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 ('17.2)

교토마라톤 16-4 (철학의 길, 호넨인 ) (2017.2)

남녘하늘 2018. 6. 30. 00:29


 긴카쿠지(銀閣寺)를 구경하고 나와서 다시 긴카쿠지바시(銀閣寺橋)까지 내려 왔다. 긴카쿠지에 올라 가면서 보았던 테츠카쿠노 미치 (哲の 道 : 철학의 길)를 걸어보기 위해서다. 메이지 시대에는 이곳에 문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문인의 길이라 불렸는데, 일본 근대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서 산책한 길이라 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 붙였다고 한다. 총 길이는 2km 정도로 중간 중간 의자도 있어 쉬어 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걷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개울을 따라서 조성된 거리는 조용했고, 주변의 풍경과 경치가 참 아름답다.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의 원조는 독일이라고 한다. 유명한 철학자 칸트는 점심시간이 되면 늘 산책하던 산책로를 철학의 길이라는 불렀는데 일본에서도 그 이름을 차용해 관광 상품화 한 것이다.   






 조용한 철학의 길 가운데 있는 강을 옆에 두고 걷는 것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을 보면서 걷게 된다. 가다보면 예쁘다고 생각되는 집이 보이는데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다. 또 걷다 보면 공방도 있고 맛집이나 카페도 보이긴 한다. 길가에 벚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찾아 올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벚꽃 시즌이 아니어서 깨끗하고 조용함 이외에 특별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일본의 마케팅 기술에 다시 한번 대단함을 느낀다. 일부러 철학의 길만 보려고 온다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교토 철학의 길을 걷다가 만난 호넨인(法然院)은 긴카쿠지 근처의 작은 절이다. 교토에는 크고 작은 신사나 절이 많은데, 호넨인 역시 그런 사찰 중 하나다. 철학의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좌측으로 도랑 건너 오르막 길이 나오는데, 호넨인으로 가는 길이다. 표지판이 있어서 길 찾기는 쉽다. 잘 다듬어진 돌길을 따라서 한적한 골목을 조금 올라가니 입구가 나온다. 입구부터 초록색 이끼가 곳곳에 가득하다.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낮인데도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인해 무척 어두운 느낌이 들었는데 초가집처럼 생긴 산몬(山門) 이 나왔다. 산몬은 보통은 기와 지붕이거나 나무지붕인데, 이 곳은 초가지붕처럼 짚으로 이은 지붕이었다. 창건은 카마쿠라 시대로 1175년 호넨(法然)이 세웠다고 한다. 호넨인 자체는 그리 큰 사원이 아니고, 산몬 자체도 무척 간결해서 장식하나 제대로 없어 보였다. 그 소박함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입구부터 호넨인 본당까지 이어지는 길에 초록색 빛의 이끼와 아름다운 정원이 보인다.   





 호우넨인(法然院)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쿠사단(白砂壇)이라는 모래단이다. 산몬을 지나 바쿠사단 사이의 길을 통과하면 서 사람들을 한번 더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양 쪽에 나란히 있는 바쿠사단은 서로 대칭을 이루며 같은 모양이지만 음각과 양각이 바뀌어 있다. 긴카쿠지에서 보았던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호넨인은 관광객에서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만 실제 개방되어 있는 구역은 산몬과 그 주변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 외의 지역은 봄과 가을 일주일 정도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항상 출입을 금하고 있는 지역이다. 산문을 지나 자연석이 촘촘히 깔린 길을 따라가면 일반 관람객이 볼 수 있는 한계인 본당이 나온다. 워낙 숲속에 지은 절이라서 그런지 한쪽면은 산과 이어지고 있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여서 경내가 더욱 깨끗하고 정원이 아름답다.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사찰은 크게 볼 것이 없지만 너무 조용해서 철학의 길보다 더 많은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본당 앞까지 이어지는 길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인지 이끼가 가득했다. 길을 따라 걷는 내내 정원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사원이 그러하듯 호넨인에도 묘지가 마련되어 있는데, 바로 옆이 철학의 길이어서 그런지 많은  학자나 문인들이 묘지가 많다고 한다. 굳이 무덤까지 보고 싶지 않어서 가 보지는 않았지만, 절에 규모에 비해서는 묘지 규모가 크다고 한다. 둘러 볼 수 있는 장소가 좁은 호넨인이지만 곳곳에 석탑도 보인다. 계단으로 올라가니 산허리에 조그마한 불상이 하나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을 듯한테 물어볼 사람이 없다.    







