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홍콩마라톤 ('10.2)

홍콩 마라톤 7-5 (주로풍경), (2010.2)

남녘하늘 2010. 7. 30. 00:55

 

 

홍콩마라톤대회는 코스는 재미없고 몇가지 면에서 개선해야 할 내용이 보이지만 대회 운영은 확실하게 잘했다. 때문에 홍콩시민과 홍콩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난 인원들이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홍콩마라톤은 Standard Chartered 은행이 후원하는 지상최대의 마라톤(The Greatest Race on Earth)중 하나로 스폰서가 대형은행이어서 상금액도 많고 각종지원이 잘되어 있다.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이 후원하는 4개의 마라톤 대회는 코스가 지상 최대라는 수식어로 홍보를 하는데, 해발 1,600m의 고지대인 케냐의 나이로비를 시작으로 섭씨 32도에 습도마저 높아 악명 높은 싱가폴과 섭씨 30도가 넘으면서 건조한 뭄바이,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홍콩마라톤까지 포함해서 모두 지옥의 코스라고 불린다. 싱가폴마라톤 대회는 몇 년전에 참가해 보았고, 오늘 홍콩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으니 다음에 또 시간과 여유를 만들어 뭄바이대회와 나이로비 대회에도 참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려 본다.   

 

 

 

 

20.3Km지점에 있는 제 2 반환점.  칭마대교를 돌아와 팅까우다리(汀九橋 :구룡과 신계지를 잇는 다리)를 향하는 중간에는 정말로 바람한점 없는 움푹파인 언덕구간이였다. 해변에서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람이 있었는데 바람한점 없는 이 구간에서는 그야말로 사우나에서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어짜피 더울 것은 예상하고 왔기에 더 이상 더위에 신경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달리기로 생각했다. 속도는 초반 2Km 정도 사람들이 많았던 구간을 제외하고는 Km당 6분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중간 중간 사진도 찍어가면서 6분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스럽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온이 점점 더 올라갔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구름이 중간 중간있어 계속해서 햇볕아래서 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습도도 높고 날씨도 더운데 햇쌀까지 내리쬐었다면 달리기가 더 힘들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날씨는 더워도 급수지원은 잘 되어 있었다. 우리처럼 급수대에서 급하게 담아주는 것이 아니라 미리 컵에 음료수를 미리 담아놓고 몇단에 걸쳐 쌓아놓고 있다가 한단을 다쓰면 다음단의 물을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급수지점에서의 조급함이 없이 보였다. 이런 점은 국내의 대형 대회에서 참고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두개를 준비했던 파워젤은 20Km 지점과 30Km 지점에서 먹었고, 급수대에 있던 바나나등을 먹었더니 달리는 도중에 허기지지는 않았다.   

 

 

  

몇개의 터널과 교량을 지나고 나니 이제는 고가도로가 나타난다. 당연히 터널이나 교량과 마찬가지로 길가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나 응원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보이는 것은 주자들과 도로, 그리고 고가도로에서 보이는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와 몇몇 건물뿐... 급수대 자원봉사자 몇 명이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응원해 주고 있을 뿐이다. 주로에 사람도 없고 고가도로 이외에 볼 것도 없으니 영 심심하다.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에도 화답하는 주자도 드물어 썰렁한 분위기이다. 나 혼자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면서 달렸다.  

 

 

 

 

해저터널을 앞둔 35Km 지점에서는 도로 폭이 잠시 넓어지면서 홍콩의 각종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응원을 나와 있었다. 그 응원에 힘이 다시 솟아 오른다. 이제 해저터널과 홍콩섬만 가로지르면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과 응원에 힘입어 늦어지던 속도를 다시 한번 올려본다. 올해 들어서 달리기를 꾸준히 해 주었으면 후반부에 힘이 덜 들었을텐데 훈련부족으로 인한 막판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다.  

 

 

 

 

홍콩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연결하는 해저터널로 접어들었다. 홍콩 앞바다에 다니는 선박들을 위해서 육지와 섬간에 다리를 만들지 않고 해저터널을 여러개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통과한 해저터널도 2Km가 넘는 긴 터널이었다. 등고선을 보니 해저 30m부터 해발 20m까지를 오르내리니 만만한 언덕은 아닌 셈이다. 긴 터널이었음에도 환기가 잘 되어 있어 달리기에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구간이어서 땀은 역시 많이 흘렀다. 이제 결승점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터널부터는 걷는 사람이 눈에 뛰게 많아졌다. 나 또한 걷고 싶은 생각이 어른거렸지만 참아내고 정 힘들어지면 즐겁게 천천히 달리자고 마음 먹었다.   

