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발리 ('15.5)

발리여행 25-15 (브사키 사원, 바뚜르 호수), (2015.5)

남녘하늘 2017. 5. 19. 06:54

 

 아궁산 기슭아래 라이스 테라스를 감상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오늘 일정의 가장 중요한 브사키 사원(Pura Besakih)으로 이동했다. 발리 동북부 3,142m의 최고봉인 아궁산(Gunung Agung) 중턱에 위치한 브사키 사원은, 2만 개가 넘게 있다는 발리의 힌두교 사원 중에서 총본산이라고 한다. 발리 사람들은 이 사원을 마더템플(Mother Temple) 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성시 하며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발리 사람들이 큰 행사를 치를 때 찾는 신성한 사원이다 보니 일년에 50개 이상의 행사가 열려서 길이 자주 막힌다고 했는데 우리가 가는 날은 큰 행사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궁산이 가까워지자 한적한 산골의 숲 속 길이 나타나고, 교통정체나 통제는 없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브사키 사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궁산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브사키 사원이 있는 곳이 아궁산의 1,000m 위치의 중턱인지라 지가 높아서 날씨가 덥지 않고 시원하며 쾌적하다.

 

 브사키 사원은 힌두교가 발리에 전해지기 이전부터 원주민에게 신성시 되던 아궁산에 세워진 있던 것으로, 발리 원주민의 토착신앙과 힌두교가 결합된 사원이다. 11세기 세워진 브사키 사원은 브라마, 비슈누, 시바 신을 모신 복합 사원으로 사원 안에는 세 개의 주요사원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여러 사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현재 약 30개의 사원을 포용하고 있다.  

 

 

 

 

 이 신성하고도 멋진 브사키 사원에 오기전에 이 곳의 바가지 상혼과 현지 가이드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는데 실제 이곳에서 그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사원에 입장할때 사용하려고 싸롱을 지난번 스가와티 시장에서 사 놓았는데 오늘 바보같이 호텔 짐속에 넣어두고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 이곳 사원에는 싸롱을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매표소 앞쪽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품질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제품을 스가와티에서 파는 것보다 5배 가까운 금액을 부른다. 이곳까지 와서 싸롱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한 상술이었다. 흥정하고 또 흥정해도 결국 몇배나 되는 가격에 구입, 출발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입장권을 구입하고 나서 하고 입장하려고 하니 현지 주민 가이드를 필히 동행해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사람이 호락호락해 보였는지 터무니 없는 가격(100달러)을 불러서 흥정을 하다가 정말 화가 치밀어 그냥 돌아가겠다고 나와 버렸다. 협상하는 과정에서 기사 겸 가이드를 하던 라마씨도 옆에서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정말 돌아가려고 하니 입장권을 파는 사람에게 한소리 해서 결국 그냥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 구입했던 입장권은 체크하지도 않고 그냥 들어와 버렸다. 입장권은 잘 보관해 놓았다가 다음에 또 사용해야겠다. 

 

 

 

 

 

 가이드 문제로 실랑이를 하느라 기분이 상당히 상했지만 그냥 가이드 없이 들어가라고 해서 화를 풀고 입장을 했다. 그런데 자그마한 체구의 현지인이 다가와서 5만루피아(5천원)에 자기가 가이드를 맡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1/20 가격으로 따운되었다. 함께 따라 다니면서 쉬운 영어로 설명을 잘 해 주었다. 입구에서부터 약 10여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사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힌두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설명을 들어도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브사키 사원은 아궁산과 함께한 풍경이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이다. 실랑이를 하고 들어 왔어도 오늘은 눈이 호강하는 날인듯 하다. 방문하는 곳이 한결같이 멋진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브사키 사원은 화산석인 현무암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짙은 잿빛을 띤다. 3개의 주요 사원이 크고 작은 30여개의 사원을 거느리고 있다 하는데 정말 규모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원의 커다란 중앙 계단 양쪽에는 수많은 석상이 세워져 있고 계단을 올라가 갈라진 문 앞에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대단한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위치가 높은 곳이고 중간에 가로막고 있는 산이 없기 때문에 사원의 모습과 멀리 보이는 풍광이 함께 어울려 찬사가 저절로 나왔다.

