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9 (모스크바-아침달리기, 푸쉬킨 미술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2012.6)

남녘하늘 2014. 3. 27. 23:48

 

모스크바에 온 이후 코스모스호텔에서 3일밤을 묵었음에도 아침 달리기를 한번 하지 못하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 혼자 개별여행을 왔다면 매일 아침 운동화를 신고 달려 나갔을텐데, 60명이 넘는 인원을 인솔하는 입장이라 혼자서 개별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이곳 지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가기가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이 이번 여행중 모스크바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어서 오늘도 달리지 못하면 모스크바에서 한번도 뛰지 못하고 지나갈 것 같아 조금 무리하기로 했다.

 

새벽 5시. 운동화 끈을 조이고 호텔은 나섰다. 서울에서도 하지가 되어 가는 시기이기에 새벽 5시면 훤해지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이곳은 백야로 인해 해가 한참전에  떠 있었다. 호텔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던 우주공원 기념탑을 향해 지하도를 건너갔다. 우주공원의 기념탑은 100m 높이로 우주선이 발사될 때 분사되는 연기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공원에서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마치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우주공원의 기념탑은 주변에는 소련의 우주 과학자 촐코프스키의 동상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한결같이 러시아의 우주산업과 관련된 인물들로 추정된다. 이 공원도 생각보다는 규모가 컸고, 주변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도심 속에 숲을 이루고 있었다. 주변에 주거용 아파트가 많아 공원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뛰어가다 드디어 도로에서 모스크바 시민을 만났다. 훤해 보이는 분위기라서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아직 5시 20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아직 출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사진을 한장 찍어 달라고 하니 흔쾌이 찍어준다. 달리기를 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상하게 달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또한 아침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주택가로 생각되는데 거리가 한산한 것으로 봐서 러시아 사람들이 부지런하지는 않은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모스크바도 인구 천만명이 넘는 거대한 도시인데...

 

 

 

조금 더 달려가니 호텔에서 보이던 오스탄키노 타워가 나타났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라고 하는데 TV 송신탑으로 1967년 11월에 지어진 이 건물은 높이가 무려 540m에 이른다고 한다. 340m 높이에 위치한 오스탄키노 타워의 전망대는 모스크바 시내를 조경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주변의 모든 건물들을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어, 모스크바에 처음오는 바이어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오늘 이 타워를 항해할 때 등대처럼 중심으로 삼아 뛰어 보기로 한다. 하지만 나중에 이 전략은 잘못 되었음을 알았다. 

 

 

 

오스탄키노 타워 앞쪽에 전차 종점이 하나 있었다. 이 전차는 나중에 달리기를 마치고 호텔쪽으로 귀환할 때 보니 반대편에 차량 기지가 있었고 그 기지까지 박람회 공원을 끼고 오가면서 중간에 있는 지하철 역과 연계 운행하는 전차인 것 같았다. 중점 근처여서 아직 기관사 이외에 손님은 없었다.  

 

 

 

오스탄키노 타워의 앞쪽에 있던 조그마한 호수. 이름은 알 수 없다. 러시아에 어디를 가더라도 거리 표시판이나 관광 안내판에 영어와 병기되어 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오늘도 달리면서 내가 스스로 방향을 잡아서 뛰었을 뿐, 영어표지판이 하나도 없어 표지판으로 방향을 찾아 뛸 수가 없었다. 호수를 끼고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었고, 러시아 정교 사원 하나와 상당히 규모가 큰 오피스 빌딩이 하나 있었다.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이 호수에 산책을 나온 사람을 딱 2명 보았다. 

 

 

 

 

러시아 정교 사원 앞에 있던 안내판. 보이는 것처럼 영어가 한마디로 써 있지 않아 읽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귀국해서 번역해 보니 "오스탄키노 궁전 연못' (Останкинский Дворцовый Пруд) 이라도 되어 있었다. 내가 정교 사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마도 오스탄키노 궁전에 붙어 있는 부속 사원으로 이 사원 뒷쪽에 오스탄키노 궁정이 있었다. 나는 도로로 따라 뛰다가 호수가 나와 호수 산책길을 뛰느라 주변에 궁전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오스탄키노 타워의 이름도 결국 오스탄키노 궁전에서 따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스탄키노 궁전에 대해서 알아보니 18세기 말 러시아식 건물로 오스탄키노 영주 레메체프 백작을 위해 그 집안 농노들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오스탄키노 궁전은 옥상의 돔을 비롯하여 출입문과 벽, 기둥, 천장, 가구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우아하게 장식해 놓았고, 1917년 오스탄키노 궁전이 국유화된 이래 농노예술박물관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호수에서 바라본 오스탄키노 타워. 정말 높다. 입장료가 조금 비싼 편이라고 했는데 단체 여행객을 함께 가기 힘들었다면 가고 싶은 사람이라도 모집해서 가 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매일 호텔에서 바라다 보면서 방송타워라고는 생각했지만, 더 이상의 정보가 없어 입장이 가능한지 전망대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직 러시아가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어서 못가는 곳이 많으리라 생각하고 가 보자는 소리도 못했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전망대에서 모스크바 시내를 내려다 보고 싶다. 어느 도시를 가든지 전망대에는 꼭 한번씩 올라가보는데... 이렇게 가까이까지 와서 가보지 못했으니 아쉽기 그지 없다.

