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쿠알라룸푸르(12.6)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10-1 (쿠알라룸푸르 시내 관광) (2012.6)

남녘하늘 2014. 4. 17. 22:31

2012년 연초에 올해 가능하면 3곳의 해외마라톤 여행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3월달에 일본 쿄토에서 개최되는 쿄토마라톤과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마라톤대회, 그리고 11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뉴욕마라톤에 참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3월에 개최되는 쿄토마라톤은 쿄토에서 열리는 1회 대회였는데 대회신청이 조금 빨리 마감이 되어 대회 조직위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독점 여행사의 여행 상품을 이용해야만 참석할 수 있다고해서 그냥 포기해 버렸다. 쿄토에 당숙이 계셔서 당숙부댁에 방문하면서 대회 참가도 하려고 했던 것인데, 호텔까지 지정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번쩨로 참석하려고 마음 먹었던 곳에 쿠알라룸푸르 마라톤대회이다. 2년전에 쿠알라룸푸르에 왔을 때 대회 진행이 인상적이었고, 코스도 환상적인 것 같아 2년전에 참석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었다. 하지만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참석히지 못해 다음에 꼭 한번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가 2년만에 그 뜻을 이루게 되었다. 이번 여행도 마라톤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어하는 몇 몇 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따로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내가 기획하고 여행계획도 잡고, 자유여행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번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는 연초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대회 참가가 조직위원회에서 신청기간을 정해 놓았던 것보다 빨리 마감이 되어서 다른 여행 준비를 다 끝냈는데 정작 마라톤 참가를 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현지에 있는 후배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보아도 참가자가 많아서 더 이상 받아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행기 표까지 이미 구입해 놓았는데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국내에 있는 마라톤여행사에 접촉을 했더니 자신들이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에 한국선수를 보내려고 접촉을 하고 있었는데 참가자가 없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이 담당자에게 부탁해서 처리를 부탁했더니 특별히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받아주겠다고 한다. 결국 참가 대행 수수료를 지급하고 대회에 참석하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도 대회에 참가하지도 못하면서 쿠알라룸푸르를 여행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말도 못하고 몇 주를 끙끙 앓았다.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이 떠나게 된 이번 쿠알라룸프르 마라톤여행,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6명, 여행삼아 가는 사람이 3명. 출발하는 목적을 다르지만 여행을 떠나는 것은 항상 즐겁다. 나 역시 이번 여행은 관광의 개념보다는 마라톤 참가에 더 큰 목적이 있었고, 함께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미 가 보았던 관광지를 다시 한번 다녀오는 일정을 잡았다, 다만 말레카에는 가 보지 않아서 이번 여행에 말레카 관광을 포함시켰다.

 

일행들과 출발하기 앞서 인천공항에서...

 

 

 

 

 

6시간 반의 비행을 거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인천공항을 설계한 사람이 설계를 했다고 들었는데 인천공항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공항이다. 말레이시아는 회교 국가라서 공항에서도 히잡을 두른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도 따듯한 날씨였지만 이곳에 도착하니 훨씬 더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마라톤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들기도 하지만 기록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온 것이기 때문에 마라톤과 여행을 즐기기로 편하게 마음 먹었다.    

 

 

 

 

일행중 일부는 마중나온 후배의 차로 출발하고 나머지 일행은 고속철을 이용해서 호텔로 이동했다. 이곳 지리를 내가 잘 알고 있는지라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내로 이동중.

 

 

 

이번 여행의 숙소는 쿠알라룸푸르 중심에 있는 비지니스 호텔을 정했다. 대회장까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호텔로 전반적인 시설면에서는 허접했지만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에는 만족할 만했다. 휴양차 온 여행이라면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조금 더 괜찮은 곳으로 정했겠지만 이번 여행은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도 별로 없었고, 대회장에서 가까웠던 것을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 정했는데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일행들이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쿠알라룸푸르 여행 2일차. 첫날은 숙소에 도착해서 짐만 풀고 끝났으니 실질적인 여행 첫날이다. 오늘 첫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왕궁 (Malaysian Royal Palace)이다. 이스타나 네가라(Istana Negara)라고도 부르며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잘란 이스타나(Jalan Istana)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110,000m²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국가로서 현재까지 왕이 존재하는데, 현 말레이시아 국왕이 살고 있는 왕궁이다. 말레이시아의 왕은 여타 국가의 왕과는 달리 임기제다. 각 주마다 주의 왕인 술탄이 있고, 이들이 5년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국왕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교체된 국왕이 머무르는 곳이 바로 이 왕궁, 이스타나 네가라다.    

