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14 (상트 페테르부르크- 아침달리기, 오로라호, 피의 사원 ) (2012.6)

남녘하늘 2014. 4. 6. 21:22

 

모스크바에 이어 상트 페르부르크에서도 아침 달리기를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첫날 아침은 호텔에 와서 잠만 자고 있어 났기 때문에 호텔 주변이 어떤 곳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물론 방향을 정하고 뛰어가면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단순히 달리는 것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상트 페르부르크 내에서 구경하지 못한 곳을 가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행이 어제 하루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을 중심으로 어느 경로로 뛰면 좋겠다는 것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 그 경로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우리 호텔이 있는 곳은 상트 페르부르크의 중심가는 아니고 바실리프스키 섬의 구석쪽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 달리는 코스도 결국 바실리프스키 섬만 달리게 된다.

 

거리를 한번만 봐도 그 거리를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는 뛰어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에, 오늘도 아침 일찍 출발했다. 상트 페르부르크는 모스크바 보다도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백야가 길어 해가 더 늦게 지고, 더 빨리 뜬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100m 앞쪽 사물이 어렴픗이 보일 정도의 어둠이었다. 해뜨는 시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새벽 4시에도 훤하다. 해가 벌써 떠서 호텔 유리창에 비추고 있지만, 출발할 때 시간은 겨우 5시 30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지난번 모스크바에서 달릴 때와는 달리 이곳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아침부터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모스크바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부지런한 듯한 인상이다. 호텔을 출발해서 얼마 뛰지 않았는데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바로 사진을 한장 부탁했다. 새벽임에도 햇살이 따가와서 그늘에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였다. 누가 지금 시간이 새벽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고 하겠는가?    

 

 

 

보행자 인도가 상당히 넓어서 굳이 차가 다니는 도로로 뛸 이유가 없었다. 잘 가꿔진 화단뿐만 아니라 보도에 공원처럼 공간을 만들어 놓고 나무도 많이 심어 놓아서 도시가 전반적으로 녹지 비율이 높았다.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내려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지금은 삶의 질이 높아 보인다. 아침 일찍부터 도로의 비산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또 한번 부지런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참을 뛰어 갔더니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역이 나타났다. 달리기 복장이어서 역사에 들어가는 것이 쑥스러워 역사 안쪽으로 들어 가보지는 못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지하철이 5개 노선이 있다고 하며, 바실리에프스키 섬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3호선이다. 바실리오스트롭스카야 (ВАСИПЕОСТРОВСКАЯ) 역이라고 되어있는데, 바같에서 보이는 지하철역은 외관은 거의 다 콘크리트 건물로 차가운 인상을 주지만 내부는 다르다고 한다. 도시마다 그리고 역마다 테마가 다르며 대부분 화려한 장식으로 화려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한번 쑥스럼움을 무릅쓰고 들어가 볼 걸...    

 

 

 

지하철 역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니 골목 안쪽에 러시아 정교 사원이 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사람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다니는 평범한 사원으로 보였다. 겉보기에는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고... 한참 전에 몰타에 갔을 때에도 겉보기는 별로 화려하지 않았던 사원이 들어가니 황금으로 덮혀 있기는 했으니 겉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관광지가 아닌 일반 정교사원도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아 가 보지 못했다. 



 

역에서 조금 더 지나가면 상트 페테르브르크 국립대학이 있다고 해서 계속 뛰어 갔는데 어느 건물이 대학교인지 알 수가 없다. 거리에 있는 모든 건물들이 중후하고, 멋있어서 특별히 대학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물을 찾지 못했다. 계쇽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면 호텔에서 자꾸 멀어지게 되어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강변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강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려가니 바로 네바강이 나왔고, 강 너머로 이삭 성당이 보인다. 바실리프스키 섬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심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2개(블라고붸쉔스키 다리와 드바드쪼뷔 다리)있는데 그 중간쯤에 이삭성당이 있었다. 시간이 되면 다리를 건너서 이삭성당 앞쪽까지 뛰어 갔다 올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호텔로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백야기간이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해가 벌써 떠 올라 하늘 높이 떠 있다. 서울같으면 아침 10시도 넘었을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실제로는 아침 7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아까 지나쳐온 지하철역 근처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네바강변에는 아침 이른 시간이라 아직 사람이 별로 보이질 않았다. 달리면서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만나지 못해 계속해서 풍경사진만 찍으면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낮시간이면 네바강을 즐기기 위해서 사람들로 붐빌 선창장에도 사람이 없어 썰렁했다. 이곳에서 선창장으로 들어가는 난간에 카메라를 놓고 셀프 타이머를 사용해서 내 사진을 한장 찍었다.  

 

 

 

 

호텔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뛰어 가니 호텔로 갈 때마다 지나쳤던 러시아 미술 아카데미 건물이 보였다. 이곳은 러시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명문 미술학교와 학교의 부속 미술관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유명 화가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가이드가 이곳을 지나가면서 시간에 되면 나중에 한번 들릴지 모른다고해서 사진을 남겨 놓았다. 하지만 나중에 결국 관광 일정상 시간을 내지 못해 지나쳐버린 곳이 되어 버렸다.  

