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10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2012.6)

남녘하늘 2014. 3. 29. 16:08

 

 모스크바를 출발해서 러시아 국내선 항공을 이용해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동중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수도인 모스크바로부터 북서쪽으로 715km 떨어진 북위 60도로 위치하고 있어,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항공편으로 이동했는데 항공편으로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구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기 전에 레닌그라드로 불렸던 이곳은 인구는 500만 명으로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문화적 중심지이다.   

 

 

 

 
우리는 드디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는데 백야로 인해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초저녁 같은 느낌이다. 이곳 상트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 이름은 성 베드로의 도시라는 의미로 다국적 합성어의 이름으로 결합된 도시다. 상트는 성 스러운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고, 페테르는 베드로를 뜻하는 피터의 화란식 발음이며, 부르크는 도시를 의미하는 독일어이다. 라틴어, 화란어, 독일어의 의미가 가미되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라는 러시아의 도시이름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이름도 세월에 따라 몇 번 뒤바뀌게 되는데 1914년에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페테르부르크라는 독일 이름에서 러시아어인 페트로그라드로 바뀌어졌다가, 1924년에는 레닌의 혁명과 공적을 기리는 도시라는 의미로 레닌그라드로 개명되었다. 이후 소비에트연방이 와해되면서 1991년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다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바뀌었다.        

 

 

 

이 도시가 건설되기 전에는 이곳은 네바강 하구의 습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지금부터 약 300년전 러시아 황제 표트르1세가 북방전쟁(1700~21)에서 스웨덴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요새를 건설함으로써 1703년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완성과 더불어 도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표트르대제는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발틱해로 나가는 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이곳에 항구도시를 건설,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옮겨왔다. 서유럽제국에서 건축가와 조경사를 초빙하여 제정 러시아의 수도를 건축하였는데 1918년 수도가 다시 모스크바로 옮겨가기까지 약 2세기에 걸쳐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관광객이 연 3,000만명에 이르는 세계적 관광 도시로,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문화ㆍ예술의 중심 도시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3국과도 인접해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러시아 내에서 가장 유럽다운 도시로, 네바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 풍경은 마치 파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시 곳곳을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고 있는 궁전, 성당, 동상은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영화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밤 12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해서 그야말로 잠만 자곤 다음날 아침 관광을 떠나게 되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건물이 우리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동안 이용했던 파크인 호텔이다. 호텔이 있는 곳은 상트 페르부르크의 중심가가 아니라 네바강을 건너서 바실리에프스키 섬의 안쪽에 있었다. 중심가에서 그다지 멀리 않았고, 규모는 크고 시설도 비교적 좋으면서 한적한 곳에 있어 조용하기는 했다. 하지만 걸어서 시내 중심가를 둘러 보지 못할 정도의 거리에 있어 저녁에 시내 산책을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있는 겨울궁전과 여기에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의 베르사이유, 러시아 분수들의 집합처라고 불리는 여름궁전에 도착했다. 이곳은  상트 페트르부르크에서  남서쪽 30km 지점에 있는 페트로 드보레츠 라는 곳에 있는데, 1714년 표트르 1세의 명령에 따라  로마노프 왕조의 여름 휴게소로  지어졌다고 한다. 페트로 드보레츠는 철도의 종착지이며, 휴양 도시로 유명하다. 이 궁전은  총면적 300만평(1000ha)이 넘는 넓은 공간에 144개의 분수와 7개의 작은 공원, 가로수길, 대궁전을 포함하여 20개의 궁전 건물이 들어서 있다. 대궁전은 건물길이 300m의 2층 건물로 1714년에 건조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때  독일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그후 몇번의 증축과 개축을 거쳐 1958에야 완전히 복구되었다고 한다.     

 

 

 

 


입장하니 조그만 숲속길을 거쳐 대궁전 앞으로 들어간다. 언덕 위에 위치한 대궁전은 흰색과 황금색이 잘 조화된 장중한 건물이다. 검소한 실용주의를 추구했던 표트르 대제가 건설한 건축물 가운데 유일하게 호화로운 건축물이다. 여름궁전은 1709년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했는데, 프랑스의 전제군주였던 루이 14세가 건설한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베르사유 궁전을 의식하여 그에 못지 않은 호화로운 궁전을 건설 했다고 한다. 건물 중앙의 지붕에는 제정러시아 로마노프 왕가의 상징적 문장인 쌍두 독수리의 모형이 높이 세워져 있고, 궁전 좌우 옆에는 황금색 왕관모형의 큰 첨탑과 작은 첨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표트르 대제의 대궁전 내부는 370점의 초상화를 비롯해 엄청난 규모의 금으로 꾸며진 거실 등 볼 것이 많다고 하는데, 궁전 내부 관람은 건너 뛰고 궁정 공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언덕위의 궁전 테라스 난간에서 핀란드만 쪽으로 보여 지는 풍경이 대단이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조각상과 분수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분수대를 지나 푸른 녹음의 아래공원 사이로 핀란드만까지 연결된 운하가 해변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이 궁전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이 운하를 통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배를 타고 여름궁전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공원내에 있는 황금 분수대에는 모두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삼손 분수이다. 삼손 분수는 1802년 제작된 것으로 높이 3.3m의 거대 조각상 모양 분수로 겉에 금박을 했다. 삼손이 사자 입을 찢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표트르 대제가 성서속의 영웅인 삼손의 동상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스웨덴과의 폴트바 전쟁에서 러시아 군이 승리한 날이 '성 삼소니아'의 기념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자는 스웨덴을 뜻하며, 삼손은 표트르 대제 자신을 의미했다고도 한다. 

