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일본 돗토리('11.7)

돗토리 여행 8-2 (사카이미나토) (2011.7)

남녘하늘 2011. 8. 29. 00:52

 

8시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이스턴드림호 승무원들이 펼치는 공연이 있다고 방송이 나왔다.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워낙 많기 때문에 배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 보자는 생각에서 나이트클럽에도 가 보았다. 승무원들이 사회에서부터 여러가지 공연을 펼쳤는데 열심히 노력한 흔적은 보였으나, 이미 높아져버린 우리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나이트 클럽에서 아무런 주문을 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맥주도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어서 간단하게 한잔 했다. 한시간 정도 이곳에 있었으나 더 이상 머무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되어 나왔다. 나이트클럽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으로만 충분하다.     

 

 

 

 

친구와 헤어진 뒤 각자 저녁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아주 늦게 잠자리에 드는 편인데 친구 가족은 일찍 잠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어서 늦게까지 함께 할 수가 없어서였다. 집사람과 함께 배 안의 곳곳을 모두 둘러보고 나서 2층에 있는 바에서 팥빙수를 시켜 먹었다. 난 맥주를 한잔 더하고 싶었는데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집사람에게 맞춰주기 위해서였다. 술을 판매하는 바에서 만든 팥빙수... 시원했다는 것을 제외하곤  맛은 그다지...          

 

 

 

 

어제 밤에 늦게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서 오랫만에 동해에서 해를 뜨는 것을 보았다. 동해안에 놀러 와서도 구름때문에 수평선에서 해가 뜨는 것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수평선에서 해가 뜨는 것을 제대로 봤다. 한국에 있는동안 장마 기간이어서 비가 계속 내렸는데 모처럼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바람은 적당히 불고 있지만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배를 타고 여행을 할 때 이렇게 잔잔한 바다를 만나게 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데 이번 여행은 오고 가는 동안 계속해서 잔잔한 바다위를 다녀 멀미한번 느끼지 않고 여행을 잘 했다. 시기를 잘 만나지 못해 밤새 고생을 했다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었는데...  해가 뜨니 벌써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해서 햇살 보다는 그늘을 먼저 찾게 된다. 바닷 한가운데이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있으면 그런대로 버틸만 하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복도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통로는 햇살이 비치는 곳이여서 아침임에도 햇살이 제법 따갑게 느껴진다. 아침 식사는 우리 일행이 비교적 일찍 식당에 도착한 편이여서 거의 제일 먼저 입장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식단과 큰 차이가 없는 아침 식사였다. 아주 맛이 있는 것이 아니였지만 배에서 먹는 한끼 식사로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열대과일인 롱안이 냉동된 상태로 매번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는데 무엇보다 반가왔다. 더운 날씨에 지치지 않고 관광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12시간의 긴 항해 끝에 드디어 일본 열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쥬니어 스위트룸에서 숙박을 했기에 다른 사람들 신경쓸 필요없이 잠을 푹 잘 수 있었고, 아침에 시간에 쫒기지 않고 샤워까지 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일반실에서 잠을 잤다면 잠자리도 불편했을 것이고 아침에 씻기 위해 사우나를 이용할 때에도 이용객이 많아서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 식사후 하선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사카이미나토 항구의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더 기다렸다. 큰 배이다보니 도착해서도 접안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단체 여행객보다는 일반 여행객을 먼저 하선시켜 주어 비교적 빨리 하선하게 되었다. 배에서는 일찍 내렸지만 사카이미나토(境港) 항구에서의 일본 입국 수속이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었다. 최근 일본에 와서 이렇게 늦게 입국수속을 처리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는데... 그나마 일찍 입국장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은 시원한 건물안에서 기다렸지만, 밖에서 기다린 사람들은 엄청 더운날씨에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 일행은 빨리 하선한 덕분에 앞쪽에서 수속을 밟았는데도 예정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입구장을 나오면 사카이미나토(境港)시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안내데스크가 있었는데 각종여행정보 자료와 생수등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까지 배치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시원한 차도 잘 마셨고, 여행정보 자료도 얻었고 더구나 준비해 놓은 부채도 챙겨서 여행내내 잘 활용했다. 안내 데스크가 있는 출구를 나오면 사카이미나토(境港)역까지 운행되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사카이미나토(境港) 훼리항 터미널에서 셔틀 버스로 10분도 걸리지 않아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 도착했다. 역 근처에는 요괴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 (水木しげるロ-ド)'라고 불리는 이 거리는 이곳 출신인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ゲゲゲの 鬼太郞)'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새롭게 꾸민 곳이다.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서 동쪽으로 뻗은 약 800m구간의 거리로, 미즈키시게로의 대표작 게게게노 키타로(ゲゲゲの 鬼太郞)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동상 약 120여개가 전시되어 있다.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를 아직 보지 못했고 그림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만화 하나로 이런 관광 상품을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동해에 접해있는 사카이미나토(境港)시는 인구 3만 7천여명의 작은 어촌마을, 1990년 이후 일본의 수산업 쇠퇴와 함께 동네 상점 모두가 문을 닫는 열악한 시골마을로 전락했다. 이런 쇠퇴한 마을을 살리기 위하여 이곳 사람들은 지역 출신 미즈키시게루의 만화를 이용하기로 하고 동네 구석 구석에 요괴의 동상을 만들어 세우며, 요괴가 살아 숨쉬는 동네를 만들었고 이를 전국에 홍보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만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이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리로 살펴보니 요괴 개릭터를 빼 놓는다면 한눈에 보아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깨끗한 시골의 한 마을에 지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만화의 캐릭터로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각종 상품과 먹거리를 파는 가게를 개점하면서 유명한 관광도시로 변하게 되었다고... 일본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다는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하니 우리로서도 눈 여겨 봐야 할 만하다.   

