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도쿄마라톤('13.2)

도쿄마라톤 8-4 (대회장 풍경 ) (2013.2)

남녘하늘 2014. 8. 26. 23:18

 

 그랜드 퍼시픽 르 다이바(GRAND PACIFIC LE DAIBA)호텔은 유리카모메 다이바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 일본 후지TV와 아쿠아
시티 건물이 있었다. 파스타 파티를 마치고 호텔에서 나오니 낮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오다이바의 분위기다. 조명이 들어온 레인보우 브리지와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을 다시 보게 된다. 오전에 이곳에서 이미 사진을 찍었지만 조명이 들어온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사진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연인이 함께 와서 사진을 찍은 공간도 있었는데 혼자와서 함께 찍을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찍고 지나칠수밖에...    

 

 

 

 

 

 

 오다이바역에서 유리카모메를 타고 종점인 신바시(新橋)역으로 가고 있다.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 붉은부리갈매기)는 운전사 없이 컴퓨터로 제어되어 운행하는 모노레일로, 신분당선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교통수단이다. 10여년전 처음 오다이바를 와서 신기해 했던 대중교통인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있고 신분당선은 모노레일은 아니지만 무인운행 차량이라는 점에서 같다. 오늘 저녁에 시나가와(品川)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같은 클럽의 선배를 잠시 만나기로 해서 이동중이다.   

 

 

 

 야마노데(山水)라인의 신바시(新橋)역. 시나가와(品川)역으로 가기 위해서 환승했다.

 

 

 

 도쿄에 자주 왔었지만  시나가와(品川)는 처음 와 보았다. 주변에 특별한 관광지가 없어서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선배님을 만날 계획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곳인데 와 보니 이곳도 상당히 번화가였다. 유동인구도 많고 역 주변도 엄청 번화하다. 내일 달리기코스도 역앞쪽은 아니지만  시나가와(品川) 지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한 방문이었기에 다른 곳을 둘러보지 못하고 역에서 가까운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로 바로 이동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 비해서는 상당히 화려하고 깨끗한 호텔이다.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도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묵고 있는 호텔이다. 문희형과 나는 대회 참가와 주변 관광이 중요한 것이고 잠자리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교통이 편한 비지니스 호텔을 이용해서 비용을 절감했고, 여행사를 이용한 사람들은 깨끗한 호텔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평이 나오니 이런 호텔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내 중심가를 이동하기에는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 훨씬 더 편리한 곳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배님을 만나고 필요했던 몇가지 물품을 전달받고 숙소가 있는 이케부쿠로(池垈)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파스타파티에서 충분히 섭취했기에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간단하게 맥주한잔을 하기 위해서 호텔 주변에 있는 선술집을 찾았다. 보통은 대회 전날 술을 마시지 않지만 내일 대회에서 기록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온지라, 부담없이 맥주 한잔씩만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할 수 없는 호기인데 워낙 많이 달려 보아서 이 정도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곳의 분위기를 즐겨보기 위해서였다.   

 

 

 

 

 숙소로 들어와서 내일 아침 달리기 복장을 점검해 보았다. 달리기 복장을 여려가지를 준비해 왔는데 어떤 옷을 입고 달릴지 미리 생각하고 배번도 달아 놓았다. 내일 날씨가 다소 쌀쌀할 것으로 예상되어 어깨걸이 상의만 입고 달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긴팔셔스 위에 나시셔스를 함께 입고 달리기로 했다. 하의는 반바지만 입어도 될 것 같다. 이제 달리기 준비는 모두 끝났다.       

