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 ('17.2)

교토마라톤 16-14 (기요미즈테라 ) (2017.2)

남녘하늘 2018. 8. 1. 00:12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테라(淸水寺)로 향했다. 교토 시내의 관광지는 전철이 닿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는 버스가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중간에 일행중에 한명이 교토역 카페에 손가방을 놓고 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나와 함께 두사람만 교토역으로 돌아가서 가방을 찾아 보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은 그냥 기요미즈테라(淸水寺)로 이동해서 구경하고 있기로 했다. 다행히 카페에 가서 손가방을 찾아서 부지런히 돌아 왔음에도 앞서간 일행들과는 30분 이상 차이가 나서 부지런히 일행을 쫒아갔다. 기요미즈테라로 가는 언덕길에도 볼거리가 많은데 비도 내리고 일행을 쫒아 가느라 사진 한장 찍지 못하고 지나친다. 여러번 방문했었기 때문에 오르는 길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기요미즈테라(淸水寺)의 혼도(本堂:본당 건물)는 도쿠가와 이에미츠(徳川家光)의 기부에 의해 1633년에 재건된 것으로 기요미즈노부타이(清水の舞台)로 알려져 있는 건물이다. 건물의 앞부분은 산의 경사면에 세워져 있는데, 절벽의 바위위에 139개의 기둥을 빼곡하게 박아서 건축물을 바쳐 들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왔을 때에는 본당 앞에서 보이던 오쿠노인(奧の院)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보수공사를 마쳤고 이번에는 본당에 본격적인 보수공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음에도 공사하는 인부의 모습과 대형 중장비의 모습이 보인다. 기요미즈테라는 외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사랑 받는 장소이기 때문에 연중 관광객이 엄청 많다고 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기요미즈테라의 혼도(本堂)의 왼쪽편에 있는 오쿠노인(奧の院) 쪽으로 이동했다. 오쿠노인 건물 앞이 기요미즈테라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혼도(本堂)과 교토 시내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혼토가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제대로 된 혼도의 모습을 보기에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2020년에 공사가 끝난다고 하니 앞으로 본당의 모습은 제대로 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 비도 오락가락 하고 있어서 여행을 하기에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기요미즈테라가 위치한 곳이 오토와야마(音羽山) 중턱 부근이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앞이 탁 트여서 멀리 교토시내가 내려다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고 흐려서 몽환적으로 시내 모습이 보인다. 본당 앞쪽은 겨울이라 나무잎이 모두 떨여져 있었지만 봄부터 가을까지의 풍광은 또 다른 모습일 듯하다. 혼도(本堂)와 3층탑인 산쥬노토(三重塔) 사이에 있는 나무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고 해서 긴운케이(錦雲溪)라는 부른다고 한다. 벚나무와 단풍나무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봄이나 가을에 한번 더 오면 좋을텐데...  





 혼도(本堂) 아래에 있는 오토와노 타키(音羽の 瀧)인데 폭포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3개인데 각각의 물줄기는 지혜, 연애, 장수를 뜻한다고 한다. 욕심을 내어 세 물줄기를 모두 마시면 오히려 불운이 따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마시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줄기가 멀다 보니, 손잡이가 긴 국자로 이용해서 물을 받아야 한다. 원래 이곳에는 항상 줄을 길게 늘어서곤 했었는데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빗물이 섞였을 것 같아 물은 마시지 않고 지나친다.   





 산 경사면에 172개의 느티나무 기둥을 이용하여 가케즈쿠리(懸造り) 방식으로 만든 혼도(本堂)의 모습. 높이가 12m, 4층 건물 높이라는데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하부구조를 만든 다음, 410개 이상의 노송나무 판자를 깔아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철구조물인 H빔을 세워 놓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보수 공사 때문에 대형 크레인도 절안에 들어와 있고 실제로 철구조물을 세워서 보수 작업을 하고 있어 좋은 구경 하나를 놓치는 느낌이다. 함께 온 일행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함께 입장을 했으면 기요미즈테라(淸水寺)의 다른 쪽을 구경했을 터인데 밖으로 나가는 방향이어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요미즈테라(淸水寺)를 나오기 전에 단체 사진을 한장 찍었다. 좁은 사찰 안에서 흩어져 구경을 하다가 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교토역에 가방만 놓고 오지 않았으면 체계적인 안내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절에서 나올 때까지도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혼도(本堂)가 더 높은 곳에 있어서 올라 갔다가 내려오니 입구와 같은 높이에 나가는 길이 연결된다.     





