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일본 돗토리('11.7)

돗토리 여행 8-1 (동해항) (2011.7)

남녘하늘 2011. 8. 27. 06:12

 

강원도 동해항에서 훼리을 타고 일본 돗토리(鳥取)현에 가는 기회가 생겨서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근래에 엔고로 인해 일본여행을 가려면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번 여행은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 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보다 배를 타는 것이 이동시간은 훨씬 더 많이 소요되기는 했으나, 배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조차 즐긴다는 생각이라면 비행기 여행과는 달리 넉넉한 공간에서 답답하지 않고 편하게 다녀 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올해는 아이들때문에 여름 휴가를 제대로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는데, 주말을 끼고 목요일과 금요일을 사용해서 조금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났다.


이번 여행은 3박 4일간의 여행이지만 배에서 이틀밤을 자게 되어, 실제로 일본에서 보내는 기간은 1박 2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집사람과  함께 3박 4일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이용한 DBS 훼리에는 쥬니어 스위트(Junior Suite) 룸이 3실밖에 없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갈 수 없었는데 실제 배를 타고 보니 다른 등급의 방을 개조해서인지 쥬니어 스위트(Junior Suite) 룸이 6-7개는 되는 것 같았다. 아마 수요가 있기 때문에 조금 늘린 것 같았다. 하여간 다른 일행과 함께 떠나지 않고 4명이 함께 이동했기에 택시도 한대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고, 또 일행이 늘어남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 경비는 DBS 훼리의 쥬니어 스위트(Junior Suite) 룸을 이용했음에도 엄청나게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환율이 떨어진 것은 아니였지만, 지난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행한 이후 일본 관광객의 숫자가 급감하게 됨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이벤트와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서인 듯하다. 우리가 가는 돗토리이외에도  큐수지역이나 오사카 지역에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여러가지 유인책을 쓰는 것 같다. 지난 1월달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브스키를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돗토리는 후쿠시마와 거리가 워낙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원전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배를 타고 가는 일본여행이고 우리가 타고 갈 배는 동해시에서 저녁 6시에 출발하는지라, 아침에 성남에서 출발해 중간에 몇 군데를 들러서 가기로 했다. 그 방문지중 첫번째가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 커피 전문점이다. 나는 그동안 여러번 방문했지만 친구 가족은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고, 강릉쪽을 방문하게 되면 다시 한번 방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일부터 여행일정에 포함시켰다.

 

우리가 출발하는 날에도 장마가 끝나지 않아서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일부 구간에서는 앞이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를 뿌리기도 했느데 강원도에 들어서니 간혹 소나기가 내리기는 했어도 서울처럼 폭우가 내리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땅도 꽤 넓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릉에 도착하니 이곳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는지 도로가 완전히 말라 있고 날씨도 무척 덥다.

 

첫 방문지인 테라로사 커피 전문점은 강릉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 한잔 하러 올만한 위치지만 서울이나 서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커피 한잔 할 목적으로만 오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있다. 작년에 테라로사 커피 전문점은 집사람과 함께 방문했을 때 또 강릉에 오게되면 꼭 방문해야 할 장소로 선정해 놓았기에 이번에도 찾은 것이다. 또한 친구 부부에게도 한번 소개시켜 주어도 괜찮은 장소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찾은 테라로사는 간판에 있는 담쟁이 덩굴이 많이 자라나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연륜이 느껴질 것이다.   

 

 

 

 

점심 시간 가까이 되어서 도착을 했는데 손님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가 앉고 싶었던 좌석이 다행스럽게 비어 있었다. 커피를 뽑아주는 바로 앞쪽 자리로 3가지 종류의 테스팅 코스의 커피를 마시려면 이 좌석에 앉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는 이 집 주인이신 김용덕 사장님과 함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를 즐길수 있었는데 오늘은 매장에 있지 않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테스팅 코스로 여러가지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서 조금 있다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맛있는 빵도 곁들였다.

