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오사카 ('11.10)

오사카 마라톤 8-3 (할로윈데이 축제, 대회장 주변 풍경), (2011.10)

남녘하늘 2011. 11. 16. 00:10

 

저녁식사 전 신사이바시 스시(心齋橋筋)를 다니면서 굉장히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 아가씨들이 있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이틀뒤인 10월 말일이 할로윈데이여서 젊은이들이 축제기분을 내기 위해서 특이 복장을 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때만 해도 이런 복장을 한 사람이 별로 없어 몇몇 젊은이들이 치기어린 행동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요즘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홍대앞쪽에는 이럴지도 모르겠다.   

 

 

 

신사이바시 스시(心齋橋筋)에 있는 한 상점에서는 할로윈 데이에 사용되는 의상을 판매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입고 다니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는 옷인데 방문한 젊은 처자들이 많았다. 전시된 의상을 촬영하지 말라고 해 놓았는데 모른척하고 한장 찍었다.

 

 

 

호텔로 돌아가서 내일 아침 달릴 준비를 마치고 다시 도톤보리(道頓堀)로 산책삼아 나왔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문희형과 같이 나오고 싶었는데 형은 오사카에 여러번 방문했던지라 더 이상 돌아다니면서 볼 것이 없어 내일 대회를 위해 휴식을 취하겠다고 해서 혼자 나오게 되었다. 도톤보리(道頓堀)로 가는 신사이바시 스시(心齋橋筋)에 초저녁 때와는 달리 몇 시간 지났는데 상당히 선정적인 복장과 특이한 복장을 갖춘 젊은이들이 넘쳐나 있었다. 저녁식사 전에는 이런 복장을 한 사람을 어쩌다 한두명씩 보았는데 저녁 9시가 넘어서서는 무더기로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보지 못하던 광경을 오사카에 와서 실컷 보게 된다.  

 

 

 

 

 

도톤보리(道頓堀) 강가와 강을 가로지르는 에비스바시(戎橋)에는 더 많은 할로윈데이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10월달에 오사카지역에는 특별한 축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 좋은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축제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였지만, 특이한 복장을 하고 그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사카 전체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도톤보리(道頓堀)가 있는 미나미 오사카 지역이 아메리카 무라라는 지역이 있어 서울로 따지면 이태원과 같은 분위기가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양사람들도 많이 보였던 모양이다.    

 

 

 

 

도톤보리(道頓堀) 강가에도 할로윈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또 긴줄을 서서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강가에 있는 클럽 지라프(Club giraffe)에서 하는 할로윈 행사에 입장하려던 사람들이였다. 젊은이들이 들어가는 클럽인데 2층이 댄스플로어가 있다고 한다. 들어가는 사람들의 소지품 검사를 확실하게 한 뒤 입장을 시켰는데, 클럽에서 나오는 사람에 비해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줄이 상당히 길어져 있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거나 할로윈 복장을 갖추었다면 한번 도전해 보았을텐데 어느 것 하나 뒷받침이 되질 않는다. 우선 나이제한에도 걸릴 것 같다. 서양이라면 동양사람 나이 구분을 잘하지 못하겠지만 이곳은 일본이라 척 보면 알거다.

 

 

 

 

클럽 지라프(Club giraffe)가 있는 건물에는 커다란 기린그림 현수막을 걸어 놓았는데 기린이 잠자는 시간이 엄청 짧기 때문에 클럽이름을 지라프라고 지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밤에 잠도 자지 말고 놀자는 이야기다.   

 

 

 

 

도톤보리(道頓堀) 주변은 저녁 늦은 시간 이런 류의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밤 늦게까지 방문해서 볼만한 특별한 구경거리 대신 이런 이들의 문화를 즐기는 것도 괜찮았다. 누가 일본에 와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도톤보리를 떠나 아메리카 무라(アメリカ村) 지역으로 이동중 여러 곳에서 할로윈데이를 맞아 즐기는 젊은 사람과 서양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내 눈에는 잘 띄지 않았지만 아마 근처에 클럽과 선술집같은 곳이 산재해 있었던 모양이다.  

