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싱가폴 ('05.12)

싱가포르 마라톤 4-1 (2005.12)

남녘하늘 2008. 4. 19. 07:45

 

싱가포르로 향해 떠나는 첫날. 기말고사를 보는 아이들은 어머님께 맡겨두고 모처럼 집사람과 둘이서 떠난 4박 5일간의 싱가포르 마라톤 여행. 해외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네번째 행사다. 셀러리맨 시절에는 감행하기 힘들었던 일이였지만,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너무 희생하지 말자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아침 일찍 화곡동에 살고 있는 동생집에 차를 갔다놓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요즘 바쁜 일이 조금 생겨서 한가롭게 여행을 떠날 처지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에 예정되었던 일이어서 조금 무리를 했다. 그래도 여행은 떠나는 것은 즐거운 일, 떠나면서 잠시 일을 잊고 즐거운 마라톤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싱가포르 마라톤 여행을 떠나기 앞서 인천공항에서 정광춘 아우와 함께. 매번 출국때마다 배웅을 나와서 많이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  

 

 

 

 

공항에 1시에 도착해서 공항에 근무하는 동생과 점심을 함께 먹고, 제수씨의 덕분으로 간단한 쇼핑을 즐기고 4시 30분 싱가폴항공기를 타고 6시간의 비행끝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출발할때 서울은 쌀쌀한 초겨울 날씨였는데 도착하니 현지시간으로 밤 10시임에도 27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이다. 싱가퍼르는  우기인지라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어 습도 또한 매우 높다.

 공항에서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 번화가를 지나치는데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이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우리의 관념으로는 상상이 안되지만 관광대국 답게 관광객을 끌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여러곳에서 보여진다. 

 

 

 

 차이나타운 근처에 있는 호텔 도착이후 함께 떠났던 다른 팀과는 달리 휴식을 취하지 않고 차이나타운으로 나가서 싱가포르산 타이거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싱가폴의 첫날밤을 즐겼다.

 

 싱가포르여행 둘째날.

여행 일정에는 아침 10시 30분부터 마라톤 엑스포 장에 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집사람과 함께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주변을 산책 나갔다. 우리가 묵었던 푸라마호텔에서 클라키까지 지도상으로 꽤 먼 거리로 알았는데 실제로는 얼마되지 않는다. 축소비율이 나타나 있지 않는 지도를 한장 들고 나갔었는데 싱가포르라는 나라자체가 서울정도 크기의 자그마한 나라여서 도심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  

 

 

 

 

 

 

어제 밤부터 계속 내리던 비가 아침 산책을 나올때까지 내리다가 조금 지나니 멈춘다. 비로 인해 습도는 높지만 온도는 가이드가 말한 것보다 훨씬 낮은 것 같다. 그래도 아침 기온이 27도 정도. 얇은 셔스 한장을 입고 있었는데 조금 걸으니 등쪽에서 땀이 아래로 흘러 내린다.

 

 

 

 


탄천보다도 폭이 좁은 싱가포르강을 끼고 클라키 주변을 산책했는데 토요일 아침이어서 조깅하는 몇사람을 만났을 뿐 밤의 번잡함과는 달리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던 싱가폴강 주변 산책을 마치고도 모이는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호텔을 중심으로 클라키의 반대편에 있는 차이나 타운을 방문했다.

 

 

 


약간 조잡하고 저급한 기념품 상점이 많이 있는 파고다 스트리트를 지나가는데 이곳에도 한류바람이 불어서인지 상점에서 한국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도 여러 곳에서 들린다. 그중 한 점포에 들어갔는데 기념품의 가격은 저렴했으나 살만한 물건이 눈에 뛰질 않는다.

아이쇼핑으로 끝내고 조금 더 지나가니 힌두사원인 스리마리 암만사원이 나타났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으로 남인도 드라비다 양식의 사원임을 증명하는 총천연색 ‘고푸람gopuram'(탑)이 있어 찾기가 쉽다. 사원은 매년 10월에 열리는 티미티 축제(Thimiti Festival) 때 장관을 이룬다고. 입구에 있는 조각상들이 아주 특이하게 생겼는데 힌두교 사원이란 느낌을 바로 들게 만들었고 차이나타운 안에 힌두사원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간단하게 차이나 타운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와 싱가포르 컨벤션 센터인 선텍시티에 있는 마라톤 엑스포장으로 갔다.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지었다는 선텍시티는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와 그 주변의 호텔, 쇼핑몰을 모아놓은 것과 너무나 비슷한 대형 전시관 및 호텔,사무실, 쇼핑몰이다.  

 

 

 

 

 

우리나라에서 배번을 택배로 배달해 주는 것과는 달리 외국의 대회는 이렇게 대회전에 엑스포장에 들러  배번을 찾아가야 한다. 개장 시간에 맞추어 엑스포장에 입장했더니 사람이 별로 없어 붐비질 않아서 좋은데, 엑스포장의 각 부스별로 개점 준비가 되질 않아 볼만한 것도 살만한 물건도 별로 없다.  

 

 

 

 

 

일찍 배번을 찾고 나서 동아대회를 대비해 한국보다 가격우위에 있는 파워젤을 한박스를  구매한 것으로 엑스포의 관람을 마쳤다. 말만 엑스포이지 살 것도 볼 것도 별로 없고 관련회사에서 선전을 위해 나눠주는 물품도 별로 없는 엑스포장이었기에 조금 실망스러웠다. 

