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17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바강 ) (2012.6)

남녘하늘 2014. 4. 12. 20:53

 

 이삭성당 관람을 마치고 러시아에서의 남은 일정은 네바강 유람선을 타는 것 하나 뿐이다.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우리 일행은 한번도 시간을 내서 기념품샵에 방문하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시간을 할애해서 기념품상점에 들렀다. 해외여행을 가면 내 자의로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 쇼핑센터를 가는 것은 몰라도, 가이드가 소개하는 기념품점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하면서도 기념품샵에 가지 않도록 통제를 했었는데, 일행중에는 기념품점에 한번 갔으면 하는 사람도 있으니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여행을 하게 된 셈이다. 현지 가이드 입장에서는 기념품점에서의 쇼핑이 자신의 부수입에서 영향을 미치니 데려가고 싶었겠지만, 옵션에 절대로 쇼핑센터를 가지 않는 것으로 계약을 맺어 놓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내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일정이었는데, 소핑센터를 가고 싶어하는 일행도 있는데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친구들을 위해서 한번 눈감아 주기로 했다.

 

 기념품점에 들어가서 한번 둘러보니 내가 사야할 물건도 찾지 못하겠고, 또 가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고가여서 아이쇼핑으로만 끝내고 다른 일행들이 쇼핑을 하는 동안 주변에 둘러보러 밖으로 나왔다. 기념품샵에 있는 것보다 훨씬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에 온 뒤로 봐야 할 곳과 다녀야 할 곳이 너무나 많아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나마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둘러 보았고, 달리기도 하면서 도시를 더 둘러볼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유가 된다면 더 많이 다녀보고 싶었는데 내가 인솔하는 입장이라 내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었다.    

 

 

 

 

 

 

 기념품 샵 바로 앞에는 도로 가운데로 조그마한 숲과 녹지 공간이 있었다.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은 녹지와 숲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추운 동토의 나라에도 공원과 녹지가 곳곳에 있어 부러운 마음이다. 비록 러시아가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넓은 땅과 더불어 앞서간 도시계획으로 이런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보다는 더 앞서 고민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도시내의 녹지 비율이 70%에 달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겨울철이 유난히 길고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러시아에서는 6월은, 나무들이 짧은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더욱 녹색을 띄고 있다. 그 녹음의 나무 길을 걸어 보았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구시가지 건축물의 높이가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구시가지 안의 모든 건물은  5층 이하로 건물들은 서로 가깝게 붙어있음을 볼수 있다. 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건설 당시 일반 건물의 높이를 성당의 높이보다 높게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 더 높게 증축을 허가하지도 않았었고,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재건축에 제한이 되다 보니 높은 건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삭성당의 돔에 오르면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내가 모두 내려다 보인다고 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건물들은 당대 유럽 건축의 총집합체으로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구 시가지를 비롯해서 넵스키 대로를 한번 걸어서 돌아보지 못한 것이 끝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4거리 건널목에 설치 되어 있는 지하보도도 상당히 넓고도 예술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근본적으로 땅이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하상가도 한번 들어가 보았는데 그다지 활성화 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지하에 있는 카페는 바깥쪽에 햇살이 들어 올 수 있도록 꾸며 놓아서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 놓았다. 여유가 된다면 차라도 한잔 마셔보고 싶지만 그것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위도상으로는 상당히 북쪽에 있지만, 대서양의 영향으로 남쪽에 있는 모스크바보다 오히려 온화한 기후를 보인다. 그러나 겨울의 추위는 매서워 1월 평균기온이 -8℃이며 때로는 -40℃까지 내려가기도 한다고 한다. 눈이 덮여 있는 날이
연평균 132일이나 된다고 하니 겨울철을 대비해 이런 지하상가가 활성화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따뜻한 날씨라 지하상가가 활성화 되지 않았을 듯 싶다.  