 

 

 

 

오늘도 매장 바같쪽에도 자작나무 아래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을 방문해 보았다. 날씨가 더우니 매장 안에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야외 테라스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예쁘게 핀 수국과 밤나무와 자작나물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오늘도 커피 한잔과 함께 문화를 즐기고 왔다는 생각이다. 서울에서 거리만 조금 더 가까왔으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올 수 있을텐데...  갈 길이 바빠서 저녁에 일본으로 가는 배에서 먹으려고 빵을 조금 더 사고 출발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 찾은 곳은 강릉 테라로사에서 50여분 떨어진 옥계면 금진항에 자리 잡은 '삼화횟집(033-534-1447)'이다. 금진항은 행정구역상 강릉시에 속하지만 동해시에서 훨씬 더 가까운 강릉시의 제일 아랫쪽에 위치한 항구이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기는 했지만 최근에 먹은 그 어떤 횟집에 비해서 이곳에서 대접받은 것만큼 좋았던 적이 없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지 않은 점도 있었겠지만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엄청 잘 먹었다.       

 

 

 

 


삼화횟집은 어촌계 위판장에서 조금 떨어진 금진활어회센터 2층에 있다. 2층 전체가 모두 횟집인데 이곳에 있는 횟집들 모두가 비싼 가격을 부르지는 않을 듯 싶다. 서로간 지나치는 손님들에게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횟집이 금진항구를 배려다보면서 회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는데 식사를 마치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비가 그쳤다. 잠시 시간을 내서 지금은 운항되지 않는 유람선의 선착장이 있는 방파제를 나가 보았다. 산에 감싸여 아늑하게 보이는 강릉 옥계의 금진항이 정겨워 보였다. 길게 늘어선 방파제 끝에는 빨간색의 등대가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하얀등대가 어우려져 있었다. 방파제가 하도 길어서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깨끗한 동해바다와 금진항의 모습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이 방파제에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조금 전까지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방파제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비가 그친틈을 타서 낚시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하늘에도 구름이 짙게 덥혀 있었고 바닷가에도 낮게 깔려 오던 물안개가 있어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금진항에서 동해항까지 이동하는 중. 중간에 시간이 되면 묵호등대를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는데 삼화횟집과 금진항 방파제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는 바람에 묵호등대를 가보지 못했다. 동해항에서 출발하기 2시간 전에 도착하라고 해서 부지런히 갔었는데 1시간 전에만 가더라도 수속하고 배를 타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았다. 금진항을 떠나서 동해항으로 이동하는 중간에도 다시 비가 내렸기 때문에 등대를 가도 별 재미가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동해항 국제여객 터미널...  이곳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일본의 사카이미나토(境港)로 가는 승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국제여객 터미널이다. 하지만 규모는 생각보다도 작고 아담했는데, 밖에서 보면 그냥 지나쳐 버릴지 모를 그런 규모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조금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주차장은 굉장히 넓어 주차하기에 편했는데 더구나 주차비를 받지 않아서 기분이 좋다.   

 

 

  
입구에 들어서서 좌측으로 티켓구매 데스크가 있었다. 여기서 티켓을 받은 후 좌측으로 더 들어가면 고속버스 터미널처럼 넓은 대합실이 나온다. 이미 입국수속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좌석배치를 받아 놓았기에 천천이 들어가기로 하고 대합실에서 여유를 부렸다. 그런데 입국수속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책상위에 노트북 하나 놓고 핸디 스캐너 하나들고 일일이 하다보니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시 동해항을 방문한다면 5시 넘어서 도착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처럼 캐리어를 가져가지 않고 간단한 배낭 하나만 매고 떠나도 충분한 여행기간이고 여행지였는데 마나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되다보니 소소한 짐들이 많아져서 배낭 하나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됐다. 그래서 비교적 적은 캐리어를 챙겼는데 이것도 거의 다 찼다. 자유여행의 묘미는 짐을 줄이는데 있는데...  이 캐리어가 여행기간중 딱 한번 유용하게 쓰였는데 동해항 여객터미널에서 배까지 이동하는중 내리는 비를 막아주는데 쓰였다.       