 

 

 

 

 

장방형으로 구획되어 있는 가로수 길을 따라 가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을 소재로 한 대리석 조각 입상들이 공원의 오솔길 길목마다 서서 반겨 주었다. 이 정원안에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많이 있는 것은 표트르 대제가 유럽식으로의 개혁을 위해서 유럽문화의 대표적인 그리스로마 신화를 받아드렸기 때문이다. 표트르 대제는 1704년 이 여름 정원을 조성하면서 정원을 기하학적 비례를 통해 기초로 했으며, 나무들과의 색상 대비를 위해 하얀 대리석 조각들로 정원을 장식했다고 한다.   

 

 

 

 

 

여름 궁전은 겨울 궁전에 비해서 궁전의 크기는 초라하리만큼 작지만 정원만큼은 러시아 정원예술의 최고라고 할만큼 잘 조성되어 있다. 군데 군데 분수가 설치 되어 있고, 분수와 정원이 너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시간적인 제약만 없다면 곳곳에 있는 이런 분수들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같은데 아쉽다. 공원 중간에 표트르 대제의 동상으로 추정되는 동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가 보지는 않았고 멀리서 사진만 한장 찍었다.  

 

 

 

 

 

 

정원 한켠에는 재미 있는 분수도 많이 있었다. 나무처럼 만들어 놓은 분수에서는 나무 가지에서 물이 나오게 만들어 놓은 것도 있었고, 어떤 분수는 일정한 시각이 되면 길 좌우에서 분수가 솟아올라 터널을 이루며 가운데로 물이 떨어졌다. 또 돌을 밟으면 분수가 작동하는 것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옷이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무척 즐거워하며 뛰놀았다.  

 

 

 


나무숲 사이로 작은 개울이 수로처럼 여러개가 보였는데 그 개울이 갑자기 핀란드 만의 바닷물과 만난다. 궁전에 들어와서 황금분수대에서 바다를 보았지만 개울이 끝나면서 바로 바다로 연결되어지니 신기한 느낌이 든다. 늘 커다란 강이나 최소한 하천이 바다로 흘러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아직은 완연한 여름이 아니어서 물이 차가워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는 없었지만 잔잔해 보이는 바다가 멋있었다.     

 

 

 

 

멀리 보이는 선착장에는 유람선이 정박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그 네바강에서 이곳까지 오는 쾌속성 있어 배를 타면 버스로 이동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 여름 궁전까지 올 수 있아고 한다. 오는 동안 멋진 핀란드 만의 경치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단체 관광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생각 뿐이다. 핀란드만 해변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파란 바다를 보며 잠시 쉬어 주었다. 옆에 자리를 잡은 가족은 피크닉을 나온 듯 여유로와 보인다. 이 바다 반대쪽에는 핀란드가 있다.    

 

 

 


이번에는 산책하던 방향을 바꾸어 반대로 다시 정원 내부로 들어가 본다. 운하 사이로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나 있다. 넓은 정원 곳곳에 자리잡은 작은 공원에도 어김없이 분수가 있어 가히 분수공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러시아 정원 예술의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이 여름 궁전의 정원은 18세기 초엽 유럽 정원문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쭉쭉 뻗은 나무가 상쾌한 느낌을 주고, 공기는 한없이 맑아 계속 걷고 싶은 길이다.  

 

 

 

 

 

황급빛 조각상들이 궁전을 등지고 바닷쪽을 향하고 있는 이유는 배를 타고 입성하는 표트르 대제를 환영하기 위한 배치였다고 한다. 여름 궁전과 핀란드만의 중간에 있는 다리에서 궁전의 모습과 핀란드만 쪽을 한장씩 찍어 보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아름다웠는데 사진이 그 느낌을 전부 전달해 주지 못한다. 내 실력이 없음을 탓해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정도의 수준의 분수야 세계 어디를 가든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아름다움을 떠나서 여기에 있는 모든 분수가 기계의 힘이 아닌 물의 자연적인 낙차를 이용해서 만든 분수라는 점에서 놀랍다. 20km 이상이나 떨어져 있는 로프신스키 언덕의 호수에서 여름 궁전 수영장으로 물을 끌어들인 뒤 그곳에서 16m 경사진 아래공원으로 파이프와 관을 통해 분수의 물을 공급하는 것으로 25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그 물은 마르지 않고 분수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설치된 각기 다른 모양의 분수는 무려 144개에 이른다.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분수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황금 분수대는7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인공폭포와 어우러져 이곳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황금 분수대에는 들어갈 때 보았던 삼손 분수를 비롯해서 우산분수나 아담분수, 이브분수, 피라미드 분수등이 유명하다. 이 황금분수대에는 여름궁전 내 분수 144개중 절반이 조금 안되는 64개의 분수가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대궁전 앞 언덕위로 올라가 다시 한 번 전체를 조망해 본다. 분수는 여전히 시원스럽게 금빛으로 빛나는 수많은 조각과 어울러져 아름답게 뿜어지고 있다. 우리가 입장할 때 부터 나올 때까지 분수가 가동되고 있어서 이 분수가 항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추운 동토의 나라에서 5-6개월만 이 광경을 볼 수 있고, 하루중 몇 시간만 전체 분수가 가동된다고 하니 우리는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음악과 함께 모든 분수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려고 엄청난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그 때였나 보다. 

 

 

 

 

여름 궁전 관람을 마치고 다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야 한다. 워낙 넓은 궁전이어서 여러 곳을 둘러 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만 둘러 보았음에도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다. 이 여름 궁전도 제대로 구경을 하려면 하루를 온통 투자해야 할 것 같다. 화려한 금장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궁전 내부도 구경하고, 소풍은 온 것처럼 숲속에서 여유도 누리면서 곳곳에 놓여 있는 다양한 분수를 찾아 다녀 보았으면 좋을 것 같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로에 한달쯤 여행을 오면 가능하려나...             

 

 

 

 

 

(11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