 

 

 

 

 

 

 네바강 유람선을 타기 위해 에르미타쥬 박물관 근처에 있는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은 네바강 여러 곳에 있는 듯 했다. 러시아 연방 북서쪽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를 흐르는 네바강은 라도가 호수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74km를 흐른 뒤 발트해의 핀란드 만으로 이어진다. 라도가 호수가 워낙 큰 호수여서 강 길이는 74km에 불과하지만 깊이는 6-9m의 깊이로 제법 많은 수량이 흐른다. 12월초에서 이듬해 4월말까지 강이 얼어붙어 유람선을 비롯해 배의 운항이 안되지만, 그 때를 제외하고는 큰 배도 다닐 수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앙을 흘러가면서 강 양쪽으로 수많은 박물관들과 궁전, 성당등을 관망할 수 있다.  

 

 

 

 

 

 

 유람선에 승선하니 테이블마다 보드카와 포도주, 그리고 약간의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다. 유람선 투어에 이것이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여행사에서 따로 준비를 했는지 확인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여행의 끝을 유람선을 타면서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보드카를 마실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가능하면 마시지 않으려고 사양했었는데 이제 여행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기에 유람선에서는 한잔하게 되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긴 겨울동안 추위와 싸우며 보드카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보드카가 수많은 러시아인들을 알코올 중독에 빠트리고 술주정뱅이를 양산하고 있으며 수많은 동사자를 만들어내는 골치덩이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한랭성 라이 보리를 발효시킨 후 증류하면 위스키와 비슷한 붉은색이 도는 독한 술이 나오는데 이 술을 자작나무 숯을 통해 걸러내면 무색, 무취, 무미의 보드카가 된다. 이 보드카는 공항 면세점을 비롯해서 가장 많이 팔리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술이다. 슈퍼에 가보니 슈퍼에도 수백종의 보드카를 판매하고 있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네바강 유람선을 타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되었다. 유럽의 유명한 강들은 강폭이 생각보다는 좁다. 영국의 탬즈강, 프랑스의 세느강, 모스크바의 모스크바강 폭은 한강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 폭은 한강보다는 작지만 다른 유럽도시들의 강폭보다 넓었고 수심도 6-9m로 깊다. 수심이 깊어서 인지 네바강에는 유람선과 화물선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강폭의 넓고 좁음을 떠나서 이렇게 유람선을 띄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우리의 한강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왜 그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강은 시민이나 관광객이 접근하기 힘든 성같은 존재가 되어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본래 습지였던 저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까닭으로 홍수의 피해가 큰데 특히 강한 바람이 강물을 역류시키는 가을철과 해빙하는 봄철에 홍수가 많이 발생했었다. 이에 홍수의 피해를 막고 배수를 돕기 위해 많은 운하를 만들었고, 핀란드 만을 가로지르는 총길이 30여㎞의 둑을 건설했다. 이러한 인공 운하와 천연수로들로 인해 운하의 도시, 물의 도시로 불린다. 네바강에는 정박한 함선를 비롯해서 다양한 선박들이 운항하고 있었다. 소형 모터보트, 유람선, 화물선과 대형 상선까지... 우리가 탄 배 옆으로 결혼한 신혼부부을 태운 배 한척이 지나갔는데 한척을 통채로 빌려서 피로연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멋진 풍광과 더불어 지나치는 배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유람선 2층에서 주변을 둘러 보다가 1층에 있는 선실 내부로 내려 오니 함께 탔던 민속공연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비 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예술성은 떨어져 보였지만 워낙 이런 공연을 자주 했는지 진행은 능수능란하게 했다. 함께 한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은 주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역할은 모두 했다고 본다. 공연중에도 관람객을 불러서 함께 율동을 가르치는 등 공연을 진행했고, 공연을 마치고 나서는 저돌적인 포즈까지 취해가면서 우리 일행과 사진도 찍어 주었다. 물론 팁을 바라면서 하는 행위들이다.  

