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뉴욕마라톤('14.11)

뉴욕마라톤 13-6 (뉴욕마라톤 결승점 주변풍경) (2014.11)

남녘하늘 2017. 1. 6. 00:15

 

 뉴욕마라톤 대회 참가를 결정하고서 제일 기대가 되었던 것은 마지막 코스인 센트럴 파크에서의 달리기였다. 뉴욕에 두번 와서도 바쁜 일정으로 인해 센트럴 파크 구경과 달리기를 해보지 못했었기에 이곳에서의 달리기가 많이 기대 되었었다. 센트럴 파크는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았었지만 가 보지 못했던, 그 길을 오늘 달리게 되었다. 그것도 단풍이 예쁘게 물든 공원길을 달리고 있다. 센트럴 파크의 중간쯤에서 공원으로 들어왔는데 결승점까지 거의 5km를 달려야 하니 공원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짐작조차 안된다.  

 

 

 

 공원 안쪽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와서 응원을 열광적으로 해 주고 있었다. 결승점 쪽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니 마라톤 참가자 가족이나 친구들이 이곳에서 참가자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응원하다가 기다리던 사람이 지나치게 되면 그때 만나기로 한 장소를 이동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참가자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응원하는 사람은 더 많은 듯하다. 공원의 단풍과 풍광도 멋져서 달림이 입장에서는 흥분이 되는데 응원까지 가세하니 더욱 행복한 달리기가 된다.     

 

 

 

 

 대회 출발 전 기다리는 장소에서는 한국 사람을 여러 명 보았었는데 오늘 달리는 내내 한국 사람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었다. 응원하는 한인들을 거의 보지 못해서 뉴욕에서는 한인 만나기가 힘든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센트럴 파크에 들어와서 결승점을 2km 정도 남기고서 처음으로 한국인 주자를 만났다.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유성원님인데, 나처럼 뉴욕마라톤 참가를 위해서 짧은 휴가를 내서 뉴욕에 왔다고 한다. 막판에 힘들어 하고 있어, 함께 뛰어 주면서 카메라도 사진을 많이 찍어 주었다. 달리면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달린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굉장히 고마워한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오면서 권이주 회장님게 태극기를 하나 구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본인이 가지고 있는 태극기를 주셨다. 달리는 중간에는 달리기에 집중하느라 꺼내지 못했었는데 결승점에 거의 도착해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태극기를 꺼내서 들고 달렸다. 태극기가 직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에 가까와 모양이 조금 특이했지만 태극기라는 것을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이제는 외국인들도 태극기를 보면 코리아를 외쳐 줄만큼 우리 태극기도 많이 알려진 것 같다. 뿌듯한 마음이다.   

 

 

 

 

 

 4시간 19분 37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번 뉴욕마라톤 대회가 나의 132번째 풀코스 완주 대회이다. 오늘은 초반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어서 고생을 많이한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달리면서 머리에 고두름이 달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뛰어 보기도 했지만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는 뛰어보지 못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힘든 든 경기였지만, 오늘도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기 그 고통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오늘 뉴욕마라톤 대회에서는 케냐의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Wilson Kipsang)과 2시간 10분 55초로, 여성은 마리 케이타니(Mary Keitany)가 2시간 25분 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프로급의 선수가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5분 이상 늦었으니 오늘 대회가 얼마나 힘든 대회였는지 단적으로 나타난다.    

 

 

 

 

 커다란 뉴욕마라톤 완주 메달을 받고 대회 공식 완주 부스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뉴욕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상상 속의 대회분위기와는 달리 대회운영이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응원 인파도 예상보다 많지 않았고, 대회 출발 때에도 시간에 늦지 않았음에도 입장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결승지에서도 너무 좁은 공간에 많은 것을 설치해 놓아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혼잡스러웠다. 완주메달을 나눠 주는 곳과 바람막이를 나눠 주는 곳, 먹거리를 나눠 주는 곳이 너무 인접해 있어 너무 복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돋보인 점이 여럿 있었기에 더 이상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잊기로 했다.   