 

 

 

 

아파트가 많은 주거지가 있는 곳을 따라서 뛰었기 때문에 비교적 달리기 좋은 코스가 계속 이어졌다. 이곳도 도로보다는 도로 바같에 보행도로와 넓은 완충지대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도로사정이 복잡해지면 언제든지 도로를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었다. 전날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젖어 있는 땅이 많았다. 아까 오스탄키노 타워를 지나면서 타워를 달리기의 기준점을 삼고 그 타워를 보면서 달리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원의 나무들이 하나같이 크고 도로 가까이 있어 타워를 조금 지난 다음부터는 타워를 볼 수가 없었다. 어짜피 나올 때 공원을 따라 한바퀴 돌면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달려 나갔다. 이제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러명 보이기 시작했는데, 새벽부터 달라고 있는 나를 조금 의심스로운 눈빛으로 쳐다 보곤 했다.

 

 

 

공원을 한바퀴 돌아서 오는 생각으로 나왔기 때문에 공원을 끼고 도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이 맥주 표지판이 보이는 이곳까지만 뛰고 되돌아 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공원을 따라 돌 것인지를 잠시 고민하다가 공원을 따라 뛰기로 했다. 어짜피 지도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방향 감각은 이미 상실해 버렸지만 공원을 끼고 한쪽 방향으로만 계속해서 달리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공원을 따라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주거지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도로 상태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달려온 거리가 너무 멀어서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감각적으로 볼 때 조금만 더 가면 다시 좋은 길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 한명 다니지 않는 길이 나타났고, 집 근처가 아니라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러시아의 시골길이라 내심 걱정이 조금 되기는 했다. 비가 내린뒤 물이 빠지지 않아 일부 도로 구간에서는 도로 옆 숲속 길을 뛰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모스크바에 와서 나처럼 이런 구경을 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숲속길을 한참을 더 뛰어가니 다시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쪽은 주거지가 아니라 공장지역과 물류 보관 창고 같은 곳이 몰려 있었다. 공원을 끼고 계속 달리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공원을 끼고 있는 도로가 끊어져 버렸다. 이제는 도로를 따라 뛰면서 공원쪽으로 향하는 길이 있으면 무조건 그쪽 방향으로 가지고 생각하면서 달렸다. 이 근처 지역의 지도 한장 살펴보지도 않고, 그냥 공원을 한바퀴 돌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다. 쉬지 않고 달려서 빨리 호텔로 돌아가는 방법이외에는...     

 

 

 

 

다시 잘 가꿔진 공원이 모습이 나왔다. 아침에 달리러 나올 때 이런 잘 가꾸진 숲속 길을 달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왔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었다. 아마도 박람회장 공원의 앞쪽은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고, 박람회장 공원의 뒷쪽 편은 조금 못사는 사람들의 동네였던 것 같다. 공원 입구의 반대쪽 뒷편은 도시 정비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 동내 분위기였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공장지대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다시 호텔이 가까와 질수록 숲과 도로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달리기도 한결 편해지기 시작했다.     

 

 

 

 

호텔 가까이 와서야 현지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하러 나갔을 때 부지런한 사람 몇 명을 만난 이후에 이제서야 출근 시간에 맞춰 나온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이곳 사람들도 달리기 여건이 좋아서 많이 달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2시간 가까이 달리면서 뛰고 있는 사람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좋은 공원이 있는데 왜 운동하는 사람이 없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모스크바에서도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벽 5시에 출발했는데 호텔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대략 2시간 정도를 달린 것 같은데 중간 중간 사진을 찍기도 하고 구경도 해서 달린 거리는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공원을 한바퀴 돌면 한시간 안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섰는데 사전 정보도 없이 나갔다가 생각보다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막판에는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속도를 조금 높여서 달렸더니 땀도 꽤 많이 흘렸다.  호텔로 돌아와 현관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사진 한장. 아침에 남들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나서서 아침을 일찍 시작했더니 기분이 좋다. 좋아하는 달리기까지 하고 온터라.... 

