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0.6)

말레이시아 여행 8-1 (바투동굴, 쿠알라룸푸르 타워), (2010.6)

남녘하늘 2010. 9. 1. 01:12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거창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한참 후에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를 이제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준비의 일환으로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 그동안 인생 2막을 바이오매스 자원 개발사업과 소규모 재생에너지 개발계획(SREP: Small Renewable Energy Power Program)이라고 생각하고 관심과 공부를 해 왔는데, 그 계획의 추진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짧은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보고 올 수는 없지만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파트너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바쁜 일정을 내 보았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 반도와 동쪽 섬으로 나누어져 있고 코타키나발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큰 도시는 말레이 반도에 있다. 예전부터 말라카 해협을 무역거점으로 말레이시아에는 말레이인 뿐 아니라 인도인과 중국인이 많았고, 말라야 연방 결성으로 인도인과 중국인에게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인구는 말레이지아인인 부미푸트라(58%), 중국인 (25%), 인도인 (7%), 기타 (3%), 외국인체류자(7%)로 구성되어 있다.  말레이계는 정치계에서 주로 활동하고 국가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계는 말레이 경제권을 가지고 있어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말레이시아의 정치체제는 입헌군주제(연방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국가원수는 국왕이고, 국왕은 5년마다 9개 주의 술탄 중에서 선출된다. 그러나 실제 국정은 수상에 의해서 운영되며, 의회형태는 양원제(상원 68석, 하원 180석)이고, 언어로는 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등이 사용되고 있다. 정식 국명은 말레이시아연방(Federation of Malaysia)이며, 면적은 33만 434㎢, 인구는 2,300만명이고, 국토는 말레이반도 남부와 보르네오섬의 사바 및 사라와크로 이루어져 있다. 열대성기후로 인해 고온 다습하고, 사계절 구별은 거의 느끼기 어렵다. 주민의 약 85%가 말레이반도에 거주한다.

 

짧은 일정에 넓은 말레이시아를 전부 둘러보지도 못했고, 일부 도시의 방문과 몇 몇 관광지의 방문으로 한 나라를 어떠하다고 촌평하는 일이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고, 다음에 한번 살아보았으면 하는 나라였기에 떠나기 전에 공부를 많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고 왔고 내 나름대로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인천공항에서 이번에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 문광필이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 공항까지는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오후 4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3시간 정도 지나니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적도쪽에 가까와 해가 더 늦게 질줄 알았는데 서울보다 해가 짧다. 모처럼 오후에 비행기를 탔더니 노을 지는 모습도 보게 된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시에도 면세점을 둘러볼 수 있게 설계해 놓았다. 이미 가 보았던 두바이공항을 제외하고는 이런 시스템을 보지 못했는데 허브 공항을 표방하면서 한명의 여행객이라도 더 잡으려는 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입국하면서도 면세품을 살 수 있게 만든 것은 허브공항을 표방하고 있는 인천공항에서도 한번 검토해 볼만한 일이 아닌가싶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인천공항을 설계한 사람이 설계를 했다고 들었는데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공항이다. 하지만 열대지방인지라 공항을 나서니 밤 10시 넘었음데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우리 일행이 머물렀던 이스틴호텔의 로비.

 

 

 

 도착한 다음날 함께 간 일행과는 다른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에 있는 최강모이사님과 함께 시내 몇 몇 곳을 둘러 보았다. 쿠알라룸푸르는 도시 역사가 150여년에 불과하지만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인도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큰 힌두사원이 있는 바투동굴(Batu Caves)이 있다. 바투동굴은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작은 산에 자리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주류를 이루는 국가의 수도에서 힌두사원이 가장 인기있는 관광코스란 점이 재미있다.  그러나 국교는 이슬람이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투동굴은 인도에서 건너온 힌두교도들이 세운 힌두교도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이후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열리는 축제인 타이푸삼으로 인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    

 

 

 

바투동굴 인근에 있는 꽃가게들. 힌두교도들은 이곳에서 꽃을 사서 헌화를 하는 것 같았다.

 

 

 

바투 동굴(Batu Caves)은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인도계의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이 열리는 곳이다. 1892년부터 열려 역사가 100년이 훨씬 넘었다고 하며, 신성한 달을 의미하는 '타이'와 보름달이 뜨는 때를 의미하는 '푸삼'의 합성어가 타이푸삼이다. 종유 동굴인 이 바투 동굴은 1878년에 발견되었고, 주위에 100만년도 더 되어 보이는 종유석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종유동굴 내 사원으로 이어지는 272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의 숫자는 불교의 108번뇌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272라는 숫자는 힌두교 교리에서 인간이 태어나 지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의 숫자라고 한다.   

