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0.6)

말레이시아 여행 8-5 (겐팅 하일랜드,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2010.6)

남녘하늘 2010. 9. 5. 01:26

 

설악산보다 높은 산 정상에 세워진 겐팅은 종업원 1만여명에 연간 관광객만 1,200만명 가까이 찾는 최고의 카지노 왕국이 됐다. 무슬림의 국가에 카지노가 어울리지 않지만, 중국계나 힌두교도와 달리 말레이시아 무슬림은 이곳 카지노를 출입할 수 없다. 경찰이 무슬림의 입장을 엄격하게 통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이들은 케이블을 타고, 동남아 최고라고 자부하는 겐팅 하일랜드에서 테마파크, 승마, 수영장, 스파, 공연장 등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목적 리조트 시설을 이용한다.

 

겐팅의 한 카지노 입구에서... 

 

 

 

 

이곳에서도 월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다니면서도 자국과는 큰 상관이 없는 월드컵 광고판을 상당히 많이 보았었는데 이곳에서도 내부 곳곳에 경기 일정과 경기 결과를 알려 주는 보드가 많이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도 별로 보지 못했었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더 많이 자주 보았다. 한 카지노 유럽 명문 축구구단의 의류와 모자등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원래 도박 종류에는 워낙 관심도 없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함께 온 일행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카지노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에서도 카지노 입장은 반바지와 샌들을 신고는 들어갈 수 없다. 얼마전 마카오에 갔을 때에도 카지노를 구경만 할 생각으로 들어 갔었는데 오늘도 잘 못 왔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주사장의 배려에 의해 일행들과 함께 카지노를 구경했지만, 멀리 이곳까지 와서 카지노에만 있다가 가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한 2%가 있다. 다음에는 이곳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카지노 이외의 다른 것도 보고 싶다.     

 

 

 

 

 

올라올 때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 정작 이곳에서는 다른 것을 거의 하지 못했다. 카지노에서 1시간 가량 놀면서 한사람당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정도 기부(?)하고 나니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왔다. 나 혼자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혼자 튀는 행동을 할 수 없어 함께 어울렸다.  오늘 저녁은 쿠알라룸푸르의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우르과이와의 월드컵 16강전을 이곳에서 응원하기로 미리 예약을 해 놓아서 이곳에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내려 올 때도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조금 기다리다가 지쳐서 케이블카를 타지않고 택시를 타고 내려오자는 의견이 있어 택시를 타려고 이동중에 송영철이가 올라 올 때 본 회원전용 게이트를 이용해보자고 의견을 냈다. 아직까지 말레이시아에는 우리나라의 20여년 전과 같은 행태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게이트를 지키는 현지인에게 뇌물을 주고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것,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받을 수 없으니 화장실에서 받겠다고 해서 화장실에서 일종의 뇌물을 건네고 편하게 빨리 내려올 수 있었다. 아직 후진국이라 이런 약간의 변칙을 통용되네.    

 

 

 


내려올 때에는 약간의 비가 함께 구름이 시야를 가로 막는다. 그만큼 높은 지역에 겐팅 하일랜드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중간에 비가 내리는 구름층을 통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참을 구름을 뚫고서 내려 오니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겐팅 하일랜드를 오르 내리면서 변화무쌍한 자연의 여러 모습을 모두 경험하게 되었다. 밀림도 보고, 구름 속에서 비 내리는 것도 경험하고....     

 

 

 

 

 

 

 

아직 이나라에는 못사는 사람이 많고 빈부격차가 커서인지 좀도둑이 많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 안에 보이는 곳에 물건을 놓아두면 차량유리를 깨뜨리고 훔쳐가기도 한다고...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비슷한 단말기도 보이면 앞유리창이 깨지기 일수고, 컴퓨터 가방을 놓고 다니면 내 것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라고 좀도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은 순박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곳이라 그런 모양이다. 우리 일행이 주차장에 돌아오니 누군가가 자기 차옆에 우리 차를 바싹 붙여 놓았다고 생각했는지 사이드 미러 거울을 깨뜨려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이드미러 자체를 부수지는 않고 거울만 깨드렸다는 것... 돌아오는 길에 꽤 고생을 많이 했다. 순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저녁식사를 하러 간 곳은 한국음식점 '정원'.  쿠알라룸프르에 한국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두 군데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암팡지역 부근이 코리아타운이라 불리우는 곳이다. 부근의 아파트에는 한국사람들이 모여 살고 한인수퍼와 한인식당들까지...  영어는 한 마디 안하고도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이란다. 이곳에 '정원'이라는 식당이 있었다. 입구 주차장부터 넓다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고, 문에는 월드컵과 관련해서 한글로 대한민국의 승전보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아 한국의 식당을 온 듯한 느낌이었다.   