 

 

 

 

 

 

 오늘 자청해서 가이드를 해준 아저씨는 생각보다는 엄청 설명을 잘해 주었다. 이름을 물어 보았는데 기억을 하지 못한다. 브사키 사원이나 발리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사원의 곳곳을 안내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이드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중에 나올때 수고했다면 5만루피아(5천원)더 챙겨주었다.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 순박한 사람들인데, 왜 지역사회가 나서서 악습을 고치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 설명을 하면서 아궁산이 1963년 대분화를 일으켰을 때에도 브사키 사원만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아, 발리 사람들은 브사키 사원을 더욱 신성하게 모시게 되었다고 말해준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브사키 사원은 힌두교 사원이 한 곳이 아니라 크고 작은 30여 개 사원군을 부르는 이름이다.  30여개의 힌두교 사원은 산기슭에 층층이 연결된 계단과 작고 아기자기한 길들로 연결되어 있다. 사원에는 탑들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모두 저만의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그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웅장한 느낌을 들게 만든 힌두교 사원의 탑과 사원들이 보여주는 장관만이 여행자의 눈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이드와 헤어져서 다시 입구쪽으로 내려올 때에 올라갈 때만 마찬가지로 엽서를 팔려는 아이들이 우리를 따라 붙는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어서 가볍게 거절하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돌아간다. 이곳에 발리 힌두교의 최고 성지라고 하는데, 왜 이곳을 다녀가는 외국인들이 불쾌감을 가지고 떠나게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브사키 사원에서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발리 어디를 다녀도 현지인의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껴 본적이 없었다. 적당한 상술조차도 어짜피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과정이니 이해할 수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 빨리 이곳의 관습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브사키 사원은 잘 돌아 보았다는 생각이다.     

 

 

 

 

 브사키 사원을 출발해서 우붓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뚜르 산(Gunung Batur)과 바뚜르 호수(Danau Batur)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방문했다. 브사키 사원을 출발해 울창한 숲속길을 굽이 굽이 돌아서 한참을 올라오니 갑자기 하늘이 뚫리고 전망이 좋은 곳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는데 바뚜르 호수였다.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서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지난 2012년 칼데라 호수인 바뚜르 호수를 유네스코가 지오파크 네트워크로 지정해 관광객들의 더욱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원래 내 계획은 전망대에서 호수만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렌트카를 가지고 바뚜르 호수가의 온천마을인 또야 붕카(Toya Bungkah) 마을까지 내려가 보는 것이였는데 라마씨는 내려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하면서 만류한다. 또 호수가 마을까지 가기에는 시간도 너무 늦어 버리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차를 타고 1,500m 고지대 지점에 위치한 전망대 식당이 있는 낀따마니(Kintamani)로 이동했다. 조금 전의 전망대에서 바뚜르 호수를 위주로 보았다면, 낀따마니에서는 바뚜르 산을 중심으로 해서 멋진 절경을 관람할 수 있었다. 식사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라마씨가 레스토랑 (바뚜르 사리 레스토랑) 주인을 잘 알고 있어서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서 아주 전망 좋은 위치를 알려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아름답고 웅장한 산과 화산지대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는 바로 전망대 식당이다. 인근에 있는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전망대와 같이 탁트인 뷰를 제공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와 화산지대를 관람케 한다고 한다. 전망 레스토랑이 있는 낀따마니는  화산폭발로 인하여 형성된 고산지대로, 이곳에 있는 바투르 화산은 해발 1,717m 높이로 웅장한 분화구와 칼데라 호수가 함께 있는 멋진 곳이다. 산 아래쪽 검은 부분은 용암이 흘러 나와서 굳은 모습이다.  바뚜르 호수는 강수량의 영향을 받지 않고 평균적인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호수라고 한다.   

