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터키 여행 26-26 (이스탄불 지하궁전) (2014.5)

남녘하늘 2016. 10. 15. 00:17


 드디어 터키 여행의 마지막 관광코스인 지하궁전을 방문하게 되었다. 분수광장 옆에서 오렌지 쥬스를 마시면서 잠시나마 휴식을 보내고 바로 이동한 곳은 근처에 있는 지하저수지로 터키어로 예레바탄 사라이(Yerebatan Saray)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하 궁전이라는 뜻인데 이스탄불에 남아 있는 수백 개의 고대 저수조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저수조라고 하는데, 위치는 아야 소피아(Aya sofya) 정문 왼편 트램선로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이곳을 자주 지나쳤는데 지하철 역사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던 곳이 지하궁전의 입구였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는 부족한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 저수저를 많이 건축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저수지가 예레바탄 사라이다. 물은 이스탄불로 부터 20km 떨어진 곳으로 부터 수로를 통해서 공급받았다고 한다. 바깥은 많이 더웠는데 지하로 내려오니 저수조라서 그런지 습한 기운과 함께 시원한 느낌이 몰려온다. 지하에 은은한 조명을 해 놓아서 분위기도 괜찮아 보였다.   

 

 

 

 


 이 저수조는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에 공사를 시작하여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인 532년까지  건설되었으며, 저수저 전체의 크기는 70m 폭에 길이는 140m 이다. 수심 측정기의 눈금이 기둥 윗부분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이 저수지의 저수용랑도 그 당시로 보면 엄청났을 것 같다. 이곳은 1987년경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오던 이곳의 진흙을 모두 걷어내고 재단장해서 일반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기둥들 사이에 나무데크도 만들고 조명 설치해서 유명 관광지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기둥은 눈물의 기둥이라고 하는데 기둥이 항상 젖어있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자세히보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문양들이 반복되는데 악마의 눈이라고 불리는 나자르본주 문양같은 느낌이다.

 

 

 

 
 저수조 가장 안쪽에는 두개의 기둥에 메두사(Medusa)의 머리모야 조각상이 기둥받침으로 사용된 것이 있었다. 하나는 옆으로 누운 사진이고 하나는 꺼꾸로 뒤집어진 형상인데,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찍으러고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니, 누구나 보는 눈이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메두사의 조각을 옆으로 돌리고 꺼꾸로 뒤집어서 기둥의 받침으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하는데, 메두사를 마주보면 돌이 되는 저주가 걸려있기에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얼굴을 뒤집어놓은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4m 간격으로 높이 8m의 기둥들은 대부분 코린트양식의 기둥으로 총 갯수가 336개나 된다고 하는데, 그 기둥들이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기둥의 모양이 모두 제각각인 이유는 원래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기둥이 아니고, 부서진 신전이나 성들에서 가져온 기둥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수지 전체가 두께 4m의 내화 벽돌로 둘러싸였으며 방수를 위해서 특수 모르타르로 마감처리 되었고, 저장이 가능한 물의 약은 8,000톤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이야 저수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이기 때문에 바닥에 약간의 물만 있고, 이 어두운 곳에 고기가 살고 있었다.      

 

 

 

 

 

 지하에서 조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로 초점도 잘 맞지 않고 사진이 깨끗하게 나오지 않는다.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1,500년 전에 이러한 지하저수조를 건설했다는 것과 또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거의 완벽한 상태를 보이고 있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아주 넓은 공간이 아니어서 한바퀴 돌아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멋진 곳을 구경하고 왔다는 생각이다. 지하궁전 내에 카페도 있었는데,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하궁전을 나와서 술탄 아흐메드 광장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반정부 시위대를 만났다. 가이드가 위험할 수 있으니 시위를 하고 있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는데 불량고객인 나는 가이드 말을 듣지 않고 시위대 구경을 나섰다. 폭력이 난무하고 최류탄이 날아다니는 시위대였다면 당연히 내 스스로 조심을 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반정부 시위이기는 하지만 폭력시위는 아니어서 한번 구경하고 싶었다. 함께 한 일행들은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트램철도를 따라서 움직이는 시위대를 따라가 보았다.    

 

 

 

 

 

 여행을 와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되는 것도 어찌되면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전에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시위 진압 복장을 한 경찰관을 입구에서 만났었고, 물대포를 분사할 수 있는 차량까지 유명 관광지 앞에 대기하고 있어서 오늘 이스탄불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곳에서 시위를 하는 모양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봤을때, 특히 내또래의 입장에서 최류탄과 돌맹이가 날아다니지 않는 이 정도의 데모가 무서울리가 없다. 나중에 보니  반정부 시위인 게지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로 탁심광장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었는데 출입통제를 해서 이곳에서 시위를 했던 모양이다.  

 

 

 

 

 

 시위대를 따라서 사진도 찍고 함께 움직이다가 대열에서 벗어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제 열흘간의 그리스와 터키 여행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이스탄불의 상징은 블루 모스크라고 할 수 있고, 블루 모스크가 바라보이는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우리의 이스탄불 여행을 마감하게 된다. 그동안 단체와 개인적으로 여러번 술탄 아흐메드 광장을 기점으로 돌아 다녔더니 이제 이 광장의 모습이 익숙해졌다. 이곳이 터키를 찾은 여행객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중의 하나여서, 우리가 여행을 마치는 이 순간에도 또 다른 관광객들은 시위대의 스피커 소리에 상관없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술탄 아흐메드 광장 주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단아한 느낌이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느낌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아무 생각 없이 뒷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낯선 찻집에 들어가 차 한잔하고 싶은 곳이 이 지역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런 시간을 만들지 못해 아쉽다. 맨번 아쉬움만 남겨서는 안되겠기에 머지 않은 시일안에 꼭 다시 이스탄불에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4년전에도 터키여행을 계획했다가 그 계획을 실현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는데, 한번 와서 보니 짧은 시간에 둘러볼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받았다. 다음에 올때는 이번보다 더 여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또 다시 한식당이다. 끝까지 여행사는 나를 실망시킨다.   

 

 

 

 

 

 이번 그리스 터키 여행을 함께 떠났던 일행들과 공항에서 출국하기 앞서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다. 내가 일행들 중에서는 비교적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좀 더 빨리 친해졌으면 사진도 더 많이 찍어주고 재미있게 여행을 했을텐데, 초반에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아서 여행을 마칠때가 되니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여행은 패키지 여행이라서 동행한 분들과 초면이라 조용히 따라다니고, 저녁시간에는 따로 하고 싶은 개별여행을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빨리 친해졌으면 저녁시간의 개별여행도 함께 했으면 더 즐거웠을텐데...  하여간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아직은 내가 패키지 여행자가 아니란 생각을 다시 한번 느꼈다.