 

 


식당 정원의 내부 시설을 둘러보니 정말 한국식 정원에 들어 온 느낌이다. 넓직한 대청마루처럼 야외에 마루가 둘러져 있고, 아담한 연못엔 물레방아까지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넓찍한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어둠이 몰려 왔음에도 야외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덥다는 느낌이었는데 우리 일행은 TV를 보면서 응원을 해야 했기에 실내로 이동했다.    

  

 

 


현지에서 한국방송을 보려고 하니 여러모로 불편했다. 컴퓨터에 연결되어 보려니 자주 끊김 현상이 발생해서 짜증이 났고, 특히 SBS 방송의 월드컵 독점중계로 인해 경기 시작전 이곳 방송에서 중계를 하면서 이번 월드컵의 주요 자료 화면을 내보낼 때는 미리 준비된 고정화면이 나와서 짜증을 더했다. 그래서 한국말 해설은 없지만 경기모습을 보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는 미국 위성방송으로 경기를 지켜 보기로 했다. 우리 선수 이름은 그대로 불러주니 영어방송을 보아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한인 식당이라고 해서 한국교민들이 엄청 많이 모여서 응원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얼마되지 않는 사람들만 응원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거리 응원은 오히려 우리 일행이 묵고 있는 호텔 주변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왕이면 식당보다는 교민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함께 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식당에서 응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식당 사장님의 배려로 태국이나 필립핀, 인도네시아에서 온 종업원들이 붉은 티셔스를 입고 우리 나라를 열심히 응원해 주었다. 말레이시아를 돌아다니면서 보니 자국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시내 곳곳에 월드컵에 관련한 싸인몰이 많았고, 관심도가 굉장히 높았다. 한류의 영향과 같은 아시아 국가라는 생각에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는 분위기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몸은 낮추고 그들의 정신적인 리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일부 정신나간 사람들이 욕먹을 짓을 많이 하고 다닌다. 다행히 이 나라에는 무슬림이 많고 술마시고 노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나라인지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 일행을 비롯해서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응원했지만 이날 우리팀은 우루과이에 2대 1로 패배했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우리팀은 이청용이 1골을 넣었지만 우르과이의 수아레즈에게 2골을 빼앗겨 아깝게 석패했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주었으나 행운이 따라주지 않아 경기에서 졌어도 아쉬움 없는 한판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번 월드컵 16강은 홈에서 벌어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제외한 한국 팀 최고의 성적이다. 경기에서 이겼다면 술자리가 좀 더 길어졌을텐데 아쉽게 끝나 내일 일정을 생각해 호텔로 빨리 돌아왔다.  

 

 

 

매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신정보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출발하기 5일전에서야 금년 대회가 여행 기간중인 6월 27일(일)에 개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6월말은 더운 날씨인지라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예년처럼 3월에 개최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라톤대회가 6월달에 개최되리라고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너무 늦게 알았다.

 

대회 신청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였지만 대회에 참가하고픈 생각에 현지에 있는 후배에게 참가가 가능한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답변은 이미 대회마감을 해서 참가할 수 없다는 한다. 현지에 직접가서 다시 한번 부딪쳐 보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스탠다드 챠타드은행이 메인 스폰서인 KL마라톤 대회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몇번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기록측정장치가 추가로 발주할 수 없기 때문에 참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기록측정을 하지 않는다면 도로에서 뛸 수 있도록은 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회 기록도 인정받지 못하는 대회에서 무더운 날씨에 뛸 엄두가 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회 참가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회 참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고생해준 최강모사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시한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이나 아니면 앞으로 KL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목표로 삼고 생활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회참가는 하지 못했지만 너무 아쉬워 대회 출발장소에 나가 대회분위기라도 즐기고 오자고 마음먹고 새벽 5시반에 메르데카 광장으로 향했다. 어제 축구경기를 보고 들어와 3시간 반 수면을 취하고 나가게 된다.    

