴 하지만 거리는 상당히 멀다. 하산길도 능선길이어서 조망은 좋은 편이고 올라갈 때에 비해서는 엄청 편안한 느낌이다.
막판에 길을 잘못 들어서 사당역으로 가지 못하고 인현동 방향으로 내려왔다. 표시판을 보면서 내려왔는데 삼거리 갈림길에서 잠시 한눈을 팔았나 보다. 그래도 중간 중간 안내판이 잘 되어 있었으면 착각하지 않았을 터인데 조금은 아쉽다. 다음에 동문들과 함께 올 때는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 때문에 사전답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인현동으로 내려 와서 버스로 2정거장을 더 걸어서 사당역에 도착했다.
산에는 함께 오르지 못했던 집사람을 사당역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늘 산행은 바위가 많은 코스가 있기는 했지만 짧은 구간이었고 서울대 공학관 앞에서 출발하는 산행이어서 관악산 중턱에서 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오르는데 힘이 들지는 않았다. 함께 산행을 했으면 멋진 풍광도 구경하고 좋았을 터인데 아쉽다. 점심 식사도 함께 하고 서초구청에서 진행하는 주말장터 구경도 하고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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