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13 (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리아 극장 공연 관람) (2012.6)

남녘하늘 2014. 4. 4. 22:37

 

 버스로 이동하면서 보게 되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베드로와 바울)요새. 이곳도 들어 가서 보면 꽤 볼 것이 많다는 곳이지만 우리 일행의 여정에서는 우선 순위에서 벗어나 있어 버스로 스쳐 지나치게 된다. 벌써 몇 번째 지나치고 있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는 네바강의 삼각주에 자리잡고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출발점이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약300년 전인 1703년에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 요새를 구축하면서 러시아 새 수도로 이전의 단초를 만든 역사의 현장이다.

 

 이 요새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성당이다. 이 대성당은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가장 높은 121.8m에 이르는 첨탑을 가지고 있다.  요새 밖으로는 네바강과 다른 한쪽으로는 운하가 만들어져 있는데 유람선을 타고 요새 주변을 한바퀴 돌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인다. 이 요새는 18세기 중반부터 한동안 형무소로 운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요새는 전체적으로는 6각형이며 각각의 모서리는 5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고 대포를 쏠 수 있는 포문이 만들어져 있다. 요새를 둘러싼 두꺼운 벽(높이 12미터,폭4미터)에는 5개의 문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은 1706년부터 약 35년이 걸려  완성됐다고 한다. 6개의 성채 가운데  나리시킨스키 성채에서는 지금도 매일 정오에 시각을 알리는 공포를 쏘고 있다. 성곽 바같쪽 잔디밭에는 6월의 태양아래서 많은 러시아인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남녀 모두 상의는 걸치지 않고 있어, 버스를 타고 지나는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유람선을 타고 가는 관광객들도 모두 쳐다 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토끼섬을 끼고 흐르는 크론베르크 운하에 작은 다리가 있어  이를 통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들어갈 수 있다. 작은 다리 나무 말뚝에 철이른 날씨임에도 아이들이 몰려 나와서 다이빙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아직 물이 제법 싸늘할텐데 역시 개구장이들은 한국이나 러시아나 크게 다를 바 없는가보다.   

 

 

 

순양함 오로라호가 정박해 있는 강 바로 건너편 상트 페테르부르그호텔 옥상에 설치된  삼성광고가  유난히 눈에 띈다. 이 호텔에 있는 베링(БЕРИНГ) 이라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한국 사람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가 워낙 잘 되어 있어 그냥 식당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격이 조금 높아 보였는데, 식단은 인테리어와 맞지 않게 한식이다. 나는 이제 한식도 그만 먹었으면 했는데... 이곳에서 함께 온 일행중 생일을 맞이한 분이 있어서 간단한 생일파티도 했다.   

 

 

 

 

 

 식당에서 설치한 것인지 호텔에서 설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식당 들어가는 입구에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무대 배경사진과 주인공의 사진을 입체로 만들어 놓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오늘 알렉산드리아 극장에서 보게 될 공연도 마침 백조의 호수인데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나 싶다. 사진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이곳에서도 사진 한장을 남긴다. 남들이 보면 극장 입구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에 와서 발레 구경을 한번쯤은 하고 가야겠다는 계획으로 방문한 곳이 알레산드리아 광장 뒷쪽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극장이다. 우리 일행이 70명이 가까이 되는 단체 손님이어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미리 준비를 했지만 티켓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유는 러시아 마피아 때문이었는데, 이들이 지하경제의 주역으로서 러시아의 정, 재계를 장악해가고 있으며 러시아 극장의 티켓 시장도 좌지우지 한다고 한다. 정상가격에 사서 비싸게 판매한다는 말인데, 아직도 그들의 규모는 제대로 파악될 수도 없고 아무도 이들을 건드리지 못한다고 한다. 하여간 힘들게 단체 티켓을 구해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1832년 로시의 설계로 만들어진 이 극장은 러시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드라마 극장 중 하나라고 한다. 현재 외관을 수리 중이었는지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전면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말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처음에 러시아 여행을 계획할 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린스키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한 번쯤은 마린스키에 들러서 공연을 보고 싶어 하지만, 70명 가까이 되는 티켓을 구할수가 없어서 그나마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알렉산드르 극장이었다. 오늘 공연은 '백조의 호수'로 발레의 본 고장에 와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 내부로 들어가면 중앙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TV나 그림에서만 보던 공연장에 처음 들어서 보니 정말 멋지다. 화려한 색상과 밝은 실내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극장에서 어떤 좌석이 가장 로얄석인지 알 수 없으나 제일 앞줄에서 그리고 거의 가운데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중앙에 붉은 색 커튼으로 장식된 엄청 화려하고 큰 방은 옛날 황제와 황실 가족들이 공연을 관람하던 명당중의 명당자리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일 앞자리가 로얄석은 아니더라도 제일 앞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니 무대 높이가 눈과 같아서 배우를 조금 올려다 봐야 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무대 바로 뒷쪽에서 우리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앞자리에 있으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도 코앞에서 볼 수 있었고...  