 

 

 

 네바 강변을 한참 달리다 보니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개의 스핑크스 상을 만났다. 상트페테르 부르크가 관광 도시여서 그냥 이집트의 스핑크스 상을 모방해서 가져다 놓은 것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스핑크스 상은 1832년경에 이집트에서 직접 가져 온 것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낮에는 늘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른 아침인데도 강변의 다른 곳과는 달리 사람이 벌써 모여 있었다. 유명 관광지가 맞는가보다.       

 

 

 

 

 시간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한번 건너가보고 싶었던 블라고붸쉔스키 다리. 이 다리를 건너가면 이삭석당이 있는 곳까지 멀지 않았는데, 아침 먹는 시간까지 돌아올 자신이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다른 일행들 눈치채지 않게끔 조용히 달려야 하는데, 나로 인해 일정에 차질을 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제 공연을 보고 오면서 봤던 크루즈 선박이 다리 너머로 보인다. 많은 여행객들이 크루즈를 타고서 이곳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오는듯 하다. 이 다리를 포함해서 네바강에 있는 다리들은 여름철 심야시간에 상판을 들어 올려 여객선과 화물선을 통과시킨다고 한다.    

 

 

 

 

 러시아에 와서 모스크바와 이곳에서 아침 달리기를 각각 한번씩 했는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복장을 보니 많이 뛴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뛰고 있는 사람을 처음 보아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한장 찍었다. 이곳에서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왜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대학교도 있고, 달리기를 하기에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이제부터는 왔던 길을 되집어 가면서 호텔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지도도 없이 초행길이어서 어디가 어딘지는 모른다. 다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호텔이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와 현지인들의 집을 보는 것도 참 즐겨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기 때문에 관광지 이외는 걸어 다니면서 본 것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설명도 듣지 못하고 그나마 이렇게 뛰면서 본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시내를 달리고 있는 전차. 깨끗하고 좋아보이는 것부터 이렇게 낡은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이 전차는 너무 낡았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오래되고 낡은 것도 하나의 관광 상품인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다양한 대중 교통이 있었는데 버스와 지하철을 비롯해서 전차와 트롤리 버스도 있었다. 전차와 트롤리 버스때문에 도로에 전선이 보기 싫을 정도로 많아서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인데, 도시 행정가들은 어떤 생각인지 궁금하다. 잡 쉐어링 때문에 트롤리 버스를 없애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로에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때문에 고풍스러운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건물을 멋있게 찍을 수가 없다. 전차 정류장은 아래 사진에서 처럼 하늘색 표지판으로 표시해 놓았는데 타거나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통과해 버렸다. 생각보다는 전차를 이용하는 주민이 많았다. 속도도 그다지 빠른 편이 아니었는데...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가 300년 전에 늪 위에 만든 계획도시로 200년간 러시아의 수도였다. 도시는 바둑판 모양으로 잘 정비되어 있었고 200년이 넘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했다. 한국에서 얻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정보는 낡은 전차와 거미줄처럼 하늘에 걸린 전차선과 전기줄, 폐차장으로 가야 할 것 같은 낡은 차와 매연 등으로 혼란스럽고 깨끗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본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넓은 도로에 다른 도시와는 달리 도로는 더 깨끗했다. 알고 보니 푸틴 대통령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이어서 이 도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올 때도 뛰어 오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보려는 욕심에 너무 멀리까지 뛰어 가게 되어 돌아올 때는 전차를 타게 되었다. 함께 온 다른 일행들은 계속해서 관광 버스만 타고 다녔는데 나는 아침에 일찍 움직인 덕분에 상트 페테를부르크에 와서 전차도 타게 되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는 중이다. 전차에는 남자 차장이 타서 일일이 계산을 하고 있었다. 사진 한장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무뚝뚝하게 거절해서 열차 안에서 내 사진은 찍지 못하고 내부 사진만 한장 찍었다. 이곳에서도 아직 자본주의의 경험이 부족하고 친절하지 못한 러시아 사람을 보게 된다.    

 

 

 

 전차가 내가 묵었던 호텔 앞까지는 오지 않아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려 다시 호텔까지는 다시 뛰어와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2시간 정도를 뛰어 호텔에 도착하니 7시 30분쯤 되었는데 느낌은 10시도 넘은 듯하다. 조금 일찍 서둘렀기 때문에 바실리에프스키 섬의 반 이상을 모두 달리면서 보고 온 셈이다. 이 파크인이라는 호텔은 오래전에 쁘리받띠스카야 호텔이라고 불렀던 곳으로 공산당원들의 휴양지로 쓰였던 곳이라고 한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후 일행들과 함께 순양함 오로라호를 구경하러 이동했다. 오로라호는 1897년부터 1900년에 걸쳐 건조된 구식 군함으로 연통이 3개있는 짜르의 순양함이라고 한다. 1904년 러일전쟁에 참가하기도 하였는데, 3개월 동안 밤낮 쉬지 않고 달려서 일본 대마도(쓰시마) 앞바다에 당도하였을 때는 엔진과열로 인하여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하였다고 해서 러시아 해군사에는 치욕적인 역사를 기록하게 만든 군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볼세비키 사회주의 혁명의 시작을 알린 사건으로 유명해졌고, 퇴역한 뒤에는 많은 관광객을 맞는 명소가 되었다. 네바강과 네프카강의 분기점에 영구 정박해 있는 이 배의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순양함 오로라호가 정박해 있는 바로 건너편 상트 페테르부르그호텔 옥상에 설치된  삼성광고가  유난히 눈에 띈다.  