 

 

 

 아침에 출발할 때만큼 춥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달릴 때와는 달리 결승점에 들어오면 걷거나 서 있는 시간이 많아서 체온이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비닐 보온막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이 비닐 보온막도 대회 로고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는데 기념품으로 남겨도 좋은 듯하다. 보온막을 받은 다음에 물품을 보관하지 않은 주자는 왼쪽으로 해서 바로 센트럴 파크를 빠져 나가게 되어 있었고, 물품을 보관한 사람은 오른쪽 통로를 따라서 물품 차량으로 이동하게 해 놓았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우선 옷부터 갈이입어야 할 듯하다.  

 

 

 

 

 

 유성원님과 서로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고 나서 헤어졌다. 나는 권이주회장님을 만나야 했고, 유성원님은 옛날 함께 공부했던 미국인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오늘 밤 바로 홍콩으로 돌아 가야 한다고 한다. 내년에 런던마라톤 대회에 참석할 예정인데 내년에는 자신도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사진도 찍겠다고 하면서 좋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명절때 서울에 오면 한번 만나자고 했다. 짐을 찾고 나오면 센트럭 파크 바깥쪽으로 나오니 참가자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공원 안쪽으로는 주자와 스텝 이외에는 들어 올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만남의 장소에서 센트럴 파크 웨스트 에비뉴를 따라서 아랫쪽으로 한참을 이동간다. 결승점을 통과하고도 물품보관소와 칩반납 장소까지 꽤 멀리까지 이동 했었던 모양이다. 완주를 했다는 흥분감에 그렇게 멀리까지 간지 몰랐는데 한참을 걸어내려와도 권이주 회장님을 만나기로한 75번 스트리트 한참 남았다. 한쪽은 도심 속 공원, 그 옆으로 높은 빌딩들이 이어지면서 도시의 모습이 보기 좋다.

 

 

 

 

 75번 스트리트를 가기 위해서 내려 오다 보니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무대가 되었던 자연사박물관(Museum of Natural History)이 보인다. 콜롬버스 Ave와 센트럴 파크 웨스트 사이 77st 부터 81st 사이의 블록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건물로 메트로폴리탄, 모마와 함께 뉴욕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도 나왔던 루즈벨트 대통령 동상이 보인다. 오늘은 달리기를 하러 왔기에 박물관을 둘러 볼 수는 없고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방문하기로 하고 흔적만 남긴다.    

 

 

 

 

 센트럴 파크를 따라 회장님을 만나기로 한 75st 쪽으로 이동하니 아까 내가 받은 방풍가림막과는 달리 제법 쓸만한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두툼한 체온 유지 옷이다. 물품을 보관시키면 그 물품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차량을 동원해야 하고 그러면 비용이 발생하니, 처음부터 대회 참가 신청을 할때 물품을 보관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게 하고 불품을 보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으로 겉옷을 하나 더 지급하는 것이다. 아침에 입고 갔던 옷들은 전부 기부를 하게 되니 여러모로 괜찮은 아이디어 인 듯하다. 그런 것은 잘 했는데 세세한 점에서 세계 5대 마라톤 대회에 걸맞지 않은 단점이 보여서 아쉽다.  

 

 

 

 


자연사 박물관 뒤쪽으로는 뉴욕 맛집으로 유명한 섹섹버거(Shake Shack Burger)가 보였다. 이름만 듣고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인데 서부지역에는 인 앤 아웃 버거(In-N-Out Burger)가 유명하고 동부엔 섹섹이 유명하다는 것은 이미 듣고 있었다. 오늘 달리면서 파워젤을 비롯해서 급수대에서 지급하는 각종 먹거리와 또 응원하는 사람들이 나누어주는 사탕과 초코렛 등을 먹었기 때문에 아직 다른 것을 먹고 싶지 않았다. 맨하탄 내에도 이 맛집이 여러 군데 있다고 하는데 오늘도 이곳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매장 앞에서 마라톤 완주를 한 코믹한 참가자와 함께 사진 한장을 찍었다.       

