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이브스키 (05.1)

이브스키 마라톤 3-1 (2005.1)

남녘하늘 2008. 3. 5. 00:23

 

2005년 1월 8일. 가족이 큐슈여행을 떠났다. 내가 이브스키 마라톤 참가하면서 가족들을 동반해 큐슈관광을 겸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교통비가 엄청 비싼 일본이지만 큐레일 패스를 사용해서 철도요금에 대한 부담없이 열차를 타고 큐슈지방을 종횡무진 다녔다. 당일 아침 8시 20분 부산 국제항에서 후쿠오카(福岡)행 비틀호를 타고 2시간 50분만에 온가족이 하카다(博多)항에 도착.  

 

 

 

 

하카다(博多)역에서 릴레이 쯔바메호를 타기에 앞서 사진을 찍었다. 이 열차도 특급열차인데 신야츠히로(新八代) 역에서 쯔바메란 큐슈 신칸센을 갈아탈수 있는 열차이다.  

 

 

 

관광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후쿠오카(福岡)에 도착한 후 하카다(博多)역에서 구마모또(熊本)로 가는 릴레이 쯔바메 열차에서 식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배를 타고 온 사람이 관광버스를 타고 가고시마에 도착한 시간이나, 내가 구마모또(熊本)를 관광하고 신칸센을 타고 도착한 시간이나 비슷하게 도착했다. 물론 사전에 준비와 공부도 많이 하고 갔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단체로 움직이면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단체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의 묘미다. 

 

 

 

  

 

후쿠오카(福岡)에 도착한 후 가고시마(鹿兒島)로 이동중 구마모또(熊本)에 내려 일본의 3대 성중에 하나인 구마모또(熊本) 성을 관람했다. 구마모도(熊本) 역에서 구마모도(熊本)성으로 가는 한칸짜리 노면전차. 큐슈지역에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남아 있지 않은 전차가 다수 운행되고 있다. 특히 구마모도(熊本)와 나가사키(長崎)에 많이 남아 있는데, 좁은 도로를 넓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으로 여유로와 보인다.

 

 

 

 1월달임에도 불구하고 성주위엔 초록색의 나무와 잔디가 가득해 도대체 겨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임진왜란때 조선의 축성술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라나라 성의 느낌은 거의 없고 웅장함이 느껴졌다. 구마모또(熊本) 성만큼은 축소지향형의 일본이 성향이 적용되지 않는 건물인 것 같다.

 

 

 

 

구마모도(熊本)성 문앞의 문지기들. 성의 곳곳에 가짜 칼을 가진 사무라이 복장의 검객들이 관광온 사람들을 위해 여러 포즈를 취해준다. 입구에서도 문지기들이 관광객을 위해 창도 빌려 주면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관광 유인책이 아닐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초록이 곳곳에 넘쳐났고 깨끗하면서도 웅장해 보였다. 뒤로 보이는 덴슈카쿠(天守閣. 성에서 가장 높은 망루)는 내부까지 축성당시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덴슈카쿠의 내부는 구마모토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 및 도검류가 전시된 박물관으로 되어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바로 옆 니노마루 공원에 있는 구마모도(熊本) 미술관도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루었다.   

 

 

 

 

 

 

 

 

자연미가 훼손되지 않게 호수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그곳을 나무들로 치장한 대표적인 일본식 정원인 스이젠지 공원(水前寺公園) '물의 도시 구마모토'를 대표한다는 스이젠지 공원은 1636년 당시의 영주였던 호소가와(細川)가문이 3대에 걸쳐 만든 공원이라고 한다. 넓은 공원과는 달리 입구를 상점에 둘러쌓여 찾기가 쉽지 않다.  

 

 

 

 

 

 

스이젠지 공원(水前寺公園) 정문 앞의 상점에서. 구마모토의 특산품이라고 하는 반베이유(晩白柚) 를 사서 먹었는데 껍질이두꺼워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실제로 먹을 수 있는것은 반도 실패작이었다. 맛은 자몽과 비슷했고 향기는 조금 더 좋은 것 같았다.  

 

 

 

 

신야츠히로(新八代)역에서 가고시마 츄오역(鹿兒島 中央驛)까지 운행되는 큐슈(九州) 신칸센 쯔바메. 150여Km를 30분만에 돌파한다. 우리나라의 KTX와는 달리 좌석간의 여유가 많아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을 탄듯한 느낌이다.  

 

 

 

 

가고시마 츄오역(鹿兒島 中央驛)에 도착하여 날렵한 모양의 큐슈 신칸센 쯔바메를 배경으로 한장.  

 

 

 

  

가고시마 츄오역(鹿兒島 中央驛)에 도착하니 저녁 6시 10분. 중간에 구마모토를 들러서 왔음에도 시간은 그리 늦지 않았다. 역사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러 내일 내가 마라톤에 참가하는 동안 가족들이 가고시마 시내관광을 할 수 있는 코스를 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1월 9일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아니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이다.

가족들은 호텔에 남겨두고 나혼자 어제 저녁에 사놓은 음식을 간단히 먹고 가고시마 역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내가 뛰는 동안 가고시마 시내관광을 하고 나서 내가 마라톤을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서 이브스키로 넘어오기로 했다.

가고시마(鹿兒島) 에서 이브스키(指宿)로 가는 기차는 JR 이브스키마쿠라자키센(指宿枕岐線) 열차를 타야한다. 평소에는 많은 편수가 다니지 않지만,마라톤이 열리는 날엔 특별열차가 많이 편성되어 있다. 이브스키(指宿)가 너무 작은 도시여서 참가하는 사람을 호텔이나 숙박장소에 다 수용할 수 없을 뿐더러 가고시마(鹿兒島) 시민들이 많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아침 5시 50분 출발차를 탔는데 좌석에 앉지못한 사람들중 몇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바닥에 앉아서 갔다. 어린시절 장날 장터에 가는 열차를 탄 느낌이었다.

