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발리 ('15.5)

발리여행 25-16 (울루와트 사원), (2015.5)

남녘하늘 2017. 5. 21. 00:08

 

 발리에서 여행일정이 3일 연장이 되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다. 차 사고만 없었으면 굳이 연장할 생각을 못했을텐데 사고로 인해서 여행기간이 늘어났으니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쿠타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사누르로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아침부터 조금 바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누르의 호텔을 하루 연장하고 다시 꾸따의 호텔을 2일 더 예약해 놓았다. 비행편은 어제 늦추어 놓았기 때문에 이제 숙박까지 정리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것은 모두 정리가 되었다.

 

 오늘 일정은 울루와트 사원(Pura Uluwatu)과 누사 두아(Nusa Dua)를 방문하고 따나롯 사원과 덴파사르를 구경하고 나서 사누르로 이동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에 일정이 빠듯하면 언제든지 생략할 수 있다. 여정이 늘어났기 때문에 처음에 세웠던 계획보다는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나와 울루와트 사원으로 가는 도중에 공항을 지나서 차가 조금 지체되는 상황에서 교통신호가 바뀌어버렸다. 그냥 통과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교통신호를 준수한다고 세웠는데 정지차선을 조금 지나쳤던 모양이었다. 그 교차로에 경찰 교통초소가 있었다. 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현지 경찰이 차를 초소 앞으로 세우라고 하더니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범금을 내려면 덴파사로 가서 내야 한다고 하면서 30만루피아(3만원)을 요구한다. 오기 전부터 외국인에 대해서 벌금 운운 하면서 뒷돈을 요구하는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내가 그 상황에 처해 버렸다. 아무리 협상하려고 해도 봉을 잡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실제 벌금을 내면 더 낸다고 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시간 빼앗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처리해 주었다. 30만 루피아면 발리에서는 적지 않은 돈인데 차선 위반했다고 뒷돈을 요구하니, 발리에 와서 별별 체험을 다하게 된다. 어제 브사키 사원에서 기억과 함께 발리가 싫어지려 한다. 이곳 경찰도 1980년대 까지의 우리나라 교통경찰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관습이 빨리 사라져야 할텐데...

 

울루와트 사원 가는 길에  정체가 있었고 벌금 형태의 뒷돈도 빼앗겼지만, 다시 여행자의 신분으로 돌아가 즐겁게 여정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사원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울루와트 사원는 11세기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70m나(어떤 책에서는 100m) 되는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바다의 여신을 모시기 위해 건립했다고 전해지는데, 원숭이 사원이라고 불릴 만큼 원숭이가 많다고 한다. 입구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쪽 입구에서 100여m를 걸어가니 바로 바닷가 절벽에 도착한다. 집사람과 나는 이곳이 두번째 방문이라서 첫번째 왔을 때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방문때 느꼈던 그 감동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사원은 산 위쪽에 위치해 있고,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사원의 반대쪽편으로 이동해 본다. 

 

 

 

 

 발리에 도착한 이후로 오늘이 가장 날씨가 더운 모양이다. 아직 한낮이 아님에도 엄청나게 덥고 햇살은 강하게 내려 비춘다. 원숭이 사원이라고 했는데 절벽을 따라서 계속 이동해도 원숭이가 보이질 않았다.  이곳에  원숭이들은 몽키 포리스트에서 봤던 원숭이와는 달리 관광객들의 선글라스나 모자등 소지품들을 마구 채가고 음식을 주면 돌려준다고 악명이 놓은데, 조금 이른 아침이어서 그랬는지 아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숲속에서 쉬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원을 돌아서 나갈때까지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원숭이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사원의 반대쪽으로 한참을 내려가 보았지만 절벽을 제외하곤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다시 방향을 바꾸어 사원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중간에 정자가 세워져 있고, 그늘이 있어 잠시 쉬고... 관광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조금 빨리 사원을 찾은 것이 맞는 모양이다.  

