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도쿄마라톤('13.2)

도쿄마라톤 8-5 (주로풍경 ) (2013.2)

남녘하늘 2014. 9. 2. 23:11

 

 9시에 휠체어 레이스가 먼저 출발하고, 이어서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고 나서 9시 10분이 조금 지나서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출발점에 주자들이 많아서 춥지 않았고, 달리다 벗는 것이 귀찮을 것 같아 입고 있던 비닐옷은 출발전에 벗어버렸다. 이번 도쿄마라톤은 대회 참가 인원이 3만 6천명이라고 대회 주최측에서 발표했다. 나도 그 숫자중에 하나인데, 엄청난 숫자의 주자들이 물 흐르듯이 도쿄도청 앞을 빠져 나간다. 모두 대회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디카를 들고 나도 대열에서 함께 출발한다. 

 

 

 

 이번에도 출발지점의 동영상을 찍어보았다. 참가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동영상을 찍을 공간이 나오지 않아 억지로 찍은 영상이다. 동영상은 많이 찍어보지 않아서 실력도 형편 없고...  분위기를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이번 도쿄마라톤 대회의 코스는 도쿄도청을 출발해서 이이다바시(飯田橋)를 거쳐 일본왕이 살고 있는 고쿄(皇居) 앞을 통과하고 히비야(日比谷). 시나가와(品川), 긴자(銀座)를 지나게 된다. 도쿄 내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를 모두 뛰는 셈이다. 니혼바시(日本橋)와 아사쿠사 가미나리몬(淺草雷門), 어시장으로 유명한 스키지(築地)와 도요스(豊洲)를 거쳐 최종 목적지가 도쿄 빅사이트로 들어가게 된다. 도쿄의 주요 거점들을 모두 거치도록 설계되어 있으면서, 신기록 달성에 도움이 되는 다소 내리막길이다.     

 

 

 

 

 출발장소에서 조금 벗어나니 왕복 8차선 도로를 모두 통제하고 달리기 되어 있었다. 완벽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 길을 달리니 기분이 좋다. 이번 2013 도쿄 마라톤에서는 스마트폰용 코스안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마라톤에 출전한 사람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주자가 현재 어느 코스를 달리고 있는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신발에 매달아 놓은 스피드 칩으로 어플리케이션과 통신하며 현재의 GPS위치를 송신해 주고, 기록정보 시간 거리 등의 정보를 전달해 준다고 한다. 이런 류의 IT는 우리나라가 더 앞장 서 있을텐데 왜 이런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주자나 가족 모두가 좋아할 텐데...  

 

 

 

 

 

 처음부터 기록에 대한 욕심없이 도쿄마라톤 대회에 한번 참가하고 싶어서 왔기에 주변의 주자들과 보조를 맞추며 물흐르듯이 달렸는데, 기록에 욕심이 있었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속도를 높일 수가 없었다. 발끝에 부딪히는 게 마라토너들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추월하지도 못하고 함께 달려야한다. 출발한지 5km 남짖 지났지만 여전히 열광적인 응원을 해주는 도로변의 인파에 한껏 들뜬 기분이다. 전반적으로 평탄한 도심지는 여유있게 달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주로 양 옆으로는 계속적으로 빌딩이 이어진다. 

 

 

 

 

 빌딩 숲 사이를 뛰어 오다가 8km 지점 근처에 오니 주변으로 공원과 나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일본 왕이 살고 있다는 고쿄(皇居)였다. 어제 차를 타고 주로답사를 하면서 지났던 곳인데 이 길을 뛰어서 지나게 된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왕은 정치에 직접 상관을 하지 않는 상징적인 존재기는 하지만, 아직도 일본인들이 신(神)보다 더 받들고 있다고 들었다. 도쿠가와 가문이 265년간 살았던 에도성으로, 쿄토에서 옮겨와 황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다. 주변 한바퀴를 돌면 5km 남짖 된다고 하니 다음에 도쿄를 방문하게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한바퀴 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날씨가 쌀쌀했던지라 땀이 많이 흐르지 않아서인지 고쿄(皇居)를 조금 지나서 처음으로 화장실을 다녀오게 되었다. 화장실이 주로 바로 옆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로에서 100여m이상 떨어진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한참을 들어가야 했다.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달리면서 살펴보니 다른 곳에 있는 화장실도 주로에서 상당히 떨어져 설치해 놓았다. 주자가 조금 걷더라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않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려고 한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화장실을 이렇게 멀리 설치해 놓으면 아마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한줄서기는 기본.