 

 

 

오늘 달린 코스를 사진으로 찍어 보았었다. 왼쪽 제일 뾰족히 솟아 있는 원추형 탑이 달리면서 보았던 높이 537m의 오스탄기노 TV 송신탑이고, 가운데 원형의 지하철역 뒤로 보이는 탑은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포트니크 우주선을 발사한 것과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천 우주인으로 탄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1964년에 세워진 우주공원 기념탑이다, 그 숲속길을 지나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진으로 보이는 숲이 베베쩨 공원이다. 그다지 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2시간 가까이 뛰었으니 최소한 둘레가 15km는 넘었을 것이다. 사진 멀리까지 보이는 숲을 완전히 한바퀴 돌아서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모스크바 왔을 때 놓치면 후회하는 광광명소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의 공식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경제 성취 전시장으로 러시아어로 줄이면 베베쩨라고 한다. 안쪽에 볼 것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차라리 공원 외곽을 뛸 것이 아니라 공원 안쪽을 뛰었어야 했다.   

 

 

 

호텔을 나서기 앞서 우리가 있었던 반대편 방향에서 숙박했던 방에 들어가서 공원의 반대쪽을 살펴 보았다. 이 근처가 비교적 숲도 많이 있고 아파트도 많은, 모스크바의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 같다는 느낌이다. 시내 중심가까지 그리 멀지도 않고...    

 

 

 

 

모스크바 여행의 마지막날, 우리 일행이 아침 일찍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푸시킨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19세기 러시아의 뜻있는 지식인과 귀족들이 러시아 국민도 서유럽의 훌륭한 미술품을 러시아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용 미술관을 갖는 꿈을 실현시킨 미술관이다. 1898년 황제 니콜라이 2세 시절 건물의 초석을 놓고, 혁명 직전인 1912년 5월 31일 알렉산드르 3세의 이름을 따서 개관함으로써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고대와 중세의 미술품, 서유럽의 회화·조각·판화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술품 수집가인 푸슈킨과 모로조프가 모은 18~20세기의 프랑스 미술품이 특히 유명하다. 


푸시킨 미술관은 우리 모스크바에 와서 이미 구경한 붉은 광장이나 아르바트 거리에서 걸어서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지도를 보지 않았고, 처음가는 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도저히 방향감각이 없어 방문할 때에는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다. 나중에 보니 중요한 관광지와 미술관 등이 붉은 광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었다.  그림에 대해서 안목도 없고 잘 모르는지라 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스크바 푸쉬킨 미술관 매표소의 모습. 인상파 특별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아침 10시에 개관하는데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미술관에 도착,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우리 뒤로 엄청난 줄이 늘어서기 시작한다. 조금 늦게 왔으면 입장하는데에만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다. 관람을 마치고 나올 무렵에는 그 줄이 엄청나게 더 길어져 있었다. 관람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입장 한뒤 그리스 ,로마, 이집트 조각들을 본다음에 2층으로 오르면 렘브란트, 반다이크, 세잔, 피카소, 르누아르, 모네, 고갱등의 회화를 볼수 있었다. 하지만 미술관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기 못하게 해서 미술관 안쪽에서의 사진은 한장도 없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지만 손만 대지 않으면 작품 바로 앞까지 다가 가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미술과 작품에 대한 내 소양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만든 미술관 방문이었고, 중간 중간에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서 익히 보았던 작품을 볼 때마다 이곳이 대단한 미술관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 있는 미술관은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푸쉬킨 미술관 방문에 이어 다음에 방문할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순수한 러시아 미술품으로 채워져 있다면, 푸시킨 미술관은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향한 외국 미술품으로 채워져 있어 모스크바에서도 훌륭한 서유럽 미술품을 포함한 세계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푸시킨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매표소 앞으로 이동한다. 카메라가 없어 푸쉬킨 미술관 내부와 작품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홈페이지에 작품리스트까지 정리 되어 있으니 작품을 보고 싶다면 더 좋은 사진을 볼 수 있다.  
푸쉬킨 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arts-museum.ru   영문으로 볼 수 있다. 중국어, 일본어까지는 있는데 한국말 소개는 아직 없다.