 

 

 

 

 체육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스타트 장소로 이동하면서 찍은 사진. 일본 마라톤 대회의 가장 부러운 점은 소지품의 자율보관이다. 우리처럼 자원봉사자가 보관장소에서 맡아주는 것이 아니라 체육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아무곳에 놓아두었다가 들어와서 찾아가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지품을 분실했다는 사람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정직과 신용을 가장 우선적인 도덕규범으로 생각하는 일본인들이기에 분실사고가 없는 것이다. 혹시 잃어버리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가진 내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될 수 있으려나. 난 우리사무실에 놓아두었던 컴퓨터와 모니터도 도난 당했는데....

  

 

 

 

모처럼 대회 복장을 런너스 클럽의 유니폼을 갖추어 입고 대회에 참가했는데 부산 런너스클럽 소속의 박종구님을 만났다. 외국에서 같은 클럽 소속의 참가자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만나니 더욱 반가왔다. 박종구님도 기록에 상관하지 않고 즐기러 왔기에 5Km까지는 함께 달렸는데, 이후 함께 달려주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먼저 가라고 해서 헤어졌다. 내가 가족과 함께 오지 않았다면 마라톤을 마치고 좀더 시간을 보낼수 있었을텐데,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 점심만 먹고 헤어졌다.  

 

 

 

 

 출발 직전에 이슬비가 조금씩 내려 카메라를 들고 뛰어야 할지 말지를 놓고 조금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없어 가지고 달리기로 결심. 주변에 있는 일본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좁은 2차선 도로에 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있다보니 그 인파가 대단해 보였다. 

 

 

 

 

 

일만여명이 좁은 장소에 모여있어 상당히 혼잡해 보인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고, 그 룰을 깨뜨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조그만 시골의 마라톤 대회라 우리 나라 사람이외의 외국인의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글로 된 마라톤 복장으로 참가한 한국인들이 많이 눈에 뛰어 우리나라 마라톤 위상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꼈고, 매우 자랑스러웠다. 참가자 명단을 보니 풀코스에만도 100여명이 넘는 한국인이 참가한 것 같다.  

 

 

 

 

출발에 앞서 사진 찍기에 바빠 부부인지는 물어보지 못했으나, 부부로 보이는 달림이들. 여고생 세일러 복장으로 참가했다. 처음엔 두사람 모두 여자인줄 알았는데 배번을 보니 오른쪽 사람은 남자다. 특이한 복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달리기도 꽤 수준급으로 보였다. 

 

 

 

어떠한 통제나 구속이 없는 자율 출발장소. 자신이 알아서 위치에서 대기하고 출발하면 되는 것이다. 기록에 욕심이 있다면 앞으로 나가면 되고, 그렇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건타임만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앞에서 뛰는 것인데, 4시간을 넘기고 들어왔기에 초반의 시간낭비가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즐기러 갔었고, 즐기고 왔는데...  

 

 

 

프랭카드에 써 있는 내용이다(푸루 마라손 스타토 지점). 우리처럼 대형 아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출발점에 기록측정 매트도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그런 형식적인 것보다는 알찬 진행이 돋보였다. 특히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신의 기록표지에서 출발하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출발점부터 5Km까지는 좁은 2차선 도로에 사람이 가득차 있어 추월이 불가능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정체가 풀리려나 생각했는데 5Km를 가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밀치고 나가는 사람도 없고 그저 물흐르는대로 앞사람을 따라서 달리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으려는 그들의 평소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라톤 선진국답게 잘 달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다들 여유도 있어 보이고...  

 

 

 

 

남자는 연두색 배번, 여자는 분홍색 배번으로 구분을 한다. 이곳에서도 특이 복장으로 달리는 사람과 응원나온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달림이들이 많이 있었다. 달마시안 강아지 복장인지, 얼룩소의 복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카메라를 갔다대자 달리다말고 포즈까지 취해준다. 저 복장으로 풀코스를 뛰는게 쉽지는 않을터이데...  

 

 

 

보스턴 마라톤 대회와는 달리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응원나온 사람이 적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힘들게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 찍어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괜찮은 배경이 있는 곳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급적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가슴과 모자에 태극마크를 붙어놓아 '안녕하심니므까?'라고 인사하는 아주머니가 꽤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바레 (힘내세요), 간바레'를 외쳐 주었다. 

 

 

 

 

출발이후 모처럼 만난 유채꽃밭이 반가와서 유채꽃을 배경으로 한장. 이번 대회는 사계절의 날씨를 고루 경험한 것 같았다. 출발시에는 약간 쌀쌀하면서 봄비가 내리는 것 같았고, 중간에 날씨가 개이면서 서서히 더워졌고, 25Km 지점에서는 단풍이 들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30Km를 지나서 골인지점까지는 눈발도 날리면서 맞바람이 불어 만히 춥지는 않았지만 한겨울의 날씨를 연상지었다. 달리기에 썩 좋은 기상상태는 아니였던것 같다. 뒤로 구름에 가릴듯 말듯한 산이 가고시마 지역에서 가장 높다는 카이몬산(開聞岳 : 922m). 함께 사진을 찍은 분은 예산마라톤클럽의 회장이신 문현철님. 

 

 

 

이케다(池田)호수를 지나서 다시 나온 오르막길. 평지에서 출발해 몇개의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이곳의 오르막길이 가장 길다. 힘은 들어도 주위의 풍광이 아름다워 힘든줄 모르고 달릴 수 있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