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뉴욕마라톤('14.11)

뉴욕마라톤 13-10 (맨하탄 구경 - 센트럴 파크) (2014.11)

남녘하늘 2017. 1. 16. 00:26

 

 뉴욕 도착 다음날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마라톤 엑스포 행사장에 들렀다가 센트럴 파크에 다녀올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방문계획을 취소했었던 공원을 드디어 와 보게 되었다. 지난번 보스턴 마라톤에 참석했을 때에도 단체로 움직이느라 지나쳐 버려서 다음에 뉴욕을 방문하게 되면 제일 우선순위를 두고 방문할 마음을 먹었던 곳이 센트럴 파크이다. 어제 뉴욕마라톤 대회의 결승점이 이곳이었기에 뛰어서 지나쳤지만 공원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지 못한채 그냥 주로를 따라서 갔기에 아쉬움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드디어 센트럴 파크를 찾아 왔다.  

 

 

 

 
센트럴 파크의 동남쪽 입구에 있는 그랜드 아미 플라자(Grand Army Plaza)를 통해서 센트럴 파크에 입장했다. 공원에 들어와서 공원 우측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공원을 둘러 보기로 했다. 아미 플라자 쪽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니 바로 센트럴 파크 동물원(Central park Zoo)이 있다. 동물원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동물보다는 공원의 정취를 느끼고 싶기에 그냥 지나쳤다. 밖에서 동물원을 지나가면서 보니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인지라 아이들이 많이 입장해 있다. 동물원도 열대우림, 북극 등 지역별로 나뉘어져 100여종의 동물이 있다고 한다.   

 

 

 

 

 

 동물원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공원이 시작되었다. 센트럴 파크는 바위로 된 맨하탄 섬 안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공원으로, 면적은 여의도보다 조금 더 큰 약 1백만평 규모이다. 파크 안에는 재클린 호수를 비롯한 7개의 호수와 야구장 등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남북으로 길이가 4km, 폭이 800m나 된다. 공원은 건축가 및 조경계획가들의 계획하에 1858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완공하는데 1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여러 사람들이 공원을 훼손하거나 개발하지 않고 잘 유지해 온 덕분에 1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자연친화 적인 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뉴욕 맨하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유명한 장소가 된 것이다.

 

 

 

 

 

 이스트 드라이브(East Drive)를 벗어나 센트럴 파크의 중심에 있는 직선의 가로수길인 더 몰(The Mall)로 이동했다. 단풍의 절정기가 지나가 버려서 이미 낙엽이 떨어진 나무도 많이 있었고, 아직 단풍이 물들어 있는 나무도 있었는데 울창한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주변 풍광이 좋고 도로 폭도 넓고 볼 것이 많이 있으니 센트럴 파크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만 본다면 대도시 속에 있는 공원이 아니라 커다란 산 근처 입구에 있는 숲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공원 남쪽에 조성된 더 물에는 문인들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조각상들이 길 양 옆으로 쭉 늘어서 있었다. 미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의 동상을 비롯해서 세익스피어, 베토벤 등 수많은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미국인들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의 동상도 있었는데, 졸업식장에서 자주 듣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작사·편곡한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 동상도 있었다. 로버트 번스가 모습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로버트 번스의 동상이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영국이나 스코트랜드에 있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한때 우리나라 국가로 올드랭사인의 곡이 쓰여지기도 했었다. 

 

 

 

 

 더 몰(The Mall)을 따라서 올라가니 중간 중간에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멈춰서서 마술 구경도 하고,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구경을 했다. 삶의 여유가 느껴지고 풍경이다. 나도 함께 여유를 부리고 싶지만 아직 봐야 할 것이 많아서 오래동안 함께 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분위기는 참 좋다. 몰이 끝나가는 지점에는 엄청나게 천정이 높은 공연장도 보였다. 가끔씩 이 공연장에서 공연도 하는 모양이다. 공연장의 크기에 비해서 공연장 앞쪽 공간은 그다지 크지 않은듯하다.

 

 

 

 

 

 더 몰(The Mall)이 끝나는 곳에 베데스다 테라스와 분수(Bethesda Terrace & Fountain)가 있는데, 센트럴타크를 만든 옴스테드와 보크스가 가장 공을 들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공원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어 공원의 심장이라고 불리는데, 두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테라스는 상당히 멋진 건축물이었다. 베데스다 테라스 앞쪽에는 베데스다 분수가 있는데, 베데스다(Bethesda)라는 단어가 원래 병을 고치는 효험이 있었다고 알려진 예루살렘의 연못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분수의 중앙에는 물의 천사(Angel of Waters)라는 조각상이 있다.