 

 

 

오늘은 모스크바에 있는 중요한 미술관을 두군데나 돌아 보는 날이다. 예술적인 안목이 없는 내 눈이 호강하는 날이다. 푸시킨 미술관 방문에 이어서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서 이동중이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앞 라부쉰스키 골목길은 이곳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지 알 수 있을만큼 많은 노점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노점상이 영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유명 관광지 어느 곳을 가던지 그 곳에는 어김없이 노점상들이 많았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러시아의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1856년에 개관하여 1892년에 모스크바로 이전했고, 1918년 국립미술관으로 격상되어 소비에트 러시아 정부의 미술품 문화재, 국유화 집중화 작업에 따라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상인,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티야코프가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수집한 작품들로 시작되어, 이후 11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작업된 15만점 이상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러시아 민족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도 작품을 촬영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었으나, 카메라를 가지고 입장하는 것은 막지 않았다. 덕분에 작품 사진을 찍지 못했어도 지하 매표소의 모습, 전시관 사이의 계단, 작품도록을 판매하는 기념품샵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매표소에는 관광객 이외에도 러시아 사람들도 엄청 많이 보였다. 이곳에서 가방과 외투와 겉옷을 맡겨 놓고 입장하도록 되어 있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는 5천여점의 미술품과 혁명 당시 귀족들로부터 몰수한 그림 등 총 6만여 점의 미술품이 62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하고 있다. 이 곳의 작품들은 거의 11세기 이후의 명화들이며, 15세기 정교회의 이콘화에서부터 고전주의, 낭만주의를 거쳐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적 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300년 러시아 회화사의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다.

러시아정교의 성화(이콘화)들이 엄청나게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삼위일체'도 볼 수 있었고, 별관 성당에 따로 보관되어 있는 유명한 '블라디미르의 성모'도 관람할 수 있었다. 작품 사진을 찍지 못하고 이콘화 '블라디미르의 성모'를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복도 계단에서 사진 한장을 남겼다. 이 성화가 별관에 있는지 몰라서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랫쪽 사진이 '블라디미르의 성모' 이콘화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이 미술관도 기념품과 도록을 파는 곳으로 연결된다. 내가 그림을 좋아했으면 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중요작품에 대한 도록이라도 한권 사왔겠지만 나중에 짐으로만 남을 것 같아 결국 아무것도 사지는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글도 된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결코 싸지 않는 도록을 많이 사는 것 같았다. 이런 예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앞에서 언근했지만 이 미술관에서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내부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사실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고 몇 장을 찰영하고 실은 마음이 들기는 햇지만 '어글리 코리언'이란 소리를 듣는데 일조하기 싫어서 참았다. 사진이야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태가 훨씬 더 좋은 사진을 얼마든지 다운 받을 수 있는데... 아무리 그림을 보는 안목이 없더라고 반나절 몇 시간으로 관람을 마치기에는 봐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미술관 홈페이지 :  http://www.tretyakovgallery.ru/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입구 앞에 있는 트레티야코프는 동상은 팔짱을 끼고 깊은 사색에 잠긴 모습이다.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티야코프는 모스크바의 상인이자 산업자본가였다. 러시아 그림만을 모은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구입한 소장품을 모스크바시에 기증하여 시립 미술관인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설립한다. 그는 구입한 컬렉션은 당연히 사유물이어서는 안되고, 러시아 국민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일을 실천한 것이다. 왜 우리 나라에는 트레티야코프 같은 부자가 없을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구입한 어떤 부자가 나중에 자신의 컬렉션을 기증할까? 하는 공허한 생각만...   

 

 

 

 

모스크바에서의 관광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도모제도보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시내를 지나는 중이다. 도모제도보 공항은 모스코바 5개 공항중 하나로 모스코바 남쪽 약 50Km에 위치한 러시아 국내선 터미널이다. 시내를 통과하면서 자주 지나쳤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동상을 다시 지나가게 되어 사진 한장을 남겼다. 밝은 색상으로 외벽이 칠해진 건물도 지나고....     

 

 

 

 

 

4일간의 모스크바와 주변도시 여행을 마치고, 마침내 전통과 역사의 도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다. 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크 노선은 마치 우리네 김포-부산 노선처럼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국내선 노선이다.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는 대략 740km 정도 떨어져 있어 열차로 이동하면 12시간, 비행기로 이동하면 1시간 30분이 걸린다. 인천에서 상하이 가는 시간과 비슷하게 걸린다고 보면 된다.     

 

 

 

 

 

작년에 이 도모제도보 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테러 이후 검색이 강화되어 있어,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를 탑승하는데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검색이 이루어졌다.  그 상황을 알고 있던지라 미리 공항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는 빨리 탑승 수속이 끝났다. 탑승 시간까지 충분한 여유가 생겨서 러시아 현지 여행 책임자였던 박재우 사장님과 함께 공항카페에서 러시아 커피를 마셨다. 아르바트 거리나 또는 모스크바 관광지에서 해 보지 못한 여유로움을 결국 공항에 와서 항공기를 바라보면서 갖게 되었다. 60명이 넘는 여행객을 살피느라 수고가 많았던 박사장님을 위로도 할 겸해서...     

 

 

 

 

 

 

(1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