 

 

 

쿠알라룸푸르의 시내중심가의 교통체증은 구간에 따라 상당히 심한 편이다. 도심에서의 이동은 지하철이나 LRT를 이용하는 것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한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자유여행이라면 이런 대중교통수단의 이용도 즐거운 추억중의 하나로 기억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대중교통 운임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택시비용도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훨씬 싼 편이었고 특히 버스나 지하철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도 안되는 것 같다. 한두정거장에 1링깃(RM:대략 380원)이고 다섯정거장 정도 갔을때도 1.6링깃(RM)정도 였다. 오늘 새벽에  푸드라 LRT선을 이용한 것은 교통체증때문이 아니라 마라톤 대회때문에 중심가에 교통통제가 예상되어 도심으로 들어가는 것은 지하철이 편하리라는 생각때문이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타만 자야 (Taman Jaya) 역에서 출발한다.    

 

 

 
메르데카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마스지드 자메(Masjid Jamek)역이다. 마스지드 자메(Masjid Jamek)역에 도착하니 벌써 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풀코스 마라톤의 출발시간은 새벽 5시로 이미 선수들이 출발했고, 코스별로 출발시간을 달리 하고 있어 하프코스와 10Km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출발장소로 이동중이다.  

 

 

 

 

아침 7시가 넘어야 해가 뜨기 때문에 아직은 어둠 속이다. 마치 몇 년전 싱가포르 마라톤 대회에서처럼 풀코스 참가자들은 어둠 속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고 하프코스는 6시 15분, 10Km 코스는 7시에 각각 출발한다. 날씨가 덥기때문에 해가 뜨기 전에 최대한 많이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으면서 잠도 거의 자지 못하고 이렇게 대회장에 나와 보는 것을 보면 나도 어지간히 마라톤에 빠져 있는 것 같다.

 

 

 

 

 

7시가 되어가면서 날도 서서히 밝아오고 있는 가운데 10Km 참가자들이 출발하기 위해 대회장에 모였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장 분위기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인 것 같았다. 우선 달리지 않아도 되니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출발하고 나서도 이곳 저곳을 두루두루 살펴 볼 수 있어 좋았다.   

 

 


풀코스 참가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10Km에 참가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 이 더운나라에서 4시간 넘게 달리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일 것 같았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는 거의 물품을 보관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달릴 수 있는 복장으로 배번까지 달고와서 물품을 보관할 필요없이 그냥 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물품 보관소에 가보니 역시 맡겨진 물품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른 외국대회에 비해 확실하게 다른 특성이다.    

 

 

 

강제로 출발순서를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출발시키기 위해 표지판을 설치해 놓았다. 시간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참가자가 많이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간대에 구분을 한다면 15분이나 30분 간격으로 만들어 출발시켜야 할 것이다.   

 

 

 

 

 

드디어 10Km 코스 출발.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니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정확하게 몇 명이나 10Km 부문에 참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출발점을 빠져 나가는 데에만 10분이 넘게 소요되는 것 같았다. 앞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기록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곳에서도 후미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기록보다는 참가에 더 큰 의미를 두는듯 빨리 달리기보다는 기분 좋게 동료들과 웃고 떠들면서 대회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선수들이 출발하고 나서 대회장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메르데카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대회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텐다드 챠타드 은행이 메인 스폰서로 있어 쿠알라룸푸르 대회도 진행을 잘 하는 편이였다. 내가 대회 참가에 대한 미련을 어제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최강모이사께서 물품과 배번을 나누어 주는 티티왕사 스타디움에 가서 대회 관계자와 면담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참가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에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올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 놓은 셈이다.   

 

 

 

 

10Km 주자들이 거의 빠져 나가고 나서 조금 있으니 풀코스 선두주자가 벌써 도착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선두권은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이 석권하고 있었다. 2시간 조금 지났는데 결승점에 뛰어 오는 속도가 정말로 대단하다. 우승은 케냐에서 온 넬슨으로 2시간 16분의 기록이었다. 전반적으로 더운 나라인지 일반 베테랑 부분의 기록을 보아도 그다지 좋은 기록은 아니였다. 이번 대회에 말레이시아 사람의 최고 기록은 2시간 39분이었다.   

 

 

 

10Km 주자들이 뛰어간 코스를 따라 1-2Km 정도는 뛰거나 걷고나서 숙소로 돌아올 생각으로 주로를 따라서 뛰어 보았다. 이런 대회가 개최되는 날이 아니라면 혼잡한 중심 대로를 뛰거나 걸을 수 있을 것인가? 완변한 교통통제된 쿠알라룸푸르의 중심도로를 배번도 없이 뛰어본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한번 달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뛰면서 해 보았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