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도아먀 ('09.5)

도야마 마라톤 5-4 (주로 풍경), (2009.5)

남녘하늘 2009. 12. 9. 00:25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 내리더니 아침이 되어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4년전 도야마 마라톤에 참석했을 때에는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면서 멈쳐 아주 좋은 환경에서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오늘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일기예보에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출발때부터 비를 맞고 달릴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찝찝한 마음이 들지만  어짜피 즐거운 마음으로 마라닉을 온만큼 기쁜 마음으로 달리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호텔에서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도야마 신문사에서 제공해준 버스를 이용하여 대회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다. 비 때문에 600여명이 참석하는 대회장이 더욱 썰렁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온 참가자를 위해 따로 텐트도 마련해 주었고 프랜카드도 설치해 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었다. 우리 일행은 이 텐트에 짐도 보관시키고 비도 피할 수 있었다.  

 

 

 

내리는 비 때문에 대회 참가자들이 대회장 주변에 모여 있지 않고 대회장에 있는 건물 안에 차분히 모여 있다. 도야마 마라톤대회도 지방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마라톤 대회인지라 따로 물품 보관소가 운영되지 않고 건물 2층에 있는 탈의실 바닥 아무곳에나 자기 물건을 놓고 가는 방식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씨스템이다.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김종호님과 최영태님과 함께. 이때쯤 잠시 빗줄기가 가늘어져 일깅예보가 틀려 비가 멈추는 것이 아닌가하는 희망을 가졌으나 잠시후 다시 강한 바람과 비가 시작되었다. 비는 내리더라도 바람이라도 약하게 불어야 하는데...  

 

 

 

이번 대회는 풀코스 단일 종목으로 출발선에서 내리막 200여를 내려와 14km 진즈강변을 세번 왕복해서 달리고  골인점으로 들어오는 코스로 4년전과는 코스가 조금 변경되었다. 도심을 달리는 코스가 아니어서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코스이나 여유로운 농촌 풍경과 벚꽃나무 가로수 길을 달리면서 멀리 눈덮힌 다테야마 연봉등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경관을 감상하기에는 너무 날씨 상태가 좋지 않다.  

 

 

 

 

최윤성 아우와 함께.

 

  

 

 

 

100회 마라톤 클럽의 김만호형님과 정성근님과 함께. 한국 참가자의 배번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연장자 순으로 1번부터 주어졌다. 내 배번은 13번, 한국에서 온 참가자중 13번째로 나이가 많은 셈이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배번이다.  난 아직도 20대 열혈청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비를 맞으면서 달려야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운동화에 물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소박한 생각을 했지만 초반 2Km를 달리지도 않아 운동화가 흠뻑 젖고 말았다. 이후 수중전이었다.   

 

 

 

달리러 온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기만 하면 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비가 오는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고생이 많을 것이다. 준비해야 하는 일도 많고 대회 진행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하지만 이곳 대회를 주관하는 사무국의 스텝이나 참가한 일본인들은 누구하나 동요없이 준비를 하고 조금 미흠한 점이 있어도 불만한번 표출하지 않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오는 비를 맞아가며 사진 몇장을 찍고 나서는 반팔 상의를 입고 뛸지 어깨걸이 상의를 입고 뛸지를 고민했다. 여러가지 복장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반팔셔스를 입고 비닐을 한장 뒤집어 쓰고 달리다가 몸이 덥혀지면 비닐 커버는 벗어버리고 그때부터 달리기 복장으로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만큼 대회 출발시까지도 비가 많이 내렸도 바람도 많이 불고 있었다. 

 

 

 

결승점에 설치된 아치를 배경으로 미리 사진을 찍었다.

 

 

 

 

비옷을 입고 뛰기에는 너무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대회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짧은 비닐 상의를 걸치고 뛰기로 했다. 비옷이든 비닐 상의든 걸치고 달리면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달리기에 상당히 불편하지만 비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고 체력이 빨리 고갈되는 것보다는 낳기에 어쩔 수 없었다.