 

 

 

 드디어 대회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이른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도쿄는 도시 자체가 워낙 크니, 작은 중소도시에서 하는 마라톤대회와는 달리 모든 호텔이 마라톤관련 사람들이 숙박하는 것이 아니어서 당연한 일이였다. 어제 저녁에 어디에서 식사를 할 것인지 미리 보아두었던 라멘집에서 아침식사를 라멘으로 대신했다. 일본에 오게 되면 한번씩은 먹게 되는 라멘을 대회날 아침에 먹게 되었다. 어짜피 탄수화물을 보충해야 하는데 라멘으로 아침 식사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 신주쿠(新宿)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가지 않고 지하로 이동하니 정확한 출발장소가 어느쪽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마라톤 참가하러 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면 출발지점으로 갈 수 있었다. 이른 아침 모두가 한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심이고 사무실이 집중해 있는 곳이여서 평소에는 일요일에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일텐데 오늘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도쿄도청 근처에는 벌써 많은 참가자들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 육교 윗쪽에는 대회 참가자와 가족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는 지역이고, 육교 아랫쪽은 대회참가자만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아 생각보다는 쌀쌀했다. 어제 준비한 복장이 다소 춥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춥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출발시간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대회장 이곳 저곳을 둘러 보기로 한다.

 

 

 

 

 

 도쿄마라톤 대회는 세계의 유명한 대회를 벤치마킹 했기 때문에 출발 장소를 중심으로 행사장 안쪽에는 마라톤대회 참가자만을 입장시키고 있었다. 배번호를 확실하게 체크하고, 테러의 위험 때문인지 조금 커 보이는 가방은 일일이 검사를 하고 입장을 시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검문검색이 없는데, 검색을 당해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테러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느낀다. 통일이 되어서 전쟁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난다면 금상첨화일텐데...  일일히 체크를 하다보니 입장하는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도쿄 마라톤은 참가자보다 신청자가 많아서 추첨으로 참가자를 결정한다. 아무리 기록이 좋아도 엘리트 선수급이 아닌 이상 당첨이 되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다. 경쟁율이 10:1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기부를 하면 참가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기부하는 액수는 일반 참가의 10배나 된다. 일반 참가비는 1만엔인데, 기부주자는 10만엔을 내야 한다. 해외 마라토너에게는 정원외로 참가를 허용해서인지 나는 미리 신청을 해 놓았는데 운 좋게 참가 할 수 있었다. 함께 참가한 문희형은 도쿄마라톤대회에 5번 이상 뛰었는데, 일본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기부를 하고 참가하지 않은 이상...   

 

 

 

 

 

 대회장을 돌아 다니다가 생각지도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대회장에서 한글이 쓰여진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개별적으로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갑친구인 박동주를 이곳에서 만났다. 클럽 동료들과 함께 자유여행으로 왔다고 한다. 오늘 대회에 참가자 한국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서 온 사람보다 우리처럼 개별 자유여행으로 참가한 사람이 많은 듯하다. 이제는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 정도는 개별여행을 하는 것이 저렴하고 자유롭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듯하다. 어찌보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어 좀 못하더라도 용기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도쿄마라톤 대회는 나로서는 처음으로 참가해보는 대회이지만 역시 그동안 들었던 명성에 맞게 진행을 잘하고 있었다. 사실 도쿄 마라톤대회의 역사는 일천하다. 2006년에 처음 개최되어 올해가 일곱번째 열리는 대회이다. 일제시대 관련 망언을 많이 해대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  慎太郎) 도쿄도지사가  2006년에 세계의 유명한 대회를 벤치마킹해서 만들 대회가 도쿄마라톤 대회이다. 오랜 준비와 시민과 관공서의 협력하에 대회를 개최해서, 단숨에 세계에서 규모도 크고 유명한 대회로 만들었다. 이 대회의 성공으로 오사카, 나라, 교토, 고베 등 다른 지역에서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그들도 성공적인 대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보니 그 명성이 허튼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왜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는 오래 되었음에도 이런 멋진 대회로 만들지 못하는지 속이 상한다.    

 

 

 

 

 날씨가 쌀쌀해서 가능한한 늦게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물품보관을 하기로 했다. 물품보관만 끝내고 나면 그 다음은 주로로 가서 준비만 하면 되기에 추운날씨에 옷을 늦게 갈아입으려고 한 것이다. 출발지와 도착하는 장소가 다르기때문에 물품은 차량에 직접하게 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 입으면서 발바닥에 밸런스 테이프를 붙이려고 하는데 가위를 가져 오지 않아서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했더니 이곳 저곳 찾아다니면서 결국 가져다 주었다. 다시 한번 친절한 일본사람을 만나보게 된다.  