 

 

 

 

 

 러시아 사람들은 공연예술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고 한다.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던 소련 말기에도 주요 도시의 오페라 하우스만큼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였다니, 러시아 사람들은 공연사랑이 어느정도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공연 시작을 한참 남겨두고 들어갔는데도 이미 공연장이 초만원이었다. 입장료가 저렴한 것도 아닌데...  

 

 공연중에 무식하게 후레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무릅 위에 DSLR 올려 놓고 몇 장면을 촬영했다. 후레쉬를 쓰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하던데, 후레쉬를 쓰지 않았고 제일 앞쪽에 있어 누구에게도 불편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백조의 호수는 그나마 스토리도 알고 있고, 익숙한 음악의 발레여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마린스키 극장을 포함해서 유명 극장들은 겨울철에 되어야 1급 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여름철에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해외 공연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철에 이곳의 극장은 2급 배우들이 남아 공연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1급과 2급의 차이가 얼마나 될 것인가? 열심히 하고 있는 공연을 보았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극장에서 보았으면 됐다. 공연시간이 3시간 가까이 되다보니 중간에 한번 쉬고난 다음에 또 공연을 한다. 열심히 춤을 추는 발레리나들과 관현악단의 연주, 이쪽에 조예가 없어도 감동의 연속이었다.     

 

 

 

 
 발레공연을 보면 발레리나의 섬세한 연기와 표정,몸짓 하나하나에 압도되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는데 내가 하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공연시간이 2시간 30분이나 되다보니 중간에 쉬는시간도 한번 있었다.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하고 강한 흑조 오딜의 뛰어난 연기력과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모두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원작과는 달리 왕자와 공주가 께 죽는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사랑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치고 오데트가 마법에서 풀려나 인간으로 돌아와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이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 일행들의 복장이 가장 자유분방하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점잖은 정장차림으로 왔고, 우리 일행중에도 오늘 관람을 위해 정장을 준비해서 오신 분도 있었다. 여행객이라는 핑계로 관람 매너를 따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한 생각과 쑥스러움이... 공연도 좋았지만 발레의 본고장에서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공연장과 입구 사이에 조그마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었다. 극장 내부의 화려함에 비해서는 다소 소박한 분위기였다. 그다지 실내 장식도 신경쓰지 않았고, 극장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도 조금 좁다는 느낌이다. 오래 전에 지어졌고, 이제 구조적인 수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풍스러운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 일정을 되돌아보니 아침에 여름 궁전을 방문했고 오후에는 에르미타쥬 박물관을 관람했고 또 저녁에 알렉산드리아 극장에서 공연까지 보았으니 엄청난 강행군을 한 셈이다. 덕분에 많은 것을 보았고 눈이 호사를 누렸지만 발은 상대적으로 많이 지쳤다. 사실 나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데로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은 체력에 한계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다음에 계획을 세울 때는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 극장 앞쪽 공원에는 예카테리나 여제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몇 번 보았던 동상이었는데 알렉산르리아 극장 앞쪽에 있는지 미처 몰랐었다. 치마폭 아래에 9명의 젊은 신하(정부?)들 거느리고 있는 예카테리나 여제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다고 했는데 그 앞에 가서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없어 멀리서 사진 한장으로 끝내고 만다. 이제 바삐 호텔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르리아 극장 뒷편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음 건축가 로사의 거리가 있다. 길이 220m , 폭 22m,  건물높이 22m로 러시아풍의 클래식 거리로 옛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스쳐 지나가야만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지나치게 된 이니치코프 다리다. 폰탄카 운하위에 있는 이 다리에는 4마리의 말 동상이 있는데, 네마리의 말 동상 모두 힘이 느껴지는 조각상으로 말 한필당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이 같이 있다. 네마리 말도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시내를 오가며 이 다리를 수 없이 지나쳤는데 자유여행자가 아니어서 한번 내려 볼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움직이는 버스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구도도 맞추지 못했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사진 몇장을 더 찍었다. 네바강변에 있는 쿠루즈 선박의 모습도 담고...     

 

 

 

 

 

 호텔로 돌아오니 시간이 꽤 흘렀다. 이른 시간이었으면 주변 산책이라도 나가 보겠는데 밖은 훤해 보이지만 시간은 이미 11가 넘었다. 결국 호텔 주변에 있던 슈퍼에 가서 러시아산 캔맥주와  안주를 사가지고 와서 한잔하기로 했다. 한국에서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백야, 슈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텔 벽면에 있던 시계를 찍어 보았다. 현재 시간 밤 11 25분, 기온은 16도인데 아직도 훤하다. 밤 1시까지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는데 어두워야 잠을 자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늘 피곤을 달고 살 것 같다.   

 

 

 

 

호텔 앞 전경.

 

 

 

 

 

(1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