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8 (모스크바-시내 개별 관광 ) (2012.6)

남녘하늘 2014. 3. 25. 22:39

 

 모스크바 관광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까지 먹었지만 백야로 인해 아직 바깥은 훤한데 호텔에 남아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마음에 맞는 몇 사람이 다시 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러시아가 아직은 유럽의 자유스러운 국가에 비해서 여행을 다니기에는 다소 위험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혼자서 배낭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나라인데 위험하다고 호텔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스킨헤드로부터 테러를 당하지도 않을 것이고, 외국인들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 같아서 어제 가 보았던 붉은 광장과 끄레믈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8명의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택시를 탈 수도 없어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있던 호텔에서 붉은 광장까지는 한번에 가는 지하철이 없어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했다. 호텔 프런트에 모스크바 관광지도가 있는지를 물어 보았더니 큰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도가 없었다. 관광지도는 커녕 시내가 나와 있는 간단한 지도조차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지도는 시내에 들어가서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말만 한다. 이런 점에서 아직 러시아가 관광 대국으로 가기에는 서비스의 수준이 한참 낮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처음 서울을 출발할 때 여행사에서 "러시아는 가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았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러시아 관광 책자를 가지고 나왔는데 공항으로 오는 리무진에서 다른 짐을 챙기느라 차에다 놓고 내려서 러시아에 와서는 여러가지로 답답했다. 바보같이...

 

 어제 지하철을 한번 타 보아서 지하철 타는 것이 벌써 익숙한 느낌이다. 지하철을 탈 때 러시아어 키릴 문자로 입구(вход)와 출구(выход)라고 쓴 것을 구분하지 못했지만 눈치가 생겨서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한번 출구로 나가면 다시 돌아오는 방법이 없는 모스크바 지하철이다.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지하철만 타면 리시버를 귀에 꼽고 스마트폰만 하는 지하철의 풍경은 아니다. 모스크바 중심가를 러시아어로도 짼뜨르 (Центр :센터, 중심)라고 하고, 그 짼뜨르의 기준이 크레믈이라고 한다. 그 젠뜨르로 출발한다. 

 

 

 

 

 

끄레물에 가기 위해 중간에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이동해야 했다. 끄레믈에 가기 위해서 쁠로샤지 레발류지이 지하철 역에서 내렸다. 역 이름을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한번 들어서는 기억하지 못해 한글로 적어서 왔다. 환승하고 나서 3번째 역에서 내리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쁠로샤지 레발류지이 지하철 역사 출입구가 성의 망루처럼 붉은 원통형으로 생겨 있다.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나고 밖으로 나오는 중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크레믈로 이동하는 중간에 임시 가두 판매점 같은 상가들이 이어져 있었다. 정식 건물이 아닌 텐트를 설치하고 만든 임시 가설물인데 상시로 열리는 시장인지 임시로 열린 것인지는 처음 방문이어서 알 수가 없다. 다만 규모로 보아서는 상당히 큰 규모였고, 허가 없이 이 중요한 거리에서 영업을 할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유명 관광지만 구경하러 다니기 바빠서 이런 편한 곳에서 쇼핑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일행 신경쓰지 않고 구경할 수 있었다. 

 

 

 

 

 

 

붉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국립 역사박물관 옆의 통로인 부활의 문. 이 부활의 문도 내일 개최되는 러시아의 날 행사 때문에 통제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활의 문 입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오고 있었다. 이문을 통해 붉은 광장도 가고, 레닌의 묘지에도 갔다 온다고 하는데... 사진 오른쪽 붉은 건물이 어제 굼 백화점 쪽에서 보았던 국립 역사박물관이다. 역사박물관 앞에 세워져 있는 동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총사령관을 지난 전쟁 영웅 주코프장군의 기마상이다. 주코프 장군은 세계 2차대전에서 연합군의 한 축으로써 히틀러의 독일을 패퇴시킨 전쟁영웅이다. 과거 나폴레옹을 무찔렀던 꾸뚜조프 장군과 더불어 러시아를 구한 구국의 영웅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박물관과 끄레믈 입구 사이에는 마네쥐 광장이 있는데 마네쥐 광장 끝부분에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한 꺼지지 않는 불꽃을 있다. 끄레물의 뒷편 성벽에 붙어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전사한 소련군 무명 용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곳이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찌와의 전쟁에서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곳도 시간이 늦어서인지 통제를 해 놓아 가까이 가서 볼수는 없었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자국의 무명용사를 위해 이런 것을 설치 운영하는 것이 단순히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본격적으로 끄레물을 따라서 끄레물 성벽을 한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마네쥐 광장 옆으로 알렉산드르로프 공원이 이어진다. 마네쥐 광장의 지하에는 아호뜨늬 럇드 쇼핑센터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나는 끄레물을 따라 모스크바 강가까지 걸어 갈 생각을 하고 있어 쇼핑센터 가는 것은 생략했다. 러시아도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해가 길어지면서 날씨까지 좋아 공원에는 관광객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잘 꾸면진 공원과 여유있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 보기 좋다.   

 

 


알렉산드르로프 정원에 있는 19세기 끄레믈의 성벽 잔해. 일부러 일부를 기념삼아 남겨 놓은 모양이다. 기념물을 따라서 위로 올가 갈 수도 있다는데 사람들이 안쪽에 들어가서 이곳에 나 있는 구멍에 손을 넣고 무엇인가를 찾았는데 무엇을 찾는 것인지 알 수가 업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물어 보아도 알수도 없고...  

