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도야마 ('10.5)

도야마 마라톤 5-2 (주로풍경), (2010.5)

남녘하늘 2010. 8. 19. 00:42

 

어제 밤 일찍 잠들지는 못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났다. 잠자기 전까지 하늘이 맑아서 아침에 비가 오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 좋다. 도야마에 세번째 왔지만 대회날 아침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더구나 작년 대회날에는 달리는 내내 비를 맞고 달려 너무 춥고 힘들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날씨도 맑을 뿐만 아니라 달리기에는 더운 날씨가 될 것 같다. 도야마의 비가 많은 지역이다. 봄에도 비가 자주 내리고 겨울에는 눈이 엄청 많이 내리는 곳이어서 이렇게 대회가 치러지는 날, 맑은 확률이 50% 미만이다. 이번주에도 비가 계속해서 내리다가 어제부터 날씨가 개였다고 한다.

 

아침에 호텔에서 대충 정비를 마치고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오늘이 7번째 열리는 도야마 마라톤 대회인데 나는 3번씩이나 참가했으니 많이 참가한 셈이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대회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 날씨는 벌써 더운 것 같다. 조그마한 중소도시의 지역신문사가 개최하는 대회인지라 형식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느낌과 실속있게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100회 마라톤 클럽 소속의 회원들과 함께. 이문희 선배는 나와 함께 오래전무터 여행을 오기로 준비해서 왔는데 가운데 있는 신성범님은 개별적으로 서울마라톤클럽에 따로 신청해서 왔다. 성격이 나와는 맞지 않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외국대회에 함께 오니 반가왔고, 함께 다니는 일행이 없어 틈틈히 시간이 나는대로 사진도 찍어드리면서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해 보았다.   

 

 

 

 

 드디어 개회식이 진행되었다. 조그마한 지역의 대회지만 갖추어야 할것은 모두 갖추어 놓았다. 한국에서 온 선수단에게도 박수를 부탁했고, 박영석회장님은 연단에 불러서 소개까지 해 주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걱정이다. 도야마 마라톤 코스도 벚꽃 나무가 있는 2Km정도 구간만 그늘이 있을 뿐 뙤약볕 아래를 뛰어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개회식 사회를 맡아던 여자 진행자와 함께. 나와 둘이서 찍으려는데 문광필 선수가 샘을 내고 끼어들었다. 나는 오늘 같은 날씨에 달리면 더울 것 같아 반바지에 짧은 어깨걸이 복장으로 참가하건만, 문광필 선수는 긴바지에 긴팔셔스를 입고 그 위에 반팔 티셔스를 겹쳐 입었다. 햇빛에 타지 않고 산보하는 멋장이의 복장이다.   

 

 

 

 

가운데 분홍색 모자에 분홍색 셔스를 입은 사람은 일본의 100회 마라톤 클럽 회원이시다. 오늘 대회에도 일본의 100회 낙주회(樂走會) 분들이 많이 참가하셨다. 우리나라 100회 마라톤클럽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회원 숫자도 많고 많이 달린 분들이 많다. 하지만 옛날부터 느껴왔던 점이지만 너무 횟수에 집착해서 뛴다고 보기 어려운 분들도 많았다. 본인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그런 분들은 풀코스 마라톤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10Km 정도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회장의 모습.   

 

 

 

이날 대회를 개최한 도야마 신문사는 조간 신문에 참가자 명단을 모두 게재해 놓았다. 한국에서 온 선수는 남자 23명, 여자 22명으로 나이순으로 번호를 부여해 남자는 1번에서 23번까지의 배번을, 여자느 101번에서 122번까지 배번을 주었다. 덕분에 함께 온 일행들을 잘 알지 못해도 배번으로 한국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나중에 주로에서 사진을 찍어줄 때 구별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한국에서 온 남자 참가자중 네번째로 나이가 어려 배번이 20이다.     

