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오사카 ('11.10)

오사카 마라톤 8-4 (주로 풍경), (2011.10)

남녘하늘 2011. 11. 18. 00:13

 

오사카부(府) 청사 앞 스타트 라인에 일반참자자 선두가 모여 있는 모습이다. 이 자리에 서려고 무척 부지런히 움직였을 것이다. 아직 어떤 대회에서도 이런 자리에 서려고 노력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두로부터 3만여명의 선수들이 그룹별로 나뉘어 출발하게 될 것이다. A그룹부터 Q그룹까지 나뉘어져 있다. 넓은 도로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배번 앞쪽에 출발그룹을 표시해 놓고 그룹별로 출발시간을 달리 해 놓았다. 내가 대회 신청을 할 때 따로 기록을 등록하지 않아 어떤 그룹이 나올지 몰라했었는데 아마도 외국인 참가자들은 기록에 상관없이 대부분  A,B,C그룹에 모두 배정을 했던 모양이다. 물품 보관을 하는 차량을 보니 외국인 참가자들의 배번이 모두 앞쪽으로 되어 있었다. 늦게 출발하게 되면 주로에서 기다리게 되는 시간이 많게 되니 아마 외국인 참가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으로 보여진다. 출발 전에는 그룹과 그룹 사이에는 간격을 많이 벌려 놓았다가 출발할 무렵이 되어서는 앞쪽을 당겨 주었다.

 

 

 

 

오사카 성 서쪽의 바깥쪽 해자위에 있는 이누이(乾) 망루를 배경으로... C그룹의 대기는 이 망루 앞쪽에 있었다. 아침에 서둘러 나왔음에도 물품 보관 장소와 출발지까지의 거리가 멀어서 오사카 성을 모두 살펴 볼 수가 없었다. 어짜피 내일 다시 오사카성을 방문해서 천수각과 오사카 성 공원을 모두 둘러볼 계획이어서 오늘의 아쉬움은 잠시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면 된다.

 

 

 

 

가운데 있는 여자 선수는 일반 참가자가 아니라 연예인 특별 참가자인듯 했다. 일반 참가자들과는 달리 배번호 대신에 이름이 적힌 배번을 달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연예인 이름도 모르는데 일본 연예인 이름을 알 수는 없고...  지나가니 주변의 일본인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사진을 함께 찍으려고 야단이 났었다. 나중에 대회 책자를 확인해 보니 아키노 요코(秋野 暢子)라는 1957년생의 오사카 출신 영화 배우로 매일 10km를 달린다는 마라톤 매니아였다.  

 

 

 

특이한 복장을 했던 참가자와 함께. 오사카 마라톤 대회에는 이런 특이한 복장을 하고 달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 참가자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었겠지만 이 복장으로 완주를 하려면 상당히 힘이 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간에 달리면서 살펴 보니 일본의 나무신발인 게다를 신고 달리는 사람도 있었고, 일본의 만화 주인공의 복장, 슈퍼맨, 각종 동물 복장 등을 하고 달리는 주자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았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출발 순서는 A그룹부터 시작해서 Q그룹까지 28,000여명이 순서대로 출발하게 된다. 출발 신호가 떨어져도 C그룹인 우리가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후미가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데에는 30분 이상이 걸릴 것 같다. 오늘도 디카를 들고 뛰면서 출발순간의 동영상을 25초 정도 찍어 보았다. 넓은 도로가 주자들로 가득차 있는데, 오사카의 넓은 도로를 마음껏 달릴 수 있어 기분이 상당히 좋다.     

 

 

 

 

출발 후 1.2km 지점이다.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와 다시 내리막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왼쪽의 숲은 오사카 공원과 이어진 숲이며, 오른 쪽의 고가도로는 한신(阪神)고속도로 히가시 오사카(東大阪)선이다. 바로 앞쪽은 모리노미야(森ノ宮) 역이다. 스타트 지점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출발후 도착할 때까지 이런 응원인파들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고. 첫 대회인 오사카 마라톤 이지만 부러운 광경이었다.  

