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쿠알라룸푸르(12.6)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10-4 (마라톤 주로 풍경) (2012.6)

남녘하늘 2014. 4. 23. 23:18

 

출발한 이후 이국적인 풍경의 도심을 통과하고 있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똑딱이 디카로는 그 풍광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할수 없이 출발점 이후 이국적인 풍광은 눈 속에 담아 오기로 했다. 그나마 달리다가 번화가를 지나가면서 밝은 불빛이 비추는 곳에 있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응원 나온 사람에게 사진을 한장 부탁했다. 함께 달리는 사람에게는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고, 또 우리처럼 사진을 찍으면서 즐기는 사람을 보지도 못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이지만 날씨가 후덥지근 했고, 뛰다보니 역시 땀이 흐른다. 새벽의 기온은 영상 24도. 서울의 한낮의 날씨보다도 더운 편이다. 그나마 10km를 지날즈음 많은 비는 아니지만 땅을 촉촉히 적실정도의 이슬비가 내려서 체온을 낮춰 주었다. 평소 같으면 달리는 중에 비가 내리면 귀찮음이 밀려 오지만, 날씨가 워낙 더우니 조금 내리는 비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도 날이 밝으려면 한참 남았다. 적도에서 가까운 지역이라고 날이 빨리 밝아질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하지라서 해가 빨리 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이상 늦게 해가 뜬다. 적도쪽은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  

 

 

 

 

 

쿠알라룸푸르 외곽을 돌아 다시 도심의 번화가로 들어오니 응원하는 사람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21km를 넘게 뛰어왔기 때문에 시간도 새벽 6시 30분이 지났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지역인지라 거리에 밴드가 나와서 연주를 하면서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역시 아무도 응원하는 이가 없는 길을 달리는 것보다는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 길을 달리는 것이 훨씬더 즐겁고 편안해진다. 특급호텔과 오피스 빌딩을 비롯해서 높은 건물과 조명이 밝혀져 있는 지역으로 부킷 빈탕이라는 곳을 통과하고 있다.    

 

 

 

 

멀리 동쪽으로부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하게 보이던 건물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앞서 달리는 주자들의 모습도 멀리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뜨면 본격적으로 더위가 더 몰려 오겠지만, 그래도 시야가 넓어지고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더구나 날이 밝아오기 전에 이미 하프 지점을 통과했기 때문에 남은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25km 지점에서는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KLCC빌딩을 배경으로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포인트가 있었다. 7시가 넘어서면서 서서히 날이 많이 밝아졌는데 사진을 찍는 것은 우리 알행뿐이다. 날이 밝아져서 이제 본격적으로 사진을 많이 찍기로 마음먹고 달리기를 즐기기로 한다. 아래 두번째 사진은 26km지점 티티왕사 공원앞에 설치되어 있던 급수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현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더운 나라에서 하는 대회인지라 급수는 충분하게 제공되고 있었다.    

 

 

 

 

 

문희형님과 함께 출발부터 31km 지점까지는 즐겁게 달려 왔다. 문희형과 함께 즐겁게 달려 왔지만 사실은 이미 한참 전부터 왼쪽 발바닥에 미세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는데 그 아픔을 참고 끝까지 가 볼 생각으로 뛰었었다. 항상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디카를 가지고 4시간 언저리의 기록으로 달렸었기 때문에 오늘도 그다지 빨리 달릴 것은 아니였다. 더구나 이번 대회를 위해서 국내에 있을 때 연습을 해 주었기 때문에 아무리 중간에 사진을 찍고 하더라도 오늘은 4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졌다. 문희형과 함께 달릴 수가 없을 것 같아 먼저 가시라고 말하고 나는 이 지점부터 속도를 많이 늦추어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달리다 보니 고가도로 광고판에 기아 자동차 광고판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 기아차 광고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서는 웃고 있지만 실상은 웃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 사진도 찍으면서 4시간 안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가벼운 운동화를 준비했었는데 문제는 신발을 구입한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몇년간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가벼운 신발이 관절에 무리가 갈 것 같아 그동안 신지 않았던 신발이었는데 오래된 신발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것도 나는 잘 몰랐는데 신발 전문가인 문희형님이 나중에 내말을 듣고 내려준 진단의 결과이다. 앞으로 오래된 신발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도 대회때는 신지 않고 산책할 때나 신어야 할 것이다.

 

 

 

 

 

발이 너무 아파서 결국 36km 지점에 있던 메디컬 센터에서 왼쪽 발에 압박붕대를 조치해 달라고 했다. 이제는 발이 아파서 걷는것조차 힘이 든 상태가 되어 버렸다. 중간에 신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신발을 벗고 맨발로 뛰어 보기도 했는데 이미 발바닥에 충격이 많이 간 상태였는지 맨발로 뛰어도 발이 너무 아팠다. 압박붕대를 조치해준 현지 의료진과 환화게 웃고 사진도 찍었지만 사실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태였다. 이제 6km만 더가면 결승점이니 지금까지 달린 것이 아까워서 걸어서라도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36km지점을 통과하고 나서 39km 지점까지 약 3km 구간은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코스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도로는 2차선으로 좁았지만, 아름다운 숲과 잘 꾸며진 조경, 아기자기한 건물등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다. 발이 너무 아파서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 꼭 이 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이 대회에 한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다. 약간의 경사가 있었는데 오르막길은 걷고, 내리막길은 조금씩 달려 주면서 거리를 줄여 나갔다.      