 

 

 

 

 오로라호는 1917년 10월 25일 수병들에 의한 선상반란 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의 신호탄을 발사함으로써 로마노프왕조의 제정러시아를 마감시키고 세계 역사를 바꾸게 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함정이다. 1948년 은퇴하여 지금은 페트로프스키야 해안거리가 끝나는 코너인 네프카강 하류 강변에 닻을 네리고 로프에 묶인 기념물로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아직 선상을 오픈하지 않아서 안타깝게 오로라호 함상에는 올라가 보지 못하고 부두에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함상으로 올라가는 문에는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부두 주위에는 해군 모자와 군복 기타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는 오로라호를 한번 둘러 보고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 일행은 오로라 호가 있는 네바강을 출발해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유명한 성당중에 하나인 피의 사원이라 불리는 그리스도부활성당을 찾았다. 피의 사원은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데카브리스트 당원들에 의해 폭탄 테러로 암살 당한 자리에 황제를 추도하기 위해 건축된 성당으로 완벽한 러시아 건축양식이다. 군살이 없는 정말 멋진 건물이다. 빙 돌아가며 둘러보아도 흠잡을데 없이 아름답다. 정식명칭이 그리스도부활성당(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인  피의 성당은 16-17세기 러시아 건축 양식으로 모스크바에 있는 바실리 대성당을  부분적으
로 본땄으며 전체적으로는 러시아 모자이크 양식을 갖춘 성당으로서 세계적 의미를 갖춘 걸작품이라고 한다. 유명화가들이 직접 도안한 모자이크화가 건물내부의 바닥, 벽,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 역시 내부에는 들어갈 볼 시간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러시아 정교회 성당의 둥근 양파머리의 '쿠폴'은 비잔틴 사원의 양식에서 전래된 돔 형식으로서 키예 러시아와 중세 모스크바 러시아 시대를 거치면서 러시아만의 독특한 쿠폴을 만들게 된다. 15세기 비잔틴 제국의 멸망 후, 러시아만이 지상에서 유일한 정교국가가 된다는 모스크바 제3로마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심벌이라고 한다. 또한 이 양파 머리 쿠폴은 지상에서 천상으로 봉헌하는 대지의 촛불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디즈니랜드의 꿈의 궁전 같은 돔식 지붕 모습이 아마 이 성당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황금빛 양파머리 쿠폴과 푸른색, 하얀색, 녹색 등 화려한 색상이 미술적 소양이 부족한 나에게도 감동을 준다.   

 

 

 

 

 피의 사원이라 불리는 그리스도부활성당 옆으로는 그라바예도프 운하가 흐른다. 상트 페테르부그크에는 운하가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 이곳의 운하에도 유람선이 다니는지는 알 수 가 없지만 다른 운하에는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작은 보트와 유람선들이 관광객들을 태우고 다니고 있는 곳에 굉장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으면 다른 일정을 조금 줄이더라고 이 피의 사원 내부를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그간 다녔던 여러 사원들과 비슷하다는 말과,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혼자 입장할 수가 없었다. 귀국해서 피의 사원을 검색해보니 다시 한번 후회스러웠다. 입장해서 보지 않은 것이... 다음에 집사람과 함께 관광하러 올 때를 위해서 남겨 두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레닌그라드 역을 지나 넵스키 대로로 나왔다. 넵스키 대로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중심적인 도로이며, 가장 번화가이면서 역사의 1번지이다. 이 도로에는 카잔 성당과 대형 서점, 최고급 백화점과 호텔, 그리고 박물관 등 많은 유적들이 밀집해 있다. 건물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버스 창 밖을 내다보기 바빴다.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집을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시간도 여건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 중산층 사람들은 집과 함께 다차(일종의 별장 또는 주말농장)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부자들의 다차는 별장역할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다차는 식량을 생산하는 텃밭 역할을 한다. 상추며 호박, 오이 등을 스스로 재배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감자 등을 심어 겨울나기를 준비한다고... 다차는 냉전시대에 우민화 정책의 일환을 러시아 사람들에게 제공되었다고 한다. 볼세비키 혁명 이후 사유 재산을 모두 몰수하면서 불만을 가진 집단을 잠재우기 위하여 일정한 량의 땅을 분배해 주었고, 시간이 많으면 정치에 개입하여 자신들의 정권유지에 문제가 생길까봐 정치에 신경 쓰지 말고 일하라는 정책아래 분양했다고 한다.그런 다차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현지인을 접할 수 없는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그저 버스타고 지나며 보이는 풍광과 기념비. 다차만을 지나쳐 갈 뿐.

 

 

 

 

 

 

 

(1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