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쿠알라룸푸르(12.6)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10-8 (말라카 3) (2012.6)

남녘하늘 2014. 5. 4. 22:38

 

말라카 술탄 팰리스(Sultan's Palace)에서 차가 기다리고 있는 네덜란드 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상당히 예쁜 건물들이 많았다. 대부분 여러 용도의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슐탄 팰리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바람에 다른 곳까지 모두 가볼 수는 없었다. 노란색 첨탑의 첫번째 사진은 1912년 영국 식민시절에 사교 클럽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은 독립선언기념관(Proclamation of Independence Memorial)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말라카에 관광온 사람들이 이 코스를 많이 거쳐가기 때문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다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더운 한낮이 지났음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날씨다. 말라카가 북위 2도에 있으니 적도에서 가까운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다니는 것이 엄청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러 곳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걷지 않을 수 없으니 땀을  흘릴 수 밖에 없다. 중간에 조그마한 공원이 있었는데 커다란 나무 숲이 있어 땀을 식힐 수 있었다. 공원 한켠에는 여러 철도차량과 조그마한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날씨가 워낙 더워 햇빛에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숲에서 땀을 식혔다.      

 

 

 

 

드디어 말라카 여행을 마치고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게 되었다. 가이드겸 운전사의 옆자리에 앉아서 말라카의 많은 곳을 보아서 좋았지만 아쉬움이 많다는 말을 했더니 이 길을 다시 한바퀴 돌아서 한 곳을 더 보여주겠다고 한다. 말라카 시내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서 한 곳을 지나치면 다시 한바퀴를 돌아서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여간 우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떡 하나를 더 얻어먹는 형상이 되었다. 내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해 주었다면 고맙다고 인사를 했을텐데, 억지로 해주는 형상이 되니 도리어 기분이 상한다.    

 

 

 

 

지나쳤던 길을 다시 한바퀴 돌아서 범선모양의 해양 박물관(Maritime Museum)을 왔다. 하지만 들어가려고 하니 매표소에서 관람시간이 5시까지라면서 짧은 시간에 다 볼 것인지를 물어서 입장을 포기했다. 네덜란드 광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해양박물관은 1500년대에 활동했던 포르투칼 상선을 실제 크기를 재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말라카는 지리적인 특성상 해상무역이 발달할 수 밖에 업었고, 교역과 문화교류의 역사적 기록을 보관, 전시하면서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었다. 볼만한 것이 많다고 했는데 이 또한 아쉽다.    

 

 

 

 

 

해양 박물관을 들어가지 못하고 해양박물관 주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가이드가 다시 안내한 것이 말라카의 전망대 메라나 타밍 사리( Menara Taming Sari)다. 비용은 박물관에 가는 것보다 더 들어 갔지만 박물관에 간 것보다 훨씬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롯데월드에 있는 자이로드롭을 닮은 전망대, 메라나 타밍 사리( Menara Taming Sari)다. 높이 110m의 회전식 전망대로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다 올라가면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느낌이 들며, 말라카 시가지와 항구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2008년 4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우리 가이드가 처음부터 이곳을 올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해 마지 못해 시가지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방문해서 오른 곳이다. 이곳을 가 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엄청 억울했을 것 같다.    

 

 

 

 

 

이용료가 성인은 20링깃인데 가격대비 만족도는 그 이상이었다. 짧은 시간에 말레카를 둘러 보느라 단편적인 지식만 담고 갈 뻔 했는데 이곳에 올라가 말레카 전체를 내려다보니 이 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hurch)이 있던 언덕에서 보았던 말레카 시내의 모습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언덕에서 보았던 이 전망대, 메라나 타밍 사리( Menara Taming Sari)의 타워가 그 때는 통신탑인줄 알았었다. 말레카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왔던 탓이다.     

 

 

 

 


메라나 타밍 사리( Menara Taming Sari)의 최대 탑승인원은 66명으로 탑승시간은 7분 가량 된다고 한다. 올라가는데 1분, 내려 오는데 1분, 올라가서 주변경관을 둘러 보는데 5분정도 시간을 준다고 했다. 실내는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어서 오히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원했고, 우리가 탔을 때에는 정원이 차지 않아서 여유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있었다면 조금 눈치가 보였을지도 모른다. 빙글 빙글 돌면서 서서히 올라가는데 고공 공포증만 없으면 주변 경관을 자세히 내려다 볼 수 있어 정말로 좋았던 것 같다.  