 

 

 


해저터널을 차량이 아닌 내 두 발로 뛰어서 달려본다는 생각에 쉽게 통과했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의 오르막에서는 뛰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모를 속도로 변했다.  터널을 힘겹게 통과하고 나니 드디어 홍콩섬이다. 남은 거리는 5Km 정도. 이제부터는 홍콩의 도심, 빌딩 숲 사이로 뛰어 갈 것을 예상했는데 이마저도 예상을 벗어났다. 홍콩섬의 교통체증을 우려한듯 달리기코스는 계속해서 몇 개의 고가도로와 지하도를 통해 섬의 가장자리를 통해서 이어졌다. 그래도 홍콩섬은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구로 높고 화려한 건물들이 가득하고, 그 중심가를 달리지 않아도 가까운 거리에 멋진 건물들을 구경하며 달릴 수 있었다. 다만 홍콩섬에 들어와서도 3Km 가량은 역시 응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도로 구간과 변두리 외곽구간을 더 달려야했다.    

 

 

 

달리는 도로 안쪽 한차선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전 구간을 테이프로 구분해 놓았는데 이 차선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회수차가 운영되어 있었다. 터널을 지나오기 전 23Km를 지나갈 무렵 회수차 한대를 만났는데 이 회수차량의 천천히 움직였는데 나의 달리는 속도와 비슷했다. 차량이 조금 빨리 지나쳐 버렸으면 좋겠는데 나와 나란히 거의 6Km 이상을 함께 달렸다. 차량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니 시원해 보이는 차량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차량에 올라탄 사람들은 잘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부러울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너무 오랫동안 옆에 붙어서 가니 괜스레 달리고 있는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빨리 달려 나갈 수도 더 천천히 달릴 수도 없어 답답했다.  

 

 

 


어제 관광을 하면서 지나쳤던 컨변션센터 앞길을 통과할 무렵부터 응원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오랜 시간을 응원객을 기다려왔는데 결승점 2Km구간을 남겨놓고서야 홍콩시민의 응원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로가 큰 대로가 아닌 뒷골목 같은 코스로 이어져 있어 응원객이 많은 것은 아니였고 이곳에서부터 결승점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운 날씨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피로감이 많이 몰려왔다.  

 

 

  


남은 거리와 달리는 속도를 감안해보니 대략 처음에 마음먹었던 4시간 20분 안에는 들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결승점까지 오는 동안 꽤 지루했지만 막판 시민들의 대대적인 응원과 환호의 함성소리, 박수가 다시 한번 힘을 솟게 만든다. 그 힘으로 마지막 구간을 달렸다. 나 역시 마지막 구간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그 분위기에 온몸으로 느껴 보았다. 몇 분 빨리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를 체험하고 간직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싶다. 해외마라톤에 참석해서 기록에 욕심을 가져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늘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주로 풍경과 달리는 내 모습을 담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천해 왔다.  

 

 

  


골인점 1km를 남겨놓은 지점부터는 길가에 진입금지 펜스를 쳐 놓고 사람들의 통행을 통제하며 응원이 이루어졌다. 빅토리아 파크에서 연결된 이면도로에 접어드니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마라톤 대회는 대회에 참가해서 달리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를 조금 변경하더라도 많은 시민들에게도 개방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보았지만 행사 주최자들도 얼마나 고심을 많이 했을까 생각해보니 이해도 된다. 그래도 출발점은 홍콩의 중심도로였는데 이곳도 교통을 완전 통제했었고 새벽부터 한낮까지 교통혼잡으로 이름난 홍콩의 도로 곳곳이 통제했기에 대회코스가 다소 삭막하고 응원객이 없는 도로를 달렸어도 이해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골인지점인 빅토리아 공원으로 들어서자 모여 있던 많은 관중들이 응원을 해 주셨다. 도심 한가운데 높은 빌딩 사이로 푸른 숲과 공원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 골인지점은 폭이 다른 어떤 대회장보다도 무척 넓었다. 길이는 약 100m가 넘고, 폭도 넓게 되어 있어 한번에 사람들이 많이 오더라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로 되어 있어 다른 대회와는 비교가 되었다. 또한 코스의 마지막 직선 코스에는 타이틀 스폰서인 스탠다드차터드 은행 특유의 파란색과 녹색 메트가 깔려 있어 특이했다.  2일전 물품을 받으로 빅토리아 공원에 왔을 때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훌륭한 결승점을 만들어 놓았다.   

 

  

 


102번째 풀코스 완주. 기록은 4시간 20분 47초. 습도가 높고 더웠지만 예상했던 시간에 들어왔다. 막판 기록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었지만 달리는 내내 사람들의 응원소리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기에 응원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하지만 늘 하는 이야기지만 기록을 위해서 해외마라톤을 온 것이 아니기에 기록은 크게 의미가 없다. 26도까지 올라가는 초여름의 날씨에 땀도 많이 흘렸지만 언제가는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대회였기에 완주만으로도 기쁘다.  

