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경기마라톤 참가후기 (2009.4.19)

남녘하늘 2009. 11. 17. 00:06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2년만에 써 보는 대회 참가 후기이다.  

 

요즘 대회참가를 자주 하지 않아서인지 준비성 부족으로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무엇인가 하나씩을 빠뜨리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도 대회에 함께 참가하기로한 동료의 이야기만 듣고 9시에 풀코스부문 출발로 알고 느긋하게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8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물품이 도착했을 때 함께 온 책자라도 제대로 읽어 보았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텐데 모든 것이 준비성이 부족했던 내탓이다. 옷 갈아입고 물품보관소에 가방 맡길 시간도 없어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방을 맡겨놓고 출발 축포소리를 듣고 나서 트랙으로 뛰어가 가장 후미에서 출발했다. 대회 전체 참가자중 풀코스 부문에는 1천여명밖에 되질 않아 몇 사람 나간 것 같지 않은데 제일 끝이다. 오늘 참가한 대회가 나의 아흔두번째의 풀코스 참가대회이다.  

 

 

 

 


출발할 때에는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훈훈한 느낌이 후반부에 더운 날씨를 예고한다. 천천히 사람들을 따라서 운동장을 빠져나가 도로에서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를 찾아 쫒아 가기로 마음 먹었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아야 후반에 힘들지 않을 것 같아 욕심내지 않고 2Km까지는 매 Km당 6분 정도의 속도로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달렸다.

 

수원은 어릴 때 아주 자주 놀러왔던 좋은 기억이 있는 도시인데 이렇게 도로를 통제하고 달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그동안 지나치면서 구경만 했었지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는 장안문(북문)과 팔달문(남문)을 차례로 뛰어서 통과해 보았다. 비록 아스팔트 도로보다 달리는 여건은 좋지 않았지만 이렇게 대회 참가가 아니면 언제 걸어서 장안문과 팔달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수원의 중심가를 벗어나면서 속도를 조금씩 올려 5Km의 통과 시간은 25분 15초.


오늘 대회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는 대회가 아니어서 몸이 따라갈 수 있는 상태까지 달려 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회사에서 단체를 150여명이 참가했는데 풀코스를 신청한 사람이 나 혼자여서 행사를 주관하는 몇 사람이라도 나 때문에 많이 기다리면 안되기에 4시간은 넘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초반 속도는 그다지 늦은 편이 아니다. 다만 뛰면서 날씨가 더워지는 것이 후반에 많이 쳐질 것 같다는 느낌이... 중간에 거리 표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같은 거리는 달리는데 20초 이상의 차이가 나는 곳이 몇 곳 있었다. 그러나 5Km 단위로 보면 그다지 이상은 없는듯... 더운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5Km 단위로 급수대를 운영한 것이 이번 대회의 유일한 흠이 아닌가 싶다. 중간 2.5Km 마다 스펀지를 준비해 두었지만 마시는 물이 부족해서 많은 주자들이 고생했을 것 같다.


나는 17Km 지점에 있던 GS주유소 여주인이 나누어 주는 물병을 들고 뛰다 마신후 매급수대마다 자원봉사자에게 물을 반쯤 채워 달라고 해서 중간 지점에서 계속 급수를 하면서 달렸다. 들고 뛰느라 귀찮고 힘은 들었지만 물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았고, 물을 마실때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마시면서 좋은 일을 한다는 기분으로 달릴 수 있었다.


17.5Km 즈음해서 융건능을 지나쳤고 용주사도 지나쳤다. 늘 차를 타고 다니면서 한번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코스도 이곳을 지나가게 되어 있어 지나치면서 다음에는 꼭 한번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름도 사라지고 햇살은 쨍쨍,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주로에 생각보다 그늘이 없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도 달리기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만 주로 내내 자원봉사를 나왔던 여고생들이 아주 열성적으로 응원을 해주어서 감동을 받았다. 거의 3-400m 간격으로 늘어서서 끝까지 응원을 했는데 다른 대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것 같고, 형식적으로 나와서 도로 통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성의 있고 정성을 다해서 응원을 해주어 기분이 많이 좋았다.

