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도쿄마라톤('13.2)

도쿄마라톤 8-6 (주로풍경, 결승점 풍경 ) (2013.2)

남녘하늘 2014. 9. 5. 20:38

 

 스미다강(隅田川)을 가로지는 츠쿠다 오오하시(佃大橋)를 건너면 37km 지점이 나온다. 이곳에도 열광적인 응원을 접하게 된다. 강 위에서는 바람이 조금 불어 뛰는 우리도 약간의 한기를 느꼈는데 이곳에서 오랫동안 응원을 하고 있는 시민이나 마라톤대회 스텝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3월달 서울에서 열리는 동아마라톤대회때와 비슷한 환경이라고 보면 되는데 한강 잠실대교 위에서 이처럼 열광적인 응원이나 많은 사람을 본적이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니 부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츠쿠다 오오하시(佃大橋)를 건너면 도요스(豊洲)지역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인공섬지역으로 어제 달렸던 오다미바와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옛날 무인 모노레일인 유리카모메을 타고 도요스(豊洲)역까지 왔던 적이 있었는데, 이곳도 뛰어서 지나치게 된다.  

 

 

 

38km 를 지나고 나서는 함께 달린 문희형이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듯했다. 그동안 함께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면서 왔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달리기를 멈추고 다시 달리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힘이 들면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자체가 힘드어진다. 사진 찍기 위해 멈추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거의 결승점에 다다를 때까지 3km 정도는 사진을 찍지 않고 달리기에만 전념했다. 골인 지점 근처에 도달하니 주자들보다 더욱 많은 몇 배의 사람들이 골인 장면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42km를 지나 남은 195m를 남겨 놓고 찍은 동영상이다. 달리면서 동영상을 찍었더니 화질도 좋지 못하고 많이 흔들려서 썩 좋은 영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승점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찍은 것이다.   

 

 

 

 4시간 26분 15초의 기록으로 123번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함께 달렸던 문희형이 막판에 조금 힘들어해서 속도를 높이지 않았었고, 초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빨리 달리지 못한 것도 기록이 그다지 좋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록을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고 즐기려고 왔기에, 이 대회에 참가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도쿄의 중심도로를 두발로 달려 보았고, 사진도 많이 찍어가면서 응원나온 일본 사람들에게 우리말로 '감사합니다'와 '안녕하세요'를 반복하면서 즐겁게 달렸기 때문이다.

 

 

 

 

 

  결승점을 지나고 나서 바로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승점 뒤에도 동선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참가자를 걷게 해 준다. 달려온 사람들의 근육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효과가 있네. 이후 물품 보관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참가메달과 물 등 기념품등을 차례로 나눠준다. 오늘 대회에서는 1위, 2위, 3위는 모두 마라톤 강국 캐냐가 휩쓸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나온 곳은 음료수를 나눠주는 곳이다. 오랜시간을 달려온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음료수이기에 먼저 지급하는 듯하다. 스포츠 이온음료를 지급했다. 결승점 통과 이후 이곳에는 달린 주자들만 이용할 수 있을 뿐, 응원나온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다. 가족은 한참 뒷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혼잡하지도 않고 주자를 배려한 동선이 참 맘에 든다. 작년 오사카마라톤에 참석했을 때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이런 점은 우리나라 마라톤 관계자들도 한번 배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온 음료수를 받고 나면 엑스포장에서 한장에 1만5천원에 판매하던 마라톤 기념타월을 한장씩 나누어 주었다. 사실 이렇게 큰 수건은 받을 때 뿐 다른때 사용할 수가 없어서 실용성은 거의 없는데 해외마라톤을 갈때마다 받아서 사용하지도 못하고 쌓여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주는 기념품을 안 받을 수도 없고... 언젠가는 수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할듯... 우리집에도 아니들이 어렸을 때에는 수영장에 갔을 때, 꽤 유용하게 썼던 기억이 있기는 하다.  

