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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 (2018.3.5 )

남녘하늘 2019. 4. 10. 12:29


 광주에 출장을 와서 남는 시간에 무등산에 올라가려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계속해서 내려서 무등산에는 가지 못하고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화순에 있는 운주사를 다녀왔다. 운주사도 오래 전부터 가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방문하지 못했는데 무등산 산행 대신에 방문하게 되었다. 송광사의 말사 영귀산 운주사는 도선이 창건했다는 설과 운주(雲住)가 세웠다는 설, 마고(麻姑)할미가 세웠다는 설이 전하고 있으나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일반적이라고 한다. 운주사 입구에 화순의 유명한 여행지를 표기해 놓은 광광안내 지도와 운주사에 대한 소개 안내판에 세워져 있다.    





 주차장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무늬만 불교 신자이지만 이렇게 입장료를 받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사찰이 산으로 많이 들어 갔는데 운주사는 산속에 있는 사찰은 아니다. 일주문에는 써 있는 산 이름이 영귀산인지 영구산으로 읽히는지 모르겠다. 일주문 뒷편으로는 천불천탑도량이라는 글이 써 있었다. 운주사(雲住寺)는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배를 움직인다는 뜻의 운주사(運舟寺)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돌부처 70구와 석탑 18기만이 남아 있으나, 조선 초기까지는 천 여개의 불상과 탑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주문을 지나 개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운주사 구층 석탑이 가장 먼저 보인다. 보물 제 796호라고 한다. 그 동안 제가 보았던 석탑의 형태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탑은 높은데다가 맨 아래 탑신과 맨 위의 탑신의 폭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안정감은 없어 보였다. 이 석탑은 운주사 석탑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고 높다고 한다. 보물로 지정되었다는데 너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구층석탑 이외에도 운주사에는 여러개의 보물이 있다고 한다. 탑신부의 기하학적인 문양이나 옥계석의 끝부분이 약간 반전된 모습등으로 보아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대웅전이 있는 절집으로 들어가기 앞서 남종형이 운주사에는 와불부터 봐야 한다면서 왼쪽 언덕으로 안내한다. 와불을 보러 가는 길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돌계단이 끊긴 곳에는 나무 데크로 잘 관리해 놓았다. 탑 두어개, 부도 몇 개, 종 하나 있는 일반적인 절과는 달리 운주사에는 몇 백기의 탑과 불상이 있다는데 와불을 보러 가는 길에도 탑과 불상이 보인다. 지금은 많이 소실되어 백 여개만 남아 있지만 예전에는 천불 천탑으로 불릴만큼 절 전체가 탑과 불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언덕길을 올라 드디어 와불을 보게 된다. 워낙 커서 근접찰영으로 한 컷에 담기도 힘들다. 넓적한 바위 암면을 다듬어 불상의 형태를 만들었으나 운주사의 다른 불상처럼 얼굴과 머리만 윤곽이 분명하고 신체는 장승처럼 하고 있다. 최장 길이는 12m나 되고 전남 유형문화재 273호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 절에서 말하는 와불은 이런 형태의 와불이 아닌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 때 옆으로 누워서 취했던 형태의 측와상을 말하는데, 이 와불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서 명칭이 굳어진 모양이다. 조각을 하고 나서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세우지 못한채 지금까지 온것이라고 한다.   






 운주사 뒷편 산은 몇 해전 화재로 인해서 많은 수목이 불탔다고 한다. 와불이 있는 언덕 위에서 보니 새로 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지만 군데 군데 허전한 느낌이다. 그나마 운주사와 불탑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언덕을 내려 오면서도 불상과 불탑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불상은 한곳에 모야 놓고 석불군 가,나, 다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여 놓았다. 운주사의 석불들은 평면적이고 토속적인 얼생김세와 돌기둥모양의 신체, 어색하고 균형이 맞지 않는 신체 구조 등 대개 비슷한 양식을 보이고 있다. 







 언덕길을 내려와 운주사 경내로 들어가 본다. 지금 언덕 아래로 보이는 절 건물들은 거의 모두 근래에 세워졌다고 한다. 원래 절의 위치는 아까 입구에 구층석탑이 있었던 근처였다고 한다. 그 때문에 문화재청에서는 운주사가 있지만 운주사지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아랫쪽 운주사의 절터를 발굴했었기 때문이다. 




 종무소로 쓰이는 보제루(普濟樓)를 지나면 법당 마당으로 들어선다. 현재 보이는 운주사 전각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모두 일제시대에 조성된 것이라 문화재적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절의 주존불이 모셔진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3칸의 비교적 화려한 모습이다. 대웅전 안에는 여느 절과는 달리 삼존불이 아닌 석가여래불만 모셔져 있다. 잠시 대웅전에 들어가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비가 오는 평일이어서 절을 찾은 사람이 많이 않아 더욱 조용한 시간이다.    








 대웅정 오른편에 여러 불상이 모셔져 있는 지장전이 있고  그 사이길로 가면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신산각은 과거에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기존의 민간신앙과 융합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산신각으로 해서 명당탑과 불사바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함께 온 남종형이 벌써 아랫쪽으로 이동해서 산신각까지는 가보지 못하고 내려온다.  