 

 

 

 

 언덕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을 가면 더 멋진 바다 풍경을 볼 수 있고, 절벽 윗쪽으로 올라오니 울루와트 사원이 있었다. 이 사원은 힌두교 신도만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기도나 기도시간이 아닌지 철문이 굳게 닫힌채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어짜피 이번 여행에서는 울루와트 사원보다도 더 멋지고 큰 사원을 워낙 많이 구경했기 때문에 내부가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사원을 내려와 입장했던 곳과는 반대쪽 오르막 끝까지 가 보았다. 사원 아랫쪽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와는 달리 이쪽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은 중간중간 숲속으로 이어져 있어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어 좋았다. 날씨는 덥고 이미 한번 와 보았던 곳이라 감흥은 떨어지고, 또 원숭이 사원이라는데 원숭이는 보이지 않고... 아들 위주로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사원을 나왔다. 사원을 나올 무렵에 사원에 관람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엄청 더워서 고생할 것 같다.  

 

 

 

 

 

 울루와트 사원을 나와서 아들이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결국 옷을 갈아 입었다. 나도 더웠지만 아들이 땀을 더 많이흘리는 체질인 듯하다. 다음 목적지인 누아두사로 이동하는 길에 양양 비치(Nyang Nyang Beach)에 잠시 들렀는데, 이곳에서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트러블이 생겼다. 여행을 함께 왔으면 어지간한 것은 참고 넘어가야 하는데 내 성격을 누르지 못해 화를 내고 짜증을 심하게 냈다. 그 때문에 집사람이 내가 너무 심하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여행을 그만 두자고 하는 상황까지 갔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 내가 사과는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처음부터 화를 관리했어야 했다. 가족이 즐겁게 지내려고 왔던 여행이 나로 인해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되어 버렸다. 누사두아로 이동하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갔다.   

 

 

 

 

 

 양양 비치에서 나와서 다음으로 간 곳은 누사 두아(Nusa Dua) 지역에 있는 워터 블로우(Water Blow)라는 곳이다. 이번 발리 여행지 중에서 집사람이 유일하게 한번 가 보자고 추천했던 곳이다. 미리 이곳을 다녀 왔던 지인이 아주 멋진 곳이라고 추천하면서, 한번 갔다 오라고 했다 한다. 이동하는 동안 화도 풀어 주려고 노력해도 분위기가 영 썰렁하다. 

 

 워터 블로우가 있는 누사두아는 철저한 계획 하에 개발된 관광 단지로 고급호텔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곳의 호텔들은 높이 짓지 않고 모두 공원같은 숲속에 파묻혀 있고, 리조트 단지에는 국제회의 시설부터 골프코스, 고급 쇼핑가와 레스토랑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누아두사 지역으로 들어오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야말로 휴양지 같다는 생각이 드네. 다음에 발리에 오게되면 그때는 이곳 호텔에 묵으면서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아두사 비치도 발리의 다른 곳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누사두아로 오는 길은 운전을 하기에도 편하고 오토바이도 거의 보이지 않아 좋았다. 차 속의 냉냉한 분위기때문에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도로 한켠을 무료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그늘에 차를 주차시켜 놓았다. 차가 있으니 많이 편하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해변쪽으로 들어가니 넓찍한 공원이 나오고, 공원 입구 양쪽으로 멋진 해변이 있다. 왼편에는 더 베이 발리(The Bay Bali)가 있고, 오른 편에는  비치에 가깝지 않은 호텔들이 운영하고 있는 공용비치라고 한다. 양쪽 해변이 모두 예쁘다는 느낌이다. 해변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들어가니 다시 넓은 잔디 공원이 나오는데, 공원 안쪽에는 나무가 많지 않아서 엄청 덥다. 그 공원에 한가운데 또 힌두 신화에 나오는 동상도 서 있고, 그 뒤편으로 내려가면 워터 블로우(Water Blow)가 나온다.  