 

 

 

 

 

4.5km를 통과하면서 찍은 광경이다. 초반부터 오늘 달리는 목표를 km당 6분으로 생각하고 완주를 4시간 12분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초반 5km까지 평균 5분 55초의 속도로 달려 처음 예상했던 것과 크게 차이 없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달렸던 C그룹에 속해 있었던 사람들의 평균 속도는 우리가 달리는 것보다는 빨랐나보다. 이곳을 지나면서 보니 C그룹 사람들은 별로 보이질 않고 우리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던 D그룹과 E그룹 주자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즐겁운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숙소가 있던 난바역과 신사이바시(心齊橋)역 사이에 있는 6.5km를 통과하면서, 평지보다는 조금 윗쪽인 화단 위에 올라가 주로에서 응원하는 분께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다.  오사카의 가장 중심도로인 미도스지(御堂筋) 도로인데 이 넓은 도로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함께 달린 문희형과는 사전에 복장에 대해서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는데 똑같은 대회에서 받았던 옷을 입고 와서 달리게 되었다.

   

 

 

 

우리가 7.5km를 통과할 무렵에 등록선수의 선두가 달려 오고 있었다. 일반 마스터즈 보다는 조금 빨리 출발하기는 했지만 1차 반환점을 돌아서 이곳까지 오게 되면 15km가 조금 넘는 곳인데 빠르기는 참 빠르다. 오늘 대회에 케냐 선수가 두명 초청되었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선두에는 케냐 선수 두명을 포함해서 6명이 달려 오고 있었다. 대회결과 케냐에서 참석한 에리야 상이라는 선수가 2시간 12분 43초의 기록으로 1등을 차지했다.

 

 

 

 

11.2km 에 있는 1차 반환점 앞이다. 이 1차 반환점은 오늘 대회의 출발점인 오사카성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시내중심가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오사카 성 근처로 오게된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내 중심가를 통과해서 결승점으로 가야 한다. 달리기 코스가 한방향으로만 진행하게 되면 앞서가는 주자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뒤로 따라 오는 주자의 모습도 볼 수 없는데 이번 오사카 마라톤은 코스의 절발 가까이가 반환코스로 되어 있어서 앞 뒤 주자의 모습으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사진 뒤로 보이는 건물은 주오고카이도(중앙공회당: 中央公會堂)라는 건물이다. 여의도처럼 강 위의 섬인 나카노시마(中之島)에 있는 건물로 옛날 서울역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다. 시내 중심가로 있으며 주변에 큰 공원이 있었고, 8.8km를 달린 챌린지 부문의 결승점이 있는 곳이여서 응원객이 더욱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나카노시마(中之島) 주변의 풍광이 참 보기 좋아서 나중에 대회를 마치고 한번 더 와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달린 구간이다. 13.5km 정도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2차 반환점이 있는 교세라 돔 오사카(京セラ ド-ム 大阪 )를 향해서 가는 중이다. 박찬호투수와 이승엽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 구장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을만한 각도가 나오지 않아 돔 구장 사진을 찍지 못하고 달리는 주자와 주자를 배경으로 한장 찍었다. 이곳에도 반환코스여서 넓은 도로에 엄청난 주자들이 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차 반환점을 지나서  교세라 돔 오사카(京セラ ド-ム 大阪 ) 앞쪽이 20km지점이었다. 이곳에서 화장실도 한번 다녀오면서 짧은 2분정도의 휴식을 취했다.  

 

 

 

 

 

 

난바(難波)역 바로 앞쪽에 있는 신가부키자(新歌舞伎座). 가부키 공연을 볼 수 있는 극장이라고 하는데 1966년에 지어졌고 난바 일대에서는 가장 고풍스러운 건물이다. 중앙 대로를 달리면서 이런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다. 한참 전에 도쿄에 갔을 때에 가부키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조그마한 건물이었는데 오사카의 가부키 공연장 건물의 규모는 엄청 크다. 짧은 2박3일의 여행인지라 이런 곳에서 공연 한편 보는 것이 쉽지 않다. 22.5km 정도 되는 지점이다.  

 

 

 

칸사이 공항으로 가는 철도의 시작점인 난카이선 난바(難波)역도 스쳐 지나가게 된다. 이곳이 우메다(梅田)에서 난바(難波)까지 이어지며 주변에 쇼핑가나 오피스가 많이 있어 오사카의 가장 중심도로인  미도스지(御堂筋) 도로의 끝나는 지역이다.  이곳부터는 오사카의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고, 높은 오피스 건물보다는 시민들이 주거하는 주거지를 많이 지나치게 된다.  

 

 

 

 

 

중심도로를 벗어난 지역에서도 응원하는 시민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진 느낌이다. 이런 응원하는 시민들은 결승점에 갈 때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대회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길거리 응원한 인원이 100만명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100만명이 넘지는 않았겠지만 하여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 광경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지금 통과하는 지점은 대략 24.5km 지점인 신세카이(新世界)지역인데 이름과는 달리 지금은 상당히 노후된 지역이라고 한다. 뒤로 보이는 뽀족한 철 구조물은 신세카이(新世界) 지역에 있는 일본에서 제일 처음 세워진 타워인 츠텐카구(通天閣)이다.
    