 대웅전 앞에 위치한 이 석탑의 이름은 운주사 대웅전 앞 다층석탑이다. 대부분의 탑이 3층, 7층, 9층 이런식으로 앞에 구체적으로 몇층이라 써져있는데 반해 이 석탑에 그런 정보가 없는것은 윗부분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4층의 옥개석 까지는 남아있으나 그 이상의 존재 여부도 알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 훼손되지 않았다면 무척 아름다운 탑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절 마당 이 곳 저곳에도 탑이 있다. 마당 한쪽에 원형탑도 있는데 중석이 무척 길어 버섯같은 느낌이 든다.     







 현재 운주사에는 비구니들이 수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웅전을 돌아보고 종무소로 쓰이는 보제루(普濟樓)를 지나 나오면 넓은 터가 나온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나올 때에도 멈추지 않는다. 오늘 운주사에 오지 않고 무등산에 올라 갔으면 고생 좀 했을 것 같다. 





 운주사 원형 다층석탑은  보물 제 798호로 높이 571cm다. 2단의 지대석 위에 단층의 기단이 놓여진 석탑으로 지대석. 기단부. 탑신부가 모두 원형으로 되어 있고 현재 탑신부가 6층까지 남아 있으나 전체적인 형태로 보아 그 위에 몇층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호떡으로 쌓은 놓은 듯한 느낌인데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 같고 이곳 운주사에만 있는 특이한 탑이다.   





 보물 797호 운주사 석조불감이다. 불감이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든 집이나 방을 뜻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불감이나 감실이란 말은 처음 들어 본 용어다. 감실 안에는 석불좌상이 앞 뒤로 등을 대고 있는 형태로, 조각된 불상들은 정교하지 않고 두리뭉실해 보인다. 두 불상은 두 팔의 위치만 조금 다를 뿐이다. 머리 윗부분이 판손된 상태인데 넓고 편편한 얼굴에는 눈썹과 콧등의 일부가 시멘트로 보수되어 있고, 마치 입술 화장을 한 것 같은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석탑이든 석불이든 전문 예술가들의 솜씨와는 많이 멀어 보인다. 그냥 이 지방 사람들이 제각기 멋대로 만들어서 전시해 놓은 듯 수수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나같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이고, 실제로는 재료로 쓰여진 돌의 석질은 잘 바스라져서 화강암질의 단단한 대리석을 다듬는 기술보다 더 높은 기술을 습득한 석공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탑을 보면 마치 시멘트로 발라서 만든듯한 느낌이 많이 들 정도로 퇴적층의 바위같아 보였다. 그런 석질로 만든 탑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으니 당시 탑을 조형했던 기술자들의 탑 제작 기술은 당대 최고였을 것이다.     







 석불군 다군이 있는 곳에서 아까 와불이 있는 언덕의 반대편 언덕길을 올라가 본다. 신규탐방로 라고 이름지어져 있는 산책길이다. 이쪽 언덕에도 석탑이 많이 세워져 있다. 한때 수많은 석불과 석탑이 자리했으나 지금은 많이 도난,파손 되어서 그 전의 웅장함을 찾기는 힘들다. 이렇게 탑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이나 탑에 놓여 있는 돌들도 몇백년 전까지 불상이었고, 탑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비와 함께 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주변 산책길을 모두 돌아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 주지 않는다.   





 산책로가 끝나갈 무렵에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보았던 보물제 796호인 9층석탑 옆 언덕 위에 있는 5층 석탑이 내려다 보인다.  암벽 위에 세워진 탑으로 걸레탑, 동냥치탑이라고도 불린다. 자연석 모양 그대로 가져다 옥개석으로 사용했다.자연석을 다듬지 않고 탑신에 올려 놓은 것으로 자연미와 파격미가 돋보이는 탑으로 평가된다고 하는데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너무 낡아서 볼품없는 탑처럼 보인다. 탑 주변에는 자세하게 관찰 할 수 있도록 데크를 만들어 놓아서 좋았다.   






 9층석탑 앞쪽으로 연장바위가 있었다. 옆에 세워저 있는 안내문에는 운주사 창건 설화와 연관이 있는 바위라고 되어 있었다. 천불 천탑을 하루만에 세우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하여 동자승과 석공들이 천불탑을 하루만에 세우고 있었는데, 일하기 싫어하는 동자승이 일부러 닭 소리를 내자 석공들이  날이 샌 줄 알고 연장을 이 바위에 두고 갔다하여 이 바위를 연장 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설명이 한참 부실한 듯하다.   




 매표소쪽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개천 건너편 잔디밭에 석불들이 일렬로 전시되어 있어 한번 가 보았다. 들어가면서 보고 갈까 생각했는데 비가 내려서 나올 때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가까이 가보니 다른 석탑이나 석불에 있었던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원래 운주사에 있던 불상은 아닌듯 하다. 재질로 보아서도 이곳의 석재가 아니고 다른 사찰이나 지역에 있는 불상을 이곳으로 옮겨 오고 있는 듯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오천불천탑 명성에 문제가 있고, 복원은 한계가 있으니 다른 곳에 있는 석불과 석탑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석불과 석탑을 모아서 전시해 놓으면 다음에는 이 또한 운주사의 명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