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이브스키 (11.1)

이브스키 마라톤 10-1 (하우스텐보스)(2011.1)

남녘하늘 2011. 7. 5. 00:52

 

이브스키 마라톤 대회에 3번째 참가하게 되었다.

그동안 참가했던 국내외마라톤 대회중 기억이 많이 남는 대회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보스턴 마라톤대회와 이브스키 마라톤대회를 말할 수 있다. 그 중 하나인 이브스키 마라톤대회는 일본의 조그마한 도시인 가고시마현의 이브스키시에서 열리는 대회로, 주최측의 대회 진행에 있어서나  주로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감동적인 자원봉사와 응원에 있어서 또 즐겁게 달리는 주자들의 모습에서 다른 대회와 차별화된 특별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는 대회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멀리 떨어진 일본 이브스키 마라톤 대회에 세번이나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회원 6명과 강남마라톤클럽의 회원 4명과 함께 4박 5일간 자유여행으로 떠나게 되었다. 여행사 패키지상품 여행이였다면 돈만 내고  머리 쓸 필요도 없고 몸도 덜 피곤하게 따라만 다니는 편리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고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시간 조절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먹는 음식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메뉴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남들이 하는대로 인솔자나 가이드가 시키는대로 따라가야만 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도 내가 계획을 잡고 자유여행으로 떠나게 되었다. 다만 환율이 너무 올라서 그동안 실행했던 두번의 이브스키 여행에 비해서는 조금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분당에서 출발하는 3팀은 집에서 새벽 4시 반에 미금역에서 모여 서울역으로 가는 첫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아침에는 서울역까지 이동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내 주장과 상관없이 늦어면 안된다는 다른 일행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여 출발했는데 서울역에 도착하니 출발시간이 40분이나 남아 있다. 대합실 내부에도 날씨는 춥워 썰렁하고 시간은 많아 있어 결국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서 추위를 피했다.

 

 

 

이번 이브스키 여행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하기로 해서 아침 일찍 KTX를 이용해서 부산으로 이동중이다. 부산까지의 KTX 전 구간이 한달전에 완전히 개통되어서 소요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아침 일찍 출발이라 다들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나왔기에 기차안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풍가는 기분을 느꼈는데, 우리 일행이 조용히 한다고 했어도 아침일찍 모자란 수면을 취하려 했던 객실 안의 다른 승객들은 조금 짜증을 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완전히 소풍가는 분위기였는데... 결국 승무원이 다가와서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생각해보니 미안하다.

 

 

 

드디어 부산역에 도착. 사진을 찍고 있는 박종우 선배를 제외한  이번 이브스키 마라톤 여행을 함께 떠나는 10명의 첫 단체사진이다. 여행일정을 조금 빡빡해 부산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바로 부산항 국제선여객 터미널로 이동했다. 부산에 내려 오면 날씨가 조금 덜 추울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부산도 날씨가 춥다. 이번 여행은 추운 날씨로 인해 상당히 어려운 여정이 예상된다. 일본 큐슈는 따뜻해야 할텐데...    

 

 

 

부산항 국제터미널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둔 큐슈레일패스를 교환중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서울을 출발했던 이유는 부산에서 빨리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해야 일본에서 오후에 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때문이였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고속선인 코비호의 배편은 빨리 매진이 되기에 출발하기 3달전에 일찌감치 예약을 해 두었다. 덕분에 오늘 오후의 관광시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코비호로 이동중.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배는 우리가 타고 갈 고속선 코비는 아니고 야간에 움직이는 대형 선박이다. 배는 크고 보기에는 좋지만 오히려 속도는 느리고, 풍랑이 있으면 배멀미가 훨씬 더 심한 배다.   

 

 

 

코비호 내부에서... 비행기나 열차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어쩌다 한번씩 관광삼아서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특히 일본으로 갈 경우에는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쾌적하고 빠르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3시간이나 시간을 들여서 내려왔는데 그 시간이면 부산사람들은 일본에 도착할 수 있다.  

 

 

 

2시간 50분의 운항끝에 드디어 큐슈 하카다항구에 도착했다. 몇 번의 경험상 이맘 때에 큐슈에 도착하면 항상 훈훈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올해는 큐슈도 날씨가 쌀쌀하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한파가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물론 서울이나 부산에 비할바는 아니였지만 다른 때처럼 늦가을 같은 느낌은 아니였다. 점퍼를 벗어버릴 수가 없는 정도였다.   

 

 

 

당초 계획은 호텔에 짐만 갔다 놓고 빨리 준비를 해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일본에서 유명한 에키벤(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먹을 예정이었는데 일행이 여러명이 되다 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져 처음에 계획했던 기차를 타지 못하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도시락을 사 먹으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하카다역사 내부에 있던 라멘집을 찾아서 조금 늦은 점심을 하게 되었다. 일정이 변경되면 그 상황에 맞추어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자유여행의 묘미가 여행이 시작되면서 바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하카다역 매표소에서... 5일동안 사용이 가능한 큐레일 패스를 이용해서 미리 예약이 필요한 열차는 열차 지정석을 발매 받아 놓았다. 특히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는 날 가고시마에서 후쿠오카로 오는 열차는 좌석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일행이 함께 모여서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몇 몇 열차를 예약한 것이다. 11명의 열차표를 한번에 예약하려고 하니 발권하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당초 계획했던 기차를 타지 못하는 바람에 하우스텐보스까지 가는 직통열차를 탑승하지 못하고, 사세보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서 하이기(早岐)라는 역에서 환승을 하게 되었다. 하이기역은 아주 자그만한 시골의 역인데도 환승역이어서 프랫홈이 많았고, 깨끗하기 그지 없다. 그냥 직행열차를 타고 갔으면 스쳐 지나갔을 터인데 환승 덕분에 시골의 역을 구경할 수 있었다.    