 입장할 때 급하게 들어오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던 기요미즈테라(淸水寺)의 정문인 니오몬(仁王門) 앞에 도착했다. 선명한 붉은 칠을 한 문이라고 해서 아카몬(赤門)이라고도 불린다. 이 문은 무로마치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현재 나머지 건물들은 1629년 대화재로 소실된 후 1633년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니오몬(仁王門) 앞 좌우 양쪽에 사자 석상이 있는데, 둘다 입을 벌리고 있다. 이렇게 입을 벌리고 있는 석상은 드문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교토 가면 선물로 꼭 챙긴다는 교토의 명물 야츠하시(八ッ橋)는 기요미즈테라(淸水寺) 입구 상점가에서 많이 판매하고 있다. 원래의 야츠하시는 쌀가루와 계피를 넣고 반죽해 앙꼬를 넣은 교토의 전통 떡이다. 맛은 우리나라 단팥 모찌를 연상하면 된다. 요즘은 종류가 다양해져서 떡 같은 야츠하시뿐만 아니라, 속에 딸기맛 녹차맛 등을 넣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작년에 숙모님이 알려 주었던 혼케 니시오 야츠하시 (本家西尾八ッ橋) 가서 야츠하시를 선물로 구입했다.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가야 하기에 이곳에서 몇 가지 선물을 추가로 구입했다. 상점에 들어온 관광객들에게 여러가지 야츠하시를 마음껏 시식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만큼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상점문을 닫을 때가 되었고 비가 오지만 좁은 골목길에 관광객이 여전히 많이 있다. 기요미즈테라(淸水寺) 앞의 상점가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도 많이 볼 수 있고 전통가옥이 문화유산과 더불어 옛날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진짜 일본에 온 느낌이 든다. 봄,가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골목길을 지나가기도 힘들다고 한다. 올라갈 때 기다리는 일행때문에 구경도 하지 못하고 올라갔는데 내려 오는 길에는 여유있게 주변 상가를 둘러 볼수 있었다. 외국에서 온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인지라 겨울임에도 사람이 많은 듯하다. 







 기요미즈테라를 나와서부터 사람들과 각종 기념품점으로 북적이는 거리를 기요미즈자카(淸水坂)라고 부른다. 길 양쪽으로 기념품점을 비롯해서 식당가 등이 어어져 있다. 그 길을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골목하나가 이어지는데 이곳이 유명한 산넨자카(三年坂), 니넨자카(二年坂)다. 원래의 이름은 산네이자카(産寧坂), 니네이자카(二寧坂)였다고 한다. 산네이자카는 출산의 안녕을 비는 언덕이란 이름이었는데, 계단을 걷다가 넘어지면 3년안에 죽는다는 의미로 변했다고 한다. 계단이 위험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그 거리도 중요 전통 건축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고 기념품점도 쭉 이어지고 있다. 함께 온 일행들이 지나치면서 기념품점에 들어가는 바람에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다시 난감한 상황이 시작되었다.  






 17명이나 되는 인원을 혼자서 인솔하려니 엄청 신경이 쓰였다. 이제 일본에 와서 돌아갈 때가 되니 모두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길도 잘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다. 헤어지더라도 만나야 할 장소를 정해 놓고 흩여져야 하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를 정해 놓지 않아서 사람을 찾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나도 산넨자카(三年坂), 니넨자카(二年坂)는 처음 방문했는데 어떻게 내려 왔는지 모를 지경이다. 내려 오는 길에 호칸지 야사카노토(法觀寺八坂の塔)가 보여 겨우 사진 한장만 찍고 내려 왔다. 호칸지(法觀寺)는 우리나라 고구려계 도래인과 관련된 절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자세히 볼 겨를이 없었다. 다행이 길 아랫쪽에서 다시 일행을 모두 만났다.  