 

 

 

 

 고쿄(皇居)가 있는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니 풀코스와 10km 참가자의 주로를 분리하여 알려주는 알림판이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히비야(日比谷) 공원이 나오는데 그 공원이 10km의 결승점이다. 도로를 나누어서 10km 참가자들은 우측 차선을 이용하게 안내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풀코스 참가자만 뛰고 있어 나눌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부터 1차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 주자들과 마주치는 곳인데 아직은 선두주자가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겨우 10km를 왔는데 벌써 선두주자가 돌아 온다면 10km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주조지(増上寺) 앞에 오니 선두주자가 지나간다. 7km 이상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선두가 지나갈 때 박수는 쳐 주었지만 기록욕심이 없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만 케냐 선수들이 와서 상금을 타가는줄 알았더니, 도쿄마라톤에서도 마라톤의 강국 케냐 선수들이 선두권을 휩쓸고 있었다. 주조지(増上寺) 앞에서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주로에 사람은 많고 각도가 나오지 않아 반환점을 돌아 오면서 타워를 배경으로 찍기로 했다.  

 

 

 

 1차 반환점이 있는 15.4km 지점이다. 어제 저녁에 잠시 들렀던 시나가와(品川)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물 흐르듯이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오다 보니 15km를 왔는데도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제 1/3를 조금 넘게 뛰었고 2/3정도만 남아 있다. 반환점에는 나중에 달리기를 포기한 주자를 위한 회수차의 용도인지 모르겠으나 대형 버스가 맞은편에서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서 있었다.

 

 

 

 

 

 

 출발하기 전 도쿄도청 앞에서도 주자들이 다양한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있어 볼거리가 많았는데, 뛰면서 보니 훨씬 더 많은 주자들이 다양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수퍼맨이나 아이언맨은 수도 없이 많았고, 도라이몽이나 만화의 주인공 복장을 한 사람, 또 호랑이 곰 등의 동물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본인은 맨몸으로 뛰는 것보다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본인의 철학적 가치나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복장을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달리면서 가장 독특했던 것은 예수의 복장으로 십자가를 짊어진 맨발의 러너였다. 십자가의 무게도 상당해 보였는데 저 상태로 풀코스 완주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정말로 대단하다. 문희형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드렸다.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주조지(増上寺) 앞에서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도쿄타워를 배경을 사진을 한장 남겼다. 아까 반대편 차선으로 갈때는 각도가 나오지 않아서 찍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가능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디카로 찍은 사진과 별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뛰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마라톤대회에서 우리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 나는 여전히 똑딱이 디카를 들고 뛰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달리기를 멈추면 리듬이 깨져서 다시 달리기 힘들기는 하지만, 그것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즐거운 행위라고 보면 즐겁다.   

 

 

 

 

 다시 달려서 20km 지점에 왔을 때 반대편 차선은 대략 10.5km 지점이다. 반대편 주로에는 풀코스 주자들이 이미 다 지나가 버렸는지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벌써 청소를 하면서 오고 있었다. 사용한 종이컵도 깨끗하게 분리 수거를 해 놓았고, 각종 물품들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물품 수거차량과 청소차량이 함께 움직이면서 달리고 난 뒤의 흔적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오고 있었다. 도로가 너무나 깨끗하다. 달리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워야 할 점은 배워야 하는데...  

 

 

 

 

 

 1차 반환점을 돌아와 21km 지점부터는 일본 최고의 중심 번화가인 긴자 (銀座) 거리를 뛰게 된다. 번화가에 들어오니 응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났다. 대회 주최측에서는 오늘 연도에 나온 응원인파가 200만명이었다고 하는데 그 숫자는 믿을 수가 없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응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달리는 주자는 더 힘이 난다. 단순히 응원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급수대의 중간 중간에 먹거리를 가지고 나와서 나눠주고 있었다. 대회 주최측에서는 급수대와 함께 각종 먹거리도 충분하게 지원하고 있었다.  

 

 

 

 

 

 24km 지점에서 함께 달렸던 문희형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잠시 화장실을 다녀 오겠다고 해서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화장실은 다른 화장실과 달리 주로에서 가까이 있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 옆에 임시 화장실을 설치하느라 그랬던 모양이다. 함께 온 문희형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았던 듯하다. 다른 때와는 달리 많이 힘들어 했다. 다행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서는 체력을 회복하고 남은 구간은 처음 마음먹었던 속도를 유지했다. 힘들면 쉬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28km 지점에 아사쿠사 가미나리몬(浅草 雷門)이 나타났다. 멀리서부터 밴드의 음악소리가 커지고 사람이 많아져서 특별한 장소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아사쿠사(浅草)였다. 아사쿠사는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쯤 되는 곳으로, 현대적인 모습으로 가득한 도쿄에서 전통적인 색깔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이곳도 몇 번 다녀가 보았지만 이렇게 대로를 달려서 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붉은 초롱이 달려있는 문을 지나쳐 가면 센소지(浅草寺)라는 절이 있는데 오늘은 달리기를 해야 하니 가 볼수는 없다.  