 

 

 

 

 

 내가 4시간 19분의 기록으로  들어왔고, 또 들어온 이후에도 한참을 딴 짓을 하고 콜럼버스 Ave에 왔기에 대회분위기가 종료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막역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자들이 끊임없이 몰려 오고 있었고, 이 사람들은 나보다는 좀 더 힘들게 달려 온 사람들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 기록이 전체 참가자 중에서 중간보다 조금 빠른 기록이었다. 참가자가 많아서 추첨을 할 뿐이지, 참가자들의 기록이 좋은 것은 아니였나 보다. 내가 사진을 찍지 않고 달리기에만 전념하고 들어왔다면 최소 30분 이상 빨리 들어 왔을 것인데 3시간 50분에만 통과했어도 9,800등 정도는 했을 것 같다. 오늘 완주자는 5만 400명이었다고 한다. 정오가 한참 지나 이제 기온이 떨어지는 시간이 되어서 완주자들의 표정이 추워보인다.

 

 

 

 

 

 권이주 회장님을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권회장님을 만났는데 아침에 함께 출발지에 왔던 헬렌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조금 더 기다리자고 한다. 들어올 시간이 거의 되었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다시 주변을 조금 더 둘러 보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완주를 하고 나서 완주메달을 목에 걸어본지가 너무나 오래 되었는데 마라톤 선진국에 오게 되면 꼭 메달을 걸고 한동안 걸어 다닌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완주자를 대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완주메달을 달고 돌아다녀도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도 않을 뿐더러 교통체증의 원인제공자를 보는 듯하는데 이곳에서는 완주자를 보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면서 축하의 말을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오늘은 뉴욕시내에서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고, 또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 완주메달이 있으면 오늘 하루 뉴욕 지하철도 무료로 탈 수 있다고 하던데, 지하철을 탈일이 없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뉴욕의 벼룩시장 중에 하나인 그린 플리 마켓(Green Flea Market)이 나왔다. 콜럼버스 애비뉴 76st 와 77st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매주 일요일마다 학교 운동장과  실내에서 열리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내가 오늘 마라토너가 아니 여행자로 왔었다면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이런 곳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그런지 방문한 사람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쉽게 구경을 하지 못한채 약속 장소로 가야 한다.

 

 

 

 

 대회를 마치고 저녁에 뉴욕에서 마라톤 풀코스 132째 완주를 한 나를 위해서 권이주 회장님을 비롯해서 뉴저지에서 달리기를 하는 교포회원들이 환영 만찬을 베풀어 주었다. 팰리세이즈 파크(Palisades Park) 마을에는 한인들도 굉장히 많이 거주하고 있고, 그 때문에 한인 상가도 엄청나게 많이 있어서 영어를 하지 못해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이곳에 있는 '돼지 꿈 집'이란 삼겹살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서울에서도 잘 먹지 않았던 삼겹살을 미국에 와서 엄청 많이 먹었다. 이분들이 서울에 왔을 때 이렇게 시간과 배려를 해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더욱 고맙고도 감사할 뿐이다. 회장님을 비롯해서 폴님, 케빈님, 베로니카님, 제이님, 로사님, 조이님이 참석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아침 뉴욕타임즈 특집판에는 어제 있었던 뉴욕마라톤에 대한 화보와 에피소드, 참가자들의 완주기록 등을 자세하게 편집해 놓았다. 바람때문에 고생했다는 내용도 언급되어 있었다. 내 기록을 찾아보니 4시간 19분 37초의 기록으로 전체 달린 사람중에 21,872등을 했다고 되어 있다. 어짜피 뉴욕마라톤에 참석해서 기록을 갱신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기록이나 등수가 내게 큰 의미는 없다. 기록을 생각했다면 사진을 찍거나 딴 짓을 하지 않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을 했을 것이다. 뉴욕의 중심 거리를 달리고 이곳은 달리기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이번 마라톤 대회 참가 목적을 이미 충분히 달성했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