 

 

 

 

 

여기에서도 문화의 힘을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첨단문명과 화려한 놀거리가 있는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도시 근교나 온천이 유명한 곳이 아닌 이곳이 단지 만화 캐릭터 하나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 들인다는 것. 그것이 문화이고 문화를 상품화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캐릭터를 파는 가게와 요괴들로만 장식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 중 캐릭터 과자를 파는 곳이 있어 과자도 한 봉지를 사고, 날씨가 더워 캐릭터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도로 중간을 가로 지르는 하천. 보기에는 나무가 심어져 시원하고 깨끗해 보이지만 내가 가본 일본의 하천중 가장 깨끗하지 못한 하천이었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지저분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도시 전체의 미관을 고려한다면 빨리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미즈키시게루가 그린 대표적인 만화는 '게게게의 키타로(ゲゲゲの 鬼太郞)'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요괴인간 타요마'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일본 요괴 만화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일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만화라고 한다. 주인공 키타로를 걱정해 병든 몸을 버리고 안구에 혼을 실어 재탄생한 주인공의 아버지인 눈알 아저씨(메다마오지마), 쥐나 생선을 보면 요괴로 변하는 고양이 소녀, 사람이 지나갈 때 모래를 뿌려 놀래키는 모래 할머니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한다. 정말 많이 밀집되어 있는 상점 곳곳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어느 상점이나 특징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모습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눈알아저씨 메다마오지마는 이곳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캐릭터이다. 가로등도 눈알아저씨, 택시의 꼭지 부문과 과자에조차 눈알아저씨를 형상화 해 놓았는데, 바로 주인공 키타로의 아버지로서 안구에 몸이 붙어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있는 캐릭터이다. 아들을 걱정한 나머지 병든 자신의 몸을 버리고 안구에 혼을 실어 부활 했다고 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귀신 개릭터이지만 계속해서 보다보니 처음 느꼈던 정도의 거부감은 조금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거리 곳곳에 키타로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나 찍는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곳에서 찍지 않으면 언제 또 찍겠나 싶어 한장 찍었다. 가운데 있는 캐릴터가 기타로이고, 왼쪽에 있는 캐릭터가 갓난아이의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인 애기울음 영감이라고 한다. 오른 쪽에 있는 캐릭터는 성질이 급해서 화가나면 모래를 뿌려대는 모래 뿌리기 할멈이라고 하는데 무섭게 생겼어도 키타로 편에서 나쁜 요괴와 맞서는 요괴라고...     

