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0.6)

말레이시아 여행 8-6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센트럴마켓), (2010.6)

남녘하늘 2010. 9. 6. 00:51

 

 10Km부문의 선수들이 출발한지 20여분이 지났는데도 아직 출발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기록보다는 대회 참가에 의미를 두고, 스스로 즐기면 된다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였다. 전혀 바쁘게 서둘지도 않고 친구들과 평소에 운동하는 듯 여유롭게 출발한다. 나도 대회장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겼기에 늦게 출발하는 선수들을 따라서 주로를 천천히 달려 보았다.

 

 

 

 


대략 1Km를 뛰어가니 쿠알라룸푸르 역과 맞은편에 있는 말레이시아 철도국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은 첫번째 반환점을 돌아온 주자들이 6Km지점과 교차하는 곳으로 빨리 달려온 사람들과는 벌써 5Km 이상 차이가 나는 곳이다.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 코스는 전 구간을 달려보지 못했기에 전 구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도심의 멋진 풍경과 건물과 공원을 지나는 코스로 설계되어 있었다. 조금 달려본 느낌만으로도 다음에 이곳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꼭 한번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알라룸푸르 기차역(KL Railway Station)은 1910년에 건립된 오래된 건물이다. 여기에는 호텔, 게스트 하우스, 레스토랑 등이 있다. KL SENTRAL이 생기기 이전 이곳은 쿠알라룸푸르 교통의 중심지였으며, 외관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기차역 뒷편 도로 앞에서 회사 홍보차 거리 응원을 하고 있는 아가씨들이 있었다. 마치 싱가포르 마라톤 대회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대회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니 바로 응해준다. 대회 참가하지 않았어도 참가한 것 이상의 기분을 내 보았다. 

 

 

 

 

주로에서 본 여성 무슬림들은 거의 대부분 긴팔 상의에 긴 바지를 입었고, 머리에는 희잡을 두른채 달리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다는 자체가 신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더운날씨에 복장을 갖추고 달리는 것이 얼마나 덥고 힘이 들까 싶었다. 그런 복장의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    

 

 

 

왼쪽으로 보이는 말레이시아 철도국 건물과 오른쪽에 보이는 KL기차역(KL Railway Station) 사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 주자들.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의 주로는 숲과 멋진 건물 사이를 달리는 썩 괜찮은 대회라고 판단된다. 언제 이 대회에 참가해서 쿠알라룸푸르의 주로에서 완벽한 교통통제를 받으면서 달릴 수 있을까?     

 

 

 

 

1Km가 조금 넘는 달리기를 끝내고 이미 주자들이 모두 지나가버린 주로를 따라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서 MRT 역으로 이동중이다.  도로의 한쪽은 주자를 위해 교통통제가 되어 있어 뻥 뚫려있고, 또 다른 한쪽은 교통통제로 인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한채 가득 차 있다. 쿠알라룸푸르의 교통체증도 보통이 아니라도 들었는데 오늘 대회로 인해 더욱 심한 체증이 발생한 것이다.     

 

 

 

마라톤 대회로 인해 교통 통제가 이루어진 도로를 지나면서 만난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 (Muzium Negara).  이 나라의 역사를 벽화로 묘사해놓았는데, 역사가 미천한 말레이사아에서 박물관에는 역사와 관련된 볼 거리는 별로 없다고 들었다. 도로 한가운데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마라톤 대회가 아니였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SENTRAL KUALA LUMPUR. 번역하자면 쿠알라룸푸르 중앙역이다. Center도 아니고, Central도 아니고, Sentral 이라니... 이 철자법은 영어가 아니고 알파펫을 차용한 말레이어다. 그들 나름대로 편한 방법으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쓰는 영어도 미국식 영어가 더 익숙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영국식 영어표현이 조금 생소하기도 하다. 그 외 말레이식 외래어표기중 taxi 를 teksi 로 표기하고 bus도 bas 라고 쓴다.

