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쿠알라룸푸르(12.6)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10-6 (말라카 1) (2012.6)

남녘하늘 2014. 4. 27. 19:16

 

이번 마라톤여행을 인솔하면서 나도 가보지 않은 곳을 한곳은 가 봐야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여행지가 말라카이다. 나에게도 처음이지만 나와 함게 말레이시아 마라톤 여행을 온 사람들도 한번은 가 볼만한 곳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말라카는 1402년부터 1511년까지 번영한 말라카왕국의 수도였다. '말라카'의 표기는 다양하여 영어식 표기로는 "Mallaca"이나 현지에서는 "Melaka"로 표기하며 발음은 '믈라카'가 된다.  약 580년 전에 Sumatra에서 유배 온 왕자(Parameswaha)가 한 어촌에 피난처를 발견하고 그가 앉아있던 말라카 나무의 이름을 따서 말라카로 명명하고는 그 자리에 도시를 건설하도록 명했다. 이후 말라카는 동과 서를 잊는 중요한 무역중심지로 발전해서 가까운  이웃나라뿐만 아니라 남미와 유럽에서 유입된 금, 비단, 차, 담배, 향수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물품들이 말라카에서 교환되는등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2시간 조금 넘게 이동하면 말라카가 나온다. 이 길을 끝까지 가면 싱가포르가 나온다는 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의 상태는 좋은 편이였다.

 

 

 

 

말라카로 이동중 말레이시아의 휴게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굳이 휴게소를 갈 필요가 없었음에도 조금 규모가 있어 보이는 휴게소를 방문했다. 역시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말레이시아인지라 휴게소도 아주 큼직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각종 편의시설과 더불어 회교국가답게 휴게소에도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휴게소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의 노점상처럼 열대 과일을 파는 상인이 있어 열대과일도 구입했다. 더운 기후를 견디는 방법 중 하나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는 열대 과일의 가격은 우리나라 물가 기준으로 본다면 행복한 쇼핑을 만들만큼 저렴하다. 

 

 

 

 

 

상점에서 반쯤 얼려 놓은 물도 구입했다. 오늘도 아침부터 후덥지근하게 더운 공기가 낮이 되면 엄청 더운 날씨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곳 휴게소도 천정을 엄청 높게 만들어 에어컨 없이도 자연스럽게 더위를 피할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어제 엄청 아팠던 발은 하루밤을 지나 약간의 통증은 남아 있으나 한결 상태가 좋아졌다. 오늘 걷는 것이 힘들어지면 어쩌나하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어제 사용했던 지팡이가 없어도 될만큼 회복이 되었다. 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회복이 빨랐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일행이 타고 관광을 했던 차량. 어제 마라톤을 하는 날을 제외하곤 이 차를 렌트해서 다녔다. 한국인 기사가 가이드를 겸해서 안내를 해 주었는데 서비스 정신이 꽝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고, 지갑을 열게 하려면 최선을 다해 주어야 했는데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니라 많이 부족했다. 첫날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았고 또 다음날 마라톤 대회를 위해서 관광을 빨리 끝내서 몰랐는데 오늘 말라카 관광에서는 실망을 많이 시켰다. 그러면 우리도 그에 상응한 대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흔한 사진 한장 같이 찍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느낌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던 말라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톨 게이트의 모습.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니었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톨 게이트를 나와서 바로 왼편에 있었던 말라카 나비 및 파충류 공원 (Malacca Butterfly & Reptile Sanctuary). 굳이 이런 곳을 방문할 생각이 없었는데 기사겸 가이드가 한번 둘러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줄 알고 방문했던 곳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 말라카 관광은 6시에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말라카에서 저녁까지 먹고 9시 넘어서 천천히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미리 예약을 했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6시까지 관광을 끝내야 했다면 서울대공원의 파충류관보다도 못한 이런 곳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비와 뱀같은 것에 관심있는 나이는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싸지도 않은 입장료에 열대지방의 휘귀한 나비 표본을 본 것 이외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간을 허비했다. 이때까지는 6시까지만 가이드한다는 내용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뱀과 파충류는 서울대공원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비표본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에서는 정말 다양하고 예쁜 나비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하는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아마 우리 가이드가 이곳에서 판매되는 수익의 일정부분을 리턴받기 위해 추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수가 없다. 조경은 잘 해 놓았던 것 같으나 열대지방 어디를 가든지 볼 수 있는 모습일 뿐이다.      