 

 

 


광장 중심에는 말 네마리의 동상이 있는 분수대가 있었다. 분수와 함께 동상과 더불어 주위 경치가 멋있다 보니 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이 말 동상과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마네쥐 (Манеж)가 단어가 말이나 가축들이 훈련을 받는 공간을 뜻한다고 한다. 뒤로 보이는 건물은 중앙 전시관 마네쥐라고 한다. 대규모 전시회도 열리고 연주회도 열린다고 한다.    

 

 

 

 

끄레믈 뒷편 공원은 화단도 잘 꾸며져 있다. 여러 종류의 튜립이 심어져 있었고, 화단 주위로 소박해 보이는 등받이 의자도 많이 놓여 있어서 저녁시간에 이곳에 와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 공원의 모습이 러시아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겠지만, 공원에서 본 모스크바의 시민들은 참으로 여유있고 평화로와 보였다.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백야로 인해 저녁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고, 역시 관광의 중심지역이라서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이 많다.  

 

 

 

 

레닌 도서관 위에 설치되어 있었던 삼성의 광고판. 모스크바 시내에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곳인데 미리 선점을 해 놓았다고 들었다. 이곳은 이동하는 교통량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어서 눈에 잘 띄는 곳인데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가 있어 기분이 좋다. 외국에 나오면 이런 광고판 하나에도 애국자가 된다. 어제 끄레물에서 나올때도 이 광고판이 보였었다.     

 

 

 

모스크바 끄레믈이 끝나는 곳에는 'LG 다리'라고 불리는 다리가 있다. 이 다리에 있는 모든 광고판이 전부 LG로 도배되어 있는데, 원래 다리의 이름은 '볼쇼이 카멘느이 다리'라고 한다. 조금 전에 지나쳐 온 삼성 광고판과 더불어 모스크바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며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가 있으니 또 한번 기분이 좋다. 이 다리에서 아르바트 거리까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모스크바 강을 구경하기 위해 끄레믈 성벽을 따라 가지 않고 아르바트 거리에 가서 저녁풍경과 차를 한잔 즐기는 시간을 가졌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보이는 모스크바 강을 따라서 산책을 이어갔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함께 나온 일행들은 어떨지 몰라 조금 고심을 했던 구간이기도 하다. 괜히 힘들게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서울의 한강보다도 좁고 작은 강가를 한참이나 걸여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강변을 걷는 동안 여러대의 유람선이 지나쳤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유람선을 타고 모스크바 강을 둘러 보는 것도 좋을 듯한데 준비되지 못한 여행자로서 언감생심이다. 어짜피 상트 페테르부르그에 가면 네바강에서 유람선 타는 일정이 잡혀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스탈린 시대에 만드어진 총 7개의 스탈린 시스터즈 중의 하나인 래디슨 로얄 호텔의 웅장한 모습. 옛날에 우크라이나 호텔로 불렸다고 하며, 50여년전 건축되었는데 유럽호텔 체인이 인수해서 리모델링 했다고 한다. 세계 10대 호텔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보기만 해도 웅장해 보인다. 이 호텔은 모스크바강을 따라 겨울철에도 운항하는 쇄빙 유람선의 기항지이기도 한다.   

 

 

 

강을 따라 걷다 보니 어제에 다녀갔던 바실리 성당까지 오게 되었다. 모스크바의 끄레믈(크렘린)이 정치적 이미지로 세계에 알려졌다면, 바실리 성당은 문화적인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바실리 성당이 아름다운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빈도가 높은 붉은 광장에 있다는 것도 유명해지는데 한 몫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까이 보아도 멋있지만, 모스크바 강가에서 보아도 여전히 아름답다.    

 

 


'러시아의 날' 전날인 오늘은 어제 통제했던 붉은 광장에서 기념행사의 리허설이 진행하고 있었다. 어제 바실리 성당을 방문했을 때는 행사장을 설치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더니 오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광장을 통제해 놓았고 학생들이 모여서 행사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러시아의 날 이외에도 1년에 몇 번씩 붉은 광장을 통제하고 기념식을 연다고 한다.

 

 

 

 

 

저녁무렵 다시 오게 된 굼 백화점. 짜르가 통치하던 시절에는 궁전이었으나 현재에는 어느 나라 백화점 보다 진중하며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굼 백화점이 외부에 조명까지 해 놓아 더욱 화려하다. 날씨는 훤해 보이지만 시간이 9시가 다 되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어제와 오늘 모두 뒷쪽에서 백화점의 일부분만 보았는데 붉은 광장쪽에서 굼백화점의 전체를 관망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게 이번 여행에서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네.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오라는 뜻이 아닐까?  어제 다녔던 백화점 뒷길을 따라서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오페라와 발레의 공연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볼쇼이 극장에도 조명이 켜져 한층 더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완전히 어둡지도 않으면서 조명이 들어 왔을 때 찍은 사진이 항상 예쁘게 나온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역사박물관 앞쪽에 있는 마네쥐 광장에서는 무엇인가 판촉활동을 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시내 관광을 함께 나갔던 일행들과 함께 아무일 없이 무사귀환을 기념하며 호텔 입구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모스크바에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더구나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가이드가 너무 겁을 많이 주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낸 듯하다. 현지에 와서 단체 여행이 아닌 이런 개별 여행을 갖는 것도 즐거운 일중에 하나인데... 물론 부지런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나와 함께 시내관광을 다녀온 분들과 함께 호텔 바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했다. 나와 내 룸메이트였던 이완주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분이었기 때문에 가이드의 말을 듣고 선듯 밖으로 구경을 갈 수가 없었는데, 내가 시내관광을 한다고 하니 용기를 내서 따라 나섯던 것이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나는 내가 너무 많이 걷게 해서 고생만 시킨 것은 아니었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사말이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하는  형식적인 인사였는지는 모르겠다.     

 

 

 

 

 

 

(9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