 

 

 

 

 

풍광은 아름다웠지만 1km가 이렇게 멀게 느껴질까를 생각하면서 달렸다. 30km를 달려 오면서 추월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추월 당하면서 부상이 더 심해지지 않고 즐겁게 달리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거리를 줄여 나갔다. 발의 통증은 심했지만, 뼈나 관절의 이상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에 자세 이상으로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최대한 무리를 하지 않으면서 달려 주었다. 속도는 걷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주로가 사진으로 보여지는 것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곳이였다. 후덥지근 했지만 아침이 주는 상쾌함과 햇살 가득한 주로가 힘든 육체의 고통을 경감해 준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거리를 줄여 나갔다. 풀코스 대회에 120번 가까이 참가했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많이 달려본 연륜이 있어 조심 조심하면서 뛰듯 걷듯하면서 결승점을 향해 달린다. 이제 빨리 결승점에 도착해서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매 2km마다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어 날씨가 더워도 수분은 충분히 보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새벽 어둠속에서는 덜 더울때에는 조금 빨리 달리느라 땀을 흘렸고, 후반부에 발이 아파 천천히 뛸때는 날씨가 더워져서 땀을 더 많이 흘렸다. 9시가 넘어 가면서 날씨는 28도를 웃돌기 시작했다. 천천히 달려도 하의까지 땀에 젖기 시작했다. 38km 급수점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제 아무리 발이 아프고 힘들어도 고작 3km만이 남았을 뿐이다. 

 

 

 

 

쿠알라룸푸르 마라톤대회는 부문별로 출발시간을 달리 해 놓았다. 풀코스는 새벽 4시 30분에 출발했고, 하프코스는 6시에 출발하고 10km는 3부문으로 나눠 6시 30분에 출발하는 팀, 7시 15분에 출발하는 팀, 8시에 출발하는 팀이 있고, 5km는 8시 45분에 출발시켜 도착지점은 모두 메르데카 광장으로 모이게 만들어 놓았다. 결국 9시가 넘으면 많은 참가자들이 결승점을 통과해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참가자가 젊은 학생들이 많았고, 가족 참가자들이 많아서 축제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39km지점을 통과하니 갑자기 대회 참가자들이 많아져서 의아했더니 그런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10km 참가자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주로에 주자가 많아지고 응원객들도 많아지니 자연히 기분이 업되었다. 발이 아픈 것도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어서인지 잘 느껴지지 않고 속도를 조금 내어서 뛰어도 뛸만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속도를 내면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고생을 많이 할 것 같아서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속도를 유지해 주었다. 풀코스가 아닌 10km 참가자들과 막판에 함께 뛰었는데 이 부분에 참가자들은 아주 대회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41km 지점 부근으로 이제 1km 남짖 남았다. 완전 도심으로 들어오니 높은 건물도 많고 가로수도 많아서 그늘이 많이 있어 햇빛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조금 시원해져서 달리기가 편하다. 발이 불편한데 구간에 따라서는 도로가 보도블럭처럼 되어 있어서 막판까지 힘들게 만들었다. 발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과 보도블럭 위를 달리는 것이 발이 느끼는 충격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그만큼 발이 많이 아팠고, 많이 민감해졌다. 그래도 이제 1km밖에 남지 않았다. 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기쁠 뿐이다.    

 

 

 

 

 

 멀리 메르데카 광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결승점까지 500m가 남았다. 결승점 근처에서는 10km 이외에 다른 부분에 참가한 참가자들도 합류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선수들이 더욱 많아졌다. 이제 대회에 참가한듯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회는 여러부문의 참가자들이 있어도 풀코스 참가자가 들어올 무렵 대회가 파장분위기가 되는 것이 반해 오히려 풀코스 대회 참가자가 들어올 무렵에 대회분위기가 고조 될 수 있도록 해 놓아 기분이 좋았다. 교통통제에 문제가 덜하다면 이런 것도 한번은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싶다. 응원나온 가족들도 거리에 가득해서 보기도 좋았고, 축제를 즐기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결승점 200m 정도를 남기고 코스별로 들어가는 곳을 구분해 놓고 부분별 선수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풀코스 완주자에 대한 배려를 해 놓은듯 했는데 결승점에 다다르니 풀코스 완주자들은 기념촬영을 해 주고 있었다. 아랫쪽 사진은 대회 주최측에서 찍은 사진으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달리면서 많은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었다. 막판 11km를 매우 힘들게 달려 왔지만 이제 그 끝이 보이고 있다.     

 

 

 

 

4시간 45분 14초의 기록으로 121번째 풀코스를 완주했다. 오늘의 기록이 내가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121번의 기록중 가장 늦게 달린 기록이다. 한국에서 가장 더울때 개최되는 혹서기대회나, 오대산마라톤 대회처럼 산을 오르내리는 대회에서도 이보다 늦게 달린 적이 없었는데 정말로 힘들게 달린 것임에 틀림없다. 31km까지 함께 달렸던 문희형은 3시간 58분에 들어왔으니 11km를 나보다 47분이나 빨리 들어 왔었다. 나는 11km를 오는데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 셈이고 1km에 평균  9분정도가 걸렸으니 걷는 속도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완주를 하니 엄청 기분이 좋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회수차가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달려 온 거리가 아까와서 그만 둘 수도 없었다.  결승점을 배경으로... 그래도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전체 참가자 중에서 절반이나 된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