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21 ( 족자카르타 크라톤 남쪽마을 구경 ), (2017.7)

남녘하늘 2018. 11. 17. 19:48


 족자카르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내 구경도 하기 편하고 밤문화도 즐겨 보겠다는 생각으로 정했던 호텔에 위치호텔(Whiz Hotel Malioboro)이었다. 족자카르타의 중심 거리인 말리오보로 거리에 접해 있고, 여행을 다니기에도 좋을 듯해서 다른 호텔에 비해서 비싼 가격에 미리 예약을 하고 왔었다. 숙소는 깨긋하고 예상대로 중심지에서 가까와 편한 점은 있었지만,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가까운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 말리오보로 거리는 밤 12시가 되어도 현지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시끄럽고, 또 좁은 도로에 차도 많고 오토바이가 많아서 공기가 너무 나빴으며 낮에는 관광객이 넘쳐나서 거리에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히려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1-2km 정도 떨어진 조용하고 깨끗한 호텔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족자카르타를 느끼기에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는 도심에 있는 호텔이 좋았지만 족자카르타는 말리오보로에 있는 그 어떤 호텔도 추천하지 않는다. 값만 비쌀 뿐, 주변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 







 객실 앞쪽에 있는 테라스에 와서 주변 풍경을 보았다. 시설은 깨끗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다시 족자에 온다면 프라위로타만(Prawirotaman) 거리에 있는 호텔을 정할 생각이다. 조용하고 주변에 맛있고 깨끗한 식당도 많이 있고, 족자카르타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택시나 베짝을 타고 나오면 된다. 족자카르타에는 숙소가 많아서 하루만 예약하고 이곳에 와서 마음에 드는 호텔을 정해도 될 듯하다. 그런 정보를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오늘은 오전 관광을 하고 나서 오후에는 발리로 이동해야 한다. 오전 시간만 있어서 멀리까지 구경하러 갈 상황이 아니어서 주변에 가보지 못한 곳을 다시 돌아볼 생각이다. 수없이 오고 갔던 말리오보로 거리로 나섰다. 말리오보로 거리의 북쪽 시작점에 있는 도로표지판 앞에는 늘 사람이 북적였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지만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이곳에 놀러온 사람들도 거리 표시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늘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지나치곤 했는데 아침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 한장을 찍어 보았다. 특별한 것도 아닌데.. 




 말리오보로 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쉽지 않은 거리다. 오후부터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인도에는 노점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노점은 대부분 생활용품이나 티셔츠 등의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와 같은 여행자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말리오보로 거리나 또는 말리오보로 거리에 붙어 있는 베링하조 시장(Pasar Beringharjo)을 돌아다녀 보면 족자카르타 시민의 절반은 장사하는 것을 업으로 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인들이 많아 보였다. 2km정도 되는 거리에 상인이 빼곡한데 지금은 아침이라 조금 한가하다.   





 어제 술탄 왕국인 크라톤(Kraton)과 타만사리 등 흰색 성벽에 둘러 싸여 있는 올드 시티의 일부를 보았지만 다소 아쉬움이 있어 보지 못한 나머지를 둘러볼 계획을 세웠다. 올드 시티의 제일 남쪽에 있는 상아빛 궁궐입구로 번역되는 남문(Plengkung Gading)에서 시내구경을 시작한다. 크라톤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의 길이가 4km라고 하는데, 현재 이 성 안쪽에 2만 5천명 정도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남문(Plengkung Gading)은 크라톤을 출입하는 4개의 출입문 중에 하나다. 문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차가 없던 시절이라 문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좁은 문으로 차가 다니려니 도로 폭이 좁아서 양방향으로 동시에 지날 수가 없다.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계단이 있어 성문위로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올라 가보니 성곽길을 따라서 걸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여유가 있으면 성곽길을 따라서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하지만 성곽을 살펴보니 잘 보존하지 못한채 성 안밖의 주민들이 성벽을 개인집 담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조금 더 문화재 보존과 관광자원 개발에 신경을 쓰게 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인도네시아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더욱 그러한 모양이다. 이 성벽을 중심으로 일부는 이주시키고 관리하게 되면 엄청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을 터인데...     