 

 

 

도쿄 도청 아래에서 달리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대회의 출발장소인 도쿄 도청사이다. 이곳에서 물품을 맡기고 나서 윗쪽을 올라가 도청사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쿄마라톤 대회의 완주 제한시간이 7시간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다. 출발 장소인 이곳도 신주쿠(新宿) 도심의 중심가이지만 주로의 대부분이 도쿄의 중심지역을 통과하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교통통제를 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궁금하다. 일본도 우리만큼이나 교통사정이 좋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결론은 시민의 호응을 끌어내고 지방자치단체가 주관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출발때까지도 날씨가 쌀쌀해 미리 준비해 온 비닐을 옷위에 한번 더 입어 주었다. 출발전까지 입고 있다가 달리면서 몸이 데워지면 벗어 버릴 생각이다. 출발장소로 가보니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복장 위에 두툼한 겉옷이나 방풍비닐등을 걸치고 있었다. 우리보다는 더 추위를 많이 타는 듯하다. 날씨는 조금 쌀쌀하지만 청명했고, 이 정도의 날씨에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달리면 금방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상 4도 정도의 날씨다.

 

 

 

 

 

 출발장소로 이동하니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멀리 스타트 라인에 세어놓은 사각의 구조물이 보이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놓지 않아서 출발할 때나 가 보아야 할 것 같다. 많은 인파 사이로 들어가니 사람 체온으로 인해 쌀쌀함이 많이 누그러진다. 역시 사람의 체온이 대단하다. 국제대회를 표방한 도쿄 마라톤 대회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서양사람도 많이 참가했다. 나도 외국인 참가자이지만 같은 동양인이어서 구별이 되지 않는다.

 

 

 

 

 뒤로 보이는 건물은 아주 오래전에 한번 숙박했던 적이 있는 신주쿠 와싱턴호텔이다. 도쿄도청앞에서 신주쿠 와싱턴 호텔앞까지는 A그룹에서 D그룹까지 주자가 대기하고 있고, 호텔 앞쪽길 양쪽으로 달리기 기록이 조금 늦은 주자들로 구분하여 엄청나게 많은 주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멋진 분위기는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는 느낄 수가 없다. TV 중계로 보더라도 그 현장의 느낌은 직접 참가하지 않고는 느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소 훈련이 부족했더라도 많은 참가자들의 기운과 열정에 감염되어 더 잘 뛸 수 있게 되기도 한다.

 

 

 

 

 해외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각자 개성이 있는 복장으로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번 도쿄 마라톤대회에서도 본인이 즐기면서 함께 참가한 사람, 응원하면서 보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특이한 복장을 하고 참가한 주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속해 있던 C그룹에 한쪽 다리가 없이 보조기구를 하고 참석한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다. 단거리 선수가 보조기구를 하고 하는 것을 TV에서 보기는 했지만 이런 상태로 마라톤에 참석한다고 하니 대단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존경의 마음이다.  

 

 

 

 한국에서 참석한 여성 주자들과 함께.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 주었다.

 

 

 

출발하기 직전 대기 장소에서 찍은 동영상이다. 해외에서 마라톤을 하면 항상 카메라를 들고 뛰기 때문에 이렇게 동영상과 사진을 챙길 수 있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출발하는 그룹은 C그룹이고 사진에 있는 그룹은 우리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는 D그룹이다. 그룹별로 출발하는 사람의 간격을 확실하게 벌려 놓아서 혼잡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데 참가자가 워낙 많다 보니 출발하고 나서 잠시후에 그 간격이 금방 없어져 버렸다. 3만 5천명이라고 하는 숫자가 엄청나다는 것을 뛰면서 내내 느꼈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