 

 

 

 

 

일반인들의 왕궁 내부로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관광객들은 외부에서 왕궁 정원의 넓고 푸른 잔디와 금빛으로 빛나는 궁전의 돔을 구경할 수 있었다. 국가 기념일이나 국가 차원의 행사가 있을 때는 행사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는데 단지 왕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관광객이 북적대는 인기 관광지라고 한다. 근위병 교대식 정도는 볼 수 있다는데 시간을 맞춰야만 가능한 것 같았고, 보초를 서고 있는 사람들과 사진 촬영은 허락하고 있어 사진 한장을 찍고 왔다. 왕궁이 시내 중심가에 있다가 작년말에 이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도시 역사가 150여년에 불과하지만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인도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큰 힌두사원이 있는 바투동굴(Batu Caves)이 있다. 바투동굴은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작은 산에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2년전에도 나는 이미 구경했지만 나와 함께 온 일행들은 모두 처음인지라 이곳을 포함시켰다. 이슬람교가 주류를 이루는 국가의 수도에서 힌두사원이 가장 인기있는 관광코스란 점이 재미있는데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이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투동굴은 인도에서 건너온 힌두교도들이 세운 힌두교도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이후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열리는 축제인 타이푸삼으로 인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     

 

 

동굴 입구에는 50m 높이의 거대한 금빛 조형물이 있어 멀리서도 바투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황금입상은 힌두교 최고 신중의 하나인 시바의 둘째 아들로 힘, 전쟁, 파괴를 관장하는 무루간라고 한다. 하지만 파괴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없고 온화하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바투 동굴(Batu Caves)은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인도계의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이 열리는 곳이다. 1892년부터 시작되 역사가 100년이 훨씬 넘었다고 하며, 신성한 달을 의미하는 '타이'와 보름달이 뜨는 때를 의미하는 '푸삼'의 합성어가 타이푸삼이다. 최근에 여행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축제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고행을 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각인되었던 타이푸삼 축제였다. 사원의 입구에서 종유동굴 내 사원으로 이어지는 272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의 숫자는 불교의 108번뇌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272라는 숫자는 힌두교 교리에서 인간이 태어나 지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의 숫자라고 한다. 

 

 

 

계단을 오르면 동굴 입구가 나온다.  입구를 조금 지나치면 광장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넓은 동굴과 공간이 있다. 천장까지 높이가 100m에 이르는 거대한 석회암 동굴로, 입구에 도착하니 낙수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물방울이 끊임없이 아래도 떨어져 아직까지 진행중인 석회암 동굴임을 알 수 있고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바투 동굴 내의 중앙동굴은 길이 400m,  높이 100m로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규모가 컸다.  동굴 내부 곳곳에 세워진 힌두신의 형상과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가 화려한 장식처럼 늘어서 있다.  

 

 

 

 

동굴광장을 지나 계단을 다시 오르면 또다른 동굴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천장이 뻥 뚫려 있어 윗쪽에서 빛이 바로 내려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시 힌두교와 관련된 예배단 등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고, 참배를 하고 있는 신자들이 꽤 많았다. 바투동굴에 특이한 점중 하나는 야생 원숭이들이 떼지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듯 오히려 길목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철저하게 자기 영역이 있는 듯했다. 녀석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나 음료수를 받어먹는 것을 넘어 오히려 어린아이나 여자들이 먹을 것을 들고 있으면 빼앗으려고 덤비기도 한다.

 

 

 

 

 

무루간 상 뒷쪽으로 동굴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되는데, 이 계단은 3파트로 나눠져 있다. 왼쪽부터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과거의 계단은 지었던 죄에 대한 용서를 빌고, 현재,미래의 계단을 통해 앞으로 지을 수 있는 죄를 경계하라는 의미란다. 계단은 모두 272개로 각 계단마다 숫자가 새겨져 있고 경사가 조금 급한 편이였다.  