 

 

 

 

건물 1층에는 매점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비 때문에 참가자들이 모두 이곳에 들어와 있었다. 일본인 특유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을 주지 않으려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매장이 혼잡스럽고 빗물등으로 인해 지저분해졌지만 주인은 불평 한마디 없었다. 매장 한쪽에 오늘 시상식에 쓰일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언제 트로피를 한번 받아보겠나싶어 미리 한번 들고 포즈를 취해 보았다. 남들은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하는데 항상 같은 돈내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집에서 구박을 받는데, 모처럼 기분 한번 내 보았다.

 

 

 

 

 

참가자들이 대회 출발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짜피 조금 있으면 모두 비에 젖겠지만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으려고 늦게 출발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참가한 대회도 아니니 앞에서 출발할 이유도 없었다. 비가 조금씩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간단한 식전행사를 마치고 모두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출발전까지는 몇 명 되지 않아 보이더니 전부 모이니 생각보다는 참가자가 많다. 비가 와도 출전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달리기의 마니아가 아닐까 싶다. 보통 사람들에게 비 오는데 돈을 준다고 달릴까? 이 사람들은 돈을 내고 달리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달리기하는 것이 좋아서...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달리러 왔기에 천천히 출발하려고 건물 아래에서 끝까지 있다가 제일 늦게 출발점을 통과한다. 600여명이 참가했는데 선두는 벌써 저만큼 멀리 가버리고 보이지도 않는다. 주로로 나오니 바람이 더욱 거쎈 느낌이다. 비가 오는 것은 걱정이 되질 않는데 운동화에 빗물이 차서 달리는 것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그 점이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러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또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번 대회에는 서울마라톤클럽과 100회 마라톤클럽, 분당검푸마라톤클럽, 강남마라톤클럽에서 45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온 사람은 2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회 참가보다는 도야마 관광에 더 큰 목적이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에 맞추어 조금만 뛰고 나머지는 걷거나 중간에 일행들을 응원하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들이였다.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는 주로에서 달리는 사진이 많다.

 

 

 

 

바람을 등지고 달릴때에는 그 바람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 못하지만 그 바람을 앉고 달릴 때에는 걸음이 나아가지 않을 정도로 힘이 들었고, 비를 맞으면서 그 빗줄기가 팔등을 아프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번 이 처음이었던것 같다. 옷위에 덧입었던 비닐도 코스를 2회전 할 때까지 벗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 한바퀴를 달릴 때 겨우 벗어 놓고 달릴만큼 날씨도 쌀쌀했다.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비닐을 못버리게 만들었다.  

 

 

 

 

신발도 빗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발도 물에 영향으로 붓는듯한 느낌이 든다. 편도 7Km에 세곳에 급수대와 먹거리장소가 설치되어 급수나 먹거리가 풍부하게 제공되었지만 날씨가 추워 물은 거의 먹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중반이후 빵과 오렌지등 제공된 먹거리는 충분히 먹었다. 달리는 것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날씨가 쌀쌀해 더욱 몸속 에너지 소비가 필요할 것 같아 체력이 고갈되지 전에 보충해주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비 때문에 주로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급수대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아주 성심성의껏 봉사하고 있어 고마움을 느꼈으며, 특히 주로에서 봉사하는 젊은 친구들은 쌀쌀한 날씨에 거쎈 바람에 비까지 맞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급수대의 풍경이다.

 

 

 

달리는 중간에 비가 가늘어지면서 조금 좋은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달리는 내내 거의 비를 맞고 달렸다. 달리다보니  체온이 올라가고 비닐을 걸치고 달리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30Km 정도를 달린뒤 벗어버렸다. 비닐을 벗어버리니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해졌는데 몸은 이미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25Km를 넘어서면서 빨리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가 쉬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결승점을 들어올 때는 비까지 다시 세차게 내리고 바람도 엄청 불어 올라오는 언덕길이 많이 힘들었다. 도야마 마라톤 대회는 중간에서는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데 결승점에서는 모든 주자들에게 결승 테이프를 끊게 만들어주면서 사진 찰영 써비스를 제공한다. 막판에 사진을 찍어주니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척 웃으면서 결승점을 통과했다.