 

 

 

교통의 중심지인 쿠알라룸푸르 중앙역 내부의 모습.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대중교통 체제는 아직 미비한 편이라고 한다. 편리하지 않은 대중교통과 자동차 할부 판매 제도의 활성화로 인해 개인차량이 많아 시내는 상습 정체 구간이 꽤 많다고... 오래 전 한국과 마찬가지로 버스와 버스, 버스와 전철, 전철과 전철을 환승하더라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하철 두 개 노선인 Kelana Jaya Rail Line(예전의 PUTRA)과 Ampang Rail Line (예전의 STAR)이 버스와 연계돼 있다. 물론 환승을 하더라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모노레일이 하나 더 있다. 그래도 복잡한 구간을 MRT나 모노레일이 커버하고 있어 이 구간을 중심으로 대중교통편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호텔로 귀환하는 PUTRA는 일부 구간은 모노레일처럼 밖으로 나와있고, 일부 노선은 지하철로 되어 있다.

 

 

 

 

아침에 대회장으로 나갈 때에는 어두워서 주변환경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주변이 훤히 다 보여서 철도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돌아왔다. 차량으로 돌아다닐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지하구간이 아닌 곳은 고가 철도구간이어서 전망도 좋았고, 주변의 건물과 공원을 비롯해 일반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아침에 출발했던 Taman Jaya역으로 돌아왔다.어제 이 근처까지 아침 달리기를 왔었고, 또 이렇게 시내에 한번 나갔다 오니 대충 방향감각이 느껴진다. 남들보다 아침 잠을 조금 줄인 덕분에 좋아하는 마라톤대회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었고 시내 구경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택시등 대중교통도 두루 탈 수 있었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다.          

 

 

 

Taman Jaya역에서 호텔까지는 다시 택시를 이용했다. 호텔로 올 때는 역앞에 빈 택시가 많았기에 미터요금이 나온 것에 기분좋게 얼마를 더 주었다. 하지만 새벽에 호텔로 불렀던 콜 택시는 역까지 가는데 호텔로 올 때보다 세배도 넘는 요금을 요구했었다. 전날 택시를 탈 때 거리상 부과되는 요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았기에 바가지 요금으로 생각하고 거절을 했다. 하지만 영어가 안 통하는 척하면서 콜택시이기 때문에 그 돈을 받아야겠다고 주장하는 택시기사, 인도계 말레이시안인데 그 사람이 인도계 욕을 다 먹였다고 보면 된다. 싸우는 것보다 줘 버리고 빨리 대회장에 가고 싶어 끝내 버렸다.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분 나빴던 일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에 하나인 센트럴 마켓을 찾았다. 센트럴 마켓은 우리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과 같은 재래 시장인데 주로 관광객이 이용하는 시장이다. 파랑과 흰색으로 칠해진 외벽이 특이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이 시장에는 전시장과 문화행사장 등이 있으며, 골동품 시계, 주석제품, 보석, 목공예품, 바틱, 옛날돈 등과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유리로 된 다양한 기념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고물시계, 보석, 목공예품, 바틱, 주석제품 등 없는 것이 없는 센트럴 마켓은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인 아침에 다녀 볼만하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전형적인 체취가 흠뻑 풍기는 이곳은 정형적으로 상품이 진열된 면세점이나 고급백화점보다는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물건의 종류는 많았지만 지갑을 열기에는 조금 조잡한 물건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이지만 내부는 시원하게 해 놓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2개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1층에서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2층에서는 말레이시아 전통의류나 가구등를 판매한다. 기념품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여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양한 잡화를 파는 가게들이 있어 가벼운 선물을 고르기에는 괜찮았던 것 같았다.    

