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산악회에서 관악산으로 산행이 다녀 왔다. 3주전에 관악산을 미리 한번 다녀와서 회원들을 리딩하는데 문제가 없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모여야 회원들이 붎편하지 않게 모일 듯해서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함께 모여서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대 안쪽으로 들어가서 산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에 계속해서 한강 이북으로만 산행을 다녀서 지난달 남한산성에 이어서 이번달에도 관악산으로 산행지를 정했다. 답사 산행때와 마찬가지로 마을버스로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316동) 에서 하차해 산행을 시작한다.
두 명이서 산행할 때와는 달리 여러 명의 회원이 함께 하니 같은 장소도 그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람과 함께 교류하면서 지내야 하는 모양이다. 웃고 떠들면서 산행을 하니 자연스레 산행 속도는 많이 늦어졌다. 3주전에 관악산에 오를 때에는 쉬엄 쉬엄 올라도 50여분만에 토끼바위에 올랐는데, 오늘은 1시간도 훨씬 지나가 버렸다. 참석한 회원들이 전망이 좋은 자운암 능선을 오르면서 사진을 많이 찍은 것도 지체된 원인일 것이다. 토끼바위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남기고 가느라 늦어진 산행 예정시간이 더 늦어졌다.
자운암 능선을 오르면서 조금 조심스러운 구간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한결같이 코스가 좋다고 말한다. 위험한 구간을 우회시키려고 했더니 모두 조심스럽게 함께 오르겠다고 해서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산행 초보자도 전망이 좋은 곳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져서 조금 무리를 하는 것 같았다. 산에서 사고는 자신을 너무 믿고 조심하지 않을 때가 더 많이 발생한다. 본인이 조심하면서 움직이면 속도는 늦을지라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오늘 산행에도 자운암 능선에는 다른 일행이 없어서 늦게 이동해도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다. 국기봉 구간과 빨래판 바위 등 계속되는 오르막을 즐겁게 오른다.
국기봉을 지나서 정상에 오르기 전 나무 그늘 아래서 간식 시간을 가졌다. 중간 중간 로프를 이용해야 하는 구간도 있고, 풍광이 좋은 구간이 워낙 많아서 지체하다 보니 2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르막 구간이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약간 허기가 몰려올 시간이어서 연주암 근처에서 간식을 하려 했던 일정을 조금 당겨서 했다. 땀 흘리고 먹는 간식은 언제나 맛있다.
간식 시간을 끝내고 다시 정상을 향해 이동한다. 오랫만에 관악산에서 바위를 원없이 만지고 온 날이다. 우회를 하더라도 경사만 조금 덜 급할 뿐 바위길은 마찬가지다. 바위 구간이 끝날 무렵 헬기장이 나온다. 조금 윗쪽으로는 송신탑도 보이고 기상관측 레이더 센터도 보인다. 이제 정상까지는 거의 다 올라 온 셈이다.
관악산 정상석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관악산( 629m)은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이라 불린다. 정상석은 외부에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상에 있던 바위에 글씨를 새겨 넣은 것이라고 한다. 정상석을 당연히 다른 곳에서 가져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단체 인증샷을 함께 찍기 위해서 많이 기다려야 했다. 정상석을 지나 연주대까지 한번 가 보았어야 했는데 아무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일행을 따라서 하산을 준비한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연주암으로 다시 내려간다. 관악산 기상레이더 관측소 옆의 불꽃바위가 정상석 보다 3m 더 높은 632m라고 한다. 근처에 관악산의 상징중에 하나인 연주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있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그냥 연주암으로 내려간다.
오늘도 연주암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정상을 다녀온 사람이나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 모두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사찰이다. 연주암(戀主庵)은 조선시대 초기 세조의 아들인 양녕(讓寧)과 효령(孝寧)이 궁을 떠나 한 동안 이곳 관악사(연주암의 본래 이름)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름도 이들의 '뜻을 헤아린 사람들이 연주암이라고 부르게 되어서 보통의 절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올라 올 때는 많이 더웠지만 절집 아래는 시원함이 있다.
당초 계획은 과천향교쪽을 하산하지 않고 다시 정상쪽으로 올라와서 사당역쪽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서 하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산에 오르면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 사당능선이 길고 힘들다고 그냥 과천 향교쪽으로 내려 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지난번 왔을 때 사당능선이 조금 길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자연히 해소되었다. 연주암에서 향교로 내려가는 계곡을 자하동천(紫霞洞天)이라고 한다. 과천 향교쪽으로는 계곡을 따라서 오르막이 없는 계단길을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내려가는 시간도 많이 절약된다.
사당역쪽에 사전답사를 갔을 때 갔던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인에게 사당역쪽 맛집을 소개 받아 놓았는데 과천향교로 내려 오는 바람에 미리 알아둔 것이 쓸모없이 되었다. 과천향교 인근, 관악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땅이네'라는 입구에 있는 식당이어서 사람이 많을줄 알았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맛도 비교적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사당역으로 내려 가지 않고 과천으로 내려 오는 덕분에 하산 시간을 1시간 이상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안전하고 편안한 산행을 마쳤다.
'나의 생각과 생활 >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령 산행 - 20차 동문산행 (2016.12.10) (0) | 2018.06.02 |
---|---|
호명산 산행 - 18차 동문산행 (2016.10.8) (0) | 2018.04.19 |
관악산 산행 (2016.9.3) (0) | 2018.04.05 |
정암산, 해협산 (2016.8.21) (0) | 2018.03.22 |
남한산성 산행 - ITC 산악회 (2016.8.20) (0) | 2018.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