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터키 여행 26-19 (포도주의 마을 쉬린제) (2014.5)

남녘하늘 2016. 9. 11. 00:52

 

 구불구불 산길을 돌고돌아 산 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산비탈에서는 이제까지 보던 풍경하고는 사뭇 다르게 올리브, 무화과, 석류나무 가득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즈미르(Izmir)주의 셀축(Selcuk)시에서 동쪽으로 8km 거리에 있는 그리스풍의 마을인 쉬린제(Sirice) 마을은 마치 우리나라 1970년대의 농촌 마을과 같은 분위기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에페소 지역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그리스인들이 노예의 속박에서 풀려난 후 15세기 무렵 이주해서 형성한 마을인지라, 산비탈에 위치한 집들은 하얀 회벽에 붉은 기와지붕을 한 그리스풍의 건축물들이 많은 곳이다. 1924년 터키와 그리스의 주민 교환정책으로 인해 그리스의 테살로니카에서 살던 터키인들이 이곳으로 돌아와 살게 되었고 이곳에 살던 그리스인들은 그리스로 돌아갔다고 한다.  

 

 

 

 쉬린제 마을은 주민들의 특산품인 수공예품이나 과일주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차를 내려 주차장 뒷편에 있는 마을에서 가장 큰 아르테미스 레스토랑(Artemis Restaurant)에 도착했다. 웅장한 건물은 레스토랑이 아닌 박물관처럼 보였는데 1층 한켠에는 이곳의 역사를 알려주는 자그마한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오래전 그리스 초등학교가 사용되었었고 지하에는 마을 포도주 공동저장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건물이 전반적으로 천장도 높고 분위기도 좋은데, 입구에 간판과 테이블이 없었다면 레스토랑 분위기는 아니었다.   

 

 

 

 

 

 

 야외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어 전망이 좋은 이곳에서 여유로운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유여행이 아니어서 그런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쉬린제 마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산비탈을 따라 은초록빛 올리브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모든 건물이 그리스풍으로 흰 회벽에 붉은 기와 지붕을 하고 많은 창문이 나 있다. 레스토랑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표현밖에 할 이야기가 없다.       

 

 

 

 

 레스토랑에서부터 가이드는 함께 따라 나서지 않고 일행들에게 돌아와야 하는 시간만 알려주고는 자유시간을 주었다. 이 마을에 화려한 유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굳이 가이드가 따라 다니면서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씨가 덥다고 함께 따라나서지 않는 가이드를 보면서 직업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여러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더니 이런 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니 바로 과일주를 시음하는 곳이 있었다. 낮에 술을 마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마을 구경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시음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통과해 버렸다.   

 

 

 

 

 

 쉬린제 마을은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비탈길이 많아 언덕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수수하게 이어지는 마을길과 풍광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언덕으로 인해 자연히 바쁘지 않게 천천히 걷을수 밖에 없는 쉬린제 마을은 슬로시티 마을이라는 느낌이다. 관광지 특유의 획일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소박하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꾸밈없는 그대로의 풍경이 좋았다. 원래는 고즈녁하고 조용한 마을이었을텐데, 관광객들이 찾아오니 상점들이 많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아름답게 꾸며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관광화된 마을이라 마을 곳곳이 상점이고, 이곳도 한적한 시골이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듯했다. 집집마다 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는데 포도나무가 가장 많이 보였고, 마을 입구에서부터 큰 뽕나무가 보였는데 골목을 걸어보니 흰색 오디가 익어가는 뽕나무가 많이 보였다.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먹음직한 오디 몇개를 따 먹었는데 제법 맛있다.    

 

 

 

 

 

 

 

 여행객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상점이 늘어서 있어 상점을 따라서 움직이면 길을 잃어 버릴 염려없이 다녀 올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상점이 늘어서 있는 골목뿐만 아니라  아까 레스토랑에서 내려다 보았던 흰 회벽에 붉은 기와지붕을 하고 있는 곳과 아기가지해 보였던 골목길도 둘러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짧은 시간 안에 구경하고 모이라고 하니 그럴 여유가 없다. 마을 전체가 작은 것은 아니지만, 관광으로 다닐 수 있는 거리는 다소 짧은 편이다.  

 

 

 

 

 

 언덕길을 따라서 내려오니 작은 시장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골목이 나타났다. 오밀조밀하게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가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고 레스토랑도 함께 몰려 있었다. 이곳에 있는 상인들은 여행객을 상대로 장난도 치면서 주의를 끌고 적극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려고 한다. 악의가 없었던 장난에 장단을 맟춰주며 호응해 주었더니 엄청 즐거워한다. 시장의 상인도 즐거움을 주었지만 나도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골목까지만 둘러 보고 지역주민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역을 가보지 못하고 되돌아와야 했다. 내가 배낭을 메고 와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잇는데 또 시간에 쫒겨 되돌아가야 한다.  

 

 

 

 

 

 

 

 쉬린제 마을은 직접 만든 수제비누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이곳을 다녀간 기념으로 저렴한 비누를 사도 좋은 듯하다. 이곳의 특산물인 포도주 이외에도 각종 향신료들과 직접 담근 잼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 들린 쉬린제 마을이 아니었는데, 터키 속의 그리스 분위기는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쇼핑을 하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하지만 복잡한 전통시장을 누비는 재미와 달리 농가의 체험마을처럼 천천히 풍경과 함께 어우러진 상점을 둘러 보는것도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쉬린제에는 수제 와인인 과실주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게가 상당히 많이 있었다. 골목 곳곳에서 와인병을 전시해 놓고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술이나 와인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무엇이 좋은지 알 수도 없다. 그리스인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는 이곳 쉬린제 마을은 백포도주를 맨 처음 만들었던 마을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짐이 될 것 같아서 구입할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기념삼아 한병 구입해서 이스탄불에서 집사람과 한잔 했어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하고 지나고 나서야 했다.  

 

 

 

 

 

 다시 아르테미스 레스토랑으로 되돌아왔다. 조금 더 여유있게 마을의 끝까지 가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그렇게 여유있는 시간을 주지 않아서 중간까지만 다녀와서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하고 두드러진 유적이 있거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자연환경을 가진 것도 아닌 이 자그마한 마을에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관광객들이 구경을 오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시골의 소박한 모습과 터키내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돌아다니면서 그런 소박한 분위기와 마음 사람들의 유쾌함에 전해져서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우리가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많은 여행자들이 오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옴에도 이곳 사람들이 여행자에게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곳에 놀러온 터키 학생들을 만났는데 어디서 왔는지 말을 걸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나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면서 좋아한다. 터키 사람들도 진심으로 한국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여행하면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우리의 국력이 커져서라기 보다도 오래 전부터 같은 뿌리를 가진 유전자의 영향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이즈미르 공항으로 이동해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되돌아가야 한다. 쉬린제마을은 한번 와 본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아담하고 터키내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으로 이즈미르로 가는 길에 여유가 있다면 한번은 구경을 할만한 곳으로 다음에 온다고 해도 굳이 이곳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듯하다. 그만큼 터기는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2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