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도야마 마라톤 참가 후기 (2009.5.17)

남녘하늘 2009. 12. 5. 00:12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 내리더니 아침이 되어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4년전 도야마 마라톤에 참석했을 때에도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어 멈쳐 아주 좋은 환경에서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오늘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일기예보에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고한다. 출발때부터 비를 맞고 달릴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찝찝한 마음이 들지만  어짜피 즐거운 마음으로 마라닉을 온만큼 기쁜 마음으로 달리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호텔에서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도야마 신문사에서 제공해준 버스를 이용하여 대회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썬 바람과 더불어 비가 내리고 있다. 비 때문에 600여명이 참석하는 대회장이 더욱 썰렁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대회 참가자들이 대회장 주변에 모여 있지 않고 대회장에 있는 건물 안에 차분히 모여 있다. 도야마 마라톤대회도 지방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마라톤 대회인지라 따로 물품 보관소가 운영되지 않고 건물 2층에 있는 탈의실 바닥 아무곳에나 물품을 놓고 가는 방식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오는 비를 맞아가며 사진 몇장을 찍고 나서는 반팔 상의를 입고 뛸지 어깨걸이 상의를 입고 뛸지를 고민했다. 여러가지 복장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반팔셔스를 입고 비닐을 한장 뒤집어 쓰고 달리다가 몸이 덥혀지면 그때부터 달리기 복장으로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만큼 대회 출발시까지도 비가 많이 내렸도 바람도 많이 불고 있었다. 

 

 

 

 

 

달리러 온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기만 하면 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비가 오는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고생이 많을 것이다. 준비해야 하는 일도 많고 대회 진행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하지만 이곳 대회를 주관하는 사무국의 스텝이나 참가한 일본인들은 누구하나 동요없이 준비를 하고 조금 미흠한 점이 있어도 불만한번 표출하지 않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비를 맞으며 간단한 식전행사를 마치고 모두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출발전까지는 몇 명 되지 않아 보이더니 모두 모이니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이다.   

 

 

 

 

이번 대회도 풀코스 단일 종목으로 출발선에서 내리막 200여를 내려와 14km 진즈강변을 세번 왕복해서 달리고나서  골인점으로 들어오는 코스로 4년전과는 코스가 조금 변경되었다. 도심을 달리는 코스가 아니어서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코스이나 여유로운 농촌 풍경과 벚꽃나무 가로수 길을 달리면서 멀리 눈덮힌 다테야마 연봉등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경관을 감상하기에는 너무 날씨 상태가 좋지 않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달리러 왔기에 천천히 출발하려고 건물 아래에서 끝까지 있다가 제일 늦게 출발점을 통과한다. 600여명이 참가했는데 선두는 벌써 저만큼 멀리 가버리고 보이지도 않는다. 주로로 나오니 바람이 더욱 거쎈 느낌이다. 비가 오는 것은 걱정이 되질 않는데 운동화에 빗물이 차서 달리는 것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그 점이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러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또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번 대회에는 서울마라톤클럽과 100회 마라톤클럽, 분당검푸마라톤클럽, 강남마라톤클럽에서 45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온 사람은 2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회 참가보다는 도야마 관광에 더 큰 목적이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에 맞추어 조금만 뛰고 나머지는 걷거나 중간에 일행들을 응원하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들이였다.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는 주로에서 달리는 사진이 많다.

 

몇 년전에 비해서는 이번대회 운영이 다소 개선되어진 것 같다. 거리 표시도 5Km 단위로 표시되어 있었고 좁은 주로도 변경을 주어 덜 지루하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똑 같은 코스를 3번 왕복하는 대회는 상당히 지루함을 유발하는데 변화를 조금 주면 그 지루함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오늘 대회에서는 지루함을 느끼기에 앞서  바람과 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빨리 달려서 완주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바람을 등지고 달릴때에는 그 바람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 못하지만 그 바람을 앉고 달릴 때에는 걸음이 나아가지 않을 정도로 힘이 들었고, 비를 맞으면서 그 빗줄기가 팔을 아프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옷위에 덧입었던 비닐도 코스를 2회전 할 때까지 벗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 한바퀴를 달릴 때 겨우 벗어 놓고 달릴만큼 날씨도 쌀쌀했다.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비닐을 못버리게 만들었다.  