 

시간을 체크하니 3시간 46분이었는데 다음날 도야마 신문을 통해 기록을 확인해 보니 1분이 더 늦게 되어 있다. 아마 도야마대회도 기록산정을 출발은 건타임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뒤에서 늦게 출발한 덕분에 기록이 2분가까이 손해본 것 같다. 하지만 오늘도 기록에 신경쓰고 달린 것이 아닌지라 큰 의미는 없다. 비 내리고 바람부는 가운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싶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들어오니 주최측에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주는데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종류의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추웠던 몸은 따뜻하게 하는데 아주 좋았다. 비가 내리는 구질구질한 날씨에 먹고난 그릇이나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일본사람들을 접하면서 이런 점은 우리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 입으면서도 내부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는 자세 역시 배울 점이 많다. 우리나라 대회장의 탈의실에는 대회를 마칠때가 되면 각종 비닐과 옷핀, 배번이나 기타 쓰레기기 가득한데...    

 

 

 

 대회를 마치고 텐트 아래에서 최윤성 아우와 함께. 따로 텐트가 없었던 일본 참가자들은 비속에서 국을 먹고 있었다. 불평하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속마음으로도 불평이 없었을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회 주최측에 항의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욕설로 가득했을텐데...   

  

 

 

 

호텔로 귀환하는 버스는 대회장에 함께 왔던 일행이 모두 들어와야만 운행을 한다고 해서 시내관광을 갈 계획을 가졌던 우리 일행은 대회운영본부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먼저 도야마역으로 이동했다. 도야마역까지 가면 그곳에서는 택시가 많이 있기에 호텔로 이동하기에 불편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회장은 시내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택시도 잘 다니지 않고 운임도 많이 나온다. 버스에는 대회 참가자가 빽빽히 앉아 있다.

 

 

 

셔틀버스가 우리를 내려 준곳은 도야마역 북구(北口). 이곳에는 지난번에 왔을 때는 없었던 포트램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이름으로 TLR(Toyama Light Rail)이라고 한다. 2006년 4월부터 도야마에서 운행을 시작했기에 2005년 방문시에는 운행되지 않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포트램(노면전차)는 일본 여러 도시에서는 많이 접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전차가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전차가 가진 효용을 인지하고 전차의 부흥기가 도래하고 있다. 

 

 

 

 

최영태 아우와 함께. 택시를 기다리면서 도야마 역과 도야마 역 주변의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정비를 취하지 못해 몰골이 볼썽사납다. 게다가 비까지 맞아 최악의 상황이다.

 

 

 

 

 

 

포트램 위로 도야마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도야마 역에서 호텔로 귀환.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중인데 생각보다 택시요금이 많이 나왔다. 역시 일본에서의 교통요금은 우리에게는 살인적인 물가다. 운전사를 보호하기 위해 운전석 뒷편에 강화프라스틱 창이 설치되어 있다. 좌측통행이라 운전석이 오른쪽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동중에도 끊임없이 내리는 비... 이제 그만 그쳐도 좋으련만... 운동화를 여분으로 가지고 오지 않아 시내구경을 나가면 운동화부터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끊임없이 내리던 비가 우리 일행이 시내관광을 나서자 거짖말처럼 그쳐버렸다. 이후 정말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성 회원들은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차량을 이용해서 호텔로 미리 돌아와 약간의 정비를 취할 수 있었지만 나를 비롯한 몇명의 사람은 호텔에 짐만 놓아두고 바로 되돌아 나왔다. 이런 점에서 행사 주최자는 고달프다. 내가 선도적으로 나서지만 않았으면 이런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지만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함께 간 일행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하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비 그친 도야마역을 배경으로...       

 

 

 

 

도야마 시청 전망대로 이동중. NHK 건물을 배경으로...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