 호넨인은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작은 명소라고 하는데 겨울에 와서 단풍 구경은 하지 못했지만 조용한 사찰을 걸으며 굉장히 평화로웠다. 단풍 시즌을 제외하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라서 조용히 사찰을 볼 수 있었다. 넓지 않은 공간이어서 찬찬히 둘러 보았는데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호넨인에 가득한 이끼의 모습과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을 뒤로 하고 다시 철학의 길로 내려가 산책을 계속한다. 






 호넨인(法然院)에서 나와 다시 철학의 길을 걷다가 동그란 아가씨 얼굴로 유명한 요지야(よ-じや) 카페를 찾아 왔다. 보통 긴카쿠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이곳에 들러 말차 라떼나 모나카를 먹으면서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도 일부러 이곳을 방문해서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왔다. 요지야 긴카쿠지점은 실내가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어서 방에 앉아 차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청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17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번에 앉을만한 장소가 없어서 따로 따로 앉아야 한다고 한다. 그마저도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입장은 포기하고 카페 안쪽의 정원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차 한잔 마실 생각을 하고 왔는데 아쉽다. 여행하는 인원이 많으면 이런 점에서는 불편하다. 








 정원으로 들어가니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손님들이 보이는데, 1층과 2층 모두 손님이 가득하다. 우리처럼 단체 손님이 한번에 들어가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요지야카페는 정원이 있는 전통적인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서 영업장을 활용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내다 보이는 정원이 실제 돌아다니면서 보니 참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이다. 정원에 일본식 석등과 탑도 가져다 놓아서 보통 일본 정원보다 더 멋있었다. 교토에는 요지야 카페가 여러 곳에 있지만, 이곳만 일본식 정원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카페 정원쪽으로 쭉 들어가보면 요지야 샵이 있다. 기념품점에서는 요지야 화장품과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원래 요지야는 화장품으로 유명한 회사인데 화장품 판매점 이외에 교토내에 이런 카페를 몇 군데 운영하면서 차와 함게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략을 쓴다고 한다. 남자들은 요지야화장품이 유명한지도 잘 모른다.  나도 요지야화장품의 기름종이 이야기만 한번 들어본 것 같다. 말차를 마시러 왔기에 기념품 점은 한번 둘러 보는 것으로 끝이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 차 한잔을 마시기에는 오늘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서 요지야의 말차는 다음 기회로 넘긴다. 다음에 집사람과 함께 와서 여유있게 한잔 마셔야 할 듯하다. 이곳을 찾는 손님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하다. 좌석이 있는지 확인하러 들어가니 안쪽에서 우리말로 대화하는 것이 들렸고, 메뉴판도 우리말로 되어 있다. 이곳의 영업시간은 긴카쿠지 입장시간에 맞춰서 오후 6시가지만 운영한다고 한다. 요지야 카페를 나와서 다시 철학의 길을 따라 조금 더 걷는다.   





 교토마라톤 배번과 물품을 받기 위해 미야코메세(みやこめっせ)로 이동해야 해서 요지야 카페에서 나와 가까운 버스 정류장인 킨린샤코마에(錦林車庫前)에서 버스를 탔다. 미야코메세까지는 2km도 안되는 거리여서 천천히 걸어서 가도 되는 곳이지만 오후에 봐야 할 것도 많이 있고 버스1일권을 사 놓았기에 확실하게 이용하기로 했다. 미야코메세 앞에서 버스를 내리니 헤이안진구(平安神宮)의 커다란 도오리가 눈에 들어 온다. 일본에서는 가장 큰 도오리라고 한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