 

 

 

한국 참가자를 위한 부스를 한동 따로 마련해 주었다. 일본 참가자들은 따로 부스도 없었고, 공원 내에 있는 매점 2층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사무실의 한 귀퉁이에 자기 물품을 놓아두고 뛰러 갔다. 몇 명 되지 않은 참가자를 위한 엄청난 배려였다. 이 부스에 옷도 놓아두고, 뛰고 와서 간단한 음식도 이곳에서 먹었고,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그늘진 이곳에서 기다릴 수 있었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 이문희 형님, 문광필, 송영철이와 함께. 복장만 자세히 살펴 보아도 어떤 사람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놀러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사람은 완전 야유회 패션, 또 한사람은 산책 패션, 나머지 두사람은 달리기위한 복장이다.  꼭 달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의 능력에 맞추어 달리면 된다. 이번 달리기 여행의 모토이다. 자기가 알아서 달릴 만큼만...  

 

 

 

한국에서 함께 온 장윤선님과 함께.   

 

 

 

내가 가이드한 여행에 동참하신 강남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오래 전부터 도야마 마라톤 참가를 위해 준비해 왔었고, 이번에 실행했다. 함께 하신 이기종님의 부탁이 없었다면 이번에 도야마에는 올 생각이 없었는데, 간곡한 부탁으로 나도 이번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출발을 위해 드디어 스타트 라인으로 이동중이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더워 카메라를 들고 뛰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타트 라인에 갈때가지만 사진이 있고 이후 출발후의 정경을 찍지 못했다. 날씨때문에 땀도 많이 흘릴 것 같고, 사진을 찍으려면 뛰다가 멈쳐 서기를 반복해서 체력 소모도 많고 페이스도 흐트러져 훨씬 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찍어 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달려야 하는 동일한 코스 3회전 중 한바퀴를 돌아도 사진을 찍어 주는 일행이 아무도 없었다. 함께 와서 달리지 않는 가족이라도 사진을 찍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도야마 대회는 우리나라 대회와는 달리 중간에 사진을 찍어 주는 서비스가 없는지라 함께 온 일행의 중간 사진이 한장도 없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짐에 놓아둔 부스로 돌아가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부스로 올라가려고 하자 대회 진행요원이 한바퀴만에 중도 포기를 하는 줄 알았나 보다. 설명을 해주니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해 준다. 이후 28Km는 카메라를 가지고 뛰면서 내 사진과 한국의 주자들 사진과 풍경 사진을 찍으면서 달렸다. 아마 사진을 찍느라 20분 이상은 기록이 안 좋아졌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조금 희생하고 봉사함으로써 함께 온 참가자들이 기뻐한다면 그 또한 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의 희생을 결정하고 나니 좋았다. 다른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드디어 중간에 있던 행사 진행자에게 부탁해서 내 사진을 한장 찍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뒤로 보이는 뚝방 길을 따라 있는 벚꽃나무 그늘만이 유일한 그늘이었다. 날씨가 많이 더워서 참가한 사람들 모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는 사람들이야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남탓 할 일이 아니다.     

 

 

 

제 1 반환점 근처에 있는 급수대. 이런 급수대가 전체 코스에 3곳에 운영되고 있어서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12번을 이용할 수 있다. 물과 자몽과 오렌지를 비롯한 과일, 빵과 초밥등 여러가지 종류의 간식을 준비해 놓아 달리기를 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해 놓았다. 날씨가 더웠지만 충분한 급수로 인해 탈수때문에 못달리지는 않았다. 너무 많이 먹어서 힘들었다면 모르지만...  

 

 

 

 

엄청난 따가운 햇볕 아래서 뛰다가 만나는 뚝방길의 벚꽃나무 그늘. 도야마 시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는 이 길을 대회때문에 통제하고 있었는데, 행사 주최측이나 인근 사람들이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여졌다. 벚꽃이 필 때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면 어떻게는지를 물어 보았더니 그때는 시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Km 가까이 이어진 이길에 벚꽃이 피면 상당히 보기 좋았을 것 같았다.   

 

 

 

 

참가자의 가족들이 모여서 응원하던 주로상의 중간쯤에 있던 정자. 대회 집합장소의 바로 뒷편이다. 달리는 주자들을 향해서 음악 테이프도 틀어 놓았고, 참가자들에게 열심히 응원도 해 주었다. 도심에서의 대회가 아니어서 응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대신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었다.

 

 

 

세번의 급수대중 중간에 있는 급수대에서 찍은 사진. 날씨가 너무나 더워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있다. 달리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 본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돈들여 사서 고생한다고...      