 

 

 

 

 

360도 회전식이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방의 정경을 볼 수 있다. 천천히 올라가면서 말라카강과 붉은 지붕 가옥, 세인트 폴 언덕의 옛 유적지들이 파노라마로 보여졌다. 낮은 곳에서는 감을 잡을 수조차 없었던 말라카 시내 모습을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간척지를 메워 조성했다는 해변의 타운 시티도 눈에 들어오고, 조금 전에 들어가려 했으나 시간상 들어가보지 못했던 범선 모양의 해양박물관과 말라카 리버크루즈를 탈 수 있는 선착장도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말라카 바닷가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줄 몰랐다. 처음 말라카에 도착해서 네들란드 마을을 방문했을 때 바닷가를 구경하고는 한참 차를 타고 왔기에 바닷가가 한참 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내가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수심이 낮아져서 항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라카 항구도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멀리 시가지의 모습이 보이는데 높은 건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상부에서의 관람을 마치고 내려 오는 중이다. 정상에서의 체류시간이 좀 더 길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다음에 다시 이곳 말라카에 와서 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올라오게된 전망대인데 높은 산이나 높은 건물이 없는 말라카의 지역특성상 상당히 잘 기획된 관광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우리도 차용해도 괜찮을 듯하다.  

 

 

 

 

 

전망대 메라나 타밍 사리( Menara Taming Sari) 탑승을 끝으로 말라카 여행은 끝났다. 볼 것이 많았지만 보지 못한 것이 많아 더욱 아쉬움이 많았던 말라카에서의 일정이었다. 한나절에 말라카를 둘러 보겠다고 계획을 세웠던 것이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지를 느끼면서 돌아간다. 이번 마라톤 여행을 오면서 일정을 조금 바꾸어서 마지막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고 이곳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서 출국하는 일정을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다음에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에 다시 참석하게 되거나 말레이시아에 오게 된다면 꼭 말라카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보고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말라카에 갈 때처럼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오는 길에도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휴게소 주변에 팜농장이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팜나무에 관심이 많은지라 일부러 팜나무를 구경하려고 아주 가까이 가 보았다. 팜나무는 말레이시아 등 자원부국에서는 이미 중요성을 알고 투자를 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가 세계 팜오일 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팜나무의 열매는 버릴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 묘목 상태에서 3개월을 보호 속에서 자란 뒤, 좀 더 넓은 비닐로 옮겨져 1년 가까이 자라면 농장으로 옮겨 심는다. 팜 나무를 심는데도 원칙은 있다. 팜 나무는 1 헥타아르에 135 그루 이하로 심어야 한다. 한 그루의 팜 나무가 가지를 뻗고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30평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팜 나무는 대략 수령 3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이후 근 25년 동안 열매를 맺으며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한다.  

 

 

 

 

이 휴게소에도 에어컨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천정이 굉장히 높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 휴게소에도 무슬림을 위한 기도 장소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남녀가 구별 되어 있었다. 휴게소에서의 현지인들만 많을 뿐 우리같은 외국인이 잘 방문하지는 않는지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쳐다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잠시 휴식과 현지 체험을 마치고 다시 쿠알라룸푸르를 향해서 이동.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와 조금 늦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에서는 다른 때와는 달리 유달리 중국식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던 것 같다. 말레이식이나 인도식 음식도 먹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킷빈탕의 한 중국식당을 찾아가서 노천에 만들어진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먹게 되었다. 각자 취향대로 음식을 시켰더니 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오늘도 그 많은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고 모두 비웠다. 대단한 식성들이다.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서 음식점 주변의 노점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두리안을 사 먹자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두리안을 사 먹었다.  열대지방 여름철 과일의 왕으로 칭송받는 두리안은 다른 열대과일에 비해서 현지에서도 가격이 비싸서 현지인들도 마음먹고 사 먹지 못하는 과일이라고 한다. 두리안은 지역과 토질, 나무마다 맛과 풍미가 다르다고 하며, 겉모양은 비슷하게 생겼어도 생산지역에 따라 가격차이도 많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지 사람들 이야기이고 여행을 간 우리야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많은 두리안을 사와서 원없이 먹어 보았다. 망고스틴과 람부탄과 함께 두리안이 이 곳을 3대 여름과일이라고 한다.  식당 뒤로 KLCC가 보인다.  

