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뉴욕마라톤('14.11)

뉴욕마라톤 13-4 (뉴욕마라톤 대회장 주변풍경) (2014.11)

남녘하늘 2016. 12. 28. 00:41

 

 18번째 해외 마라톤대회에 참가했기에 이제는 대회를 앞두고 특별히 긴장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단지 소풍을 앞둔 학생처럼 약간의 설램은 있다. 어찌되었든 간에 대회를 앞두고 전날 저녁에 대회 참가를 위한 준비는 철저하게 해 둔다. TV 뉴스를 보니 대회날인 내일은 오늘처럼 비는 내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침기온 영상4도에 체감온도 영하6도, 풍속 40m이 강풍이 예보되어 있다. 대회에 참석하다 보면 이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달리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이렇게 강풍이 불 때 달려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뛰다가 더워지면 옷을 벗어 버릴 생각을 하고 달리기 전에 보온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대회 공식셔스는 다음날 시내 구경을 할 때 입기로 하고, 달릴 때에는 하의는 롱타이즈를 입고 상의는 반팔에 싱글렛을 입고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대회날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몰라 여러가지 복장을 준비해 왔는데 다행히 춥지 않게 달리 수 있을 듯하다.      

 

 

 

 

 대회날 아침에 밝았다. 오늘 새벽부터 뉴욕의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덕분에 아침에 한시간의 여유가 더 생겼다. 새벽 4시쯤에 일어나서 어제 한인 슈퍼에서 사놓은 김밥과 인절미와 과일을 먹고 대회장으로 출발준비를 했다. 권이주 회장님이 다른 친구분의 사모님이 뉴욕마라톤 대회에 참석한다고 하면서, 나를 픽업해 대회장 인근까지 동승하여 출발지인 스테이튼 아일랜드까지 태워다 주었다. 덕분에 아침이 더욱 여유가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에도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는데 바다에서 가까운 대회장 근처에 오니 바람이 더 심하게 분다. 입구에는 참가자 이외에는 입장할 수 없어 두사람을 내려주고는 나중에 맨하탄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공항 입국장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심하게 검색을 하고 입장을 시키는데, 모든 참가자의 배번을 확인하고 통과시키고 참가자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게 한다. 그리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대회 주최측에서 제공한 투명한 비닐빽 이외에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한다. 철두철미하게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행사장 출입구에서 검색을 마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행사장 방향으로 이동한다. 참가한 사람들의 복장을 보니 완전히 한겨울에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 같아 보인다.  

 

 

 

 

 조금 안쪽으로 더 이동하니 뉴욕시 중심지에서 대회참가용 셔틀 버스를 타고 온 참가자를 내려 주는 곳이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오려면 아침에 더 서둘렀어야 했을 텐데 직접 차로 대회장까지 데려다 주는 바람에 아침에 여유가 있었다. 작년에 있었던 보스턴 마라톤의 테러가 미국에서 열리는 수 대형마라톤에 안 좋은 영향을 확실하게 미친 모양이다.  대회장 곳곳에 탐색견을 대동한 경찰이 돌아다니고, 입구에서 부터 이곳까지의 분위기가 달리기를 하러 온 것인지 감시를 받으로 나온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삭막하다.     

 

 

 

 

 도로를 따라서 한잠을 걸어가니 드디어 뉴욕마라톤 대회장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나오고 여러가지 안내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대회 참가자는 5만 8천여명이나 되는 참가자들이 달리기 때문에 배번에 Blue, Green, Orange Zone 으로 구분해 놓았고 출발에 앞서 모여 있는 장소도 구분해서 따로 만들어 놓았다. 중앙광장이 어디 방향에 있는지와 나중에 옷을 맡겨야 하는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만 정확하게 확인해 놓고 중앙광장 쪽으로 이동한다.

 

 

 

 

 

 중앙광장쪽에 이동하니 던킨도너스에서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모자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서울서 출발할 때 귀를 덥는 모자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다행이라 싶었다. 숫자를 제한하지 않고 나눠주기에 2개를 받아서 하나는 쓰고 달리다가 중간에 날씨가 더워지면 버리기로 하고, 또 하나는 가방에 넣어 두었다가 기념으로 챙겨가기로 했다. 광장으로 들어가니  부스에서 베이글, 핫초코, 파워바, 게토레이와 에너지 드링크 등을 넉넉하게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물품이 넘쳐나는미국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보스턴 대회에 갔을 때 프랜드쉽 런에서도 보았던 풍경이다. 스스로 눈치가 보여서 많이 챙기지는 못하고 적당히 챙겨서 왔다.    

 

 

 

 

 

 

 날씨가 너무 쌀쌀해서 던킨도너스 부스에서 나눠주는 따끈한 커피를 한잔 마시니 추위가 좀 가신다. 11월 첫 일요일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임에도 한겨울에 열리는 대회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나도 춥기는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복장을 보면 이것은 완전히 한겨울 복장이다. 그만큼 추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첫날 뉴욕에 와서 만났던 교포인 강명구님을 대화장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연락을 취해서 중간에서 만나게 되었다. 같은 동포라는 이유만으로도 반갑고 따스한 정을 느낀다. 나와는 출발라인이 달라서 함께 달리지는 못하지만 저녁때 만나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속한 Orange zone의 대기장소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오늘 강풍이 예보되어 휠체어그룹 출발지가 다리 건너편으로 옯겨 단축되었고, 대기장소의 텐트와 마라톤코스 각종 설치물들이 철거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중앙에 큰 천막은 철거하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피해서 들어와 있었다. 아예 개인적으로 텐트나 침낭을 가지고 와서 그 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 있는 참가자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 물품은 보관시킬 수 없으니 오늘 아침에 한번 사용하고는 모두 도네이션하게 되는 모양이다.   

