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사진/가족 여행

남도여행 5-1 (하동 최참판댁) (2016.8.28)

남녘하늘 2018. 3. 26. 00:19


 집사람과 함께 여름이 가기 전에 남도 여행을 떠났다. 여름 휴가를 조금 당겨서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 오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갈 때 떠나지 못해 1박2일로 하동과 순천 지역을 다녀 오기로 했다. 하동은 언제 가더라도 깨끗한 이미지의 중소도시로 늘 볼거리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박경리선생의 소설로 유명해진 최참판 댁을 찾아가는 길에 섬진강변에 잘 꾸며진 강변공원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았다. 하동교육청과 하동 송림공원 중간에 있던 강변 공원인데 분위기도 좋고 잘 꾸며 놓아서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웠다. 한강 시민공원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였는데 주민들이 얼마되지 않는 이곳에도 이런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 제도의 장점을 보게 되는 듯하다.      







 아직 날씨가 덥지만 강변이라 바람이 불어서 그런대로 산책할 만했다. 강변에는 산책하고 있는 현지 사람들도 보였다. 여유있는 삶을 생각한다면 이런 곳에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동은 언제 와 보아도 깨끗한 이미지가 좋았는데 이 강변 공원도 깨끗하고 잘 꾸며 놓았다. 하동이 더욱 좋아진다. 강변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최참판댁을 가기 위해 되돌아 왔다. 섬진강 반대편은 매실로 유명한 전라남도 광양시다. 





 섬진강에서 나와 최참판댁이 있는 평사리로 이동했다. 나는 평사리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집사람은 처음 방문하는 곳이여서 일부러 하동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삼복더위는 지나갔지만 아직 더위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어서 매표소를 지나 오르는 언덕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매표소에서 최참판댁까지 있는 언덕길에는 서서방네, 김훈장네, 용이네 등등 팻말이 적혀 있고, 토지 속 최참판댁을 비롯한 마을을 통째로 옮겨다 놓았다. 올라가는 길에 심심치 않게 먹거리도 판매하고 식당과 카페도 보인다.      







 올라가면서 옛날 집들을 볼 수 있는데 드라마 세트장으로 이용했었던 집들인데, 자세히 보면 드라마에서 누가 살았는지 표시가 되어 있다. 평사리 민속마을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 때문에 조성된 마을로, 과거 SBS 드라마 토지(2004년)의 촬영지로 활용된 곳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한 동네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사례는 많지만, 거꾸로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동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례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세트장을 지나 최참판댁을 구경을 하기 전에 박경리 문학관을 먼저 방문했다. 이전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곳인데 그 사이에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문학관은 지상 1층 100평 정도로 기와집으로 되어 있다. 문학관 마당에는 박경리 선생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마치 지금도 살아서 글을 읽으시는 것처럼 보인다. 2008년에 돌아가셨지만 그의 문학의 향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내부는 생각보다 자그마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박경리 선생의 초상화가 있고, 토지에 대한 여러 자료들과 작가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각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 토지의 전질, 초상화, 영상물, 토지 속 인물 지도 등과 함께 사용하거나 아끼던 유품 41점 등이 있다. 벽면에 토지의 1부부터 5부까지 부분 부분이 적혀있다. 한 구절구절 읽을 때마다 옛날 토지를 밤새워 읽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생각보다는 박경리 문학관, 괜찮았다.    






 박경리 문학관에서 나오면 넓은 평사리의 들판과 앞으로 지나는 섬진강의 모습이 보인다. 평사리가 위치한 지명인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중국에 있는 지명을 따와서 평사리 강변 모래밭을 금당이라 하고 모래밭 안에 있는 호수를 동정호라 부른다. 산 가운에 있는 너를 들판을 내려다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 속의 최참판댁이 한옥 14동으로 되어 있고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 모습을 담은 기와집 등 드라마 토지 세트장으로 지어졌다. 마당에서는 악양 벌판 전체가 한눈에 잡히는데, 최참판댁은 세트장으로 지어졌다고 하지만 예전에 지어진 한옥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참판댁 위쪽의 대나무숲도 걸어보면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운치가 있다. 안채 뒤편에 있는 장독대를 비롯해서 종택의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하지만 대하소설 토지의 저자인 박경리 선생은 정작 이곳에 와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면 만들어 냈다니 더욱 대단한 작가다.   






 대하소설 토지 줄거리는 경남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 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다.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이야기에 옮겨진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 나가고, 신분 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힌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죽이게 되고, 전염병의 발생과 대흉년, 조준구의 계략등으로 결국 최참판댁은 몰락하게 된다. 이후 최씨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인 최치수의 외동딸 서희는 길상과 조준구의 세력에 맞섰던 마을사람들과 함께 간도로 이주한다. 간도로 간 서희는 공노인의 도움으로 용정에서 큰 상인으로 성장하나, 함게 온 농민들은 외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희와 길상은 혼인을 하고, 일본의 밀정이 된 김두수와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가들의 대립 등이 펼쳐진다. 진주에 자리 잡은 서희는 공노인 등으로 하여금 평사리의 집과 땅을 조준구로부터 다시 되찾고... 평사리로 돌아온 서희가 별당 연못가를 거닐 때 일본이 패망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 위대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나는 드라마는 보지 않아서 어떻게 각색되었는지는 모른다.   






최참판댁 관람을 마치고 내려 가는 양쪽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선물들을 파는 가게들은 늘어 서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팔고 있는 가게도 있고, 도자기도 파는 곳이 있었다. 감색을 염색한 개량 한복에 고무신도 판매하고 전통 공예품 파는 곳도 있었는데 가격은 그다지 싸지 않은 듯하다. 내려다 보이는 상점의 모습이 참 아늑한 느낌이다. 최진사댁 사랑채 툇마루에서 내려다 보였던 평사리 들판이 이 내리막길에서도 보였는데 마찬가지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느낌이 든다. 화개장터와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구례나 하동에 오면 꼭 한번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