 

 

 

 


 동상이 서 있는 뒤쪽으로 산책길을 따라서 가니 워터블로우(Water Blow)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워터블로우 안쪽에 공사를 하고 있다면서 출입구를 봉쇄하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와서 볼 수 있겠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입장이라서 조심해서 사진만 찍고 오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다가 공사 책임자가 조심해 갔다 오라면서 허락을 해준다. 안쪽에 데크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들어가지 못하게 했었던 것이다.     

 

 

 

 

 이곳의 지형은 참 특이했다. 현무암으로 보이는 바위들인데, 둥글둥글 한건 하나도 없고 어디 발디딜틈 없이 뾰족뾰족하다. 제주도 용두암이 있는 곳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바위 사이로 파도가 차올라 물기둥과 함께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파도가 약해서 그런 것인지 엄청 멋있다는 느낌을 주는 물기둥(?) 또는 솟구치는 파도를 볼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을 때가 오늘 본 가장 멋진 장면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 정도도 오질 않는다. 추천했다는 사람은 파도가 너무 세어서 옷까지 젖을 수 있다고 했는데 상황이 그때 그때 바뀌는 모양이다.  

 

 

 

 

 

 데크를 보수하고 있어서 데크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가서 겨우 사진 한장을 남겼다. 그냥 워터블로우에 왔다 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사진이다. 이정도를 볼것 같으면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멋진 풍광의 누사두아 비치를 걷는 편이 더 낳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엄청 더운 날씨에 그늘한점 없는 곳에 와서 곳에 와서 고생만 하고 가지만, 여행이 그런 힘듬조차 추억이 되는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워터 블로우는 관광 명소가 아니라서 관광객은 많이 오지 못하고, 발리의 현지인들이 공원과 해변에 오면서 찾는 곳이라고 한다.  

 

 

 

  워터 블로우에 실망을 하고 이곳까지 온 것이 아쉬워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 누사두아 해변을 걸어 보았는데 참 깨끗하고 멋진 풍광이다. 남은 여정중에 시간을 만들어 이곳에 와서 해수욕을 해 보았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해수욕을 할 준비를 하지 않아서 아쉬움을 남기고 출발.. 날이 너무 더워서 울루와트 사원에서 옷을 갈아입었던 아들이다시 힘들어한다. 누사두아에 있는 발리 컬렉션이라는 쇼핑센터에 잠시 들러서 음료수도 사고 몸도 식히고 나왔다.   

 

 

 

 

 

 

 누사 두아에서 구따 쪽으로 나오면서 발리의 유일한 유료도로인  잘란 톨 발리 만다라(Jalan Tol Bali Mandara)를 이용했다. 지나번에 왔을 때는 없는 유료도로인데 2013년에 개통되었다고 한다. 일단 막히는 구간을 피해 시간을 단축하는 차원에서 만든 해안도로여서 여행자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도로라는 생각이다. 아직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편하게 지날 수 있었고, 더구나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것을 분리 시켜 놓아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통행료는 1만루피아(천원)였다.  

 

 

 

 

  울루와트 사원을 다녀 와서 다음으로 갈 곳은 따나롯 사원(Pura Tanah lot) 이었다. 구글맵으로 목적지를 정해 놓고 이동하는데 쿠타지역을 지나면서 길이 너무나 많이 막혀서 중간에 사누르(Sanur)로 목적지를 변경해 버렸다. 유료도로를 지나올 때 엄청 기분이 좋았는데 30분동안 몇 백미터밖에 이동하지 못하니 짜증이 너무 났다. 따나롯 사원은 다음에 가도 된다는 생각에 오늘 숙소가 있는 사누르로 이동했는데 사누르 가는 길은 다행이 정체가 없었다. 

 사누르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발리에 오기 전에 검색을 해 놓았던 식당이었는데 양은 조금 적은 편이었지만 맛이나 가격은 마음에 드는 식당이었다. 다만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이곳의 식당인지라 에어컨도 없고 해서 많이 더웠다. 파라솔 아래 식탁에서 기다리려니 많이 덥다. 하지만 맛은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식당에 올때까지 나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가족들이 먹는 것을 앞에 놓고서 드디어 화가 풀렸다.    

 

 

 

 

 

(1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