 

 

 

 

 던킨 도너스에서 나눠주는 모자를 잘 활용했다. 귀까지 덮어주는 모자를 따로 준비하지 못했었는데 이 모자가 없었으면 출발할 때까지 열손실이 엄청 났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 따뜻하게 있었고, 출발하고 나서도 한동안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5km를 지나서야 벗어 버릴 수 있었다. 남들이 상업적인 기념품이니 뭐라고 해도 내게는 정말 아쉽고도 고마운 선물이었다. 춥다고 그냥 텐트 속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어 대회장 주변을 모두 돌아보기로 했다. 아직 출발할 때까지 2시간이나 남아 있다. 먼저 출발지점인 베라자노 다리(Verrazano Bridge)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 보았다. 대형텐트가 있던 곳보다 이곳이 바람이 훨씬 덜 불었다. 멕시코에서 출전한 참가자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오늘 아침에 뉴져지에서 이곳 대회장까지 차를 태워주신 분의 부인인 헬렌님이다. 남편과 함께 뉴욕마라톤 대회에 참가신청을 했는데 본인만 당첨이 되어서 남편과 함께 달리지 못하시고 혼자서 뛴다고 하신다. 남편이 함께 달리지 않는 덕분에 아침에 편하게 차를 타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날씨가 많이 춥고 출발시간은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보온용 옷을 오래 입고 있다가 짐을 가능하면 늦게 맡기기로 생각하고 대회장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지 뉴욕마라톤 대회의 분위기는 내가 참가했던 그 어느 대회와는 다르게 축제의 활달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대다수가 쭈그리고 가수면 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침낭이나 비닐 등을 준비하여 누워 있는 등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마치 끌려서 대회장에 온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모두 출발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나름대로 체온을 유지시키려고 그런 것으로 보이지만 내가 기대했었던 대회장의 분위기와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베라자노 브리지 쪽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중앙광장 쪽으로 되돌아 왔다. 무료로 각종 먹거리를 나눠 주고 있는 중앙광장을 제외하고는 어디에 가더라도 곳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체온유지에만 신경을 쓰고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서 활기찬 대회장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처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아예 스리핑백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중앙광장에서 나누어주는 조금은 딱딱하고 담백했던 베이글 하나를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었다.   

 

 

 

 

 

 뉴욕마라톤도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르기때문에 물품보관은 바로 짐보관 차량에 하게 되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송회사인 UPS회사의 트럭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최대한 늦게 짐을 보관하려 했는데 사람들이 서서히 출발장소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서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출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달리는 복장위에 옷을 하나 더 걸치고 있다가, 마라톤을 하다가 몸이 더워지면 던킨도너스 모자와 함께 버리고 뛸 생각으로 옷을 더 걸쳐 입었다. 그리고 권이주회장님께서 바람막이용으로 쓰라고 준비해 주신 우의같은 것을 하나 더 걸치니 그런대로 바람을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많이 추워졌다. 도착시간에서 출발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뉴욕마라톤은 6만여명이 참가자들이 달리기 때문에 Blue, Green, Orange Zone 으로 나누어 달리고, Wave 1, 2, 3,로 출발시간을 정하여 달리게 한다. 각 존(Zone)에서도  A 부터 F까지 6개 코렐(Corral)이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는 대기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나는 오렌지 죤의 Wave 1에  E 코렐에 배정되어 있었다. 출발시간 첫 Wave 1은  9시 40분, Wave 2는 10시 10분, Wave 3은 10시 40분에 각각 시차를 두고 출발하게 되어 있었는데 Wave 3에 배정되어 있는 사람은 나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출발하게 되니 이 추위에서 한시간을 더 떨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빨리 출발하게 되어서...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는데 Wave 1 그룹에 대한 입장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니 제일 뒷쪽에 있는 코렐을 열어주어서 겨우 입장 할 수 있었다.  잘못하면 30분이나 추위에 떨면서 있을 뻔 했다. 각 웨이브별로 입장 제한 시간이 있었던 모양인데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간 제 시간에 출발할 수 있게 철망 안쪽으로 들어왔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곳에는 주자들이 입고 있었던 옷을 수거하는 박스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많은 주자들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수거함에 넣는데 벗어 놓는 옷들이 한두번 입은 새 제품이거나 생각보다는 상태가 좋은 것이 많았다. 남에게 자선의 형식으로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고 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마라톤대회 출발 지점은 각 죤별로 다른데 오렌지 죤의 참가자는 베라자노 브리지 2층 왼쪽 레인으로 달리게 되고, 다리 2층 오른쪽과 다리 1층에서 달리는 그린색과 블루색 번호판이 한참을 따로 달리다가 나중에 합류해서 달리게 된다.    

 

 

 

 

 

 베라자노 브리지위로 이동하니 다리 위에는 더 쎈 바람이 불어서 달리기에 앞서 걱정이 된다. 출발하기 전에 직접 맞는 바람을 피하라는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니 다리 한쪽에 버스를 빽빽하게 세워 놓아서 버스 앞쪽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 오늘 마라톤대회는 자신과의 싸움과 더불어 바람과의 한판 싸움이 될 듯하다. 미국 사람들은 질서의식이 우리나라보다는 좋은 줄 알았더니 대회장에 그렇게 많은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었음에도 버스 앞에서 실례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냄새가 진동한다. 오늘 뉴욕마라톤 대회 참가하면서 대회출발 지점에서는 그다지 세계 4대 마라톤 대회로 불리는지 알 수 없는 광경을 너무나 많이 보게 된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라고 그렇다고 이해하기에는 실망이 크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