 

 

 

아메리카 무라 (アメリカ村)지역에 와 보니 이곳은 더욱 만만치 않다.  삼각공원으로 불리는 미츠 공원(御津公園)에 오니 아예 엄청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할로윈 복장이 이곳에서는 더욱 다양하다. 작년 이맘때 마라톤 클럽 동료들과 에버랜드의 할로윈 축제를 갔을 때 보았던 모습은 이곳에서 상상할 수가 없다. 굳이 클럽을 찾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서서 음악을 틀어 놓고 맥주를 마시고 떠들고 있었다. 공원 주변이 엄청 지저분했는데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본다.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왔다.

 

 

 

 

 

클럽에는 가 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잠시 그들과 어울려 사진도 몇장 찍고 몇마디 대화도 나누고 들어왔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에는 서양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내일 마라톤 대회만 참가하지 않는다면 좀 더 이 분위기를 즐기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마라톤대회의 참석이라 아쉬움을 남기도 호텔로 돌아왔다. 미츠 공원(御津公園) 바로 옆에는 파출소가 있었지만 이들의 행동이 도를 벗어나지는 않았고, 경찰들도 교통정리만 해 줄 뿐 크게 간섭하지는 않았었다.

 

 

 

 

 

대회날 아침이다. 호텔에서는 아침 7시부터 식당을 열기 때문에 호텔에서 아침을 먹을 수 없어, 어제 저녁에 도톤보리를 다니면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몇 집을 미리 보아 두었다.  6시 조금 넘어서 호텔을 나섰다. 달리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의 특별한 먹거리가 아닌 밥과 국이 나오는 정식으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대회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큰 대로로 나서는데 벌써 마라톤 대회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직 대회가 시작하려면 2시간도 훨씬 넘게 남았고, 선두가 이곳을 지나려면 3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는데 정말로 열정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도톤보리 거리는 어제 저녁 할로윈 축제로 엄청나게 지저분했는데 청소차가 여러대 나와서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차를 한번 갈아타고 드디어 대회장인 오사카성(大阪城) 공원에 도착했다. 7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이미 달리기 복장을 속에 입고 그 위에 겉옷을 입어, 겉옷만 벗어버리면 바로 달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나왔다. 탈의실을 갈 필요가 없이 적당한 장소에서 옷을 벗어 짐만 맡기면 되도록 해 놓았다.   

 

 

 

 

 

물품보관 트럭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 대회장에 오기 위해 내렸던 지하철 모리 노 미야(森ノ宮)역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우리의 물품보관 트럭이 있었다. 참가자가 많다보니 멀리 있는 곳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했다.    

 

 

 

출발지와 결승점이 다른 곳이라 우리나라의 동아마라톤처럼 트럭을 이용해서 물품을 옮겨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놓았다. 엄청나게 큰 트럭이 동원되었는데 트럭의 내부를 여러칸으로 나누어 놓고 배번순으로 나누어 받고 있었다. 이곳 물품보관 트럭으로 부터 대회 스타트 지점까지는 걸어서 한참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물품 보관을 빨리 끝마쳐야 했다. 대회 안내문에도 출발 한시간 전까지 물품보관을 마치고 스타트 라인에는 8시 35분까지 이동해 달라고 해 놓았다.   

 

 

 

 

이번 제 1회 오사카 마라톤 대회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개최되는 대회였고, 오사카라는 도시가 재일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당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대회역시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엔화가 워낙 올라서 최종 신청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철회했다고 한다. 3만명이나 되는 참가자들 가운데 한국 주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대회장에 가는 도중에 문희형님과 안면이 있는 한국에서 온 달림이를 만나 함께 사진도 찍고 참가 준비도 함께 했다. 태극기까지 준비를 해 왔었는데, 출발지역이 달랐던 관계로 이곳에서 헤어진 이후로 한번도 보질 못했다.