 

 

 

 


 발리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두개의 활화산이 있는데, 바뚜르산(Gunung Batur)과 아궁산(Gunung Agung)이다. 바뚜르 산이 있는 낀따마니의 화산지대는 50만년 전 처음 화산 폭발이 일어난 뒤, 1900년대에만 3번의 큰 분화를 겪으며 수많은 집과 사원이 큰 피해를 입은 과거를 갖고 있다. 바뚜르 산이 여행객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아직도 활동 중인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바뚜르 산에 화산 트레킹도 유명해서 낀따마니에서 새벽에 출발해 일출을 보기도 한다는데, 다음 발리여행에서 바뚜르 산 트레킹을 해봐야겠다.   

 

 

 

 

 바뚜루 산과 호수를 구경하고 나서 드디어 우붓으로 이동한다. 차 사고로 인해 수리를 맡겨 놓은 차를 되찾으로 가는 길이다. 내가 렌트가를 직접 가지고 왔으면 지금 바로 우붓으로 가지 않고 화산지형을 구경하기 위해서 바뚜로 호수로 내려 갔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우붓으로 가는 길은 끝없는 내리막길.. 주변의 경관이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이다. 차를 찾으러 가야 한다는 부담만 없었다면 차를 타고 가다가 풍경 좋은 곳에서 사진이라도 찍으면서 갈을텐데 우선은 어둡기 전에 차를 확인하고 인수 받는 것이 중요한지라 마음이 급했다.

 

 차 수리비로 4백만 루피아 가까이 나왔다. 한국 돈으로 40만원 정도의 비용이라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게 나왔지만, 이곳 물가를 생각한다면 적잖은 금액이었다. 렌트카 하루 빌리는 돈이 2만원이 되지 않으니 그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발리의 좁은 도로 사정을 감안하지 못하고 일어난 사고였고, 또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지출된 비용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다치지 않고 빨리 수리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했지만, 그래도 렌트카를 타고 나만의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일정도 3일이나 연장해 놓았는데... 

 

 

 

 우붓에서 수리한 렌트카를 인도받고 저녁까지 먹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나만의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우붓에서 꾸타로 넘어오는 길에 있던 한 마을에 종교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길이 막힐만한 곳이 아니었는데 차가 서행을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행사때문에 도로의 차를 서행시켰던 모양이다. 아직 발리에 와서 사원에서 행사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한적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와서 행사를 관람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싸롱만 있으면 사원에 들어와도 된다고 한다. 가이드가 있었으면 시간때문에 지나쳤어야 할 행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숙소에 조금 늦게 들어가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발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행사에 이방인이 참가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밤 늦게 싸롱까지 걸치고 행사장에 온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고, 우리가 묻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발리를 여행했던 5월이 발리 사원의 행사가 많았던 시기였던 모양이다. 발리에서 올리는 공물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천상계 신들인 데와(Dewa)에 바치는 제물을 짜낭(Canang)이라고 하고, 하상계의 악령 부따 카라(Buta Kara)에게 바치는 제물은 짜루(Caru)라고 한다. 짜낭은 반드시 제단 위에 놓여야 하며 짜루는 반드시 지면 위에 놓여야 하는데 천상계의 신들에게 바치는 짜낭은 꽃, 과일 등이 포함된다.  

 

 

 

 

 

 보통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의 행사는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발리의 종교 의식은 그렇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 해오는 진짜 종교의식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행사를 사진기에 담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해서, 체면을 무릅쓰고 사진 몇장을 담았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으면 조금 더 늦게까지 행사를 지켜보고 싶었지만 언제까지 행사가 진행되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 수 없어 중간에 숙소로 돌아왔다. 분명히 기복행사가 끝나고 나면 공연 같은 것이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1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