 

20Km까지는 대략 Km당 5분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린 것 같다. 중간에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도 추월해 버리고...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달리기가 힘들어지고 또 왜 뛰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중간에 수원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게 되는데 정문앞에 무릎꿇고 않아 있는 소와 그 소를 베고 누워있는 소년의 동상이 있었는데 소를 베고 누워있는 소년의 모습이 부러웠다. 빨리 뛰고 들어가서 시원한 곳에서 한숨 낮잠이라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원마라톤 풀코스의 주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생각보다 지루한 직선주로가 몇 군데 있었고 나무 그늘이 별로 없어 달리는 내내 직사광선에 노출되어 더 더웠다. 장안문과 팔달문을 달려서 통과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곤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다. 좁은 구시가지를 통과해야 하는 코스이기에 차량통제에도 힘이 들었을 것이고 도심내에서 코스를 만드느라 멋진 주로를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20Km를 지나고 나서는 속도가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2주전에 달렸던 LIG 마라톤 이후 조금이라도 연습을 해서인지
달리는 것이 한결 편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날씨도 많이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구간 기록은 조금씩 빨랐고 더 중요한 것은 같은 거리를 달렸음에도 많이 힘들지 않아 여유도 있었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달릴수 있다는 것이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주자간의 거리는 벌어지고, 그 틈을 이용해서 교통경찰들이 정차해 있는 차들을 통과시켜 준다. 경찰들이 유연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과 함께, 좁은 땅과 발달하지 못한 우리 도로환경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대회를 제대로 치르려면 도로통제와 급수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른 대회에 참가해보면 운영측에서 너무 경직되어 운전자와 경찰이 싸우는 것도 여러차례 볼 수 있는 광경인데 달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통제를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급한 사람들을 무한정 붙잡아두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달리는 주자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본다.

 

후반부로 갈수록 직선주로가 많이 나와서 지루하고 힘들었다. 도로에 가로수가 있어도 아직 잎이 나오질 않아 그늘이 만들어지지 않아 도움이 별로 되지 않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주로는 지루함의 극치이다. 25Km를 지나 1차 반환점이 있는 도로도 엄청나게 긴 직선주로였고, 35Km 지점 부근의 2차 반환점이 있는 도로도 그늘하나 없는 길고 긴 직선주로였다. 직선주로가 많은 대회는 두번 다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따라서 경기마라톤 대회도 내년에는 참가하더라도 참가여부를 조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후반부에 가끔 만나는 아파트의 그늘이 반가왔고 몇 번 지나쳤던 지하차도가 고마울 정도로 한낮의 더위는 힘이 들었다. 바람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서서히 더워졌는데 달리기를 마치고 온도를 살펴보니 24도 가까이 올라가 초여름의 날씨와 비슷했던 것 같다. 나는 그나마 4시간 안에 들어와서 한낮의 뙤약볕은 피할 수 있었는데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더 더운 날씨에서 더 힘들게 달렸을 것이다.

 

힘들어도 걷지는 말고 뛰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역시 평소 훈련부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걷지는 않았지만 35Km 이후에는 매 Km를 6분이 넘는 속도로 달린 것 같다. 40Km 지점을 지나면서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가 지나가는데 두명의 페이스 메이커중 한명은 두사람의 주자와 함께 가고 있었고 나머지 한명은 혼자서 가고 있었다. 페메를 따라서 끝까지 달려 3시간 40분에라도 들어가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내가 이미 많이 지쳐버렸고 페메가 시간을 맞추려고 해서인지 생각보다는 빨리 달려 따라갈 수가 없었다.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까지 보내버리고 남은 2Km는 건물의 그늘길을 따라서 달렸다. 경기마라톤 대회의 코스에도 적당한 언덕이 여러개 있었는데 결승점을 앞두고 있는 마지막 오르막은 힘이 들었다. 혼잡한 도심을 통과해야 하고 도시의 도로사정을 감안해 정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오르막까지도 걷지 않고 뛰었고, 조금 더 달려 운동장에 들어오니 3시간 44분이 걸렸다.

 

결승점을 통과하니 회사 동료 몇사람이 그때까지 집에 가질 않고 기다리고 있어 상당히 미안하고 고마웠다. 풀코스 참가자가 많이 않아서인지 안마의료 봉사단에 줄서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모처럼 안마봉사까지 받았다. 안마를 받아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니 달리면서 덥고 힘들었던 기억은 모두 잊혀진다. 

 

05km --  25'15" (25'15")
10km --  49'17" (24'02")

 

15km -- 1:14:01 (24'44")
20km -- 1:39:49 (25'48")

 

25km -- 2:06:13 (26'24")
30km -- 2:33:40 (27'27")

 

35km -- 3:02:04 (26'24")
40km -- 3:32:40 (30'36")

 

full -- 3:44:55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