 남문을 지나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남문광장(Alun Alun Kidul )이 나왔다. Alun Alun은 광장, Kidul은 남쪽이라는 뜻으로 술탄이 거주하는 크라톤 왕궁의 남쪽에 있는 광장이다. 북쪽 광장은 Alun Alun Lor 이라고 한다. 남쪽 광장은 밤에 와야 볼거리가 있고 낮에는 크게 볼거리가 없다. 몇일전 남문을 지나면서 보니 현란한 불빛으로 장식한 차량들이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남쪽 광장은 저녁이 되면 현지인들이 나와서 음식도 먹고 산책도 하는 휴식 공간이라고 한다. 광장 가운데로 커다란 반얀트리 두그루가 심어져 있다.   





 눈을 가리고 똑바로 걸어가서 광장 중앙에 있는 반얀트리 나무 사이를 지나가면, 그 사람이 착하게 살아 온 사람이라고 축복을 받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실제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무 사이 거리가 제법 넗어서데 나라면 눈을 가리고 뛰어가도 정중앙을 통과할 수 있을 듯한데 그것을 못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운동 신경과 평형감각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눈을 감고 걸어가 보니 정중앙을 통과했다. 어떤 축복이 올 것인지 모르겠다.   




 광장 끝에는 크라톤과 연결되는 곳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쉴수 있는 공간인 듯했다. 건물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어떤 용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공건물로 보였고, 가서 보니 크라톤에서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건물 앞쪽으로 홀이 만들어져 있어 주민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건물 뒷쪽으로 갈 수 있는지를 물어 보았더니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마을이 나온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알려준 골목길을 따라서 들어가니 다시 넓은 공터가 나온다. 마을의 회관같이 사용되는 공간도 보이고 마을도 보인다. 어느 길로 가야 내가 보고 싶었던 마을이 나올지 고민하고 있는데 조금 전에 친절히 설명해준 사람이 따라 와서는 마을에 있는 동물 구경을 하지 않겠냐고 한다. 의사소툥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골목길을 헤매는 것보다는 낳을 것 같아서 소개를 부탁했다. 그런데 마을 한가운데 보여줄 특별한 동물이 있는지 생각해보니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래도 순박해 보이는 현지인이 일부러 따라 와서 안내를 해 주겠다 하니 믿고 따라가 본다.  






 안내하는 아저씨가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이 마을은 왕실을 지키던 군인들과 왕실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기술자들이 많이 살던 지역이라고 알려 준다. 골목길로 이동하고 있어서 어디인지를 잘 모르겠는데 어제 다녀온 물의 궁전 타만사리(Taman Sari)도 근처에 있다고 한다. 방문했는지 물어서 어제 다녀 왔다고 말해 주었다. 안내해 주는 곳이 가까운 곳에 있인줄 알았더니 생각보다는 꽤 멀리 이동한다. 덕분에 마을의 곳곳을 다 보게 된다. 혼자 왔으면 길도 못찾고 한참 헤메고 다녔을 길을 안내해 주어 고마운 생각도 든다.  






 이렇게 현지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나 좋다. 이런 길을 걷고 싶었는데 우연히 현지인을 따라서 골목길을 걷게 된다. 아마도 바틱을 판매하는 곳이나 와양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 아니면 커피를 판매하는 곳 중에 하나를 안내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가격과 품질이 마음에 들면 사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겠다고 하면 되기에 열심히 따라서 골목길 순례를 했다. 처음 방문한 나로서는 되돌아 나오는 길을 다시 찾아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갔다. 하지만 마음 편하게 따라간다.   