 

 

 

 

첫 방문지인 하우스 텐보스에 도착했다. 아주 이국적으로 꾸며 놓은 하우스텐보스 역을 배경으로. 날씨가 따뜻할줄 알았는데 바닷가인 이곳도 엄청나게  쌀쌀하다. 평일 오후여서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지 않았는데 날씨가 추운 것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우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몇 번 왔던 기억때문에 일행들에게 옷을 간편하게 입어도 된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셈이 되어 버렸다.   

 

 

 

 

 입국장을 지나 바로 있는 풍차를 배경으로... 관람객이 많이 있으나 없으나 관계없이 이곳에서의 사진은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1992년 3월 25일 개장한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40만 그루의 나무와 30만 송이의 꽃의 거리 속에 우체국, 은행, 소방서 등 완벽한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풍차가 하우스텐보스에 들어 오면 많이 보인다.   

 

 

 

캐널 크루져을 타고 인공 운하를 따라 돔토른으로 가려고 이동중이다. 우리가 너무 늦게 입장한 관계로 캐널 크루져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날이 저물기 시작했고 중간에 하우스텐보스를 장식해 놓은 전구를 점등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몇 번 하우스텐보스를 왔지만 저녁까지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야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돔토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하우스텐보스의 모습.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은 않았지만 어둠이 몰려 오고 있는 가운데 하우스텐보스의 조명이 들어와서 굉장히 화려해 보였다. 특히 올해부터는 '빛의 왕국'이라는 주제로 700만개의 전구를 사용해서 하우스텐보스의 곳곳에 조명을 해 놓아 동화의 나라에 온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았다.

 

 

 

화려한 조명이 켜져 있는 돔토른과 주변의 모습들... 

 

 

 

 

 

팰리스 하우스텐보스에도 은은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음악에 맞추어 조명과 분수를 조화시킨 불빛 쇼를 공연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곳에 왔을 때에는 팰리스 하우스텐보스의 내부 구경과 바로코식의 정원을 구경하는데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은 조명쇼를 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어둠이 밀려 오면서 추위도 밀려와 야외에 가스난로를 여러대 준비해 놓았지만 한기를 모두 떨쳐버리기에는 부족했다. 구경하는 것도 배부르고 따뜻해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구경도 흥이 나질 않는다.   

 

 

 

 

 

날이 어두워지니 볼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졌다. 하우스텐보스에는 꽃도 많이 심어져 있고, 볼거리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서 일행들과 함께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어두워서 여러가지를 보지 못하게 되니 괜스레 미안해졌다. 거기에다 날씨까지 엄청 추워져서 야외를 많이 돌아다니자고 할 형편도 아니였다. 하지만 올 1월과 2월 두달동안 개최된다는 빛의 축제는 서울에서 보던 '루미나리에' 에 비해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화려하고 잘 꾸며 놓았다.      

 

 

 

 

 

 

 

아무리 멋있는 것도 날씨가 추운니 좋은 구경이 되질 못했다. 좋은 구경보다는 따뜻한 장소를 찾는 횟수가 점점 더 많이지고,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구경은 대충 끝냈으면 하는 분위기가 감지 되어졌다. 처음 계획으로는 이곳에 와서 구경도 많이 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문을 닫기 직전에 하는 불꽃놀이까지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려 했었는데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그만큼 추운 날씨였다.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남쪽에 있고 몇번 이 시기에 왔을 때에는 포근했기에 춥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추위는 한반도를 넘어 일본열도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각종 놀이 시설과 테마파크가 있는 뉴스텃트 쪽에서도 각종 어트렉션의 입장시간이 맞지 않아서 추위에 기다리지 못하고 마우리츠 광장에서 분수대를 배경을 사진 한장을 찍고 하우스텐보스를 나오게 되었다. 오히려 출구에 있는 따뜻한 매장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의 첫 방문지인 하우스텐보스는 추위로 인해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테마파크에 구경을 한번 했다는 것과 빛의 축제와 더불어 700만개의 전구로 장식해 놓은 화려한 하우스텐보스를 보았다는데 의미가 있을 뿐이다.

 

 

 

하우스 텐보스 역으로 돌아오면서...역사도 조명을 예쁘게 해 놓았다. 이제 추위에 떨지 않고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일행들이 발걸음이 빨라졌다. 함께 갔던 우리 일행들은 다음에 아주 따뜻할 때 한번 더 가시길... 나는 이제 너무 많이, 자주 와서 볼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카다로 돌아와 호텔에서 하카다역 남쪽 주차장을 찍은 사진이다. 원래 처음에 세웠던 계획대로 였다면 이곳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거의 자정쯤이 되어야 했는데 추위로 일찍 돌아온 바람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 결국 일행들이 일본에서의 첫날을 그냥 호텔방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곳의 밤문화를 조금이라도 즐겨보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옮겨 생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켜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일본에 자주 왔어도 술을 마실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모처럼 일행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분위기도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고, 이곳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가격도 크게 비싼 편은 아니였다. 그래도 우리나라와 비교해서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한번에 11명이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한곳도 없어 결국 일행이 두 테이블로 나뉘어 마셨다.   

 

 

 

 

 

하카다 쇼몽(博多 笑門)이라는 주점. 하카다 역근처에 있었다. 큰 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늦게까지 하는 주점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우리 일행이 함께 들어가서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우스텐보스에서 얼었던 몸을 충분히 녹일 수 있었고, 여행온 첫날의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