 

 

 

 

 

 수건을 나눠준 다음으로는 완주메달을 주자들에게 일일이 걸어주고 있었다. 그동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이 풀코스만 하더라도 120번 넘었고, 하프코스나 10km코스 참가한 것까지 따지면 수도 없이 대회에 참가한지라 이제 마라톤 완주 메달을 받으면 비닐 포장을 뜯지도 않고 그냥 메달 모으는 상자에 넣어두곤 한다. 시간이 아주 지난 다음에 한가해졌을 때 메달을 정리할 생각으로 던져두고 있는데, 이렇게 메달을 일일이 목에 걸어주면 어쩔수 없이 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 한장을 남기곤 한다. 메달을 목에 걸어준 자원봉사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도쿄 빅사이트 동쪽 전시관 뒷쪽을 완전히 통제해서 서비스 구역으로 만들어 놓고, 아침에 맡겼던 물품을 찾기전에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만들어 놓았다. 이미 받은 이온음료와 타월, 완주메달과 이외에 빵과 음료 등 간식거리를 담는 비닐백을 다시 나누어 주었다. 빵과 음료, 바나나, 견과류, 물 등 비닐봉투가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점심을 따로 먹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기념품과 여러가지 물품을 받고 나니 도쿄 빅사이트 동쪽 전시관으로 주자를 인도한다. 어제와 오늘 양일간에는 이 빅사이트에서는 박람회 같은 전시행사를 일체 하지 않고 전시관 전체를 마라톤 행사로 활용하는 듯하다. 동쪽 전시관은 아침에 맡긴 개인물품을 찾는 부스와 옷을 갈아 입는 공간과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빅사이트 서쪽 전시관에서 가족과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일산에 있는 킨텍스 정도의 공간을 완전히 주자들을 위해서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물품보관소로 이동하니 보관했던 차량별로 보관장소를 구분해서 정렬해 놓았다. 달리면서도 많이 보였던 자원봉사자가 이곳에도 엄청나게 많이 있었는데 운영상황이 대딘하다. 우선 장소를 넓게 사용하고 있어 찾아가기가 편하게 되어 있었고, 자원봉사자가 주자가 멀리서 가고 있으면 배번을 보고 물품을 찾아서 준비하고 있다가 인계해 주었다. 이곳에 있는 자원봉사자가 달리고 들어온 주자보다도 많아 보이는 듯한 느낌, 더구나 엄청 친절하기까지 했다. 

 

 

 

 

 

 물폼보관소 바로 옆에는 옷을 갈아 입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역시 엄청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텐트 한두동 덜렁 설치해 놓고 있는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와 상당히 비교가 된다. 넓은 공간에서 휴식도 취해주면서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일본 사람 특유의 깨긋함은 이곳에서도 보인다. 이미 우리보다 빨리 들어왔던 주자들이 옷을 갈아 입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탈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 깨끗하게 보였다. 자기에게서 나온 쓰레기는 모두 챙겨가지고 나간 듯했다. 나도 쓰레기를 모두 챙겨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한쪽 공간에 족욕을 할 수 있도록 설비가 되어 있었는데 빨리 목욕을 하러 갈 생각에 족욕은 생략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곳까지는 주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함께 왔던 가족이나 친구들은 물품보관소나 탈의실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접근이 허용된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철저하게 달리는 주자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옷을 갈아 입고 빅사이트 서쪽 전시관 1층으로 내려오니 달리기에 참가하지 못한 가족과 지인들이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치면 되는데 어제 저녁 호텔에서 만난던 선배가 오늘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혹시 이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찾아보았다.   

 

 

 

 

 

 멀리 도쿄까지 달리기 위해서 왔는데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우리 마라톤클럽의 선배 김순옥님을 만났다. 몸이 좋지 않을 때에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고 용기라고 생각한다. 몸이 쉬라는 싸인을 보내는데도 무시하고 달리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까지 와서 달리지 못하는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오래 즐겁게 달리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오늘 함께 달리지 못했지만 다음에 해외 마라톤을 갈 때 함께 가시자고 위로해 드렸다.  

 

 

 

 빅사이트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지하철을 타러 가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안쪽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모두 있었나 보다. 역까지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닌데 역까지 사람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사람들 무리 속으로 들어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답답해진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렸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한곳으로 집중해서 인듯하다.

 

 

 

 물흐르는 것처럼 사람들을 따라가니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대회장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고 이곳에서 따로 할 일정이 없어서 우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비지니스 호텔이었지만 호텔에 따로 대중탕이 있는 호텔이어서 호텔방이 아닌 대중탕에서 목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도쿄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케부쿠로에 있는 이케부쿠로 로약 호텔(Ikebukuro Royal Hotel)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대회장에서 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편리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목욕부터 했다. 호텔에 딸린 목욕탕인데 일요일에 낮시간이어서 이용객이 거의 없어 탕 전체를 우리만 이용할 수 있었다. 시설이 좋은 것은 아니였지만 간단하게 목욕을 하는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호텔의 가장 꼭대기 층에 있어 지하에 있는 것과는 달리 채광도 자연광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아 좋았던 것 같다. 객실에서 했다면 차례를 기다려 한사람씩밖에 할 수 없기에 다른 목욕탕을 찾았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어제 갔다 왔던 오데도 온천을 다시 갔다 오던가...   

