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도쿄마라톤('13.2)

도쿄마라톤 8-8 (도쿄시내관광 2 ) (2013.2)

남녘하늘 2014. 9. 10. 22:23

 

 

 롯본기 힐스를 관람하고 나서  그간 시간을 내지 못해 가보지 못했던 에비스가든프레이스(恵比寿ガーデンプレイス)를 가 보기로 했다. 젊은 여행자들은 많이 찾는 곳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곳 역시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에비스가든프레이스는 에비스역(恵比寿駅)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전용 스카이워크(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어 접근하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일본에서는 자동보도를 '우고쿠호도우(動く歩道)'라고 한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여서 스카이 워크를 바로 찾지 못했다가 외관을 보니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찾아가게 되었다. 

 

 

 

 


 에비스 가든 프레이스는 삿포로 맥주의 에비스 공장 부지를 재개발로 탄생한 복합시설단지로 유럽풍의 건물과 운치 있는 정원이 있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다. 스카이 워크에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가 시작된다. 아직 오전 시간이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후나 저녁이 되면 엄청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보였다. 광장 옆으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미츠코시(三越) 백화점도 있었다.   

 

 

 

 

 커다란 아치형 유리천장이 설치된  에비스가든 플레이스 중앙광장이다. 높은 건물 하나 없이 확 트여진 공간이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이다. 이곳에 유명 조각가들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의자도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중앙광장 오른쪽 편에 가든 풀레이스타워 38층과 39층 식당가에 가면 레스토랑에서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이곳보다 훨씬 높은 도쿄도청 전망대와 모리 전망대에서 시내 구경을 충분히 했기에 더이상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주변을 돌아 보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에비스가든 플레이스 중앙광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성처럼 보이는 곳은 유명 프랑스 레스토랑이라고 하는데 우아와 장식과 최고급 프랑스 요리를 선보인다고 한다. 일본에서 보는 유럽풍의 건물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주변에 쉬어 갈 수있는 공간과 화단을 잘 가꾸어 놓아서 참 보기 좋고, 사진을 찍기에도 좋았었다.    

 

 

 

 

 

  일본에는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다양한 맥주 브랜드가 있고, 일본 맥주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어 많이 알려져 있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사히맥주를 가끔 마셨지만 에비스맥주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곳 에비스가든 프레이스에는 에비스맥주 박물관이 있었다. 워낙 많은 종류의 맥주가 생산되는 일본이어서 에비스맥주도 많은 브랜드 중에 하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내가 잘 몰랐던 모양이다. 에비스맥주는 독일식 맥주를 표방하는 일본 맥주 브랜드로 메이지 23년(1890 년)부터 시판되었고, 보리와 홉, 물 외에는 어떠한 원료도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독일 법률인 '맥주 순수령'을 따른 맥아 100% 함유 맥주라고 한다.   

 

 

 

 

 에비스가든 플레이스에 위치한 에비스맥주 기념관(恵比寿麦酒 記念館)은 삿포로 맥주 본사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에비스맥주는 제 2차 세계 대전 후 생산이 중지되었다가 1971년에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색의 캔과 병색깔에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에비스맥주 기념관에는 에비스맥주의 역사와 세계 맥주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었다. 기념실, 미술관, 맥주연구실, 기념품 상점 뿐만 아니라 시음 라운지, 소규모 바 등도 함께 구비되어 있어 평소 맥주를 좋아한다면 한번 둘러봐도 괜찮은 곳이다.   

 

 

 

 '에비스'는 일본의 민간신앙에 등장하는 칠복신가운데 한 명으로, 오른손에는 낚시대를,왼손에는 도미를 들고있는 상업의 수호신을 말한다. 특히, 에비스는 일본의 삿포로맥주의 상품명중 하나인데,1887년 이곳에 맥주공장을차린 사장이 에비스신을 신앙으로 받들고있던 터라 맥주이름도 에비스로 붙이게되었다고 한다. 작년 돗토리 여행을 갔을 때에 구라요시(倉吉)에 있는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郡) 거리를 갔을 때에도 거리에서 자주 보았던 복신이다.   

 

 

 

 

 박물관에서 우리는 처음에 구리로 만들어진 맥아즙(麥兒汁) 발효솥을 보았다. 맥아 가루에 호프를 더해 발표시키는 솥으로, 맥주의 쌉쌀한 맛과 향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다음에는 삿포로 맥주에서 생산된 병이 시대순으로 진열되어 있다. 100년이 넘은 에비스 맥주의 여러가지를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유료 투어를 신청하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데 그 정도로 맥주의 역사가 궁금한 것은 아니어서 그냥 전시되어 있는 광고의 변천사, 공장의 변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맥주 기념관에 왔는데 시원한 맥주 한 잔 안 마시고 가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에비스 맥주기념관에는 다양한 에비스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시음장도 운영되고 있었다. 주문해서 마실 수 있는 맥주의 종류도 몇가지가 되었고, 간단한 안주류도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 가는데 낮술을 할 수가 없어 정말로 아쉽지만 맥주시음을 생략했다. 나 때문에 함께 간 문희형님도 마시지 못하게 되어서 미안하다. 다음에 여유를 가지고 저녁시간에 와서 꼭 한번 마셔봐야 할 것 같다. 귀국하는 날만 아니었어도 시도했을텐데 하여간 아쉽다. 시음코너 옆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샵도 자리하고 있었다.    