 기요미즈테라(淸水寺) 구경을 마치고 다시 숙소 근처 가와라마치로 되돌아 와서, 아침에 산책을 나와서 미리 살펴 보았던 가모가와 강변의 음식점 고도시(ことし)를 찾아서 왔다. 금년이란 이름의 음식점인데 외관도 일본스럽고 분위기도 좋아 보여서 아침에 산책하면서 저녁 식사를 이곳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번 단체 식사를 할 때마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함께 식사를 하려면 고생을 했던지라 넓은 실내와 우리 인원이 딱 들어갈 수 있고, 2층에서 가모가와(鴨川)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여서 한번쯤 호사스러운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예약을 했다.






 도착해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맥주도 한잔씩 마시면서 교토 마지막날 분위기를 느껴 본다. 우리 단체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2층 홀도 있었고,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한번쯤은 호사스러운 식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미리 예약을 했는데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했다. 음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문밖에 영어메뉴와 함께 음식 사진이 게시 되어 있어서 선택한 집이었는데, 가격대비 먹을 것이 너무나 없었다. 사진에 현혹되어서 식당 선택을 잘못한 것이다.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어서 그런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냥 강변에 있는 음식점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집이었다. 서빙도 다른 음식점에 비해서 신경쓰고 있었고, 실내도 고급스러웠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가격에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양이 너무 적었다. 이런 집은 그냥  한두명이 와서 분위기를 즐기고 가는 식당이다. 이 근처에 폰도초(先斗町)에 있는 가모가와(鴨川) 강변이 보이는 음식점은 한결같이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부족했지만 그냥 부족한대로 먹고 왔고, 이곳에서 함께 온 사람들의 인간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도 있었다.     





 식당에서 내다 보이는 가모가와(鴨川) 강변과 식당 입구의 모습. 식당 입구에는 종이로 만든 우산으로 장식을 해 놓아서 한층 더 일본 음식점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식당 입구에 있던 메뉴판을 보고 현혹되어서 들어갔지만 선택한 결과는 언제나 선택한 사람의 몫이다. 다음에 교토에 오더라도 폰도초(先斗町)에 있는 강변이 보이는 식당은 다시 찾고 싶지 않다.   






 이번 마라톤 여행에서 우리가 묵었던 숙소로 돌아 왔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으로 늘 일행중 4명이 근처에 있는 캡슐호텔을 이용해야 했지만 그 또한 추억으로 남는다. 캡슐호텔이 그렇게 이상한 곳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미리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해서 온 숙소는 교토의 여관 아키주시마(京の宿 蜻蛉島)라는 곳이다. 집 한채를 전체적으로 빌려서 우리 일행이 함께 사용하려고 했는데 인원제한을 두고 있는지를 몰랐다. 알고 있었지만 우리 나라처럼 몇 사람 더 묵겠다고 하면 허용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주질 않았다. 원칙을 정하고 그대로 행하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집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고 1층에 방이 하나 있었고, 2층에 방이 3개 있었다. 집 주인인 노리야수 하기모토Noriyasu hagimoto)씨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에 잠깐만 손님을 맞으로 오고 밤에는 자기 집에 가서 자는 듯했다. 인근에 몇곳의 집을 빌려서 이런 숙박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간단한 영어도 구사할 수 있었고, 친절했지만 원칙에서는 한걸음도 물러 서지 않았다. 방도 깨끗하고 집안이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목욕탕이 하나여서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다행히 화장실은 1층과 2층에 모두 있었지만 각방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밤 늦은 시간에 교토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가와라마치(河原町)역 근처의 시조(四条) 거리를 돌아 다녀 보았다. 낮에는 현지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혼잡했던 거리가 밤 10시가 넘으니 한적한 거리도 변해 있었다. 특히 대로변에는 백화점이나 사무실 위주의 건물이 있어 더욱 한적한 느낌인 듯하다. 서울의 명동과 비슷한 곳인데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조용해 지는 것을 보면 일본사람들도 가정으로 빨리 돌아 가는 모양이다. 큰 시조(四条)거리 뒷쪽에 있는 선술집은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어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더하고 숙소로 되돌아 왔다. 이번 여행 교토에서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1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