 

 

 

 

 

나비와 파충류 뿐만 아니라 공작새도 있었고 입구에서 본 잉꼬를 비롯한 열대에 서식하는 조류와 평소에 보기 힘든 전갈까지 구경한 것이 전부였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물품과 도구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전시수준이 높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에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나비실험실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주 시간이 많은 여행자이거나 이런 파충류와 조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찾아갈만한 곳이겠지만 관광을 왔던 나에게는 정말로 시간이 아까운 곳이였다.       

 

 

 


나비공원을 조금 지나쳐가니 도로에 'SELAMAT DATANG KE MELAKE' 이라고 쓰여진 타워가 있었다. 말레이시아 말로 '말레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말이다.     

 

 


나비 공원을 출발해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아주 오래전 포르투갈의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포르투칼 마을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아주 조용한 바닷가 마을로 말레이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서해처럼 물이 맑지는 않았고, 너무 사람이 없어 이곳에 관광지인지 의구심이 갈 정도였다. 바닷가가 아닌 포르투칼인 후손들이 모여서 사는 마을쪽에는 포르투칼식 생활양식,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식당가도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곳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저녁무렵에는 석양을 즐기러 사람들이 찾아온다고는 한다.    

 

 

 

 

 

포르투칼 광장앞에 덩그러니 지어진 '리스본 호텔'은 외관은 그럴듯 해보이고 호텔이라고 되어 있지만, 중간에 공사를 중지한 듯한 느낌의 썰렁한 모습으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서 말레이시아 말레카 해협의 바다를 보았다는 것 이외에 감흥이 없다. 매년 12월경에는 이 곳에 집과 거리에 형형색색의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축제가 열릴다고 하는데, 우리가 시기를 잘못 잡은 것 같다.     

 

 

 

 

말라카 구 시가지로 이동하던 중 부킷 챠이나(Bukit China)언덕 기슭에는 명나라의 장군 정화를 위해 지은 삼포콩 사원(Sam Po Kong Temple)을 방문했다. 1405년부터 거대한 선단을 이끌고 인도양을 탐험했던 정화(鄭和)의 원정이후 말라카의 술탄이었던 만수르 샤(Mansur Shah)는 명 황제의 딸 항리포(Hang Li Poh)를 왕비로 맞았다고 한다.  항리포가 500명의 시녀를 데리고 이 언덕 위에 살게 된 이후로 이곳을 중국인 언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이기때문에 이 절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또 사원 뒷쪽에 있는 역사적인 장소인 Bukit Cina(중국인 언덕)를 방문하지만 우리는 중국인 공동묘지를 방문할 필요성이 느끼지 못해 사원만 구경하고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말레이시아에 와서 처음 들러본 사원이였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다. 중국을 다니면서 보았던 여느 사원과 다름없었고, 이곳에서도 향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어 매웠다. 사원 한켠에는 술탄의 우물(Sultan’s Well)이라고 부리는 항리포우물이 있는데 엄청난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이곳을 방문한 중국사람들도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있기에 나도 그들 틈에 끼어서 개인적인 소망을 빌어 보았다.    

 

 

 

 

 

15세기 작은 왕국 말라카는 무역을 하는 국가를 상대로 세계적인 항구로 성장했다. 말라카 사람들은 해상 교역 활동에 관련된 '말라카법'을 만들어 교역 기반을 다졌으며, 앞다퉈 이슬람교로 개종해 멀리서 온 아랍 상인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말라카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건국 백여년 만인 1511년 포르투갈에 의해 망하게 되었고, 100년이 넘도록 포르투칼의 지배를 받았다. 그 다음에는 동인도회사를 앞세운 네덜란드가 200년을 넘게, 그 이후에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게다가 근세에는 일본까지 이 곳을 넘봤었다. 1957년 말레이시아가  독립할 때까지 말라카는 유난히도 다른 나라에 휘둘려 온 지역이였다. 