 

 

 

제 2반환점과 급수대. 이곳을 돌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이 손목 밴드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밴드가  3개가 되어야만 완주한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변칙으로 밴드 3개야 얼마든지 모을 수 있겠지만 거짖으로 3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자기 스스로 완주해서 기록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 2반환점을 중심으로 왕복 5Km 구간에는 그늘 한점 없이 달려야 하는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도야마 마라톤 대회에 세번째 참가지만 이번만이 날이 맑아서 멀리 있는 풍경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멀리 다데야마 연봉의 설산이 보인다. 설산 아래에 있는 이곳은  땀을 주체하지 못할만큼 더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인데 멀리 있는 산에는 눈이 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동안 이곳을 달리면서도 설산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는 몰랐다. 뒤로 흐르는 강은 진즈가와(神通川)로 눈이 녹은 물이 흘러 흐르는 물의 양이 제법 많다. 대회의 명칭이 도야마 청류(淸流)마라톤 대회가 아니었던가?  

 

 

 

달리면서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의 사진을 정말로 많이 찍어 주었다. 개인별로 보면 몇 장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분들을 위해서 내가 멈쳐 선 것을 몇 번인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디카는 사진을 찍는 시간에 조금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가 타이밍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달리는 리듬이 깨지게 된다. 하지만 기록을 위해 온 것도 아니고, 즐겁게 위해 왔기에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주면서 내 스스로 즐거워지면 그 것이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8순을 넘기신 나이(82세)에도 주로에서 즐겁게 달리시는 서울마라톤클럽의 박영석 회장님과 함께.  

 

 

 

3회전중 1회만 열심이 달리고 나머지는 급수대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는데 집중하고, 또 남들이 땀흘리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날씨도 더운데 미친 사람들 많구나'를 연발했을 친구 문광필이와 함께. 나는 이제 돌아가면 결승점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돌아오려면 한참을 더 와야 한다. 날씨도 더워 걸어서 7Km를 뙤약볕에 걸어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승점에 들어가기 직전, 12번째의 급수대를 통과하면서... 과일과 음료수와 먹거리를 충분히 갖추어 놓았다. 기록에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급수대에서 수분보충도 충분히 하고, 먹는 것도 충분히 먹으면서 달려 주었다.

 

 

 

드디어 4시간 12분 29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사진도 찍지 않고 기록만 생각했다면 4시간 안에 충분히 들어올 수도 있었겠지만 4시간 넘는 기록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105번째의 풀코스 대회인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달리는 동안 즐거웠고, 또 다른 달림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었다고 자신한다. 결승점을 통과할 때 대회 주최측에서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와 인터넷 환경이 다르다 보니 어디에서 사진 검색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결승점 통과사진을 게재하지 못한다.  

 

 

 

 

 대회운영본부가 있던 자연학습관(自然ふれあい學習館) 건물에서 간단히 세수도 하고 그늘진 건물의 후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 달렸던 주로를 내려다 보았다.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를 아직도 주자들이 달리고 있다. 달리는 동안에는 힘이 들었지만 이곳의 풍광은 참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천막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물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니 언제 힘들게 달렸는지 모르겠다. 완주후에 이런 여유가 나로 하여금 계속 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함께 온 광필이와 영철이도 완주는 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목표했던만큼 잘 달렸기에 완주한 나와 마찬가지로 만족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최근에 대회에 자주 나가지 못해 굉장히 힘들게 달릴 것으로 예상했던 문희 형이 생각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점에 들어왔다. 문희 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 결승점 아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문희형이 들어옴으로서 우리 방에 있는 룸메이트들은 완주를 했거나 하지 못했거나를 떠나 모두 들어왔다.  날씨는 더웠지만 또 하나의 마라톤 여행을 즐겁게 마쳤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 20분의 기록으로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박희숙님. 한국인이 여자부 우승을 차지해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 여행에 네 분의 언니와 두 분의 형부까지 함께 와서 달리기와 여행을 즐겼다. 우승컵을 받는 박희숙님과 함께...  나는 언제 이렇게 등수 안에 들어 상을 한번 받아보려나?

  

 

 

박희숙님의 우승을 알리는 다음날의 도야마 신문. 대회를 주최한 신문사인지라 1면뿐만 아니라 여러면에 걸쳐서 대회 화보와 관련기사를 게재해 놓았다. 완주한 참가자들이 기록도 신문에 모두 올려 놓았다.  내 기록도 참가자중 152등으로  4시간 12분 29초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문을 오래동안 보관할 수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