 

 

 


동굴 입구에는 50m 높이의 거대한 금빛 조형물이 버티고 있다. 최근에 세워진 이 황금입상은 힌두교 최고 신중의 하나인 시바의 둘째 아들로 힘, 전쟁, 파괴를 관장하는 무루간라고 한다. 하지만 파괴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없고 온화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무루간 상을 지나면 동굴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되는데, 이 계단은 3파트로 나눠져 있다. 왼쪽부터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과거의 계단은 지었던 죄에 대한 용서를 빌고, 현재,미래의 계단을 통해 앞으로 지을 수 있는 죄를 경계하라는 의미란다. 계단은 모두 272개로 각 계단마다 숫자가 새겨져 있고 경사가 조금 급한 편이다.      

 

  

 

 

 

계단을 오르면 동굴 입구가 나온다.  자비스러운 얼굴의 시바상을 지나면 광장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넓은 동굴과 공간이 있다. 천장까지 높이가 100m에 이르는 거대한 석회암 동굴로, 입구에 도착하니 낙수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물방울이 끊임없이 아래도 떨어져 아직까지 진행중인 석회암 동굴임을 알 수 있고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바투 동굴 내의 중앙동굴은 길이 400m,  높이 100m로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규모가 컸다.  동굴 내부 곳곳에 세워진 힌두신의 형상과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가 화려한 장식처럼 늘어서 있다.   

 

 

 

동굴광장을 지나 계단을 다시 오르면 또다른 동굴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천장이 뻥 뚫려 있어 윗쪽에서 빛이 바로 내려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시 힌두교와 관련된 예배단 등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고, 참배를 하고 있는 신자들이 꽤 많았다. 이곳에서도 우리 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한국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엄청 많이 들려왔다. 이곳에서 5년동안 생활했던 최강모이사님은 나 때문에 오늘 이곳에 처음 왔다고 했는데...

  

   

 

 

 

내려갈 때가 되니 사람들이 한츰 더 많아졌다. 아침 일찍 이곳에 왔기 때문에 내가 구경을 마치고 떠날 때부터가 본격적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부지런한 덕분에 남들보다 여유롭게 둘러보고 온 셈이다. 동굴안은 시원했으며 적당한 습기와 함께 경건함도 느겨져 무척이나 좋았다. 다만 이곳에서도 향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느낌이었다.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쿠알라룸푸르 시내 중심가이다.   

 

 

 


바투동굴에도 야생 원숭이들이 떼지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듯 오히려 길목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놈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나 음료수를 받어먹는 것을 넘어 오히려 어린아이나 여자들이 먹을 것을 들고 있으면 빼앗으려고 덤기기도 한다. 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영악하기 그지없다. 자기 덩치의 반만한  새끼 원숭이을 앉고 빵조각을 먹고 있는 원숭이. 원숭이가 워낙 많다보니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은 이들의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휴일이지만 현지의 인도계 사람들의 성지 방문도 이어졌다. 주차장에는 차를 주차할 곳이 모자랄 정도로 관광버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복잡해지기 전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바투동굴로 이동하는 중간에 코코넛 열매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한 개당 3링깃이었는데 우리 돈으로 천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이곳도 관광지인지라 시내 과일가게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비싸게 팔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 음료수를 사먹는 것보다는 낳을 것 같아 사 먹었는데 더운 날씨탓에 이것 역시 미지근하니 시원한 맛이 없었다.  

 

 

 

 

바투 동굴을 구경하고 나서 쿠알라룸푸르 타워 (Kuala Lumpur Tower)로 이동했다.  쿠알라룸푸르 스카이 라인을 압도하는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과 더불어 시내 어느곳에서도 보이며, 호텔 시설들이 밀집한 부킷 나나스(Bukit Nanas) 거리에 위치해 있다. 421m의 콘크리트로 되어 있으며, 타워에 오르면 시내 전체가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스카이라운지에는 레스토랑이 마련되어 회전하는 전망대에서 시내를 바라보며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타워 입구 모습. 입장료가 비싸지 않다고 들었는데 Culture Package로 끊었더니 1인당 38링깃이나 했다. 우리 나라 돈으로 해서 1만 5천원 정도이니까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의 물가로 보았을 때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패키지가 아닌 타워만 올라가는 티켓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목적은 타워에 올라가서 시내 전경만 내려다 보면 되는 것인데 쓸데없이 Culture Package라니...