 

 

 

공중전화 부스도 키타로의 집이라고 치장을 해 놓았다. 거리 곳곳에 있는 모든 물건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 놓았다. 길거리에 쉴 수 있는 의자는 키타로의 벤취라고 해 놓았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도시 사카이미나토(境港), 아직 일본의 초중등 학교가 방학을 하지 않아서인지 관광객이라곤 대부분 한국인이거나 나이가 제법 많은 일본 노인들이였다. 모든 표시물에는 한국어가 병기돼 있어 한국 관광객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동해시에서 매주마다 관광 훼리를 타고 한국관광객이 몰려드니 이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일 것이다.     

 

 

 

 

시간도 여유가 없고 만화에 대한 큰 관심도 없어 둘러보지 못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끝부분에 있던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2003년 6월 미즈키시게루의 81세 생일에 맞추어 개관했다는데 1층에는 작가의 소개와 10대부터 그려온 그의 작품과 수집품 등이 전시돠어 있으며, 2층은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를 입체물과 영상으로 제작된 전시물들이 소개되고 있어 다채로운 요괴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고 한다. 이곳도 여권을 제시하면 700엔의 입장료가 300엔으로 할인되며, 한국어로 된 음성가이드도 대여해준다고 한다.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앞에서 만난 만화의 주인공 키타로(鬼太郞)로 함께.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안쪽에 있던 게게게의 요괴낙원(ゲゲゲの 妖怪樂園). 이름만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렀더니 이곳에도 미즈키 시게루의 캐릭터 작품 몇개를 제작해서 전시해 놓았고, 기념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미니 테마파크 같은 장소였다. 여러가지 선물용품과 캐릭터를 뽑는 공기총 사격장 등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소이다. 마당에 있는 테이블 위에도 캐릭터 그림이 가득하고 한쪽에는 요괴들의 오두막도 만들어 놓았다. 화려한 캐릭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는 좋은 장소였다.       

 

 

 

 

 

 

역으로 다시 되돌아 올 때는 갔던 길로 되돌아 오지 않고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벗어나 해변 도로를 따라 걸어 보았다. 해변 도로는 그늘 한점 없는 곳이여서 어선과 요트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기고 바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어제까지 서울에서는 매일 내리는 비때문에 햇살을 별로 보지 못했는데 하루만에 날씨가 바뀌어 햇살이 너무 쨍쨍하니 적응이 안된다. 한낮의 날씨가 34도까지 올라 갈 것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그 조짐이 보인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즐거운 여행이 되질 못하는데...    

 

 

 


드디어 사카이미나토(境港-애칭은 키타로역)역이 다시 보인다. 역사 위로 우뚝 서 있는 등대모양이 인상적이다. 검은색 건물은 시마네현의 오끼섬으로 가는 페리호 연안부두이고 사카이미나토 역사는 아주 협소하고 적었다. 대합실에 에어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돌아다니느라 뎁혀진 몸을 식힐 수 없어 페리호 부두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그동안 다녔던 일본에서의 기차 여행은 거의 정시운행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가 역에 도착할 무렵에 앞차가 연착을 해서 출발하더니 뒷차도 거의 40분이나 연착을 해서 도착했다.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일본철도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역대합실을 앞에 가장 먼저 만나는 조각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미즈키 시게루와 만화의 등장인물인 요괴들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나는 잘 모르는 만화가이지만 한명의 만화가가 그의 작품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그의 고향을 살리고 연간 16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변모시킨 실화의 장소가 바로 이곳 사카이미나토이며 그 주인공은 바로 이 곳 출신의 미즈키 시게루(본명은 武良茂 인데 水木しげる로 쓴다)이다. 돌이며 동상이 햇볕을 달구워져 손을 대기가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돗토리시 국제 관광객 서포트센터에 전화를 해서 돗토리 사구아 시내 투어를 할 수 있는 유람택시 예약을 해 놓았다. 그동안 일본여행을 많이 왔어도 굳이 일본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잠시 통화를 하는데도 300엔이나 사용되었다. 생각보다는 공중전화비도 굉장히 비싼 편이다. 일본은 생활하기 힘든 곳이다. 살인적인 교통비와 숙박비 등등. 여기에 전화 통화료까지 추가됐다.      

 

 

 

특이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던 사카이미나토의 페리호 연안부두 대합실 건물. 건물 앞쪽이 바로 배를 타는 곳이다. 이곳에서 시마네현의 오키섬등으로가는 배를 탈 수가 있다. 사카이미나토 역과는 달리 시원해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이 건물에서 머물러 있었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