 

 

 

 

주로가 좁아 첫 2Km까지는 추월하기에도 불편해서 앞 주자를 따라서 천천히 달릴 수 밖에 없었고 비까지 내리고 있어 주로에 물구덩이가 여러곳 있어 물구덩이를 피해서 달리다 보니 속도도 상당히 늦어진다. 대략 2Km를 지나고 나서 주자간 간격이 생기면서 한 두명씩을 추월할 수가 있었다. 첫 5Km의 통과시간은 27분 49초. Km당 5분 30초나 되는 늦은 시간이다. 맞바람 구간에서 바람에 밀리면서 달려서 나온 결과이기도하다.

 

같은 코스를 3번 왕복해서 달리는 코스인지라 주로에서 사람들을 여러번 마주칠 수가 있다. 선두가 얼마나 앞에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고, 함께 갔던 일행이 어디쯤 뛰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복코스의 장점이 있기는 하다. 한국에서 함께 참석했던 김동욱 아우가 선두권에서 끝까지 달리고 있어 마주칠 때마다 '힘'을 외쳐 주었는데 결국 3등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비를 맞아가면서 25Km 지점까지는 대략 매 Km를 5분 속도를 유지해 주었다. 비의 영향보다는 바람의 영향이 더 컸던지라 맞바람을 맞으면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다만 끝까지 정속으로 달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25Km를 지나고 나서는 속도가 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신발도 빗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발도 물에 영향으로 붓는듯한 느낌이 든다. 편도 7Km에 세곳에 급수대와 먹거리장소가 설치되어 급수나 먹거리가 풍부하게 제공되었지만 날씨가 추워 물은 거의 먹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중반이후 빵과 오렌지등 제공된 먹거리는 충분히 먹었다. 달리는 것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날씨가 쌀쌀해 더욱 몸속 에너지 소비가 필요할 것 같아 체력이 고갈되지 전에 보충해주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비 때문에 주로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급수대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아주 성심성의껏 봉사하고 있어 고마움을 느꼈으며, 특히 주로에서 봉사하는 젊은 친구들은 쌀쌀한 날씨에 거쎈 바람에 비까지 맞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달리는 중간에 비가 가늘어지면서 조금 좋은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달리는 내내 거의 비를 맞고 달렸다. 달리다보니  체온이 올라가고 비닐을 걸치고 달리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30Km 정도를 달린뒤 벗어버렸다. 비닐을 벗어버리니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해졌는데 몸은 이미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25Km를 넘어서면서 매 Km당 속도도 5분 30초로 늦쳐졌고 빨리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가 쉬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그동안 추월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추월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주위의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함께 달렸고 맞바람을 만나면 앞서 나가지 않고 다른 주자 뒤를 따라가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자고 행동했다. 그렇게 달려도 체력을 떨어지고 속도는 조금씩 늦쳐지기 시작한다. 35Km를 넘어서면서 6분 속도로 늦쳐졌고 40Km를 넘어서서는 7분 속도로 떨어졌다.

 

결승점을 들어올 때는 비까지 다시 세차게 내리고 바람도 엄청 불어 올라오는 언덕길이 많이 힘들었다. 도야마 마라톤 대회는 중간에서는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데 결승점에서는 모든 주자들에게 결승 테이프를 끊게 만들어주면서 사진 찰영 써비스를 제공한다. 막판에 사진을 찍어주니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척 웃으면서 결승점을 통과했다.

 

시간을 체크하니 3시간 46분이었는데 다음날 도야마 신문을 통해 기록을 확인해 보니 1분이 더 늦게 되어 있다. 아마 도야마대회도 기록산정을 출발은 건타임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뒤에서 늦게 출발한 덕분에 기록이 2분가까이 손해본 것 같다. 하지만 오늘도 기록에 신경쓰고 달린 것이 아닌지라 큰 의미는 없다. 비 내리고 바람부는 가운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싶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들어오니 주최측에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주는데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종류의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추웠던 몸은 따뜻하게 하는데 아주 좋았다. 비가 내리는 구질구질한 날씨임에도 먹고난 그릇이나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일본사람들을 접하면서 이런 점은 우리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 입으면서도 내부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는 자세 역시 배울 점이 많다. 우리나라 대회장의 탈의실에는 대회를 마칠때가 되면 각종 비닐과 옷핀, 배번이나 기타 쓰레기기 가득한데...    

 

 

 

 

악천후에서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멀리 일본에까지 와서 94번째 풀코스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05km --  27'49" (27'49")
10km --  41'55" (24'06")

 

15km -- 1:17:03 (25'07")
20km -- 1:42:25 (25'21")

 

25km -- 2:06:50 (24'24")
30km -- 2:34:13 (27'23")

 

35km -- 3:02:03 (27'50")
40km -- 3:32:35 (30'32")

 

full -- 3:47:18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