 

 

 

 

 결승점을 통과해서 조금 더 들어오니 집사람과 정현태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결승점 부근에서 일반인들의 통제때문에 앞으로 오지 못하고 결승점을 지나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 오랫시간 날 위해서 기다려준 가족과 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달리는 나야 달리기가 좋아서 이곳까지 와서 즐겁게 달렸지만, 달리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4기간을 넘게 기다려 준 것은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마라톤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었기에 1석2조의 효과를 얻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해서 그다지 즐기지도 않는 마라톤대회까지 따라와서 습하고도 더운 날씨에 오랜시간을 기다려 주었으니 미안할 수 밖에...  홍콩마라톤은 좁은 땅덩어리에 복잡한 교통망을 고려하면 코스가 개선될 여지는 그다지 없지만, 마라톤 참가숫자나 그들이 마라톤을 축제로 여기고 광고하며 즐기는 것을 보았을 때 앞으로도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에 상관없이 달리기를 즐기고, 그 달리기를 즐기는 친구와 가족을 응원하고 축복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한번의 즐거운 '마라닉'을 마쳤다. 이번 홍콩마라톤 대회의 슬로건은 " JOIN THE RACE  FEEL THE ENERGY  ( 경주를 통해 에너지를 느끼자.) " 였다.   

 

 

 

 

싱가포르 마라톤대회와는 달리 홍콩마라톤 대회는 물품보관과 반출을 아주 효율적으로 잘하고 있었다. 물품을 제대로 정리해 놓아 주자가 들어오자 바로 보관했던 물품주머니를 갖다 주었다. 홍콩의 보이스카우트 단원들이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들과 함께 기념찰영을 요청하니 수줍어하면서도 즐거워한다.  

 

 

 

대회 결승점 주변인 빅토리아 공원 주변에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와 인도 계통으로 보이는 부녀자들이 모여 서 있거나 축대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노는 모습들이 관광객도 아니고 독특했다. 이들은 홍콩의 부잣집들에서 일하는 외국인 출신의 가정부들인데 일요일에는 주인부부와 가족들이 편히 쉬게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외출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갈 곳없는 그녀들은 이렇게 시내에 나와 구경다니다 공원에서 고향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먼 이국까지 돈을 벌러 온 여자분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노동자가 열사의 나라에 가서 외화를 벌어오던 일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짠했다.    

 

 

 

집사람과 일행들은 시내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하고 나는 바로 호텔로 귀환해서 목욕을 하고 복장을 바꿔입고 셩완역으로 이동해서 일행을 다시 만났다. 짧은 일정에 보고 싶은 것은 많으니 마라톤을 마치고도 휴식없이 강행군을 하기로 했다. 이번이 102번째 완주인데 마라톤을 뛰었다고 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 더구나 즐겁게 천천히 달렸기에 크게 무리가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순탁 터미널'이라고도 불리어지며, 터보젯 쾌속선이 마카오까지 운항되는 터미널에서 마라톤 공식 티셔스를 입고.. 주말이라 마카오로 가는 사람이 많아 터미널이 꽤 붐볐다.   

 

 


 홍콩에서 마카오로 가려면 출입국 심사가 필요하다. 같은 중국이지만, 둘 다 특별행정지구라 그렇다. 마카오 가는 티켓을 미리 예매해 두었지만, 내가 호텔로 돌아가 목욕을 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왔음에도 출발까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지 않았다. 점심도 먹지 못한채 좋아하지도 않는 햄버거를 한개 사들고 심사대를 통과해서 터보젯 타는 곳으로 향했다. 마카오로 이동하는 배편도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수속을 했는데 우리와 같은 배를 탄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터보젯이 마카오에 도착하기까지는 배를 타고 한 시간쯤 걸린다. 그러나 이건 배가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의 얘기고, 다시 마카오에서 입국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마카오 항구에 도착해서... 

 

 

 

 


생각보다는 간단한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터미널 밖으로 나서니 우측으로는 노선버스와 택시 정류장이고 좌측으로 중형버스들이 잔쯕 서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모두 다 호텔과 카지노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들이다. 그 중에서 리스보아호텔로 가는 무료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리스보아 호텔이 우리 일행이 여행하려고 하는 중심가와 가장 가깝다고 들었고, 또 관광을 마치고 리스보아 호텔 카지노에 잠시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스보아 호텔과 인근에 있는 여러 호텔을 배경으로...

 

 

 

 

 

 마카오는 작은 도시임에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 무려 25개가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역사적인 유물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하고 마카오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박물관도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박물관 구경부터 하고 싶었으나 하루동안 마카오를 구경하기도 바쁜데 박물관 구경까지는 힘들 것 같다. 리스보아 호텔에서 걸어와 세나도 광장으로 이동중이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