 

 

 

'사막의 아들'로 불리는 유지성님도 대회에 참가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요즘에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는 참석하지 않고 사막대회만 다니는 줄 알았더니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본인 말로는 4년만에 참석한 마라톤 대회라고 한다.

 

 

 

출발 장소까지는 오사카성(大阪城)  공원을 가로질러  20분 이상을 걸어가야 했다. 물품보관 장소와 출발지점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대회는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미리 공지가 되어 있었고, 그 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이동하면서 준비운동과 스트레칭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꼭 대회장에 늦어지는 사람은 있는법, 우리가 출발장소로 이동하는 중에도 물품보관 장소로 급하게 이동하고 있는 주자들이 여럿 보였다.    

 

 

 

 

 

 

출발지까지의 이동거리가 생각보다는 멀었다.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였다면 오사카성(大阪城) 공원을 이렇게 걸어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사카성(大阪城) 구경을 왔더라도 이 코스는 걷지 않고  텐슈가쿠(天守閣)나 보고 가는 짧은 코스를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원의 숲길도 걸어보고 오사카성의 바같쪽 해자도 구경하고, 멀리 오사카성의 텐슈가쿠(天守閣)도 보면서 지날 수 있어 좋았다. 출발할 때까지의 날씨가 구름은 끼어 있었으나 쌀쌀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곳의 주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추위를 더 타는 것인지 따뜻하게 옷을 입었다. 나시티셔스를 입은 사람이 많지가 않다.     

 

 

 

 

 

꽤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목적지가 멀었다. 출발지로 이동하는 경로는 텐슈가쿠(天守閣)가 있는 성 안쪽을 가로 질러 성문인 오테몬(大手門)을 통과하는 코스였다.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를 보면서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덕분에 출발지로 이동하면서 좋은 구경을 많이 한 듯하다. 하지만 성의 내부를 자세히 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서 성의 모습과  텐슈가쿠(天守閣)의 관광을 하기로 했다.  

 

 

 

 

 

오테몬(大手門)을 지나 큰 길가 쪽으로 나오니 드디어 참가 선수를 제외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장소가 나왔다. 함께 온 가족들은 오사카성(大阪城) 공원에 있거나 선수들이 모여있는 도로의 인근 보도에만 갈 수 있었다. 통제도 제대로 하고 있었지만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사람들이 통제를 어기면서 들어오는 사람도 없다. 가끔 원칙을 아무말 없이 잘 따르는 일본 사람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한번씩 한다. 원칙을 벗어난 변칙을 행하지 않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외국인이 있으면 경멸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일본으로 여행가는 한국사람들이 스스로 편법을 쓰고는 자신이 눈치있게 행동했다고 합리화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 사람들도 할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멀리 스타드 라인이 보인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마라톤의 출발점은 오사카성(大阪城) 옆에 위치한 오사카부(府) 청사앞이다. 기록에 욕심이 있다면 조금 앞쪽에 서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덜 받으면서 달릴 준비를 하겠지만 우리는 즐기러 왔기 때문에 출발하기 직전까지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로에는 주자가 가득했지만 한쪽 인도는 주자들이 자기의 위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비워 두었고, 다른 한쪽 인도는 일반인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처음 치르는 대회인데도 정말 잘 진행한다.      

 

 

 

 

오사카 마라톤에서도 세계 유명한 마라톤대회에서처럼 장애인들도 마라톤 참여가 가능했고 휠체어부문 마라톤 주자를 가장 먼저 출발시켰다.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주는 정도가 선진국의 척도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휠체어부 마라톤을 도입한 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등록 선수들보다 장애인 참가자들이 5분 먼저 출발하게 되어 있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인데, 이날 휠체어부문 우승자의 기록은 1시간 33분 43초였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