 

 

 

 

 도쿄 마라톤대회에 사용했던 스피드 칩. 기록측정에 필요한 것인데 보통 다른 대회에서는 이 칩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대회를 마치면 반납을 해야 하는데 도쿄마라톤 대회에서는 이 칩을 기념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했다. 100번이 넘는 대회에 참가해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다음에 재활용을 할 수는 없겠지만, 달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념품으로서의 효용가치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제조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것을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대회를 마치고 시내를 다니면서 이 칩을 들고 있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대회에 참가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자랑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대회를 마친 다음날 발간된 도쿄신문. 마라톤 관련 기사와 함께 완주자의 기록을 모두 올려 놓았다. 기록은 넷타임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건타임으로 올려 놓아 다소 아쉽다. 어짜피 스피드칩을 통해 정확한 기록을 알 수 있었을텐데, 왜 정확하지 않는 건타임으로 작성했는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전체 인원의 기록과 함께 이런 신문을 만드는 자체가 신선하다. 신문에 내 기록은 넷타임인 4시간 26분 15초이 아닌 건타임인 4시간 30분 29초로 게제되어 있다. 

 

 

 

 

 호텔 근처에 있는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 했는데 특별한 식당을 찾지 못해서 그냥 분위기가 괜찮은 이자카야(居酒屋)를 찾아 왔다. 시원한 생맥주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신선한 회를 놓고 오늘 열심히 달린 내자신을 축하해 주었다. 우리 뒤쪽에 앉아 있는 서양친구도 우리 일행을 보더니 도쿄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는지를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신도 뛰었다고 하면서 오늘 기념으로 받은 스피드칩을 꺼내들고 함께 즐거워한다. 달리기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쉽게 말을 걸수 있고,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호텔로 돌아가기에는 다소 아쉬워서, 마라톤 출발지였던 도쿄도청을 다시 찾았다. 1991년에 이전한 도쿄도청은 도쿄의 랜드마크중의 하나로 지상 45층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도청 전망대에는 여러번 와 보았지만 이곳에서 야경을 본 적이 없어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도청 전망대를 다시 찾은 것이다. 이곳 전망대는 밤 11시까지 개방하고 있고, 입장료도 무료이다. 도쿄 시내에 있는 모리타워나 스카이트리, 도쿄타워 등등 다른 전망대들은 모두 입장료를 받는다. 물론 입장료는 낸 곳은 더 높이 올라가서 야경을 멀리까지 볼 수 있겠지만... 지하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2020년 하계올림픽을 도쿄에서 유치하자는 각종 포스터 등이 게시되어 있었다.

 

 

 

 

 

 높은 건물을 위주로 오늘 낮에 뛰었던 코스를 한번 복원해 보았다. 밝은 곳은 도로나 건물이고, 어두운 곳은 왕궁이나 공원 또는 신사같은 공간으로 보여진다. 멀리 도쿄 타워도 보이고, 스카이 트리도 보인다. 결국 도쿄 타워와 스카이 트리 사이에 있는 도로를 뛰어서 오다이바까지 간 것이다. 이밖에도 신주쿠 파크타워, 도쿄 오페라 시티타워, 신주쿠 스미토모 빌딩, 신주쿠 미쓰이 빌딩, 도쿄돔, 고치 타워 등이 보이는데, 주요 건물을 표시해 둔 안내판이 있다. 여기서는 도쿄의 많은 부분을 조망할 수 있다. 낮에 오면 반대편에서 후지산도 조망할 수 있다.  

 

 

 

 

 

45층 내에는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념품점이 함께 입점해 있다. 규모도 크고 잘 꾸며 놓았는데 기념품의 가격은 착하지 않네. 굳이 이곳에서 기념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전망대 안쪽의 조명이 너무 밝아서 야경 사진 찍기가 많이 불편했다. 

 

 

 

 도쿄도청을 찾아 올 때 이곳을 찾지 못하고 헤메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여학생들. 초행길에 밤이어서 방향감각을 잃은 듯했다. 마침 우리도 가려고 했던 도쿄도청 전망대를 간다고 해서 함께 왔었다. 일본에서 여행온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일본이나 중국 사람과는 차이가 있어 멀리서 보아도 구분이 가능한 것 같다. 그만큼 세련 되었다고 해야 하나. 여학생들도 처음 보았을 때 한국사람인줄 알고 우리말로 물어 보았었다. 학생때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많이 다녀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