 

 

 

 

 

 맥주기념관을 나와 다시 이곳을 올 때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스카이 워크를 타고 오면서 보니 중간중간에 에비스맥주와 삿포르맥주, 가든 플레이스 홍보물이 가득 붙어 있었다. 아마 이 스카이 워크를 에비스가든 플레이스 개발을 하면서 만들어 기부체납을 하고, 그 조건중에 특정기업 광고를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니면 광고게제 우선권을 부여 받아 광고료를 지급하면서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짧지 않는 구간을 오면서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놓아 특색이 있었던 것 같다. 

 

 

 

 

 

 오로지 점심을 먹기 위해서 신주쿠(新宿)로 돌아 왔다. 이번 마라톤 여행은 오늘 점심식사를 끝으로 모두 마치게 된다. 신주쿠역(新宿駅)은 게이오, 오다큐, 세이부 등 교외로 나가는 전철의 시발역이 있는 곳이면서 JR 전철과 도쿄 지하철 등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의 중심지이다. 신주쿠역 동쪽은 대형 백화점과 레스토랑, 바 등이 늘어서 있는 쇼핑가여서 잠시 백화점도 온김에 한번 둘러 보았다. 신주쿠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신주쿠역(新宿駅)은 너무 커서 주변 지리를 익히기에 너무 힘들다. 지리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내가 신주쿠에 올때마다 헷갈린다. 역 주변 뒷골목에 들어서니 온통 빠찐코와 슬롯 머신이 있는 오락실이 가득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일본풍의 식당을 찾다가 들어 간곳에 미타세이멘쇼(三田製麵所)라는 츠케멘(つけ麺) 전문점이었다. 면과 육수가 따로나오고, 면을 스프에 찍어 먹는 라멘을 츠케멘이라고 한다. 스프가 적어 이걸로 면을 다먹을 수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스프맛이 진하게 나오고 의외로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었다.  돈코츠처럼 느끼하지도 않고 쇼유라멘처럼 짜지도 않고 적절한 맛의 상당히 괜찮았다. 이곳에서 양을 보통, 中, 大 중에서 고를수 있는데 면의 양에 상관 없이 가격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大로 주문했는데 양이 너무나 많이 나왔다. 잘 모르고 시키는 바람에 남기지 않고 먹느라 상당히 고생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았다. 이제 도쿄마라톤에 와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가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너무 열심히 돌아 다녔더니 귀국 수속을 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부득히 지정좌석제로 운영되는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京成 スカイライナ)를 타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빨리 편하게 갈 수 있으니 여행을 마치면서 조금 호사를 부려도 괜찮을 듯 싶다. 비싼 요금 때문인지 다른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열차내에 승객은 많지 않았다. 덕분에 쾌적하게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공항으로 오는 도중에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지진의 진동을 느껴 보았다. 공항으로 가던중 열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급기야 역이 아닌데 멈처서 버렸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중간에 열차가 멈출 일이 없을텐데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때 열차 안에서 그 진동을 느꼈다. 조금 있다 승무원이 지진발생으로 인해 열차가 멈쳐 섰다고 안내 방송을 했다. 일본을 여러번 왔음에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 다행이 더 이상의 진동은 없었고, 멈쳐 섰던 열차는 다시 공항으로 출발했다.  

 

 

 

 도쿄를 갈 때와 마찬가지고 올때도 문희형과는 떨어져서 따로따로 와야 했다. 나는 항공권을 일찍 구해서 유나이티드 항공을 탔는데 문희형은 할인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대한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내가 문희형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야 해서 열차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져야 했다. 끝까지 서비스를 해 드렸어야 했는데...  중간에 지진으로 열차가 멈쳐 서지만 않았어도 시간을 내서 형님 수속을 밟아주고 올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내가 먼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어짜피 자주 뵐 것이라서...  

 

 

 

 

 

 오랫만에 이용한 유나이티드 항공.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도쿄를 다녀 오게 되었다.  

 

 

 

 이번 도쿄 마라톤대회는 나로서는 작년 7월부터 참가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함께 참가한 문희형은 미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함께 가자고 하니 바로 가겠다고 해서 잡혀진 마라톤 여행이었다. 혼자 갔으면 재미가 없었을 여행이 형이 함께 해 주신 덕분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즐거움을 가지고 돌아왔다. 특히 이번 여행은 마라톤 대회와 관련된 행사에 집중적으로 참석해 봄으로서 도쿄마라톤 진행 전반에 관해서 알아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직 개최된지 10년도 되지 않는 도쿄마라톤이 어떻게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똑똑히 느끼고 돌아왔다. 작년에 오사카 마라톤 대회를 갔을 때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지만, 이번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대회를 한번 치르지 못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 제대로 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니 자꾸 마라톤 인구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참 아쉽다. 주최측이 너무 상업적으로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과 함께 제대로 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짧은 3박 4일의 여정이었지만 참 알뜰하게 보내고 돌아왔다는 느낌이다. 미리 여행준비를 했던 관계로 비용도 그다지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여행사를 통해서 간 단체여행의 경비의 절반으로도 훨씬 더 알차게 보내게 온 듯하다. 앞으로도 여건이 된다면 몇 년에 한번씩이라도 도쿄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서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면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어떤 대회에 가더라도 이처럼 열광적인 환영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도쿄마라톤에 참석하게 된다면 그 때는 혼자서 올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한번 더 왔으면 하는 생각이다. 즐거운 추억을 많이 얻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