 

 

 

 

 역시 도쿄 최고의 관광지 답게 아사쿠사 가미나리몬(淺草 雷門) 앞에는 응원을 하고 있는 사람의 규모와 각종 행사내용이 주로의 다른 곳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곳은 오늘 달리는 주자들도 통과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도쿄를 관광하러온 많은 관광객도 방문하는 곳이라 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 놓은 듯 했다.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머물면서 그 이벤트를 즐겨 보았다. 2020년 올림픽을 도쿄에 유치하자는 프랜카드도 설치해 놓았다.  

 

 

 

 

 높이 634m 지상 전파탑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스카이트리도 지나게 된다. 2012년 5월에 완공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도쿄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와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스카이트리가 생기기 전에는 도쿄하면 도쿄타워가 떠올랐는데 이제는 스카이트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파탑, 레스토랑,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는데 다음에 왔을 때는 도쿄 야경을 보기 위해서 한번 올라봐야 할 것 같다. 달리면서 별 생각을 다하면서 뛴다.    

 

 

 

 

2차 반환점인 을 지나쳐 오면 긴자(銀座) 입구까지 6Km를 다시 반대편으로 뛰어 오는 주자들과 만나게 된다. 긴자 입구에서  아사쿠사(淺草)까지 올 때는 나보다 빨리 달린 주자들을 보면서 왔지만, 이제 반대편 주로에 있는 사람들은 나보다 늦게 달리는 주자들이니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편해진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다. 눈을 돌려 주변의 번화한 건물을 보니 이렇게 도로를 완벽하게 막아 놓고 긴자의 대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행운이라는 느낌이다. 열광적인 응원도 감사하다. 

 

 

 

 

 

 

 음악과 무용, 기예가 어우러진 일본의 전통연극으로 400년 전 에도(江戶)시대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서민 예술인 가부키를 공연하는 긴자(銀座)의 가부키좌(歌舞伎座:가부키 전용극장)도 지나치게 된다. 10여년 전에 이곳에 와서 공연을 보았었는데, 뛰다가 가부키좌(歌舞伎座)를 지나치게 되니 반갑다. 역시 단편적을 알고 있던 도시의 모습이 두발로 뛰면서 복원하게 되니 대략적인 그림이 머릿 속에서 그려진다.  

 

 

 

 가부키좌(歌舞伎座)에도 조금 더 뛰어가니 한참 오래전에 어시장으로 유명한 스키지(築地)시장을 왔을 때 절의 외관이 특이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경했었던 스키지 혼간지(築地本願寺)도 나타났다. 마라톤의 대략적인 코스만 알고 왔었는데, 이미 한번 방문했던 장소를 지나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스키지(築地)시장이 긴자(銀座)에서 이렇게 가까운지도 모르고 있었다.

 

 

 

 달리는 주로 중간 중간에 이렇게 자율적으로 나와서 응원을 해주는 거리의 응원단도 굉장히 많았다. 이런 자율응원단 이외에도 대회 주최측에서 코스 주변으로 10곳이 넘게 이벤트 무대를 마련해 놓았다. 밴드가 연주를 하고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전통 공연도 하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주자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와 흥을 돋우는 이벤트 장치들을 여러 곳에 배치해 놓았다. 우리나라 대회에 가면 달랑 한두곳이나 운영하는 이벤트 무대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런 점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제 긴자(銀座) 지역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도쿄의 도심지역을 벗어나고 있다. 육교 뒤로 보이는 다리는 츠쿠다오오하시(佃大橋)라는 다리인데 긴자(銀座)와 도요스(豊洲)를 잇는 스미다강(隅田川)에 있는 다리다. 스미다강(隅田川) 도쿄의 동부 도쿄만과 도쿄의 북부 사이로 흐르는 도쿄의 가장 중요한 수로로, 여름철에 이곳에서 불꽃놀이가 열려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4차선 도로를 뛰다가 다리에서 폭이 좁아져 다시 주로에 사람이 복잡해지고 있다.  

 

 

 

 

스미다강(隅田川)에 있는 츠쿠다오오하시(佃大橋)의 중간에 36km 지점 표시판이 있었다. 도쿄마라톤 코스는 거의 평지를 뛰는데 그중에서 낮은 오르막이 두번 있었는데 츠쿠다오오하시(佃大橋)를 오르는 것이 첫번째 오르막이었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 오르는 것이어서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도심을 달리다 유명한 스미다강(隅田川)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남은 거리는 5km 남짖. 참가자들이 많아서인지 결승점에 가까이 왔음에도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다리 위에도 사람들이 올라와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