 

 

 

 

말레이지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약 250㎢의 크기로 말레이어로 진흙 강이 만나는 곳이란 뜻이다. 시내를 흐르는 켈랑강과 곰박강이 합류하는 위치에 자리잡았다고 하여 붙은 명칭이다. 쿠알라룸푸르는 19세기 이전만 해도 동남아 정글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주석 광맥이 발견되며 쿠알라룸푸르에 무역과 주석을 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당시에 많은 중국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이후 열강들의 침략기가 되며 많은 자본들이 유입되어 현재의 거대도시로 발돋음했다. 그래서 현재도 쿠알라룸푸르의 약 70%는 중국인이다. 이곳 사람들은 쿠알라룸푸르를 줄여서 KL이라 부른다. 타워 전망대에 오르니 쿠알라룸푸르의 도시 전체의 모습이 조망된다.   

 

 

 

전망대 입구에서 각 나라별 관광객을 위해 안내방송이 나오는 PMP와 헤드셋을 배치해 놓고 나누어 주었다. 한국 관광객도 상당히 많아서인지 한국어 설명이 되는 있는 것도 준비되어 있었다. 천정에 있는 구역별 표시 지역 숫자에 맞추어 따라가면서 그 지역의 동영상과 함께 설명이 나왔다. 동영상과 더불어 비교적 자세한 내용의 설명이 되어 있어, 사전 지식없이 단순하게 도시 모습만 보고 내려갈 수 없는 관광객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전망대에서 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전경.

바로 아래 사진의 특이한 큰 건물은 말레이시아 은행인 Maybank이다.  KL 타워 전망대에의 오디오 가이드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터워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관광 도시를 표방한다면 꼭 도입했으면 하는 시스템이였다. 둥그런 전망대를 돌아가면서 하나하나 창문을 통해 건물 설명과 더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도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 것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의 도로시스템이 너무 엉망이다. 이번 여행을 오면서 나머지 일행들과는 달리 업무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혼자서라도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KL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지도를 가지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혼자만의 여행을 생각하고 국제면허증도 발급받아 놓았었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본 도로 사정은 정말로 열악했다.

 

초행길이라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야 인정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꼬불꼬불한 도로가 유턴이 없어 같은 장소을 반대편 장소를 찾아오기가 초보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블럭이 지나 유턴을 할 수도 없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해서 다시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더라도 같은 장소를 올수가 없는 특이한 도로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현지에서 2-3년 정도 살아서는 KL의 도로사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아마 내가 차를 가지고 직접 운전을 했다면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시간을 다 써버렸을 것 같았다. 정말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도 반대편의 같은 장소를 다시 오려면 얼마를 돌아서 올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이다.    

 

 


이곳 타워에도 간단한 기념품 샵과 전통의상을 구비해 놓고 사진을 찍어주는 코너가 있었다. 굳이 이곳에서 기념품을 살 생각이 없었기에 기념품 가게도 통과했고,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나이도 지나서 통과했다. 타워에 올라와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보면서 도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주변의 산세를 살피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다. 쿠알라룸푸르 타워에서도 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타워입장권이 Culture Package인지라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 맞은 편에 있던 Cultural Village에 입장했다. 사무실로 쓰는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임시로 만들어 놓았다. 말레이시아 각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가옥을 재현해 놓았고, 전통악기도 전시해 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민속촌처럼 숲속이나 실제 땅위에 만들어 상품화해야지 건물위에 대충 만들어 놓고 더운 날씨에 관람하라고 하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나게 만드는 일이다.   

  

 

 

 

그야말로 대충 한번 한번 살펴보고 나오는 수준에서 관람을 마쳤다. Cultural Village를 만들어 놓고 관리하는 사람도 볼 수 없었고, 설명해 주는 것도 부실하다는 느낌. 안보고 나와도 전혀 상관없는 장소였다는 생각이다.

 

 

구름다리처럼 만들어진 다리를 통과해서 들어갔던 Cultural Village. 사진 한장 찍어 나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 이외에 서양여자 두명이 관람을 하고 있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았는데 타워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타워 기둥과 멀리 보이는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쿠알라룸푸르 시티센터(KLCC)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