 

 

 

 

우리가 탄 배는 동해와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사카이미나토(境港)의 첫글자를 따서 DBS 훼리라고 부른다. 2009년 6월 29일 첫출항했으며 한국과 일본,그리고 러시아를 정기운항하는 카훼리선이다. 객실로 이동하면서...  

 

 

 

객실에 짐을 가져다 놓고 배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아직까지 비가 그치지 않아 간판의 제일 읫층으로는 올라가지는 못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2층에서 동해항을 구경했다. 비와 함께 안개까지 낮게 깔려서 시계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비가 내리고 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파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였다. 비에 바람까지 불었다면 아무리 큰배라고 할지라고 멀미가 날 수 밖에 없었을텐데 파도가 없어 아주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DBS 훼리의 내부 모습. 10년전 부산 다대포에서 금강산을 갈 때 타 보았던 쿠르즈 유람선 정도의 배는 아니였지만, 배 안에는 오밀조밀하게 있어야 할 것은 모두 다 있었다. 적당한 크기의 면세점, 편의점, 바, 나이트클럽, PC방도 있었고,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와 약간의 휴식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날이 맑았다면 갑판에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았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동해항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대충 갑판 구경을 마치는 것 같았다. 자유여행객인 경우에는 먹을 것을 갖고 들어가도 무방한데 사전 정보가 없어 아무것도 가지고 타지 않았는데 막상 저녁식사후 편의점에 가보니 사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묵었던 쥬니어 스위트(Junior Suite) 룸이다. 이 배에서는 비교적 등급이 높은 방으로 일반실에 비해서는 요금이 1인당 10만원 이상 더 비싼 편이였지만, 싱글 침대가 두개 놓여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고 냉장고와 TV가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오고 갈 수가 있었다. 배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호텔에서 묵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더구나 방에 있던 TV에서는 일본에 도착해서도 한국 방송을 계속 볼 수가 있어 좋았다. 장시간 배를 타고 가기에 편한 방을 요구했었는데 다행이 쥬니어 스위트 룸이 2개 남아 있어서 친구가족과 함께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어서 식당으로 이동중 한번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한참을 기다리게 되었다. 일행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배의 가보지 않은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배의 앞쪽 부분은 사고의 위험성 때문인지 배가 운항되는 동안 개방이 되지 않았었는데, 동해항을 벗어나는 잠시동안 속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되어 있어 나가 볼 수 있었다. 특별히 볼 것이 있는 것은 아니였지만 앞쪽에서 주조정실도 볼 수 있었고, 배의 앞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선상 레스토랑의 모습. 식당의 이용은 개인의 선택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꽤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퓨젼 한식부페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밥, 김치, 계란말이, 연근을 비롯해서 훈제 연어와 오리훈재, 햄 등 다양한 식단으로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할만 했다. 식당 규모에 비해 이용객이 많아 조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가 이용하는 내내 배의 흔들림이 적어 옆 사람들과 담소하며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드디어 비가 그쳐 있었고, 날도 서서히 어두워져 가고 있다. 배를 탄 이후 계속 비가 내리고 안개와 구름이 가득해서 해가 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비가 내릴 때 가보지 못했던 배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3층 갑판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주 조종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보다 먼저 몇몇 승객이 주조정실을 방문해서 선장님으로 부터 여러가지 선박 운항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어떻게 선박이 운행되고 있는지와 통신을 위한 최첨단 장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고, 항해에 필요한 장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상당히 박학다식한 선장님은 일본과 러시아를 자주 방문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국가관이 투절하고 국가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동해안의 해도를 가지고 우리가 탄 배가 어떤 코스를 따라서 일본으로 운항이 되는지도 설명 들었다. 동해 바다의 수심이 3천미터가 넘는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으며, 해도를 보면서 12해리가 무엇이고 경제수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1998년 김대중대통령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기점을 독도가 아닌 울릉도로 하는 한일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독도를 둘러싼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배를 운항하는 뱃사람이지만, 바다에서 사용하는 해도도 우리가 만든 해도가 없이 일본에서 만든 해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셨다. 배를 타고 가면서 좋은 공부를 많이 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