 현지인이 안내한 곳은 르왁커피를 판매하는 장소였다. 자기 삼촌 집이라고 말하지만 뻔한 스토리. 손님을 안내하고 나중에 판매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여 주겠다고 했던 동물은 가게 앞에 같혀 있는 샤향고양이 한마리다. 자신의 역할을 마치자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원래 영업장으로 돌아갔다. 소개받은 르왁커피 판매점은 꽤 유명한 곳으로 보였다. 나이 많은 부부가 주인으로 보였는데 영어, 불어, 독일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손님에게 영업하기 위해서 배운 말이 아니라 현지에서 살거나 공부를 한 것으로 보였다. 우리 말고도 독일과 프랑스 고객이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   






 르왁커피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고, 자카르타에서 후배가 좋은 르왁커피를 선물로 주어서 받았기에 커피를 살 생각은 없었다. 손님이 커피를 사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루왁커피를 한잔 마시는 메뉴도 있었다. 그동안 루왁커피 이야기만 들었지 아직 마셔보지 않았기에 커피 한잔을 시켜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서울에서 두사람이 커피 마시는 가격정도니 크게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커피 한잔을 시켜도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도록 최선을 다해서 접대해 주어서, 이 집은 프로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웰컴티도 주고 쿠키와 이곳의 간식도 함께 준다. 처음 마셔본 르왁커피, 향은 특이했지만 왜 그렇게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입이 고급이 아니어서 그런 모양이다.   






  최소 3개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던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상품판매 하지 못해도 대신 커피 한잔을 팔아 그 이상의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프로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만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안내를 받고 커피 한잔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직 순박함이 많이 남아 있고, 더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괜히 우리가 미리 예단하고 순박함을 모른채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르왁커피 집의 이름은 Omah Kopi Loewak Pak Hartono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오는 길가에 와양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커피 판매점 근처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판매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던 모양이다. 커피집에서 차를 마시고 나오는 것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나치는 우리에게 와양 작품을 한번 구경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어제 저녁 쇼핑센터에서 와양을 사려고 살펴 보았는데 너무 조잡하게 만들어 놓아서 구입하지 못했던터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직접 제작도 하고 있는지 작업실도 보이고, 매장에는 제법 많은 와양이 있었다.     






 그림자 인형극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구경도 시켜 주면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했다. 크기도 다양하고 그림자 인형극에 사용되는 종류도 굉장히 많았다. 한눈에 보아도 어제 쇼핑센터에서 팔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몇번의 흥정 속에서 처음에 제시한 가격에서 거의 절반이하의 가격을 말했더니 도저히 그 수준에서는 줄 수 없다고 한다. 처음 들렀던 집이어서 다른 곳에도 가 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나오니 다시 부르지 않아서 파는 쪽에서 제시한 가격이 최저가였던 모양이다. 한참을 걸어 나왔는데 다시 따라와서는 내가 첫 손님이어서 그대로 주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납득이 가는 가격이어서 몇 개를 더 사려고 했더니 그 이상은 안된다고 한다. 정말로 첫 손님을 보내지 않으려고 준 듯하다. 후배가 몇개 더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내것만 사 가지고 오게 되었다.    







커피숍과 와양 파는 집에서 나와 조금 큰 골목길으로 나오니 어제 다녀왔던 따만사리 입구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였다. 큰 길로 나오니 어제 다녔던 길이 나온다. 커피점을 안내해준 아저씨를 따라서 크라톤 남쪽마을을 거의 가로질러 왔던 모양이다. 다음에 족자카르타를 다시 찾게 되면 그 때는 와양 판매점을 바로 찾아서 몇 개의 작품을 사가지고 와야겠다. 그들이 제시한 하한선을 알고 있으니 가능할 것 같다. 성벽 안쪽 마을에도 조그마한 시장이 보인다. 이제는 소노부도요 박물관 (SonoBudoyo Museum)만 가보면 된다.   








(2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