 

 

 

 


여러가지 기념품을 많이 팔고 있었는데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 구경으로만 끝냈다. 값싼 중국산이 여기에도 대다수 점령하고 있었고 굳이 이곳에서 구입하지 않아도 될 물건이 더 많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말레이시아 전통 타악기가 마음에 들어 가격을 물어 보았더니 생각보다는 많이 비싸다. 흥정을 해도 주인이 아닌 종업원이어서 잘 되질 않았다. 기분으로는 하나 사고 싶었지만, 또 가지고 와서 집 한구석에 놓아두고 먼지만 쌓일 것 같다 포기했다.     

 

 

 

 

 


말레이시아는 주석 생산지답게 주석제품이 아주 유명하다. 쿠알라룸푸르 도시의 탄생배경도 이 주석에 기인하며 말레이시아에 중국인들이 오게 된 것도 주석광산 때문이다. 주석이 유명한 말레이시아답게 이곳에서도 각종 주석제품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회사인 로얄셀랑고르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이곳에서나 다른 곳이나 모든 균일가격이다. 이곳에서 산 물건을 나중에 공항 면세점에서도 알아보니 같은 가격이었다.     

 

 

 

센트럴 마켓을 나오니 야외에서 찰영을 진행되고 있었다. 워낙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관광 가이드를 이곳을 소개하기 위한 촬영이 아니였나싶다. 시원한 실내와는 달리 밖으로 나오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함께 온 일행들과 센트럴 마켓까지만 구경을 하고 이후 일정은 구분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서로의 취향이 다르니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나와 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이 더운 날씨에 필드로.... 난 시내관광으로....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Jalan 이라는 말은 말레이시아어로 '거리, 길'라는 뜻이다. 차이나타운이 있는 'Jalan Petaling(잘란 페탈링)'은 페탈링 거리가 된다. 쿠알라룸푸르에는 중국인이 많이 산다. 말레이시아 국적을 갖고 있는 중국인이 많아서인지 말레이시아엔 중국음식점과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나타운이 따로 있는 건 아마 정착 초기에 생겨난 곳이 아닐까 싶다. 센트럴 마켓에서 가까이 있는 이곳은 음식점뿐만 아니라 짝퉁 제품도 많이 팔고 있다고 한다. 이 차이나타운은 조금 있다가 구경하기로 하고...       

 

 

 

 

오전 11시가 되어 가는데 차이나 타운과 센트럴 마켓에서 가까운 메르데카 광장을 다시 가 보기로 했다. 아침에 가 보았던 쿠알라룸푸르 마라톤대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풀코스가 출발한지는 거의 6시간이 돼 가고 있는 상황. 대회 공식 게시판을 보면 6시간 을 목표로 하는 페이스 메이커를 운영하고 있는 대회인지라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은 것이 확실했고, 결승점에 들어오고 있는 선수들이 꽤 많아 보였다. 날씨는 이미 30도가 넘는 상태이다. 걷는 것도 더운 상태에서 땀 흘리며 다시 메르데카 광장으로 왔다.      

 

 

 

 

 

 

 

대회 본부에는 이제 구경하는 사람들이 올라가도 될만큼 대회가 끝나가는 분위기다. 아침에 대회 진행때문에 통제되었던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치 대회에 참석한 것 같은 온갖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에 젖어 보았다. 이렇게 더운날, 걷는 것도 힘든데 6시간이 넘게 뛰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아직 마라톤이 말레이시아에서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앞으로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달리지 않고 이렇게 대회 분위기에 젖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경험인 듯하다.   

 

 

 

 

메르테카 광장(Dataran Merdeka)과 붙어 있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Sultan Abdul Samad Building)의 뒷편을 가보았다.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건물 뒤쪽으로 켈랑강이 지나간다는 말을 들었기에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말이 강이지 청계천보다도 조그만 실개천이다. 쿠알라룸푸르라는 이름 자체가 흙탕물이 합류하는 곳(켈랑강과 곰박강이 만나는)이라고 해서 한강같은 큰 강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시시했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