 

 

 

 

다음날 아침. 아직 동트지 않은 시간에 룸메이트였던 문희형과 둘이서 아침 일찍 호텔 주변을 둘러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일찍 나섰다. 우리는 새벽형 인간들이다. 내가 생각해도 체력 하나는 대단하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고도 바로 관광을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쉬지 않고 여행을 했는데 또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겠다고 나섰으니... 이곳 쿠알라룸푸르도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을 위한 식당들도 많이 있었고...     

 

 

 

 

어디를 갈 것인지 목표를 정하지 않고 나섰는데 호텔을 나서서 이리 저리 돌다가 보니 KL타워가 보여서 KL타워를 목표로 한번 가 보기로 했다.  KL타워가를 가기 위해서 어느 도로를 통해서 가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타워가 계속해서 보이니 타워를 보면서 가기로 했다. 오늘 낮에 다른 일행들과 함께 KL타워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지만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오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보기에는 가까와 보였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가까운 곳은 아니였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면서 주변이 밝아지고 거리의 가로등도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날씨는 후덥지근 했지만 이른 아침의 거리는 상쾌했다. 이곳 쿠알라룸푸르도 녹지 공간이 많았고, 소규모의 공원이 많아서 아침 산책을 하기에 참 좋았다는 생각이다.  

 

 

 

 

길을 따라 걷다가 아무런 생각없이 끌리는 듯 걸어들어가고 싶은 좁은 골목이 나왔다. 어짜피 KL타워로 가는 방향이었기에 골목으로 들어 갔더니 붉은 색의 나즈막한 건물이 보이고, 건물 중앙에 시계가 보였다. 첫 느낌에 학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1904년 영국 식민지하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유서 깊은 학교 성 요한 학교(St John's Institution)와 콘벤트 부킷나나스 학교(Convent Bukit Nanas)였다. 학교 앞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학생들을 태워다 주는 부모들의 차량행렬로 도로가 붐볐다. 이곳의 교육열도 보통이 아닌 듯하다.

 

 

 

 

 

 

학교 앞에서 도로가 끊어져 학교에 근무하는 경비원에게 KL타워로 가는 방향을 물으니 온 길을 조금 내려가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로 가라고 알려 주었다. 이 공원이 유명한 부킷 나나스(Bukit Nanas) 공원이었는데 아침에는 알지 못했었다. 부킷나나스 공원(Bukit Nanas)은 파인애플 힐(Pineapple Hill)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쿠알라룸푸르에서 유일하게 야생 열대우림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이어서 입구에는 아무도 없어, 안으로 들어가는 우리를 제재하는 사람도 안내해 줄 사람도 없었다. 경사가 꽤 있는 한적한 공원으로 수목원처럼 큰 키의 나무들이 울창했다. 부지런한 덕분에 아침부터 좋은 구경을 했다.  

 

 

 

 


숲속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긴 계단도 나왔고 소풍와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을만한 공간도 있었고, 간단히 몸을 풀 수 있는 운동기구도 있었다. 숲 사이로 보이는 타워를 확인하며 걷다 보니  KL 타워(Menara Kuala Lumpur, 높이 421m)가 나타난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부킷나나스 공원(Bukit Nanas)을 가로 질러  KL 타워를 바로 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들어온 공원의 후문 쪽이고 지금 나오는 쪽이 정문이었인 모양이다.  KL타워 입구엔 연꽃모양의 작은 분수가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언덕을 올라오니 땀이 흐른다.   

 

 

 

 

낮에 일행들과 다시 KL 타워를 다시 오게 되어 있어 문희형과 사진 몇장만 찍고 바로 내려왔다. 새벽에 일찍 나왔는데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침에 다른 일행을 호텔에서 기다리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올라왔던 성 요한 학교(St John's Institution) 가는 골목을 다시 통과해서 되돌아 왔다. 골목의 흰벽에는 학생들이 그려놓은 낙서가 가득했는데 아주 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이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전에 끝으로 담배를 피우는 장소였는지 담배를 피우다가 우리를 보고 급히 담배를 끄는 학생들이 있었고,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침에 올라갈 때 좋았던 느낌이 내려오면서 반감되어 버렸다.  

 

 

 

 

 

 

(9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