 

그래서 지금도 그 흔적이 말라카 도시 곳곳에, 그리고 사람들의 문화에 남아있다. 중국색 짙은 사원과 거리, 이국적인 음식, 이슬람 사원, 서양의 교회나 성당, 마치 세계 문명의 축소판처럼 느껴질만큼 다양한 색채를 간직한 말라카는 2008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말라카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우선 차를 타고 구 시가지를 한번 둘러보고 나서 차에서 내려 존커 스트리를 중심으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먼저 방문하곳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고 하는 쳉훈텡 사원( Cheng Hoon Teng Temple)이다. 전형적인 중국 사원으로 이곳 역시 1646년에 명나라 장수 정화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하다. 말레이시아의 가장 오래된 중국 사원인데 모든 재료들은 중국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말레이 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할 무렵 지어진 사원인 셈이다.     

 

 

 

 

 

이 사원에도 들어가는 입구에 향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특유의 향냄새가 진동한다. 중국사원이나 절에는 왜 이렇게 향을 많이 피우는지 알수가 없다. 질 좋은 향냄새가 아니라 머리가 아픈 향냄새다. 쳉훈텡 사원(Cheng Hoon Teng Temple)으로 부처님을 모시는 사원이 아닌 유교와 도교(조상신)를 숭배하는 사원으로 어민들의 수호신으로 받들어지는 조상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건물 곳곳에는 도자기와 유리 등으로 정밀하게 조각이 되어 있어 중국 사원 특유의 양식미가 돋보인다.      

 

 

 


명나라에서 자재를 배로 운반해 와서 1646년에 완공한 사원으로, 내부에 화려하게 장식된 조각품을 보면 당시에 뛰어난 건축기술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도하는 곳 앞쪽의 양 옆으로는 특이하게 흰색 말 두마리가 서 있었는데 따로 설명을 듣지 못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는 없었다. 1406년 이 곳을 찾은 정화장군을 기념하는 비석도 사원 뒷쪽에 있었고, 특이한 형상의 조각품을 비롯해서 지붕과 기둥에 초기 중국양식의 그림과 조각이 유리도 장식되어 있다. 

 

 

 

 

쳉훈텡 사원(Cheng Hoon Teng Temple)을 나와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1748년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 캄풍 클링 모스크 (kAMPUNG kLING MOSQUE) 가 나온다. 수마트라 양식의 미나렛(첨탑) 하나가 버티고 있는 이 모스크는  힌두 건축양식이 반영돼 있어 말레이시아의 다른 모스크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캄풍 클링 모스크는 처음 지어질 당시 목조 건물이었지만 이후 벽돌로 재건축 되었다고 한다. 이 모스크에도 신도들이 와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객을 따로 통제하지 않아서 모스크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안쪽에 설치되어 있는 손발 씻는 욕탕같은 곳에 들어가서 시원한 물에 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모스크 안쪽  기도실도 천정이 높고 시원해 보여서 들어갈 수 있으면 가보고 싶었지만, 무슬림이 아니면  기도실까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사원 문 앞에서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다. 모스크 안쪽에 있는 장식이 여느 모스크와는 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라카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이곳 '템플 스트리트', 일명 '하모니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지역이었다. 이곳에는 중국, 인도, 이슬람 문화가 비슷한 공간에서 공존한다. 이 템플 스트리트에 있던 쳉훈텡 사원(Cheng Hoon Teng Temple)이 있던 앞쪽에는 다솜 한국식당이라는 반가운 한글간판이 있었는데 시간이 바쁜 우리는 그냥 지나쳤버렸다. 이곳을 구경하면서 하루만에 말라카를 돌아본다는 것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곳 말라카에서 맛볼수 있는 유명한 음식이 치킨 라이스볼이라고 한다. 존커 스트리트에서 치킨라이스볼로 제법 유명하다는 '파모사 치킨라이스 볼 식당(Restoran Famosa Chicken Rice Ball)'을 찾아 갔다. 조금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식사시간에는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맛집이라고 한다.       

 

 

 

 


자리를 잡고 다른 테이블들을 흘낏 보니 접시에 탁구공같이 생긴 하얀 음식이 있었다. 치킨 라이스볼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메뉴판을 보고 치킨 라이스볼과 몇가지 음식을 시켰다. 맥주값이 조금 비싸긴 했는데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캔맥주 몇병도 시겼고... 라이스볼은 그냥 밥으로 만든 것이여서 특별한 맛은 아니였다. 치킨과 함께 먹는다는 것과 특별한 소스와 특별한 향신료의 냄새 정도... 가격은 저렴했지만 명성때문에 한번 먹어본 음식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또 찾아와서 먹을만큼 맛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