 

 

 

 

 

 분수 뒤로는 공원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더 레이크(The Lake)가 있는데, 센트럴 파크에서는 보통명사를 고유명사로 쓰는 것이 많은 모양이다. 호수 오른쪽으로는 로브 보트하우스(Loeb Boathouse)가 보였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호수에서 돌아 볼 수도 있고, 자전거를 대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레스토랑(Boathouse Restaurant)과 카페가 있어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섹스앤더시티를 비롯한 여러 영화 속에 등장해 피로연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보트 하우스 옆을 지나가보니,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즐길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다음에 집사람과 함께 오면 이곳에서 차 한잔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호수의 풍경과 함께 아담해 보이는 건물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피사체가 될 듯 싶다.   

 

 

 

 

 

 센트럴 파크의 여러 곳을 구경하고 싶어서 넓은 산책로에서 이제 언덕같은 오솔길을 따라서 가 보기로 했다.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는 오솔길을 접어 들어가니 어린 아이들이 소풍을 나와서 놀고 있는데 너무 여유있어 보였다. 교사들의 숫자도 엄청 많아 보이고, 낙옆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그 낙엽더미에서 딩굴면서 놀고 있는데, 우리 어릴때는 많이 해 보았지만 최근이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놀고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지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내가 분당의 초등학교 근처에서 한참을 살았는데 수업시간만 끝나버리면 과외나 학원으로 가느라 운동장이 텅 비어 버리고 느꼈던 썰렁함. 체육활동보다는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들의 이런 자연환경과 놀이모습이 더 부럽다.   

 

 

 

 

 

 드디어 센트럴 파크의 중간지점까지 왔다. 차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쪽으로 나오니 도로를 따라서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어마어마하게 큰 센트럴 파크를 걸어서 단순히 걸어서 돌아 보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이 중간지점의 북쪽에 있는 재클린 호수 (The 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 가 있는데 오늘은 그곳까지 갈 시간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 재클린 호수는 센트럴파크 전체 면적의 1/8을 차지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뉴요커 혹은 여행객이 꼽는 최고의 명소라는데 아침부터 바쁜 일정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그곳까지 갈 여유가 없다. 다음에 또 뉴욕을 올 것이기에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에 와서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공원을 되돌아 나오기로 한다.   

 

 

 

 

 

 

센트럴 파크에서 수 많은 조류와 동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시기가 아직 철새들이 도래하는 시기가 아닌지 많은 종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새도 많이 보았고, 청설모는 수없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호수를 주변을 걷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너구리도 보았다. 서울의 종묘와 양재천에도 너구리가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본 것이 아니었는데, 이 공원에도 너구리를 보게 되니 신기하다. 그것도 한두마리가 아니라 떼를 지어 있었는데, 이 녀석들도 사람들이 나눠주는 먹이에 익숙해져서 야생성을 잊어버린 듯 했다. 먹이 주는 것을 기다리느라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고 빠꼼히 쳐다보고 있다.  

 

 

 

 

센트럴 파크에도 조명이 켜지면서 날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욕심을 낸다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 볼수 없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움직여서 오늘 하루 의미있는 여행을 했다는 기분이다. 이 공원도 24시간 개방을 하는줄 알았더니 새벽 1시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결국의 치안의 문제때문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런 점에도 보면 아직 우리나라가 치안면에서는 더 안전한 국가가 아닌가 싶다.  이 넓은 곳에서 밤에 공원을 개방하면 사건 사고가 더 많을 듯 하기도 하다. 더구나 총기제한을 하지 않는 국가이니... 저녁시간이 되니 산책을 나온 사람도 많아지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생각보다는 많다. 공원에서 운영하는 마차를 타고 공원을 돌아보는 사람들도 생각보다는 많다.    

 

 

 

 

 

 출구 쪽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어제 뉴욕마라톤대회의 결승점이었던 행사장이 나왔다. 하루가 훨씬 더 지났지만 아직 대회장을 모두 원상복구 하지 않고 있어서 남아 있는 시설물이 많이 있었다. 우리 나라 같으면 어제 오후에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서 오늘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겠지만 미국인들의 문화와 일처리 속도가 우리와 다르니 아직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어제 결승점을 통과하던 때의 느낌을 다시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결승점쪽으로 가는 행사장은 공사때문에 바로 갈 수 없게 통제해 놓았다.       