 

 

 

 

 

 공연을 마치고 다시 배 2층으로 오르니 네바강 연안에 늘어 서 있는 아름다운 역사적 건물들이 계속 이어진다. 누군가가 건물의 이름을 알려 주면서 배경 설명까지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아서, 그냥 스쳐 지나치며 멋있는 풍광만 감상해야 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네바강은 스웨덴과의 북방전쟁을 위해 표토르 대제에 의하여 300년전에 지어진 파블로프스크 요새 건설을 시작으로 하여 러시아 10월 혁명의 상징이었던  오로라 전함의 반란사건 까지를 포함하여 러시아 근대사의 수 많은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역사적인 강이다.   

 

 

 

 

 

 

  네바강을 1시간 넘게 운행을 했는데 다른 배처럼 네바강만 운행하지 않고 운하쪽으로 들어가서 시내 구경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우리가 탄 배는 2층배라서 운하쪽으로 운행할 수가 없는 배였다. 물론 네바강을 돌면서 주변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타고 나서 보니 욕심이 생겼다. 네방강에 있는 다리는 화물선이 들어오는 새벽에는 다른 난간을 들어올려서 화물선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몇 일전 보았던 순양함 오로라호도 보이고...  한참을 같은 풍경을 보다 보니 배타는 시간을 줄여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넵스키 대로를 한번 걸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이제 유람선 관광 시간조차도 끝나가고 있다.

 

 

 

 

 역시 네바강에서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에르미따쥬 박물관과 이삭성당이다. 표트르 대제(재위 1682∼1725)에서 예카테리나 2세(재위 1762∼96)까지의 시기는 러시아의 국력이 가장 왕성한 때였고 서구의 앞선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시기였다고 한다. 이 때에 새롭게 건설된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잇달아 세워졌다고 한다. 세계 3대 미술관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쥬 박물관과  이삭성당 및 수많은 박물관들이 이 강을 중심으로 자리잡고있다. 선착장이 에르미따쥬 박물관 바로 근처에 있었기때문에 다시 유람선이 에르미따쥬 박물관 앞으로 되돌아 왔다. 네바강 유람선 탑승을 끝으로 러시아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이제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해가 길다보니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그림자가 길게 남아 있고 날이 훤하다. 러시아 여행은 겨울도 멋진 공연을 보는등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겠지만 백야가 있는 6월이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닌가싶다.  

 

 

 

 

 

 밤 11시 50분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발를 출발한다. 비행기가 출발한 시간이고 실제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밤 12시가 훨씬 넘은 시간인데 이제서야 노을이 지면서 해가 지려고 한다. 이곳에 도착할 때도 백야를 느꼈지만 떠나면서도 다시 한번 백야를 느끼고 가게 된다. 해가 떨어져도 완전히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슴프레하다가 조금 있으면 다시 해가 뜰 것이다. 여행하기에는 좋은 계절임에 틀림없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한국과 6시간의 시차가 있다. 여행을 마칠 시간이 되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간다.

 

 

 

 

  8일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두 도시를 중심으로 러시아를 알차게 관광하고 귀국하게 되었다. 이 짧은 시간동안 미리 계획을 세우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기에 다른 여행객들보다는 알찬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이라도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몇곳을 더 둘러 보고 싶었는데 여행을 마치는 순간이 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내가 은퇴를 할 무렵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졌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짧은 기간동안 러시아의 아주 한쪽 단편적인 모습만 보았지만 러시아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어서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자신들의 나라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내쇼널리즘이 강한것, 그리고 공산주의 국가 시절부터 있어왔던 여려가지 통제 제도등으로 인해 불편함이 남아 있지만 그대도 대국이란 생각이다. 지금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한참 아래로 보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면 마피아 조직의 탈법, 소매치기나 폭력등 범죄가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어 아직은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광대한 자원, 엄청난 잠재력, 뛰어난 과학기술,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을 볼 때 우리가 러시아에게서 배워야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 국민의 희생 속에서 이루어진 문화 유산이 많기는 하지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유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정말로 조금만 더 주어졌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떠나게 되는데 이는 다음에 다시 들러서 이곳을 둘러 보아야 하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가족과 함께 꼭 다시 한번 방문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