 

 

 

주차장에서 바투동굴로 이동하는 중간에 코코넛 열매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한 개당 3링깃이었는데 우리 돈으로 천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이곳도 관광지인지라 시내 과일가게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비싸게 팔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 음료수를 사먹는 것보다는 낳을 것 같아 사 먹었는데 더운 날씨탓에 이것 역시 미지근하니 시원한 맛이 없었다

 

 

 

 

 

 

바투 동굴을 구경하고 나서 주석공장으로 이동했다. 쿠알라룸푸르라는 도시가 만들어 진 이유가 주석을 생산하기 위해서 였는데 이곳 로얄 셀랑고르 공장은 전 세계 최고규모의 주석공장이라고 한다. 1885년에 중국인인 '용쿤'이란 사람이 설립되었다고 하니 벌써 1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공장 입구에는  높이 2m에 이루는 대형 주석머그컵이 있다. 무게는 1.6톤으로 이것 역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주석머그컵이라고 한다. 창립 100주년 기념을 제작된 것이라고...  

 

 

 

 


공장입구에는 주석의 제조공정과 회사의 역사들을 소개해주는 가이드가 있어 무료로 수고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한국어 가이드가 없어 영어가이드가 따라 붙었다. 평소에는 한국어 가이드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단체여행을 가서 면세점을 들렀을 때 인도해온 사람에게 가이드 수수료를 주기 위해서 번호표를 붙이라고 하는 것처럼 해서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구경만 하고 물건은 사지 않아면 되니 내가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다. 주석은 인류가 광석에서 '납'다음으로 분리해낸 금속으로 독성이 없어 사용용도가 점점 많이지고 있다고 한다.   

 

 

 


주석은 부드러워 가공하기도 쉽지만, 상처나 흠집이 나기 쉬워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직접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드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고, 주석을 녹여 틀에 부어서 모형을 제작하는 광경도 보여 주었다. 공장이 전시관에 붙어 있었는데 평일이 아닌 주말이어서 일하는 직원들을 볼 수가 없었다.  

 

 

 

 

주석제품을 살 수 있는 기념품점이 끝으로 연결되어 있다. 컵이나 주전자세트 등을 비롯해서 각종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일부 기념품은 박물관에 소장되는 유물처럼 보여질만큼 잘 만들어져 있었고 가격 또한 엄청나게 비쌌다. 조그마한 펜던트로 5만원이 넘었고 어지가한 물품은 20-30만원을 넘는 것이 많았다. 주석의 주요 생산지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싼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고가정책을 펴고 있는듯한 느낌이...  

 

 

 

 

 주석공장을 나와서 푸트라 자야(PUTRA JAYA)로 이동했다. 말레이시아의 신행정도시인 푸트라 자야(PUTRA  JAYA)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25km 남쪽에 위치해 차량으로 40여분 걸리며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행정도시로 도시내에 있는 호수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설계하여 만들었다. 마하티르 전 수상의 제창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개발에 착수해 20년이 넘었으며 아직도 도시를 건설중에 있다. 먼저 지난번 푸트라 자야(PUTRA JAYA)를 와 본 경험으로 푸트라 자야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컨벤션 센터부터 찾았다.

 

 

 

 

 

 이곳에 있는 컨벤션 센터에서는 지난번 방문때와 마찬가지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년전에는 다단계 회사의 행사였는데 오늘은 미용전문학교의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 강당이 준비되어 있지 않는 학교라서 졸업식을 이곳을 빌려서 진행하는듯했다. 넓은 공간에 올 때마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곳 방문이 허전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시간을 내어서 컨벤션 센터 앞쪽에 있는 다리와 호수를 방문해 보았다. 푸트르 자야가 추구하는 도시 이미지는 전원도시와 정보도시를 혼합한 스마트 도시라고 한다. 전체 도시면적의 40%를 녹지공간으로 배치했으며, 친환경적인 도시의 모범사례로 개발하고자 했다고 하며, 60만평의 인공호수와 인공습지를 만들었다고...   엄청난 규모의 호수다. 2년전에 방문했을 때에도 느꼈던 생각이지만 아직까지도 푸트라 자야에 대한 내 생각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쿠알라룸푸르와 25km 정도 밖에 안 떨어졌으니 공무원들이 아직 이주를 하지 않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보여지며, 더불어 주거단지가 활성화 되지 않으니 상업지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듯 했다. 주말인데 도심이 비어 있었고, 2년전에 비해서는 사람이 조금 늘어 났다는 느낌이지만... 푸트라 자야(PUTRA JAYA)의 성공여부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존재하고 있고 진행형이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컨벤션 센터 내부와는 달리 바로 컨벤션 센터 앞에는 더운 날씨와 주거지역이 아니어서인지 산책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진으로만 본다면 엄청나게 잘 꾸며진 공원인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