  

 

 

 

 

 

 결승점 행사장 옆으로 지나가는 샛길을 따라서 나오니 본부석 앞쪽으로는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개방을 해 놓았다. 이곳에는 어제 나처럼 마라톤에 참가했던 달림이들이 다시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센트럴 파크 구경을 왔다가 아직 철거하지 않은 결승점을 보고 반가왔던 모양이다. 어제 대회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진행요원들이 빨리 뒷쪽으로 이동해 달라고 독촉을 하는 바람에 결승점이 표시 되어 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지 못했는데 오늘 센트럴 파크에 놀러 오게 되면서 오히려 어제 찍지 못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오늘 다시 한번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센트럴 파크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최소한 하루는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몇 시간의 여유로는 산책을 하는 수준으로, 구석구석 구경할 수가 없다는 것을 돌아다녀 보니 알 수 있었다. 자전거라도 빌려서 공원을 한바퀴 돌아본다고 해도 외곽 자전거 코스가 9km나 된다고 하니, 공원을 이곳 저곳 돌아다니지 않고 그냥 한바퀴 도는데에도 30여분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여의도가 대략 2.9㎢ (약 88만평)인데 센트럴 파크가 3.4㎢ (약 1백만평)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보지 못한 나머지 구간은 다음에 집사람과 함께 와서 마저 구경해야 할 것 같다. 하여간 꼭 한번 방문해서 걷고 싶었던 센트럴 파크였기에 기분이 좋다.    

 

 

 

 

 센트럴 파크에는 출입구가 여러 개 있지만 오늘 산책의 마감은 남서쪽 입구인 콜럼버스 서클(Columbus Circle) 쪽이다. 이곳은 59번 스트리트의 도심 한복판으로 복잡하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입구이기도 하다. 입구 앞에는 스페인 전승 기념탑인 메인 모뉴먼트(Main Monument)라는 조각상이 있다. 제일 윗쪽 황금색 동상이 화려해 보이는데 1898년의 미국과 스페인 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약 6개월간 펼쳐진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이후에, 미국은 푸에르토리코와 필리핀을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센트럴 파크를 나오니 이제 완전히 해가 떨어졌고 거리의 조명은 더욱 밝아졌다.      

 

 

 

 

 

 센트럴 파크에서 나와 뉴욕의 야경을 감상하려고 바로 지하철로 이동하지 않고 조금 걸어 보았다. 카메라를 어느 곳에 가져가도 휘황찬란한 뉴욕의 멋진 야경이 잡힌다. 뉴욕 지하철은 비교적 이용하기 편하게 되어 있는지라 집으로 돌아가야한 시간에 맞춰서 걷다가 보이는 지하철이 있으면 타기로 했다. 오늘 맨하탄에 나오면서 안내지도 여행책자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 바람에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건물이름도 모르지만 길을 찾아 가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워낙 도로가 바둑판처럼 되어 있고 지번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임스퀘어 방향으로 이동했다면 조금 더 번화하고 화려한 맨하탄의 야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무작정 지하철을 찾아가는 바람에 타임스퀘어를 구경하지는 못했다. 지도 한장만 들고 있었어도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찾아 갈 수 있는 것을 내가 지도를 챙겨 나오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이제는 서울이나 도쿄도 맨하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는 도시인지라, 그 도시의 외관을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맨하탄의 중심지는 멋있고 화려하다.         

 

 

 

 

 

 생각 같아서는 오늘 저녁은 뉴욕의 밤문화와 밤 거리를 더 즐기면서 이곳에서 식사까지 하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권이주 회장님 댁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약속을 지키지 위해서 서둘러 집으로 가야 했다. 오늘 하루는 숙소에 늦게 들어가더라도 혼자서 마음껏 뉴욕시내를 둘러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나를 배려해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시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에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넘어 올 때와는 반대로 지하철을 타고 Port Authority Terminal로 이동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뉴저지로 가기로 했다.      

 

 

 

 

 맨하탄에서 출발하여 뉴저지로 가기위해 아침에 왔었던 Port Authority Terminal(8 Ave 24 st)로 왔다. 아침에 버스에서 내릴 때는 몰랐는데 되돌아 가려고 와보니 터미널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뉴욕의 버스 여행 중심지라고 하더니 버스 탑승용 플랫폼이 200개도 넘고 게이트 번호가 수백번을 넘어 간다. 뉴저지로 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다행히 버스가 자주 다니고 있어서 긴줄이 금방 줄어 들었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버스터미널에서 표를 끊고 타는지라 조금 서툴렀지만 우리의 시스템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어려움은 없었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파크로 되돌아 오는 것도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한인들이 워낙 이용을 많이 하고 있어서 내리는 장소도 불편함이 없었다.    

 

 

 

 

 

(11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