 

 

 

 

 

 

처음부터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정속주행으로 달려 왔더니 드디어 37km를 통과하고 남은 거리가 5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국내 마라톤대회보다는 훨씬 비싼 참가비(12,500 엔, 환율감안 약 19만원- 외국의 마라톤 참가비는 국내보다는 거의 비쌈)를 내고 왔지만 참가비 이상의 즐거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거리를 표시해주는 거리 표지판도 가로수나 가로등에 붙여 놓은 것이 아니고 정확한 지점에 사람이 들고 있어서 구간별 오차가 거의 없이 만들어 놓았다.자원봉사자가 그만큼 많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회에는 자원봉사자가 9,700여명으로 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봉사를 하고 있었다. 급수대 뿐만 아니라 주로에서도 코스 안내와 정비를 위해서 자원봉사 복장을 갖춰입고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학생보다는 성인이 더 많았었다. 급수도 이온음료와 더불어 충분하게 지원되고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하고 있었다. 20km까지 달릴 때까지는 급수지원만 하고 있어 먹거리가 부족할까 염려했었는데, 23km 이후부터는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되었다. 나중에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대회를 마치고 나서 점심을 먹지 않다도 될만큼 되었다. 기록에 욕심이 있을 때에는 주는 것을 먹을 시간도 없지만 기록에 욕심이 없었던지라 주는대로 모두 먹었던 것 같다.   

 

 

 

 

결승점까지는 대략 2km가 남아 있다. 출발할 당시에는 매 km당 5분 50초의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 주자들이 우리를 많이 추월해 갔지만 30km를 지나서는 우리가 엄청나게 많은 주자를 추월할 수 있었다. 초반의 여유로움이 달리기도 즐겁게 만들었고, 막판 기록까지 좋게 만들었다. 결승점으로 가면서 나는 배번을 앞 쪽에만 달고 있었는데 앞뒤에 달고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왜 그럴까를 한참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앞뒤로 배번을 달았던 사람들은 모두 A그룹 출발자로 상당히 잘 뛰는 사람들이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빨리 나갔기때문에 볼 수 없었고, 그들중 늦게 뛰었던 사람을 결승점 부근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A그룹 출발자들은 특별대우를 해 준 셈이다. 바로 윗 사진에 있는 여장을 한 남자선수도 A그룹 출발자였다.     

 

 

 

결승점을 1km 정도 남겨 놓고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에서 대규모 응원단이 배치되어 막판 스퍼트를 위해 힘을 불어주고 있었다. 정확하게 응원단의 일원으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어떤 경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온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마라톤의 응원을 위해서 왔다고 믿고싶다.   

 

 

 

즐겁게 달려서 4시간 10분 11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들어왔다. 기록을 생각하고 달렸다면 카메라를 들고 뛰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멈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대회장을 따라 달리면서 많은 추억을 담아가지고 왔다. 해외 마라톤을 나오면 항상 디카를 들고 즐기려는 오래된 관행을 이번에도 이행했다. 더구나 함께 뛰고 싶었던 문희형님과 전 코스를 대화하면서 달려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내년에는 쿠알라룸푸르 마라톤을 한번 다녀오자고 말해 놓았는데...  

 

 

 

 

 

나중에 기록을 검색해서 보니 오늘은 거의 모든 구간을 비슷한 속도로 달렸던 것으로 나왔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였나 싶다. 매 km를 5분 50초 정도의 속도로 달린 셈이다. 20-25km 구간만 31분 26초가 나왔는데 이곳에서 문희형이 화장실을 다녀 오느라 2분 정도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그 2분을 당기기 위해서 25-30km 구간은 조금 빨리 달렸더니 28분 22초가 나왔다. 전반부에 비해서 후반부가 기록이 더 빨리진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이것은 정식 기록증이 아니라 본인이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결승점을 통화하고 물품을 찾기 위해서 물품보관소로 이동중이다. 달리는 내내 거의 해가 뜨지 않아서 달리기에 아주 좋았었는데 결승점을 통과해서 이동하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달리는 동안 비를 맞지 않았지만 나보다 늦게 들어온 주자들은 비를 맞으면 뛰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도 도중에 비가 올까봐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닐봉투를 준비하고 달렸는데 다행이 우리가 뛸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아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우산을 받쳐드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