 

 

 

 

 


함께 참가한 사람들과 모이기로 한 약속시간까지 선텍시티 주변을 돌아다녔다. 싱가포르는 말로 들었던 것보다 많이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동안 다녀본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월등히 깨끗하고 정원이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어 살기 꽤 좋은 도시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우리의 입장에서 볼때 너무나 덥다. 그래도 가장 덜 덥다는 시기에 이 정도이니 실제 우리의 여름철에는 어떨지 상상이 안된다.  

 

 

 

 

 

 

점심과 저녁은 마라톤 대회를 위해서 한국식당에서 쌀밥과 한국식 식단으로 구성된 식사를 했다. 어짜피 기록을 내려고 온 것이 아니기에 굳이 한정식을 먹고 싶지 않았으나 그래도 마라톤 참가자를 위해 특별히 식단을 준비했다니 고마운 마음으로 먹었다.  기록과 수상에 염두를 두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중식 이후에는 내일 달릴 주로를 미리 답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로 사전 답사도 개인적으로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정이었으나, 주로를 미리 살펴보면서 버스를 타고 주변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주의깊게 들었다. 여행은 가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스스로 여행준비를 하면서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과 미리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확인해 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느냐'라고 생각한다.  

 

 

 

 

 

대회 하루전인데 벌써 통행로를 일부 통제하고 있었다. 내일 대회때에는 통제하는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고. 갑장인 최병주와 문기숙님과 함께.

  

 

 

2004년 보스턴 마라톤에 이어 싱가포르 마라톤에도 함께 참가한 갑장 최병주. 100회 마라톤 클럽에서도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인연의 끈이 꽤 길다. 두터운 허리에도 불구하고 3시간 초반대에 뛰는 뚝심의 소유자이다. 몸무게만 줄이면 Sub-3는 따놓은 당상인데...  

 

 

 

 

박식한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면서 느낄수가 있었다. 동쪽해안을 따라 조성된 공원(East Coast park)은 울창한 나무와 함께 잘 꾸며져 있어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만 보면서 생활해온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 없다. 비가 자주 내리지만 빗물조차 깨끗해서 나무잎들이 일일이 손으로 ?아놓은 듯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고 지저분해  보이는 차량이 한대도 보이질 않았다.  

주말을 맞아 아름답게 조성된 공원에 나와 여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들 나라의 사람들도 눈이 내리는 한국에 와서 스키나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우리를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다들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 있을 터이니까.. 그래도 자연의 영향과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의식주에 큰 걱정이 없는 싱가폴 국민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로 답사를 마치고 나서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내일 마라톤 기록을 생각하는 사람은 휴식을 취하러 갔지만 우리는 관광을 겸한 마라톤 여행이였기에 싱가포르의 중심지 관광을 나섰다. 싱가포르의 지하철을 타보기로 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가장 중심지인 오차드로 나갔다. 지하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지하철 홈에 모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것을 제외하곤 우리의 지하철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오차드 로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좁지 않은 보도가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가득차 있었고 철이른 크리스마스 대형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풍경이라면 백화점,쇼핑몰안의 거대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 오차드로드의 야경을 꼽을 수 있는데 밤이 아님 낮에 보아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안타깝게 짧은 일정으로 인해 오차드로드의 야경을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오차드 로드에 있는 몇몇의 유명한 쇼핑센터를 관람하고 예쁘게 치장된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몇장을 찍는 것으로 오차드로드 관광을 마쳤다.

 

 

 

 

 

오차드 로드에 있는 파 이스트 프라자의 3층 과일가게에서. 이곳은 한국의 동대문의 두타나 밀레오레 같은 느낌을 주는 서민적인 쇼핑몰이었다. 열대과일을 사 먹었는데 생각보다는 맛은 없다. 싱싱하기만 할 뿐.

 

 

 

 

오차드 로드는 인종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현지인보다도 외국인이 훨씬 더 많은 것 같고, 관광온 외국인들은 모두 오차드로드로 몰려 나온 것 같다. 넓은 보도에 사람들로 가득찬다. 
오차드 로드에 위치해 있는 여행자안내센타를 배경으로. 안타깝게 한글 안내서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필요로하는 지도와 자료가 별로 없어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여행은 목적에 따라 휴식을 위한 여행인지,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인지, 아니면 많은 것을 보고 오는 관광 여행인지에 따라 시간안배나 찾아가는 곳이 달라진다. 나의 이번 여행은 마라톤 대회 참석과 많은 것을 보고 싶은 관광이 목적이었기에 오차드 로드의 쇼핑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다만 중심 관광지를 구경한다는 것이 만족했다.  

 

 

 

 

오차드 로드 구경이후 호텔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정식으로 마치고 나서 다시 어둑해진 거리로 나섰다. 내일 마라톤은 4시간을 목표로 뛰다면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기에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는 집사람을 비롯한 여자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봉사하기로 마음먹고 아침에 방문해서 훨씬 찾아가기 쉬운 클라기를 찾아가 싱가폴 강을 운행하는 수상택시(River Taxi at Singapore River)를 타고 싱가폴의 야경을 감상했다. 

 

 

 

 

 

 

낮에 볼때 싱가포르강의 강물이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았으나 밤에보는 싱가포르강은 운치가 있고 강변에는 싱가폴 사람이 모두 나와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고층건물의 조명이 더해져 무척 보기 좋았다. 클라키에서 출발해 바다까지 나가 머라이언 공원의 머라이언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호텔방에서 시간을 보낸 것보다는 몇 배나 더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함께 갔던 사람들이 모두 즐거웠다고 하니 나도 기쁘다. 싱가포르의 둘째날은 이렇게 마감된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